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찬핵 정치인 규탄’ 15개 환경단체 기자회견

“국민안전 외면하고 원전만 살리자는 정치인 퇴출!”

“미세먼지도 핵폐기물도 모두 아웃(out)!”

환경운동연합, 에너지정의행동, 녹색당 등 15개 환경단체와 정당이 17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전 추가건설을 주장하는 정치인들을 규탄했다. 이들 단체 대표자 20여명은 탈원전과 미세먼지 대책 등을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정치권의 각성과 국민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미세먼지 대안은 원전 확대 아닌 재생에너지 가속화”

▲ 환경운동연합, 녹색당 등 15개 환경단체와 정당 대표들이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인들이 핵산업계 이익을 옹호하는 대신 핵폐기물 대책마련과 재생에너지 전환에 앞장설 것을 촉구했다. ⓒ 임지윤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세먼지 대안은 핵발전소 건설 재개가 아닌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이루는 것”이라고 더불어민주당 송영길(56·인천 계양구을) 의원 발언을 반박했다. 송 의원은 지난 11일 한국원자력산업회 신년 인사회 연설과 15일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미세먼지와 지구온난화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소 조기 퇴출을 위해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을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논란을 불렀다. 최 소장은 “핵발전소의 가장 큰 문제인 핵폐기물이 현재 포화상태인데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대책부터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이 17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2016년 말 ‘잘가라 핵발전소 100만 서명운동’ 등을 통해 탈원전 여론 조성에 앞장섰다. ⓒ 윤종훈

미래세대에 위험과 경제부담 떠안기는 핵발전소

신지예(28)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미세먼지는 각 지역마다 오염원이 다르기 때문에 석탄화력발전소만 없앤다고 해서 사라질 수 없는 것"이라며 "원전을 대안으로 이야기하는 건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송영길 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미세먼지를 내세워 국민을 호도하면서 원자력산업을 더 키우려는 야욕을 멈추지 않고 있다”며 “핵발전소를 지으면 10만 년 가는 핵폐기물을 감당해야 하는데, 미래세대를 생각한다면 절대 그래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원전에서는 치명적 독성을 지닌 사용후핵연료(고준위핵폐기물)와 방사선에 오염된 장비, 기계류 등 중저준위핵폐기물이 나온다. 이 중 사용후핵폐기물은 10만 년 이상 밀폐된 지하공간에 보관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중저준위핵폐기물을 수백 년 저장할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을 지난 2015년부터 가동하고 있으나 잘못된 부지선정으로 지하수가 고여 안전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또 고준위핵폐기물은 처리 방법도 정하지 못한 채 각 원전의 사용후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에 쌓아두고 있는데, 상당수 시설이 포화상태를 맞고 있다.

▲ 17일 기자회견에서 환경운동연합 회원이 ‘송영길 의원은 핵폐기물 대책부터 마련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 환경운동연합

윤상훈(46)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세계 각국은 미세먼지와 핵폐기물·방사능 문제를 모두 해결하기 위해 탈핵·탈석탄·에너지전환의 길을 걷고 있는데 우리는 신규 핵발전소 6개를 완전히 처리하지 못하고 있고 50개 이상의 석탄화력발전소는 여전히 가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전 재앙에서 보았듯이 핵발전소는 안전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이상 논란은 접고 탈원전 에너지전환 정책을 강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신한울 3·4호기 허가 없이 사전제작 경위 조사해야

신한울 3·4호기의 주기기를 사전 제작한 두산중공업은 건설을 백지화할 경우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약 7000억 원의 보상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헌석(45)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건설허가를 내준 것도 아니고, 계약서에 사인한 것도 아니고, 핵발전소를 많이 팔려고 업계 뜻대로 미리 부품들을 제작했던 것”이라며 “이 돈을 국민 세금으로 물어내라는 건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질타했다.

▲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가 건설 허가도 없이 원전 기기를 사전 제작한 기업과 이들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인들을 비판하고 있다. ⓒ 윤종훈

그는 “원전 격납건물 콘크리트에서 망치가 발견되고 철판에 구멍이 났는데도 핵산업계는 국민에게 사과 한 마디 한 적 없다”고 꼬집었다. 지난 11일 전남 영광의 한빛원전 3호기 격납건물 콘크리트에서 약 30cm 크기의 쇠망치가 나오는 등 부실공사, 부실부품과 비리가 계속 드러나 원전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 대표는 “정치인들이라면 앞장서서 핵산업계를 다그치고 사과를 받아내서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을 바꾸는 데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 진행을 맡은 안재훈(41) 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은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지금 신한울 3·4호기가 30% 정도 공사를 진행하다 중단된 것처럼 오해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 원전은 허가조차 받지 않았고, 사실상 건설 공정률 제로에 가까운 원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진짜 공정률이 30%라면 거꾸로 건설허가도 안 받고 그렇게 공사를 진행한 경위를 조사해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국장은 “전 세계가 탈원전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핵산업을 몇 년 살려보자고 막대한 돈을 투자한다면 에너지전환을 통해 높일 수 있는 다른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2020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원전을 옹호하는 정치인들은 반드시 떨어뜨리는 운동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 ⓒ 임지윤

이날 같은 시각 인천 송영길 의원 사무실, 전주 바른미래당 전북도당, 광주 민주평화당 광주시당, 부산 민주당 부산시당 앞에서도 각 지역 시민사회단체, 노동단체, 정당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군산 바른미래당 김관영 의원 사무실 앞에서는 1인 피켓 시위가 있었다.


편집 : 이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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