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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후보 공천, 국민에게 맡겨라
[단비발언대]
2019년 04월 28일 (일) 14:59:06 이창우 기자 irondumy@icloud.com
   
▲ 이창우 기자

자유한국당은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물리적으로 저지하고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이른 시일 내 지정을 완료하겠다는 태도를 확고히 했다. 극심한 갈등에 휩싸인 바른미래당 내부 상황이 정리되는 대로 민주당은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선거법 개정안’은 더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를 위한 ‘마중물’이다. 100%가 아니라 ‘50% 준연동’ 방식에 그친 점은 아쉽다. 군소정당뿐 아니라 국민이 보기에도 그렇다. 하지만 개혁을 향한 그동안의 열망을 고려하면, 이 정도 성과도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 이제는 개혁안이 정착할 수 있도록 혼란이 예상되는 부분을 숙고해야 할 시점이다. 그중 하나가 ‘비례대표 공천방식’을 둘러싼 문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장점은 명확하다. 지역구 선거보다 표의 비례성이 현저히 높아진다. 반면 ‘정당명부식 공천’은 국민이 비례대표 명부작성에 관여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일종의 간접선거가 되는 셈이다.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당시부터 주요 정당들은 지도부에서 직접 비례대표 후보들을 공천하고 순번을 정했다. 그러다 보니 후보자들이 전문성, 대표성과 무관하게 정파적으로 뽑혔다. 지도부의 거수기로 전락하기도 한다. 국민은 후보자 선발에도, 순번 확정에도 관여할 수 없다.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상위 순번에 섞여 있어도 울며 겨자 먹기로 정당에 표를 줄 수밖에 없다.

비례대표 공천을 ‘당원의 손’에 맡긴 사례도 있었다. 주로 구 민주노동당계 정당들이 쓰던 방식이다. 진성당원의 권리가 강화되는 진일보한 방식이지만 역시 한계가 있었다. 직접투표와 비밀투표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현장 투표를 진행할 수 없어 고육지책으로 ‘인터넷 투표’ 방식을 차용한 게 화근이었다. 학계는 인터넷 투표 방식으로는 대리투표와 관리자개입을 막을 수 없다고 본다. 선거의 형식만 갖춘 여론조사라는 것이다. 19대 총선 직전 통합진보당 경선부정 사건이 그 예로, 대리투표를 사주하거나 수행한 사람들이 사법처리됐다.

   
▲ 비례대표 선거를 하는 네덜란드 국회의원 투표용지. 정당 소속, 무소속 후보자의 이름이 모두 적혀있다. ⓒ 위키피디아

선진국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밀실 공천을 방지하고 비례대표제의 간접성을 보완한다. 독일은 ‘당원들의 비밀투표’로 정당명부를 작성한다. 우리가 이 방식을 고민한다면 전국적으로 예비선거일을 정해 선관위에 관리를 위탁하는 방식으로 선거의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 

스웨덴은 ‘일반시민까지’ 예비선거에 참여한다. 네덜란드나 일본(참의원)은 아예 ‘비례대표 순번결정권’까지 국민이 쥔다. 투표용지에 정당과 비례대표 후보명단이 동시에 있는데 국민이 특별히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하면 자동으로 정당득표율에 합산되는 식이다. 투표용지가 복잡해지고 국민의 피로도가 늘어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원래 피곤한 게 아닐까?

아직 시간은 있다.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에 태워지면 본회의 통과까지 1년이 보장된다. 정당민주주의를 성숙시킬 절호의 기회다. 지금까지 비례대표 공천을 각 당의 당헌·당규에 맡겼지만, 전체 비례대표 의석수가 늘어나는 만큼 그런 방식은 지양하는 것이 옳다. 더 이상 비례대표 후보자가 계파정치의 거래물이 되거나 몇 사람의 부정 때문에 수만 진성당원의 꿈이 흩어져선 안 되기 때문이다. 

과거를 돌아보면 현행 공천방식은 새 선거제도 정착을 방해하는 위험 요소다. 더 민주적이고 투명한 비례대표 후보선발 방식을 모두가 숙의해야 한다. 민주주의 성숙을 위해, 다시 한번 민주주의가 작동해야 할 때다.


편집 : 최유진 기자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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