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인터뷰] 이태현 ‘웨이브’(wavve) 초대 대표

9월 18일 통합 OTT ‘웨이브(wavve)’가 공식 출범했다. OTT는 ‘Over The Top’의 약자다. 개방된 인터넷망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 영화 등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 플랫폼 사업자가 세계 미디어 시장을 잠식한 지 오래다. 오리지널 콘텐츠와 시청자 맞춤형 추천 알고리즘으로 무장한 OTT 서비스는 뉴스와 생중계에 강점을 가진 방송을 압도한다. 특히 넷플릭스는 빅4 GAFA(Google, Apple, Facebook, Amazon) 체제를 빅5 GAFAN(GAFA+Netflix) 체제로 전환하며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영국에서는 공영방송 BBC가 상업방송 ITV와 손잡고 ‘BritBox’라는 연합 OTT를 올해 설립했다. 프랑스는 작년에 공영방송 FT가 상업방송 TF1, M6와 함께 연합 OTT ‘Salto’를 띄웠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넷플릭스와 구글이 인수한 유튜브가 상륙해 미디어 시장을 잠식해왔다. 여기에 ‘디즈니+’(Disney+)와 ‘애플TV+’(AppleTV+)와 ‘아마존 프라임’도 국내시장 진출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나라 지상파 3사도 반격에 나섰다. 지상파 3사가 지난 1월 통신사 SKT와 손잡고, 기존 지상파 3사 연합 OTT 플랫폼 ‘푹(pooq)’과 SKT의 ‘옥수수(oksusu)’를 통합해 ‘웨이브’(wavve)를 내놓은 것이다. 

웨이브는 2023년까지 유료 가입자 500만, 매출액 5,0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단비뉴스> 취재진이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SBS 프리즘타워 14층 웨이브 사무실에서 이태현 대표를 만나 등장 배경부터 시장전략, 앞으로 계획까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 웨이브 사무실에서 이태현 대표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김지연

“’웨이브 등장’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

문. 지상파 방송 시청자가 줄고, 미디어 시장 지배력도 약해지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일부에서는 지상파가 ‘정통 미디어’라는 자존심을 버리고 OTT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답. 전통적인 주파수 라이센스를 사용하는 지상파 사업자가 OTT 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문제로 보는 시각은 전혀 없습니다. 시장이 변해가는데 미디어로서 이쪽으로 방향 잡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환영해야 마땅하지요. 새로운 플랫폼에 진출하는 것은 기존 영역에서 영향력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변화를 거스를 수는 없어요. 

다만 깊게 봐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지상파 방송은 주파수를 위탁해 쓰는 공적 채널이잖아요. KBS는 공영방송, MBC는 준공영방송, SBS는 민영방송으로 역할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지상파는 주파수 라이센스를 획득하는 순간 공적인 책무가 주어져요. 공적인 책무는 같은 시간대에 동일한 경험을 구성원들과 같이하는 행위를 통해 실현됩니다. 쉽게 얘기하면 전쟁, 대통령 선거, 사회적 이슈, 재난 그리고 우리 공동체가 함께 공감해야 할 이슈는 자기 방에서 혼자 VOD로 소비하지 않잖아요. 우리 시민 모두 같은 시간대에 공감하고 의견을 내고 싶죠. 그게 현재 지상파 방송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시대가 변해도 지켜야 할 가치죠. 다만, 콘텐츠 유통 방식이 변하니까 거기에 대응하는 거라고 보면 됩니다. 

어떤 올드 미디어 사업자라 하더라도 이렇게 하지 않을까요? 북미 대륙에서도 하드웨어 사업자이면서 IT 사업자이기도 한 애플이나 세계 최대 콘텐츠 사업자인 디즈니가 모두 OTT 서비스를 하겠다고 그러는 거고요. 오히려 시장 변화에 늦지 않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지상파 3사와 SKT의 통합 OTT ‘웨이브(wavve)’가 9월 18일 공식 출범했다. ⓒ 김지연

문. 지상파 3사와 통신사의 합병 구조가 지속 가능한 모델이라고 보시나요?

답. 네. 지금까지는 방송과 통신이 서로 약탈자적 관계였어요. 방송통신 융합이 이루어지면서 동반자가 된 거잖아요. 방송으로서 성장과 통신으로서 성장이 각각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죠. 사람들은 더 이상 전파로 전송되는 콘텐츠만 소비하지 않아요. 다른 영역에서 새로운 디바이스와 기술이 생겼으니까 그걸 이용하죠. 통신사들은 유무선 기간망을 보유하고 있어요. 이제 파이프라인이 5G로 진화했어요. 통로도 넓어졌고 속도도 빨라졌어요. 끊기지 않아요. 안을 뭘로 채울까요? 원격의료로 채우고 자율주행 자동차에 필요한 신호로 채우고 이러겠죠. 그런데 세계적 추세로 보니까 이 파이프를 채우는 게 대부분 동영상 콘텐츠인 거예요. 그러면 당연히 통신회사도 콘텐츠와 연관된 플랫폼을 가져야 하는 겁니다. 방송 쪽에서도 공공서비스를 위해 전파를 쓰고 있지만, 훨씬 저렴하게 유통 가능한 인터넷망으로도 공급해야죠. 방송과 통신, 서로의 요구사항이 합치되는 부분이죠.

문. 지상파 3사와 통신사의 이해관계가 다른데, 내부 쟁탈전 없이 정책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답. 제 임기는 2년 반이에요. 초기 CEO는 방송 3사의 선임권과 SKT의 동의권, 초기 CFO는 SKT의 선임권과 방송 3사의 동의권을 얻어 선임되죠. 두 번째 임기는 정반대고요. 정책 일관성과 방향성은 유지될 거라고 봐요. 대부분 전략은 초기에 만들어지잖아요. 서비스의 본질적인 미션에 관해 초기에 틀을 세우고 확장해나가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완전히 방향을 바꾸는 큰 변화는 주주 구성이 바뀌지 않는 한 힘들죠.

주주가 방송 3사와 SKT잖아요. 쟁탈전이라는 거는 서로 간에 이권이 있을 때 하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이 법인이 성장해야죠. 이미 성장해 있어서 먹을 게 많으면 쟁탈전이 벌어질 수 있지만, 아직 성장단계라면 여기를 응원하고 지지해야 먹거리가 커지잖아요. 그래서 지금은 함께할 수 있는 좋은 시점이고, 서로 틀어질 염려를 할 필요가 없어요.

문. OTT는 가입 고객 탈퇴 비율이 매우 높고 플랫폼 간 기술격차가 작기 때문에 가입자 유지를 위해서는 차별화한 독점 콘텐츠 확보가 필수적일 텐데요. 웨이브는 ‘한국판 넷플릭스’로 기대를 모았는데 오리지널 신규 콘텐츠가 없어서 초반 평가가 박합니다. 왜 오리지널 콘텐츠 출시 전에 플랫폼을 출범시켰나요? 너무 성급한 결정 아니었나요?

답. 넷플릭스의 영어권 국가 진출 전략이 뭐였냐 하면 3위 사업자랑 손잡아서 2등 먹고, 1등을 깨는 거였어요. 그래서 영국에서 80% 점유율을 차지했죠. 영어권 나라에는 다 그런 방식으로 진출했어요. 우리나라에 진출할 때도 같은 방식으로 LG랑 손잡은 거죠. 그러고는 지상파 3사에게 드라마, 예능을 달라고 했어요. 하지만 지상파는 푹(pooq)이 있었기 때문에 독자생존을 위해 콘텐츠 재전송을 막았어요. 그걸 막고 푹이 70만 유료이용자까지 모았는데 한계에 다다르게 됐어요. 넷플릭스가 커지고 있으니까 빨리 준비해서 나가야 하는데 우리가 1년이나 늦었죠. 1년 먼저 출시해서 이 서비스 만들고, 프로모션하고, 소비자들한테 다가갔으면 좀 더 나았을 텐데, 저는 늦었다고 생각해요. 

늦은 이유는 시장이에요. 시장에 갈증이 있어야 서로 ‘합종연횡(合從連橫)’하는데, 그전에는 우리끼리 독자 생존하려다가 이제는 그렇게 해선 안 되겠다는 두려움이 커진 거죠. 넷플릭스가 들어와서 LG랑 손잡고 치고 올라가니까 시장에 두려움이 생긴 거고, 그러다 보니 협상이 필요하고, 시장재편도 필요하고, 이런 여러가지 복잡다단한 과정이 있었어요. 

넷플릭스가 들어오지 않았어도 우리끼리 자발적으로 만들어서 해외로 나가는 방향성은 생겼겠죠. 그런데 넷플릭스가 들어오면서 타이밍을 조금 더 당기도록 한 건 있지 않을까요? 푹과 옥수수가 있고, KT 올레모바일, 티빙(TVING), 왓챠(WATCHA) 등 OTT 서비스가 우리나라에 이미 많이 있는데 갑자기 대형 메기 같은 외래종이 들어온 거니까요.

▲ 미국에서 OTT 서비스를 이용중인 소비자의 비율. 미국에서도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 에릭슨컨슈머랩

토종 프레이밍? 결국은 콘텐츠 경쟁력

문. 웨이브가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이제 막 출범했는데, 내년 초 CJ ENM과 JTBC도 OTT 합작법인을 만들 예정입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보시나요?

답. 티빙과 CJ ENM, JTBC가 연합한다는 보도자료를 봤어요. 경쟁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쟁을 위해 사업자들끼리 뭉치는 거지요. 정당한 경쟁을 통해 가입자에게 더 좋은 서비스, 더 좋은 상품경쟁력을 갖춰야 하겠지요. 그러다가 또 기회가 되면 같이 할 수 있는 거고, 새로운 합종연횡을 할 수도 있는 거고요. 

글로벌 플랫폼이 들어와서 시장 잠식하는데 우리도 강력한 콘텐츠 경쟁력을 갖고 있으니 좀 제대로 해보자 하는 건 사실이죠. 저도 학생 때는 ‘국부유출’이란 말이 잘 이해가 안 됐는데 사회에 나와보니 실제로 존재해요. 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 같은 글로벌 플랫폼사업자와 다른 여러 OTT 사업자가 경쟁할 때, 재주는 콘텐츠 제작자가 부리는데, 돈은 누가 버는가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한국 플랫폼이 잘 크면 한국에서 고용 창출, 미디어 생태계 확장이 더 용이하지 않을까요.

▲ 인도는 양적으로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영화산업 국가로, 외국 영화는 인도 특유의 정서와 문화를 반영하지 않으면 흥행에 성공하기 어렵다. ⓒ pixabay

문. 그렇다면 다른 글로벌 OTT나 한국에서 새로 나올 다른 OTT의 경쟁에서 웨이브가 가진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답.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디즈니 플러스 같은 글로벌 OTT들이 우리나라 사람에게 제공할 주 서비스는 미국 콘텐츠 등 해외 콘텐츠예요. 세컨드가 오리지널이겠죠. 그런데 어느 나라나 문화에서는 사실 1차 소비는 국내 로컬 콘텐츠에 집중됩니다. 극명한 예가 인도 시장이죠. 인도 시장은 엄청난 자국 콘텐츠가 확대·재생산되고 소비되는 시장입니다. 우리 또한 마찬가지예요. 우리나라도 잘나가는 콘텐츠가 많아요. 우리는 극단적으로 가벼운 콘텐츠부터 아주 극단적으로 무거운 콘텐츠까지 스펙트럼이 아주 넓잖아요. 예능이라는 장르만 봐도 오로지 웃는 예능부터 KBS나 MBC처럼 공익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 예능도 있어요. 

이처럼 우리에게는 다양한 콘텐츠가 있어요. 글로벌 플랫폼이 볼 때는 로컬이고, 우리가 볼 때는 국내 콘텐츠죠. 이 국내 콘텐츠가 매주 많이 생산되는데 넷플릭스는 <하우스 오브 카드> 이런 것 매주 못 만들잖아요, 돈이 많이 들어가니까. 웨이브에는 매주 3사의 미니시리즈, 주말 예능, 평일 예능같이 신작이 계속 업데이트되는데 이건 굉장히 큰 경쟁력이에요. 넷플릭스나 아마존을 예로 들면, 보통 한 달 무료 프로모션을 하죠. 볼만한 콘텐츠는 몰아보기(binge viewing) 다 하지 않나요? 그게 끝나면 더 볼 게 없어지는 거죠. 그런 면에서 매일 수많은 콘텐츠가 업로드되는 국내 플랫폼이 글로벌 플랫폼보다 경쟁력이 떨어질 것 같지 않아요.

전세계적으로 근대화 이후에 문화와 상품을 동시에 수출한 국가는 다섯 국가밖에 안 된다고 기 소르망이라는 프랑스 문명비평가가 말한 적이 있어요. 미국은 많은 공산품과 헐리우드 콘텐츠를 수출한 나라이고, 영국은 산업혁명 초기에 상품과 셰익스피어를 수출했죠. 자동차와 드라마를 함께 수출한 나라는 한국이 그중 하나예요. 흔치 않은 나라죠. 문화적으로 충분히 경쟁할 만한 토대는 되지 않나요? 그게 글로벌 플랫폼에 대한 자신감입니다.

국내 플랫폼 간 경쟁은 어차피 자신감의 영역이니까 결과로 말씀드릴게요. 그건 경쟁이에요. KBS, SBS, MBC의 좋은 연출자들이 쫙 퍼져서 잘 만들고 있어요. 나영석 PD나 신원호 PD를 비롯해서 JTBC의 <캠핑클럽> <효리네 민박> <비긴 어게인> 등 훌륭한 지상파 PD들이 종편이나 케이블로 이직해서 프로그램을 잘 만들다 보니 전체적으로 콘텐츠 생태계가 훨씬 더 풍성해졌어요. 콘텐츠 경쟁이 플랫폼 경쟁으로 이어지는 건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 다양한 프로그램이 매일 본 방송 후 웨이브에 업로드된다. 웨이브는 매일 업로드할 수 있는 콘텐츠의 다양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 웨이브 홈페이지

“‘오리지널’보다 ‘좋은 콘텐츠’가 먼저다”

문.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독점송출해 가입자만 볼 수 있게 구성한 플랫폼입니다. 웨이브가 자체 제작 영상을 그대로 방송에 편성해 내보내면서 OTT를 운영하면 콘텐츠의 독점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지 않나요?. 웨이브는 오리지널 콘텐츠 없이 사실상 방송 ‘동시보기’나 ‘다시보기’ 서비스로 전락하게 된다는 비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답. 미디어 연구하는 분들에게 오리지널 콘텐츠에 관한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아요(웃음).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다른 콘텐츠 공급업자들이 콘텐츠를 안 주거나 워낙 비싸게 팔아먹으니까 어쩔 수 없이 생존전략으로 만들어낸 게 오리지널 콘텐츠예요. 그렇게 만들어낸 <하우스 오브 카드>가 대히트를 치면서 이게 OTT의 성공적인 전략처럼 부각된 거죠. 그러나 이미 좋은 콘텐츠를 보유한 우리는 그렇게 갈 이유가 없어요.

굳이 실시간으로 방송을 보지 않더라도, VOD로 다시 소비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든 것만으로도 좋은 경쟁력을 지녔다고 생각해요. 오리지널이니까 소비를 더하고, 오리지널이 아니니까 소비하지 않는 건 아닌 것 같아요. 핵심은 콘텐츠 경쟁력이에요. 우리나라 드라마 중 메가히트를 쳤던 <태양의 후예> <별에서 온 그대> <대장금> <도깨비> 같은 게 다 방송 3사나 tvN을 통해 방영됐죠. 메가히트를 쳤으니 다 다시 보고 싶어 하지 않나요? 결국 ‘오리지널’이란 타이틀보다는 ‘좋은 콘텐츠’가 먼저인 셈이죠. 사람들이 다 보고 싶어 하는 좋은 콘텐츠라면 이곳저곳에 유통해도 상관없고 오리지널이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오리지널이란 단어가 기준점이 될 필요는 없어요. 

콘텐츠의 접점을 넓히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현재 웨이브 유료가입자 수준으로 100억을 투자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배타적으로 송출하는 건 실패의 위험을 안고 갈 수밖에 없는 모험이에요. 국내 시장에 한정해서 볼 때, 아직 콘텐츠는 메이저 플랫폼 위주로 소비되죠. 웹 드라마는 아무리 퀄리티가 높아도 인지도가 낮은 편이에요. 아까운 작품들이 많죠. 그래서 초창기에는 우리가 투자하거나 구매한 콘텐츠들이 메이저 플랫폼에서 소비자들과 만나고 더 많은 접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봐요. 오리지널 콘텐츠는 일단 접점을 넓히고 소비자들을 웨이브로 더 끌어들인 뒤에 생각해볼 문제 아닐까요?

▲ 웨이브 이태현 대표가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 김지연

문. ‘이용자맞춤’(UX)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넷플릭스는 시청자 취향에 맞는 서비스를 추천하기 위해 콘텐츠에 일일이 수작업으로 태그를 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웨이브는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큐레이션 하는지요?

답. 저희도 일정 정도는 하고 있어요. 저희 개발자들은 AI를 구축해 태깅을 자동화할 계획이에요. 비 내리는 바닷가 장면이 나오면 자동으로 비와 바다가 추출되게 하는 식이죠. 지금 오신 세 분이 웨이브에서 콘텐츠를 본다고 쳐봐요. 그럼 AI가 이 사람들 연령대가 어떻게 되고, 어느 장르의 어떤 작품을 다시 보는데 특히 이 부분을 다시 보더라는 걸 추출하죠. 예컨대 특정 이용자가 법정 드라마에서 변호사가 반박할 때 되게 집중해요. 그럼 AI가 이런 점을 포착해내 ‘이용자맞춤’ 큐레이션을 해주는 식이죠. 인공지능은 사람만큼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정 정도 데이터가 구축되면 정확성이 담보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용자 데이터가 많이 쌓이면 가능하죠. 

문.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의 성장으로 국내 미디어 시장이 잠식당하는 ‘문화제국주의’ 우려가 일고 있습니다.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답. 문화제국주의라고 볼 필요까진 없어요. 그것도 되게 낡은 프레임이죠(웃음). 우리도 한때 미국 헐리우드 콘텐츠로부터 자양분을 얻었던 사람들이 지금 영화 만들고 있어요. 현재 K-POP 공연이 동남아시아 소년소녀들을 열광시키고, 홍콩 우산혁명은 우리나라 1987의 영향을 받았다는 홍콩 젊은이들 이야기가 있어요. 문화란 그런 거죠. 지금 이 시점에 우리 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좋은 콘텐츠가 세계로 뻗어 나가면서 다른 사회 시민들과 공감하게 만들어주는 기반이 문화예요. 그 정도로 봐주시면 좋겠군요. 

넷플릭스는 폐쇄형 플랫폼 사업자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강조한다. 이들은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공급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 미디어 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옥자> <킹덤> <미스터 선샤인> <범인은 바로 너!> <유병재: 블랙코미디> 등은 시작에 불과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편당 제작비 규모는 토종 콘텐츠의 5~10배다. 개방형 플랫폼인 유튜브는 수많은 1인 미디어 제작자들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다. 하루에 업로드되는 콘텐츠 분량은 최소 57만 6,000시간이다.

이태현 대표는 지상파 방송사로부터 국내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콘텐츠를 매일 공급받는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다소 낙관적인 그의 전망에도 불구하고, 콘텐츠의 질과 양 두 가지 다 세계적인 OTT 사업자와 경쟁하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결과로 보여주겠다는 그의 말이 현실이 되길 기대해본다.


편집 : 강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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