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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엔 ‘크림슨’, 한국 대학엔 ‘알리’
[단비인터뷰] 9개 학교 독립언론연합체 차종관 대표
2019년 11월 02일 (토) 00:35:01 정재원 기자 elinoone55@gmail.com

“청년들의 목소리가 작아지고 공론장 또한 없어지는 요즘, 해결은 저널리즘입니다. 학생사회 축소와 (학생들의) 무관심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대학언론을 대신할 새로운 시도가 <대학알리>입니다.”

한국외대와 성공회대, 전남대 등 전국 9개 대학 학생기자 50여명이 결성한 비영리독립언론 <대학알리>의 차종관(25·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대표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대학알리>는 2013년 이후 6년간 <외대알리> <단대알리> 등 학교이름을 내건 ‘N대알리’를 발행해 오던 대학언론협동조합이 지난 5월 해체된 후 비영리민간단체로 다시 출범한 조직이다. 서울 을지로1가 서울시엔피오(NPO)지원센터에 사무국과 편집국을 꾸린 <대학알리>의 차 대표를 5월 25일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부근 카페에서 만나고 10월 29일 문자로 추가 인터뷰했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는 언론’ 

   
▲ 한국외대, 단국대 등 9개 대학 독립언론연합체인 <대학알리>의 차종관 대표가 과거 대학별로 발행됐던 ‘N대알리’를 들어 보이고 있다. ⓒ 정재원

“알리는 일반 학보사와 다릅니다. 발행권과 편집권을 직접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학생들의, 청년들의 진짜 목소리를 이야기하는 대학 독립언론입니다.” 

9개 대학별 신문 발행은 중단하고 지난 8월부터 하나의 인터넷 신문을 만들면서 지면 발행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알리>는 ‘20대, 청년, 대학생의 알 권리 충족’을 구호로 내걸고 있다. ‘알리’란 이름 자체가 ‘알 권리’를 줄인 말이다. 영어로 연대(alliance), 이탈리아어로 날개(ali)라는 단어도 연상시키는데, 전설적인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처럼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는’ 언론이 되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차 대표는 대다수 대학의 학보사들이 교내 조직이라는 한계 때문에 ‘비판과 견제’라는 언론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판 기사에 대한 압박 등 학교 당국의 편집권 침해도 많다고 한다. 애초에 ‘N대알리’가 시작된 것도 이런 현실에 대한 저항 차원이었다. 편집권 침해 등으로 학교와 마찰을 겪던 <외대학보> 강유나 전 편집장과 <전북대신문> 정상석 전 편집장이 대학언론협동조합을 만들었고, 독립언론 <외대알리>를 창간했다. 잡지형식으로 냈던 <외대알리>가 성폭력을 고발한 ‘미투’ 기사 등으로 대학가에 큰 반향을 일으키자 고용노동부 산하 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예산 지원도 받게 됐다. 이후 ‘N대알리’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확대해 세종대 <세종알리>, 성공회대 <회대알리> 등을 창간했다.

하지만 학생조직이라는 데 한계가 있었다. 차 대표는 “핵심 구성원이 학생신분이라 자주 교체돼 조직이 동력을 잃었고, 구조가 불안정했다”고 말했다. 자금난도 심각했다. 차 대표는 “한 회에 1000부쯤 발행하는 비용이 약 80만원인데 지원이나 후원이 없기 때문에 기자 개인 돈으로 쓰는 경우가 허다했다”며 “취재보다 발행비용을 모으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지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학생기자들이 고소, 고발에 시달리기도 했다. 차 대표는 “학내 비리를 폭로하거나 범죄사실을 보도하다 보니 1년에 몇 차례씩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 가는 것은 일반적이고 검찰에 송치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털어 놓았다. 재판에 자주 불려 다니다가 공황장애에 걸린 구성원도 여럿 있었다고 한다.

자금 지원, 자문 변호사 확보하고 재도전 준비 

   
▲ 새롭게 출범한 <대학알리>의 주요 구성원들. 왼쪽부터 한지훈, 최아현, 우지민, 강누리, 김지연, 차종관. ⓒ 대학알리

차 대표는 내년부터 새로운 대학들을 추가로 받아들이고, 지역사회이슈도 다룰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다 보면 지역사회와 연대도 생기고 지속가능한 대학언론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기존 학보사에서는 다루지 못한 기사를 저희는 다룹니다. ‘알 권리’를 중시하기 때문이죠. 과거 ‘<세종알리>의 총학생회 단과대 선거개입 보도’ ‘<회대알리>의 건물 균열 보도’ 등이 큰 영향력을 발휘한 일이 있습니다.” <대학알리>로 조직을 재정비한 차 대표 등은 서울시NPO지원센터의 비영리스타트업 지원 사업에 응모했고, 여러 단계 심사과정을 거쳐 지난 5월 지원 대상으로 최종 선정됐다. 초기 사업자금으로 500만원을 지원 받았고, 고소·고발 등 법적문제 해결을 위해 자문 변호사 계약을 추진하는 등 안정적으로 매체를 꾸려가기 위한 기반을 다졌다. 그리고 독자를 만족시킬 콘텐츠를 준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경영학도가 경영하고 디자인학도가 디자인하는 대학신문 

“한국에도 미국의 <하버드크림슨>과 같은 자생력 있는 대학언론이 필요합니다. 외부의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자생력을 키워야 <대학알리>도 유지될 수 있습니다.”

   
▲ 학생들이 독립적으로 만들며 지역 언론의 역할도 하는 미국 하버드대학 신문 <하버드크림슨>. ⓒ 하버드크림슨 홈페이지

차 대표는 <대학알리>의 지향점이 미국 하버드대학의 학생신문 <하버드크림슨>이라고 말했다. <하버드크림슨>은 학교와 독립적으로 회사조직을 갖춰 어떤 비판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또 경영학도가 경영하고, 디자인학도가 디자인하는 매체로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역사회를 다루는 지역 언론의 역할도 하기 때문에 자생력 있는 조직으로 발전했다. 이렇게 인정을 받아 주변에서 지원받는 금액도 상당하다고 차 대표는 설명했다. 

<대학알리>를 <크림슨>처럼 학생사회와 지역사회에 두루 인정받는 매체로 키우기 위해 차 대표는 우선 디지털 환경에 맞춰 온라인에 집중하면서 영상 팀을 구성해 대학알리 채널을 운영하는 등 다각도의 실험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준비가 되는 대로 지면 발행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알리의 비전은 ‘알 권리가 지켜지는 사회’입니다. <대학알리>사업이 다시 실패하고 해체되는 과정을 겪는다 하더라도 그 목표만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대학사회 문제점을 밝힐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는 생각으로, 가능한 한 모든 시도를 다 해보고 후회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편집 : 최유진 기자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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