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청년이 보는 기후위기와 지구온난화 정책간담회

“과학을 좀 공부하셨다 하는 분들도 ‘기후변화가 실제야? 과학적으로 지구 온도가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는 주기가 있잖아’라고 말하기도 해요. ‘기후변화는 허구다’라는 영상도 돌더라고요. 저는 생물학을 전공했고 대학원 때 환경정책을 전공했는데 과학의 시선으로 보면 기후변화는 ‘게임 끝난’ 얘기거든요. 그런데 여기 앉아 계신 분들 중에도 아직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거예요. 청년들 앞이니까 제가 여과 없이 말씀드리고 충격을 드려야겠어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청년이 보는 기후위기와 지구온난화 정책간담회’에 발표자로 나선 김주영(35·전 환경재단 아시아환경센터 부장) 전문가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내년부터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조지아사무소에서 기후변화전문가로 활동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위원장 전용기)와 송영길 의원실이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대학생 당원 등 40여명이 자리했다.

 
내년부터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조지아사무소에서 기후변화전문가로 활동할 김주영 전문가가 세계 곳곳의 기후위기 피해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청중 40여명이 진지하게 경청하고 질의응답을 했다. ⓒ 임지윤

‘온난화’를 넘어 ‘비상’ ‘위기’로 닥친 현실

김 전문가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글로벌 대륙·해양 온도 지수’ 등 데이터를 통해 지난 100여년간 지구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에 비해 1도(°C) 가량 올라갔음을 보여주었다. 그는 “인간이 산업혁명을 시작한 이후부터 온도가 올라가는 속도가 100년 만에 25배 빨라졌다"며 “이는 생태학적으로 말도 안 되는 수치”라고 말했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가 화두였으나 최근에는 ‘기후 변화(Climate Change)’를 거쳐 ‘기후 위기(Climate Crisis/Emergency)’로 바뀌고 있을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올해 발표한 ‘글로벌 대륙·해양 온도 지수(Global Land·Ocean Temperature Index)’를 보면 지구 온도가 산업화가 진전된 지난 100여년간 꾸준히 상승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미국항공우주국

물에 잠긴 베니스, 눈이 사라진 차칼타야 

김 전문가는 기후변화데이터를 시각화한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9월호 표지를 보여주며 “경제지들도 기후위기를 실감하고 이와 같은 행동을 하는데 과학은 어느새 믿는 사람만 믿는 종교처럼 취급되고 있다”며 “과학은 신념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이 직접 목격한 기후위기 사례로 이탈리아 북동부 해안도시 베니스(Venice)의 ‘물난리’를 거론했다. 섬과 섬 사이의 수로가 주요 교통로가 되어 독특한 시가지를 이루는 이곳은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계속 높아진 탓에 조수가 밀려드는 ‘아쿠아 알타’의 규모가 커져 약 2주전 도시 대부분이 물에 잠겼다.

▲ 약 2주 전 대규모 조수가 밀려들어와 물에 잠긴 이탈리아 북동부 ‘물의 도시’ 베니스(Venice). ⓒ 김주영

“왼쪽 사진은 누가 봐도 관광객이죠. 관광객들은 (물에 잠긴 베니스에서) 기분 좋아하죠. 오른쪽은요, 베니스 현지인이에요. 베니스에 장애인이 안 살까요? 이분들 되게 힘들어해요. 현지인들은 가게 문을 다 닫고, 정말 힘들어 해요. 정치하는 분들, 청년들은 이런 걸 지적해야 합니다. 기성세대는 공감 못해요. 자기 문제가 아니니까 그래요. 공감하는 우리가 지적해야 해요. 우리 문제니까요.”

두 번째로 그가 보여준 사례는 자신이 직접 정상까지 등반한 볼리비아의 안데스산맥이었다. 그는 “안데스산맥 중 차칼타야라는 설산이 있는데 여기는 세계에서 제일 높은 스키장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사진 속 차칼타야는 황량했다. 라마 몇 마리가 길 위에 있을 뿐이다. 그는 “여기 살던 사람들은 볼리비아에서 가장 가난한 양치는 주민들이었다”며 “(온난화 영향으로) 눈이 이렇게까지 녹았다는 건 수자원이 없어졌다는 뜻이고 결국 이곳 주민들은 거주지를 옮겨야 했다”고 말했다.

▲ 지구온난화로 눈이 다 녹아버린 볼리비아 안데스산맥의 차칼타야. 한때는 세계에서 제일 고도가 높은 스키장이 운영될 만큼 설산을 자랑했지만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다. ⓒ 김주영

2030년까지 2010년 온실가스 배출량 45% 감축 필요 

김 전문가는 “전 세계 과학자들이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5% 감축하지 않으면 지구온도 상승폭을 (마지노선인) 1.5℃ 이하로 맞출 수 없다고 한다”며 “이는 지금 돌아가는 산업의 50%가 중단돼야 한다는 건데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비관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가다간 결국 바다의 산호초가 90% 이상 소멸하게 되고 해양 생태계 사막화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해양 생태계가 사막화하면 육지 생태계도 버틸 수 없고 결과적으로 인류에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스웨덴의 16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 9월 23일 미국 뉴욕의 국제연합(UN)본부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퇴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노려보는 사진을 보여주며 “지금의 절망적 상황을 바꾸는 유일한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미래세대의 용기 있는 목소리”라고 말했다. 그는 “36살밖에 안 됐지만 나 역시도 농업 종사자분들을 만나면 ‘공장식 축산’과 같은 환경문제를 언급하는 게 힘들다”며 “기성세대는 이미 자기 주변에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어서 그렇다”고 말했다.

▲ 지난 9월 미국 뉴욕 UN본부에서 기후행동정상회의 연설자로 참여한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노려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선언하는 등 기후위기 대응을 방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유로뉴스 유튜브

간담회에 청중으로 참여한 이상기(26)씨는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참석했는데 충격적인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 것 같다"며 “절망에만 빠지기보다 청년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주변에 이 사태를 알리며 친환경 미래와 인류의 생존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가 주최하는 환경간담회는 다음번에 원전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편집 :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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