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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세 대신 우리 손 맞잡고 평화·통일 성취”
[현장] ‘인간 띠 잇기’ DMZ 철조망을 포위하다
2019년 04월 28일 (일) 01:31:31 박선영 오수진 기자 sunnyolo1021@gmail.com

판문점선언 1주년, 전국에서 ‘평화손잡기 운동’

남북정상회담 판문점선언 1주년을 기념하는 'DMZ(民)+평화손잡기' 행사가 27일 강화를 비롯해 파주 임진각, 양구 두타연, 고성 통일전망대 일대에서 열렸다. DMZ평화인간띠운동본부가 주최한 인간 띠 잇기 행사는 강화∼고성 구간 500㎞를 1m 간격으로 서로 손을 잡고 늘어서는 것으로 전국 각지에서 동참한 이들을 포함해 주최측 추산 20만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지난해 4월 27일의 의미를 되새기며 오후 2시 27분부터 서로 손을 잡으며 인간 띠를 만들었다. 행사 참가자들은 통일과 평화를 외치는 만세삼창과 아리랑 합창 등을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기원했다. 비무장지대에서 진행된 행사에 직접 방문하지 못한 서울과 지역, 해외 거주민들도 각자 위치에서 인간 띠 잇기에 동참했다.

<단비뉴스> 지역농촌부는 그중 3·1혁명100주년기념범시민추진위원회와 평화운동띠운동 강화교동본부·김포본부가 주관한 강화(교동도)~김포(문수산 입구) 구간을 동행 취재했다. 본 행사는 강화 교동대교 평화 걷기와 김포 문수산 앞 평화띠잇기 순으로 진행됐다. 300여명이 함께한 강화교동본부 행사에는 김포본부, 영등포본부, 탈북민 초등학교 3곳,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평화를만드는여성회 등이 함께했다.

   
▲ ‘꽃피는 봄날 DMZ로 소풍가자’라는 슬로건으로 연 ‘DMZ민(民)+평화손잡기’의 평화누리길 코스. 평화누리길 500km는 고성~인제~양구~화천~철원~연천~파주~고양~김포~강화로 이어진다. ⓒ DMZ평화띠운동본부

바다에서 하나 되는 남북한 강물을 보며…

이들은 이날 오전 9시 서울시청 인근 대한문 앞에 모여 교동도로 이동했다. 교동도는 섬 전체가 민간인 통제구역이어서 강화도에서 해병대 검문을 받고 교동대교를 건너야 진입할 수 있다. 통일시계탑 앞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멀리 보이는 북한 지역을 배경 삼아 주먹밥과 떡을 나눠먹었다.

이후 출정식에서 △격려사와 축사 △선언문 낭독 △풍물놀이가 진행됐다. 격려사에서 교동역사문화발전협의회 한기출 회장은 “여러분이 서있는 역사와 문화의 고장 교동에서 오늘 이 민중평화운동이 한민족 남녀노소 모든 이들의 마음에 동화됐으면 한다”며 “남북이 다시 하나되는 평화통일의 날이 앞당겨지는 불씨가 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동행한 풍물패의 공연이 끝나자 교동대교를 행진하는 ‘평화 걷기’가 시작됐다.

   
▲ 동행한 풍물패의 공연과 함께 참가자들이 원으로 돌아가며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박선영

참가자들은 평화띠를 상징하는 하얀 천을 목에 두르거나 머리에 썼다. 이들은 ‘평화’, ‘통일’ 등 구호를 외치며, 때로는 철조망 건너편 북한을 쳐다보며, 2.11km 길이 교동대교를 걸었다. 미세먼지도 ‘좋음’으로 이날 행사를 도운 덕분에 교동도 위에서도 북쪽 산들이 선명히 보였다. 김영애 교동본부장은 “교동은 북한과 인접한 지역으로 북한의 개성 지역이 훤히 보일 정도로 군사분계선과 맞닿아 있기에 더욱 많은 제약을 받는 지역이다”라며 걷기 참여자들에게 설명했다.

   
▲ 풍물패의 장단에 맞춰 행사 참가자들이 교동도를 향해 ‘평화 걷기’ 행진을 하고 있다. ⓒ 박선영
   
▲ ‘평화 걷기’에 참여한 시민이 북녘을 바라보며 교동대교를 걷고 있다. ⓒ 박선영
   
▲ 교동대교에서 강화만 기수지역을 바라보면 남북의 강물이 바다에서 하나가 되는 풍경을 볼 수 있다. ⓒ 오수진

'평화 걷기’가 진행된 교동대교에서 강화만을 바라보니 흰색 거품으로 이루어진 경계선이 눈에 띈다.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의 물이 서해의 바닷물과 만나 형성된 진기한 광경이다. 경계는 선명하지만 강물은 끊임없이 바다로 흘러 들고 있는 것이다. 남과 북도 아직 경계가 뚜렷하지만,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도보다리에서 이뤄진 남북 정상의 만남을 기억하는 듯했다. 걷기에 참여한 이들은 누구나 더 활발하게 남북 교류가 이뤄져서 분단의 경계가 허물어지기를 고대했을 터이다.

철조망 앞 맞잡은 손에서 희망을 보다

참가자들은 김포 문수산 입구 평화띠잇기 장소로 이동했다. 그들은 북한이 보이는 철조망 앞에서 흰 띠를 잡으며 하나로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14시 27분이 되자 추진위원들의 지휘에 따라 ‘평화’와 ‘통일’을 외쳤다. 참가자들은 함께 파도타기를 하고 아리랑을 부르며 행사를 즐겼다.

   
▲ 판문점선언 1주년인 27일 오후 김포 문수산 입구에서 열린 비무장지대(DMZ) 평화손잡기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인간띠를 만들고 ‘통일’과 ‘평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박선영

어린이책시민연대 남해지회 이미영(44) 씨는 아들 임민재(9) 군과 함께 인터뷰에 응했다. 이 씨는 “남과 북 책을 읽고 있는 저를 본 아들이 북한에 관심을 보여 평화띠잇기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며 “역사적인 순간을 아이와 함께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은 북한을 알 기회가 없어 낯설게 느낀다”며 “말로만 알려주지 않고 함께 소풍 와서 분단 현실을 체험하면서 북한을 이해시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문수산을 오르거나 휴식을 취했다.

이산가족 상봉도 함께 꿈꾸는 사람들

참석자들은 ‘평화 통일’은 우리가 만들어야지 남이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다졌다. 북에서 내려온 이금섬(93) 씨도 행사에 참여했다. 이 씨는 지난해 남북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로 선정돼 북에 남겨두고 온 네 살배기 아들을 60여년 만에 만나고 왔다. 아들을 만나러 북으로 가던 그날처럼 빨간 가디건을 곱게 차려 입고 조선이(58) 씨 등 두 딸과 함께 행사에 참가했다.

이 씨는 “북에 관한 기억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며 “그때는 내가 말을 잘못하면 혹시라도 북에 있는 아들에게 문제가 생길까 봐 말도 제대로 못했는데, 내가 이렇게 (인간띠잇기 행사에) 참여하면 언제가 통일이 돼서 다시 만나 대화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본다”며 미소를 지었다.

   
▲ 이금섬 씨는 지난해 남북이산가족 상봉에서 60여년 만에 만난 아들을 그리며 행사에 참가했다. ⓒ 오수진

딸 조 씨도 “꼭 어떤 단체에 속해서 행사에 참여한 게 아니라 세월호 참사 후 촛불집회에 참여한 것처럼 국가를 위한 일이라면 국민으로서 동참해야 한다”며 “이런 행사가 우리 마음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되고, 우리 힘으로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을 품을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민족화해위원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오용호(세베리노) 인천 중2동성당 주임신부는 남북정상회담 1주년 이후 진전이 없다는 비판적 시각을 겨냥해 “어려워도 통일은 다른 국가 힘이 아닌 우리 민족의 힘으로 이뤄야 한다”며 “그런 노력의 시작은 교류”라고 강조했다.

오 신부는 또 “정전협정상 중립수역에는 민간인이 다닐 수 있는데, 군사당국자나 기득권자들은 이를 알리거나 시도도 안 하고 있다”며 “국민들은 이런 것을 계속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전히 북한과 통일에 관해 나쁜 인식을 갖는 국민이 있는 만큼 언론도 외국의 영향 없이 스스로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트 3국처럼 민(民)의 힘으로 평화∙통일 성취”

1939년 8월 비밀조약을 체결한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은 50년이 지난 1989년 고르바초프 집권 당시 경제개방 물결이 일며 독립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된다. 그해 8월 23일, 발트 3국이 구소련 지배의 부당함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인간띠 잇기 평화시위가 시작됐다. 당시 200만 명이 620㎞에 걸쳐 손을 맞잡고 늘어서서 구소련에 독립을 외쳤다. 대표적인 민간 주도 ‘평화시위’로 기록됐다. 결국 같은 해 12월 비밀협정 조약을 공개하기에 이르고, 발트 3국은 리투니아를 시작으로 1991년에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채 독립에 성공한다.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기념해 이번 행사를 기획한 DMZ평화인간띠운동본부는 발트 3국 사례를 우리가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세 번의 남북정상회담과 두 번의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통일의 운명을 남북미 정상에게만 맡겨뒀지만, 이제는 우리 국민이 평화 통일의 길을 만들어가야 할 때라는 것이다. 운동본부는 한반도 상황을 발트 3국과 견줄 수 있는 근거로 나치독일-소련의 독소불가침조약과 일본과 미국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유사성을 들었다.

   
▲ 4.27 비무장지대(DMZ) 평화손잡기 참가자들이 행사 종료 후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 박선영

1905년 한반도는 일본이 조선의 외교권을 빼앗기 위해 강제로 맺은 을사늑약으로 반식민지 상태로 들어갔다. 이 밀약은 러일전쟁 직후 미국의 필리핀 지배권과 일본의 대한제국 지배권을 상호 승인하는 문제를 놓고 1905년 7월 29일 당시 미국 육군장관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와 일본제국 총리대신 가쓰라 다로가 도쿄에서 회담해 결정한 것이다. 당시 대화록에는 미·일 양국이 비밀에 부쳐 1924년까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조성됐고, 평화를 열기 위해 발트 3국처럼 정치권이 아닌 민간 주도로 진정한 독립을 평화적으로 이뤄야 할 시대가 됐다는 것이 운동본부측 설명이다.

DMZ평화인간띠운동본부 이석행 본부장은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이 평화와 화해의 길을 주도해왔지만, 이제는 민간이 나서야 할 때”라며 “한반도 상황은 발트 3국 상황과 같다고 볼 수 있는 만큼 시민들이 평화의 손을 잡아 내부적으로는 촛불혁명처럼 화해와 결속을 다지고, 세계에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외부 여론을 형성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편집 : 박선영 기자

[박선영 기자]
단비뉴스 지역농촌부 박선영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시민이 원하는 것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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