[단비현장] 세계 100개국과 함께 한 ‘315 청소년 기후행동’

“제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가 되면 방독면이 필수품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문득 무섭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여러분 그거 아세요? 저희 엄마 어릴 적에 마스크는 오직 ‘질병 예방용’ 이었다는 것을요.”

15일 오후 3시 무렵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경기도 성남시 수내초등학교 6학년 김준서양이 마이크를 들고 작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스웨덴에서 시작된 ‘기후를 위한 등교거부’가 전 세계 100여개 나라의 동시 행동으로 이어진 이날, 김양을 포함한 한국 청소년과 환경단체관계자 등 170여명도 온난화와 미세먼지 등 기상재난에 신속히 대응할 것을 호소했다.

‘지구가 보내는 경고’에 일어선 사람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서 ‘315 청소년 기후행동’에 나선 참가자들. ‘기후악당 대한민국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미세먼지 없는 세상’ 등 여러 가지 구호가 적인 손팻말과 조형물을 들고 나왔다. © 박지영

초중고생과 학교 밖 청소년 등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들은 이날 차례로 발언대에 나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정부와 사회의 책임 있는 대처를 촉구했다. 강원도 횡성군 민족사관고 3학년 김서윤양은 “(산으로 둘러싸인) 우리 학교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에어컨 없이 충분히 시원하게 여름을 날 수 있었는데 지금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며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작년 횡성은 전국 최고기온을 날마다 갱신했을 정도로 더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기후변화와 미세먼지가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에도 정부 조치는 긴급재난문자, 차량 규제 등과 같이 미미하고 소극적인 것들뿐이었다”고 꼬집었다. 김양은 “상황을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지금부터라도 모두 하나가 돼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김서윤양(맨 왼쪽) 등 민족사관고 학생들이 교복인 개량한복을 입고 발언대에 나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정부의 신속한 대처를 촉구하고 있다. © 박지영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쳐 주세요”

이날 시위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무엇보다 제대로 된 환경교육을 원한다고 입을 모았다. 발언대에 선 서울 당곡고 1학년 방태령 양은 “여태까지 기후변화의 원인은 배웠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본질적인 방안이나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들에 대해선 배울 기회가 없었다”며 “초등학교 때부터 환경교육을 필수과목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팻말 앞뒷면에 ‘지구온난화를 가르쳐 주세요’ ‘미세먼지를 가르쳐 주세요’라고 써 들고 나온 이영준(17)군도 자유발언을 통해 환경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유엔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의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읽고 기후변화가 정말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이르렀음을 깨달았다”며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왔다”고 말했다. 이군은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봄이 사라지는 문제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에서는 기후변화로 흉작이 발생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다”며 “미래 사회를 만들어나갈 아이들에게 환경문제를 제대로 교육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유엔 IPCC의 최신 지구온난화보고서를 읽고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깨달았다는 이영준군은 “미래 사회의 주인인 청소년들에게 제대로 된 환경교육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박지영

세종문화회관 앞 집회를 끝낸 참가자들은 발언 내용을 담은 요구문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 인근 분수대까지 행진한 뒤 오후 5시쯤 해산했다. 이날 집회의 주축이 된 청소년기후소송단은 이달 말, 혹은 내달 초 ‘청소년 기후포럼’ 등의 행사를 열고 기후변화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낼 준비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문제를 공부하는 중고생들이 지난해 8월 결성한 청소년기후소송단은 국제단체인 기후행동추적(CAT)이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속도가 빠르고 기후변화 대응이 미흡하다’며 한국을 ‘세계 4대 기후악당’의 하나로 지목한 것과 관련, 정부의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집회를 끝낸 청소년과 시민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서한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 인근 분수대까지 행진했다. © 박지영

한편 외신에 따르면 이날 전 세계 청소년들의 '기후를 위한 파업'은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에서 한국 시각 오전 8시에 가장 먼저 시작됐고 호주, 미국, 영국, 인도, 우간다, 필리핀 등 총 100개국에서 집회와 시위 등이 이어졌다.


편집 : 이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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