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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와 소비자가 신뢰로 만나는 공간
[지역·농업이슈] 대전 농축수산물 직거래장터 ‘농부쌀롱’
2019년 10월 10일 (목) 10:06:06 이자영 기자 delicious_12@naver.com

“농부로부터 시작된 이야기와 소비자들의 취향을 디자인하는 문화공간으로 재창조하고자 합니다."

날씨는 흐렸지만 시민들은 주말을 맞아 가족, 친구들과 함께 나들이를 나와 산책하고 자전거를 타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광장 방향으로 쭉 뻗은 엑스포다리를 건너니 양쪽으로 흰 천막들이 세워져 있다.

대전광역시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다리 앞 광장에서 지난달 28일 열린 직거래장터 ‘농부쌀롱’은 13일까지 계속된다. 태풍 영향으로 예정보다 한 주 늦춰 열린 이번 행사는 대전광역시가 주최하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후원하며, 대전시 청년들이 만든 ‘대전문화산업단지협동조합’이 주관한다. 올해 처음 열린 이 행사는 충북, 충남, 세종, 대전 등 충청도 각지 농가에서 지역 특산물이나 재배 작물을 가져와 선보이고 있다. 농산과 가공식품 등 총 68가구가 참가신청을 했다. 장터 말고도 대전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가들 공연과, 주민참여형 공연 등으로 진행되고 있다.

   
▲ 대전에서 활동하는 음악가들의 공연이 장터 앞 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 대전문화산업단지협동조합

농부는 모두 개별 브랜드

‘농부쌀롱’이 거래하는 것은 지역에서 나온 ‘로컬푸드’다. 농가마다 농부의 사진과 농가 이름이 들어간 현수막을 걸어놨다. 농부 한 명 한 명이 브랜드라는 뜻이다. 각 지역에서 자신이 재배하는 작물을 가지고 온 만큼 양질의 먹거리를 시민들에게 공급하겠다는 농부들의 포부가 담겨있다. 직거래 장터의 이미지를 새롭게 바꾸고, 문화가 어우러진 장터를 조성하여 젊은 세대에게 농수산물 소비를 촉진하고자 한다.

   
▲ 충남 논산 부적면에서 온 전일태 씨는 직접 생산한 표고버섯과 송이버섯을 내놨다. 전 씨는 “소비자들이 직거래장터에서 직접 먹어보고 좋은 농산물을 구매를 할 수 있어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 이자영
   
▲ 충남 홍성 광천읍에서 온 김갑식 씨가 지역 특산물인 토굴 새우젓을 선보이고 있다. ⓒ 이자영

“젓갈은 여러가지가 있어요. 오젓(5월), 육젓(6월), 추젓(9월)을 약 100일 정도 자연토굴에서 숙성시킵니다. 14~15도에서 숙성시키고 나면 향이나 맛이 구수해져요. 추젓은 양념이나 찌개, 찜에 주로 쓰고, 오젓과 육젓은 김장할 때 많이 씁니다.”

김갑식 씨는 “지자체에서 적극 지원해줘서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타지에서 입찰해 온 새우젓을 홍성의 자연토굴에서 숙성시킨다”며 “주로 5,6월에 생산을 하고, 석 달을 토굴에서 숙성시킨 뒤, 김장철인 가을에 소비자에게 선보인다”고 설명했다. 새우젓으로 유명한 홍성에서는 해마다 10월 ‘광천토굴새우젓축제’가 열린다.

농부 명함 받고 주문 구매도

   
▲ 김영진 씨는 장과 김치 등 반찬류를 가져왔다. ⓒ 이자영
   
▲ 김영진 씨는 장과 김치 등 반찬류를 가져왔다. ⓒ 이자영

충북 청주에서 온 김영진 씨는 “4차산업혁명 이야기가 나오지만 아직까지는 농부들에게 와 닿는 게 없다”며 “판로를 개척하고 이런 행사를 자주 개최해주면 생산자들에게 더 좋겠다”고 말했다.

“직거래장터가 활성화했으면 좋겠어요. 가끔 나와서 일부러 사가게요.”

둔산동에서 온 소비자 김원미 씨는 “호박과 가지를 샀다”고 말했다. 이어 “같이 온 이웃들과 나누려고 이만큼 샀다”며 커다란 장바구니를 열어 구매한 농산품들을 보여주었다. 그는 “직접 농사지어서 온 거라 좋다”며 “계속 주문해서 먹고 싶어서 농부의 명함도 받았다”고 말했다.

   
▲ 안현주 씨가 ‘아마란스’를 들고 있다. 그는 “건강이 좋지 않던 가족을 위해 항암 효능이 있는 아마란스를 찾게 된 것이 농사의 길로 접어들어 벌써 5년이 됐다”고 말했다. ⓒ 이자영

세종시에서 온 안현주 씨는 아마란스와 도라지를 가지고 왔다. 아마란스는 따뜻한 나라가 원산지여서 4월에서 초가을까지만 자라며 항암 효능과 미용 효능이 있다. 지인을 통해 직거래 장터에 나오게 됐다는 안 씨는 “평소에는 로컬 매장에 납품하게 되는데 그런 매장은 품목이 많아 쉽지 않다”며 “그러다보니 직거래 장터를 찾게 된다”고 말했다.

충남 청양에서 온 김 씨는 청양 특산물인 구기자와 고추를 선보였다. 고추는 늦여름인 8월부터 김장철인 12월 초까지 제철이다. 그는 “직거래 판매하는 농부들과 연락해 이 행사를 알게 됐다“면서 “이렇게 직거래 행사가 열리면 농부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농사지어 가지고 온 농산물을 먹어본 소비자들이 또 다시 찾아주기도 한다”며 “오늘도 이전에 만난 소비자가 (직거래장터) 소식을 듣고, 아침 일찍 와서 물건을 사갔다”고 덧붙였다.

유통기간 짧아 신선

농민들은 장이 열리기 전날 바로 작물을 수확해 가져오기 때문에 좋은 물건을 공급하고, 소비자는 신선한 물건을 소비할 수 있다. 최근 태풍 여파로 작물이 망가져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싶지 않다며 다시 돌아가는 농민도 있었다.

대부분 농가가 지역할인점이나 시장을 이용하고 있는데 반해 이날 장터를 찾은 생산자와 소비자들은 모두 직거래 장터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행사를 주관한 협동조합에서는 비닐 사용을 줄이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포장재 종이 봉투와 장바구니를 제공했다. ⓒ 대전문화산업단지협동조합

“농부쌀롱은 좋은 기획만으로 실행할 수 없는 프로젝트입니다. 농부들이 정성스레 지은 농산물을 장이 열릴 때마다 가지고 오고, 손님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대전문화산업단지협동조합 조하나 대표는 “좋은 농산물을 직거래로 이용하면서 농가에는 수익 창출을, 소비자에게는 좋은 물건으로 보답한다”며 “문화예술을 장과 결합하여 볼거리 먹을거리 가득한 농부쌀롱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 직거래장터 ‘농부쌀롱’ 포스터. ⓒ 대전문화산업단지협동조합

[지역∙농업이슈]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이 기자·PD 지망생들에게 지역∙농업문제에 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개설한 [농업농촌문제세미나] 강좌의 산물입니다. 대산농촌재단과 연계된 이 강좌는 농업경제학·농촌사회학 분야 학자, 농사꾼, 지역사회활동가 등이 참여해서 강의와 농촌현장실습 또는 탐사여행을 하고 이를 취재보도로 연결하는 신개념의 저널리즘스쿨 강좌입니다. 동행하는 지도교수는 기사의 틀을 함께 짜고 취재기법을 가르치고 데스크 구실을 합니다. <단비뉴스>는 이 기사들을 실어 지역∙농업문제의 인식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편집 : 임지윤 기자
 

[이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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