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로그인 회원가입
2019.8.19 월
> 뉴스 > 지역 > 지역농업이슈
     
술 익는 강마을에 정겨움을 더하는 이들
[지역⋅농업이슈] 섬진강 사람들의 맛과 멋
2019년 06월 11일 (화) 22:02:39 최유진 박서정 기자 아르요노 디다 PD gksmf2333@gmail.com

물기운이 감도는 강변길. 산자락을 휘감은 물안개를 느껴보려고 차창을 내리자 축축한 공기가 메마른 가슴속을 적신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지역·농업문제세미나’ 탐방단(단장: 이봉수 교수)이 지난 이틀간 지리산 노고단과 피아골, 뱀사골에서 느낀 장엄하고 비장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빨치산의 역사를 품은 지리산은 험준하지만 넉넉한 산자락과 골짜기마다 사람이 정착할 터를 내주었다. 탁 트인 섬진강은 곳곳에 물굽이와 모래밭을 펼쳐 삶의 터전이 돼주었다.

   
▲ 섬진강 주위 하늘과 산과 물은 온통 푸른데 모래밭과 구름이 희게 펼쳐져 선명하게 대비된다. ⓒ 조문환

섬진강은 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 팔공산 자락의 옥녀봉 아래 데미샘에서 발원한다. 소백산맥과 노령산맥 사이를 지나 광양만으로 흘러 들어간다. 고려 우왕 때 왜구가 섬진강 하구에 침입했다. 이때 수십만 마리 두꺼비 떼가 울부짖어 왜구가 광양 쪽으로 피해갔다는 전설이 있다. 이에 ‘두꺼비 섬’(蟾), ‘나루 진’(津) 자를 붙여 섬진강이 됐다고 한다.

전라남도 곡성・구례・광양 등이 섬진강을 둘러싸고 있다. 전남 쪽은 산세가 험한 백운산이 가로막아 큰 나루가 생기기 힘들었다. 경상남도 하동군은 다른 곳보다 유독 섬진강 덕을 많이 봤다. 섬진강의 보물인 백사 청송은 물론, 유명한 재첩 채취 지역도 하동에 몰려 있다.

공무원 조기퇴직, 인생 2막 ‘공정여행’ 전도사

   
▲ 하동군 악양면 악양 생활 문화센터에 협동조합 ‘주민 공정여행 놀루와’가 있다. 조문환 대표가 자신이 찍은 하동 할머니들 사진을 소개하고 있다. ⓒ 최유진

“도시 사람들이 농촌을 그리워해 오진 않을 것 같아요. 잠시 와서 힐링 하고 그래도 번쩍거리는 도시가 그리워질 것 같아요. 전 서울에 가도 빨리 내려오고 싶거든요.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농촌이 아파하고 있잖아요. 그게 제가 주민여행사를 창업하게 된, 또 그 전에 공무원을 7년 일찍 퇴직한 이유예요. 농촌 사회를 위해 나름대로 내가 가진 것들을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섬진강’에 빠져 안정된 공무원 생활도 뿌리친 조문환(57) 대표는 하동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그는 1년간 총 212km 섬진강 줄기를 따라 걸었다. 2013년 <네 모습 속에서 나를 본다>라는 책으로 도보 여행기를 담았다. 2012년 <시골공무원 조문환의 하동편지>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이다. 그는 하동군청 경제수산과장으로 일하다 정년도 되기 전에 스스로 그만뒀다.

그는 “고령화로 농촌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내가 어릴 적 뛰어 놀던 동네들이 없어지고 농촌에 활력이 떨어지는 와중에 주민들에게 내가 도와줄 일이 하나도 없다는 자괴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바로 그가 농촌 주민들과 수익을 나누고 지역사회를 되살리는 ‘공정여행’을 기획한 이유다.

하동주민공정여행 놀루와 협동조합은 지역 자원, 지속가능성, 여행자, 지역 주민 중심을 비전으로 삼았다. ‘공정여행’ 운동은 1980년대 말 유럽을 비롯한 영미권 나라들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여행은 소비가 아니라 관계다’라는 구호를 내건다. 실제 ‘놀루와’는 다른 협동조합이나 마을업체와 협약해 긴밀한 지역사회 연결망을 구축하고 있다.

   
▲ 주민공정여행 놀루와 협동조합은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조합원들과 다른 협동조합, 주민들이 참여하는 협약업체 등으로 지역사회 연결망을 이루고 있다. ⓒ 놀루와

조 대표는 “섬진강 사람들이 포용력이 있어 소통이 잘 된다”고 말했다.

“매계마을이라는 동네와 협약을 체결했는데 거기 제가 들어가면 엄청 좋아해요, 아들 온 것처럼, 동네 동생 온 것처럼. 마을 민박을 하는 곳인데, 처음 여행자들이 오면 여기서 자겠나 하는데 만족도가 높아요. 시설 좋은 걸 찾으려면 여기 안 오죠, 5성급 호텔에 들어가야지. 그걸 포기하고 오는 거죠, 불편함을 느끼기 위해서. 사람이 살아가는 느낌과 정을 얻어가니까 좋은 거죠.”

감나무 밭 한가운데 웬 와이너리?

“(와인은) 다음 세대에 노하우를 전수하는 거예요. 유럽은 천년 넘은 와이너리(포도주 양조장)도 예사로 있습니다. (비싼 와인 가격은) 그 무수한 기간 동안 그 가문이, 공장이 와인을 연구한 역사 값이고 스토리 값입니다. 우린 지금 시작이에요. 여러분이 제가 만든 와인을 금방 드셔보셨잖아요? 다음 후세대는 제 아들이 만든 와인을 마시게 하세요. 그러다 보면 여러분 후손 10대가 제 후손 10대가 만드는 와인을 마시게 될 거야. 그게 역사가 되는 거죠.”

‘가므로’ 정성모 대표는 하동 특산물 대봉감으로 만든 와인을 소개하며 자부심이 넘쳤다. 하동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음향회사에 다녔다. 우연한 기회로 미국 캘리포니아에 회사 연수를 갔다. 일정 중 금문교 인근 와인 농장에 가게 됐는데, 농장 사람들의 여유로운 삶에 반해 한국에 돌아와 회사를 그만뒀다. 그들처럼 삶을 음미하고 싶었다. 와인 학교를 2년 다니고, 와이너리에서 견습 생활을 했다.

   
▲ 하동군 악양면 와이너리 ‘가므로’ 앞은 온통 감나무 밭이다. 정성모 대표는 이곳에서 딴 감으로 와인을 만든다. ⓒ 가므로

포도와 달리, 감은 산도가 낮아 와인으로 만들기 힘들다. 포도 와인도 맛을 보존하려면 엄격한 보관이 필수이지만, 감 와인은 까딱하면 아예 식초가 되어버린다. 가까운 이웃인 조문환 대표는 “정 대표가 처음 감 와인을 만들어 선보였을 때 맛이 없다고 솔직하게 말했다”고 밝혔다. 이제는 연구를 거듭한 덕에 독특하고도 안정적인 맛을 자랑한다.

   
▲ ‘가므로’ 정성모 대표가 감 와인 진열장 앞에서 모자를 쓰고 자연스런 자세를 취했다. ⓒ 가므로

큰 기대 없이 맛본 감 와인은 포도 와인과 맛이 확실히 달랐다. 감 특유의 떫은 맛이 살짝 남으면서 불쾌하지 않은 단맛이 감미로웠다. 정 대표는 “식사 전 입맛을 돋우는 데 알맞은 와인”이라고 말했다.

   
▲ ‘가므로’ 정성모 대표가 양조실에서 감 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체험여행을 온 이들이 만들어놓은 감 와인도 소개했다. ⓒ 가므로

와인 문화가 아직 제대로 자리 잡지 않은 국내에서 색다른 감 와인을 소매장에 진열하기는 힘든 일이다. 가므로를 찾는 손님들은 섬진강 여행을 찾아왔다가 감 와인에 반해 손에 한 병씩 들고 간다.

   
▲ ‘가므로’ 와이너리 투어에 참여한 여행자들이 직접 감을 따보고 있다. ⓒ 가므로

“(손님들이) 다음 일정을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보통 손님들이 오시면) 일정 채우기 급급하신 거죠. 섬진강에 발도 담그고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 이거죠. 와인도 천천히 마시고, 일정만 채우는 여행은 진정한 여행이 아니죠.”

인도네시아인이 추천하는 ‘재첩국 닮은 음식’

   
▲ 인도네시아 별미 ‘론통 쿠팡(lontong kupang·왼쪽)'은 재첩과 떡을 넣어 만든 국물 요리다. 맑은 국물인 ‘재첩국(오른쪽)'과는 좀 다르다. ⓒ indonesiakaya

섬진강 특산품은 단연 ‘재첩’이다. 특히 섬진강 하류 지역인 경남 하동을 여행한다면, 한 번은 꼭 재첩국을 먹어보길 권한다. 인도네시아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 유학 온 아르요노 디다(23) 씨는 “한국의 아름다운 음식을 현지에서 맛보는 것은 처음”이라며 특히 재첩국에 관심을 보였다.

“막상 재첩국 한 그릇을 앞에 두고 보니 낯익은 모습이 반가웠어요. 하동에서 만난 재첩국은 내 고향 별미인 ‘론통 쿠팡(Lontong Kupang)’을 닮았습니다. ‘론통’은 한국에서 ‘떡’이고, ‘쿠팡’은 ‘재첩’이에요. 이 음식을 만드는 과정도 알고 보면 재첩국 조리법과 비슷해요. 맛도 시원하고 깔끔한 게 닮았습니다. ‘론통 쿠팡’에는 간장이 들어간다는 점만 다르네요.”

재첩은 단백질과 미네랄이 풍부한 식재료다. 2014년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재첩은 환경에도 도움을 준다. 시냇물을 청소해주기 때문이다. 스탠포드대 연구원들은 약 72시간 내에 조개류(재첩)가 물 속 화학물질을 80%까지 제거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일부 전문가는 재첩을 먹을 때 조심할 것을 당부한다. 독성이 있어 알레르기를 일으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를 예방하고자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코코넛 음료와 함께 재첩을 먹는다.


[지역∙농업이슈]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이 기자·PD 지망생들에게 지역∙농업문제에 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개설한 [농업농촌문제세미나] 강좌의 산물입니다. 대산농촌재단과 연계된 이 강좌는 농업경제학·농촌사회학 분야 학자, 농사꾼, 지역사회활동가 등이 참여해서 강의와 농촌현장실습 또는 탐사여행을 하고 이를 취재보도로 연결하는 신개념의 저널리즘스쿨 강좌입니다. 동행하는 지도교수는 기사의 틀을 함께 짜고 취재기법을 가르치고 데스크 구실을 합니다. <단비뉴스>는 이 기사들을 실어 지역∙농업문제의 인식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편집 : 신수용 기자

[박서정 기자]
단비뉴스 청년부, 전략기획팀 박서정입니다.
하루하루 새로워지고 또 새로워지겠습니다.
     관련기사
· “친환경 농사,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요”
· 강릉의 두 여인, 너무나 다른 삶의 궤적
· ‘훼손 1년, 복원 100년’에 도전하는 사람들
· 이 넉넉한 산의 가슴 아픈 현대사
· 강물처럼 느릿느릿 절벽 길을 걸어보라
최유진 박서정 기자 아르요노 디다 PD의 다른기사 보기  
ⓒ 단비뉴스(http://www.danbi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의견나누기(0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린 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Follow danbi_news on Twitter

단비뉴스소개기사제보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7136)충청북도 제천시 세명로 65(신월동 579)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 413호|Tel 043)649-1557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충북 아 00192|발행인: 이봉수|편집인: 김문환|개인정보관리책임자 : 김문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문환
Copyright 2009 단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nbi@danb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