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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농사,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요”
[지역·농업이슈] 귀농 현장체험
2018년 06월 16일 (토) 22:01:55 김미나 이자영 기자 wlswnalsk@hanmail.net

”대단한 각오 아니면 농촌에 들어와서 농사짓기 힘들어요. 귀농인이 정착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쉽지 않습니다.”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강선리에 자리 잡은 로뎀농원은 중앙대학교에서 농업경제학을 가르치던 윤석원(65) 교수가 3년 전 귀농한 곳이다. 28년간 강단에 섰던 윤 교수는 정년을 2년 앞둔 2016년 2월 이른 퇴직을 했다. 고령화와 청년 인구 이탈로 소멸 위기에 놓인 농촌의 현실이 안타깝기도 했고 평소 농업 관련 일로 먹고 살았으니 몇 년이라도 일찍 농촌으로 들어가 지방과 농민에게 도움 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선녀도 한눈에 반한 강선리 마을

   
▲ 로뎀농원의 주 작목은 미니사과이지만, 복숭아, 배, 노란 사과, 속이 빨간 사과, 매실, 체리, 감 등 10여 가지 다양한 과수 묘목을 키운다. ⓒ 이민호

‘선녀가 내려와 머무른 마을’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의 강선리(降仙里). 앞으로는 바다가, 뒤로는 설악산 자락이 펼쳐진다. 지난 5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지역농업문제세미나] 답사반은 윤 교수가 운영하는 로뎀농원을 찾아 귀농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농사일을 도왔다.

“고라니, 멧돼지가 산에서 내려와 작물을 뜯어먹습니다. 작년에는 농원 주위로 철망까지 직접 설치했죠. 야생 동물이 땅을 파헤쳐 과수 뿌리도 다치고, 농사지어 놓은 고추까지 다 먹었어요.”

야생동물 피해가 커 1818㎡(550여 평) 넓이 로뎀농원 주위로 철망을 쳐놓았다. 농막을 자주 비우기 때문에 농원 입구에는 자물쇠까지 걸어뒀다. 5.5평짜리 목조 농막은 지난해 11월 7박 8일간 충북 괴산에 있는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작은 집 짓기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윤 교수가 12명의 교육생과 함께 지은 것이다. 6평 미만의 컨테이너나 이동식 주택을 농막으로 신고하면 농지에 갖다 놓을 수 있는데, 최근 양양군은 귀농∙귀촌 지원 정책의 하나로 농막 안에 화장실을 만들고 정화조도 설치할 수 있게 했다.

   
▲ 윤석원 교수가 그늘막에서 귀농 체험담을 들려주고 있다. ⓒ 박경민
   
▲ 농막은 농사를 짓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곳이지만 냉장고와 에어컨 등 웬만한 가구와 주방기기를 모두 갖추고 있다. ⓒ 이자영

농번기 일손 필요한 과수 농가

윤 교수는 귀농과 관련한 짧은 강연을 한 뒤 답사반을 미니사과 밭으로 인도했다. 로뎀농원의 주 작목은 미니사과로 불리는 ‘알프스 오토메’다. 이는 일본에서 품종을 개량한 것으로 맛이 좋은 데다 크기가 작아 휴대하기 편해 특히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로뎀농원의 사과나무는 2~3m 간격으로 촘촘하게, 한 줄에 20주씩 200여 그루가 심어져 있다. 심은 지 3년째 접어들어 성인 키를 훌쩍 넘는다. 윤 교수는 과수와 호밀을 번갈아 심는 ‘사이짓기’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다. 성인 무릎만큼 자란 호밀을 베어 바닥에 깔아주면 토양의 유기물 함량을 높여 과수가 자라는 데 땅심을 길러줄 뿐 아니라 가뭄에 흙이 마르는 것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윤 교수는 “제초제를 쓰지 않고 농사를 짓는 것이 힘들다”며 “유기농사는 풀과의 전쟁”이라고 말했다. ⓒ 이민호
   
▲ 윤 교수가 꽃을 따내는 적과법을 알려주고 있다. ⓒ 이민호

“작년에 미니사과를 대략 20kg 수확했어요. 한 나무에 두 개씩 열린 셈이죠. 올해는 작년보다 10배 이상 꽃이 많이 피어서 기대가 돼요. 3년째부터 과실이 제대로 열리기 시작해 5년째부터 안정기로 접어들거든요.“

답사반은 윤 교수의 지도로 적과하는 법을 배우고 본격적인 일손 돕기에 나섰다. 과수 농가는 5월이면 적과 작업이 한창이다. 적과란 좋은 과실을 얻기 위하여 너무 많이 달린 과실이나 꽃을 솎아내는 일을 말한다. 윤 교수는 “나무 스스로 꽃을 떨어뜨려 산아제한을 하지만 가지에서 떨어지지 않고 양분을 흡수하는 꽃들도 있기 때문에 직접 따줘야 실한 사과가 열릴 수 있다”고 했다. 윤 교수는 “일반 사과는 꽃이 피면 그중에서 제일 실한 중심과만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솎아주지만 미니사과는 작기 때문에 2~3개만 골라 제거해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 학생들은 각자 한 줄(20그루)씩 맡아 적과 작업을 했다. ⓒ 이민호

“귀농 좋지만 환상 심어줘선 안 돼”

“제가 직접 친환경 농사지어보니 진짜 어렵습니다. 농민들이 자신의 노동력 값을 생산비에 포함시킬 수가 없어요. 남는 게 없으니깐. 또 일반 화학약품을 한 번 친다고 할 때 친환경 제재를 쓰면 두 번, 세 번 쳐야 해요. 인증도 처음 무농약 인증을 받고 3년 지나고 또 3년이 지나야 유기농 인증을 받을 수 있죠.”

윤 교수는 “청년들이 시골로 와서 농사짓는다고 하면 적극 찬성하지만 귀농에 대한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농업의 어려운 현실을 알고 왔기에 수익이 적고, 일이 힘들어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정부가 농사로 1억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사기에 가깝다”고 역설했다. 1억 원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농민이 생산부터 판매, 유통까지 모든 일을 담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 윤석원 교수의 아내 박미숙씨는 로뎀농원 대표다. 윤 교수는 자신을 ‘농노’라고 말하며 웃음 지었다. ⓒ 이민호

“농사를 짓고 있지만 가격이 어떻게 될지, 날씨가 어떻게 될지, 가을에 얼마나 수확할 수 있을지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런 어려움이 있기에 정부에서 지원도 해주지만 정부는 농민이 환경을 보존하고 다원적 가치를 지킨다는 것을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고 국민이 그걸 이해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해요.”

윤 교수는 “농민의 마음을 예전보다 더 잘 이해하게 됐다”며 농업에 무신경한 정부정책에 자주 격앙하게 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10년은 농사를 계속 짓고 싶다고 말한 윤 교수는 “시간이 지나면 이론과 현장을 접목한 글을 써서 농업∙농촌∙농민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게 얼마 짜리유?” “되는 대로 팔아”

   
▲ 강원도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양양 오일장이 5일에 한 번씩 양양전통시장에서 열린다. ⓒ 이민호

윤 교수는 인근 양양전통시장으로 답사반을 이끌었다. 이 시장은 매달 4와 9로 끝나는 날에 열리는 오일장이다. ‘양양의 젖줄’이라 불리는 남대천을 따라 형성된 오일장은 여러 장을 돌아다니며 장사를 하는 외부 상인들부터 양양에서 직접 키운 농산물과 산에서 채취한 나물을 파는 ‘할머니 부대’까지 다양한 사람들로 장이 선다.

“귀농하고 나서 사람을 자주 볼 수 없어서 오일장이 열리면 종종 시장을 찾곤 합니다. 주전부리도 사먹고, 사람들도 구경하고, 제가 농민이다 보니 할머니들이 어떤 작물을 가지고 왔는지 철마다 살피기도 하죠. 양양오일장은 산나물이 유명합니다.”

시장 초입을 지나 상설시장으로 가는 남문5길에 이르자 할머니들이 좌판을 놓고 앉아 갖가지 곡물과 제철 과일, 산나물 등 지역에서 나고 자란 작물들을 팔고 있었다. 인근 지역에서 농사짓는 할머니가 대부분이다.

   
▲ 김금순(왼쪽)씨와 김설희씨는 서로 위아래 동네에 살고 나이도 동갑이라 장터에 올 때 친구가 된다. ⓒ 김미나

“내가 스물한 살에 시집왔는데 그때부터 집에서 농사지은 거 가지고 나와 팔았어. 평생 댕겼지. 여기 있는 할머니들 어지간하면 나이가 80이 넘어. 우리는 ‘전통할매’들이야. 나물 팔아서 자식 대학도 보내고, 장가도 보내고, 시집도 보냈지. 그러고 사는 거야. (살아온 세월) 못 잊어서 지금 늙어서도 나오는 거야.”

양양읍 조산리에 사는 김금순(81)씨는 “옛날에는 이곳이 다 논밭이었다”며 60년 전 재래시장의 모습을 설명했다. 연창리에서 온 김설희(81)씨는 옆에 나란히 앉아 나물을 팔다가 “본래 이곳이 큰 시장이었는데 요즘은 예전만 못하다”며 아쉬워했다.

시장의 뒤안길로 밀려난 농민

   
▲ 이금난(75∙양양읍 수산리)씨가 자신이 채취해온 나물취, 곤드레, 두릅, 우산나물 등을 설명하고 있다. ⓒ 이민호

“여기 계신 할머니들은 수십 년간 시장과 함께 해왔어요. 그러나 지금은 상설 점포와 외지 상인들에게 뒷골목으로 밀려나 있는 실정이죠. 양양은 산나물이 특산품이니 시장의 중심거리에 이들이 전을 펴는 ‘촌장’이 있어야 한다고 양양군에 건의한 적이 있어요. 지금은 공산품을 판매하는 외지 상인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죠.”

윤 교수는 양양에 중소농과 고령농이 많은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그 때문에 지역주민과 관광객이 많이 찾는 오일장의 중심거리에 뒷골목으로 밀려있던 ‘촌장’을 넓은 길로 끌어낸다면 양양에서 농사짓는 농민의 판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나 양양군에서 돌아온 답변은 ‘시장의 오랜 관행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었다.

대신 양양군은 시장 가까운 곳에 지상 5층 규모 복합문화공간인 웰컴센터를 건립해 이들을 수용할 계획이다. 윤 교수는 웰컴센터 내에 로컬푸드직판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일장뿐 아니라 상시적으로 지역 농민들이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한다는 게 윤 교수의 주장이다.

   
▲ 양양오일장은 산나물로 유명해 서울 등지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이 꽤 있다. ⓒ 김미나

농민의 판로 문제를 덜어주기 위해 양양전통시장에서는 매년 6월부터 10월까지 토요일마다 할머니장터를 열고 있다. 토요 할머니장터에서는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임을 보증하는 ‘신토불이 인증제’를 통해 명찰을 단 할머니들로부터 믿을 수 있는 나물, 곡물, 채소 등을 살 수 있다. 그러나 나이든 할머니들 외에 양양지역으로 귀농해서 소규모로 농사짓는 농민들의 판매망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해봐야 할 과제다.

양양전통시장은 지역을 대표하고 역사가 깊은 장이다. 양양전통시장 지달호 상인회장은 “우리 시장은 200년도 더 된 시장”이라며 “양양군에는 설악산 자락 등이 펼쳐진 덕분에 산나물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난다”고 자랑했다.


[지역∙농업이슈]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이 기자·PD 지망생들에게 지역∙농업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개설한 [농업농촌문제세미나]와 [지역농업이슈보도실습] 강좌의 산물입니다. 대산농촌문화재단과 연계된 이 강좌는 농업경제학·농촌사회학 분야 학자, 농사꾼, 지역사회활동가 등이 참여해서 강의와 농촌현장실습 또는 탐사여행을 하고 이를 취재보도로 연결하는 신개념의 저널리즘스쿨 강좌입니다. 동행하는 지도교수는 기사의 틀을 함께 짜고 취재기법을 가르치고 데스크 구실을 합니다. <단비뉴스>는 이 기사들을 실어 지역∙농업문제에 대한 인식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편집자)

 편집 : 윤종훈 기자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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