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사전] ‘연결’

▲ 최유진 기자

그저 호기심이었다, 소설 <하용가>를 읽게 된 이유는. 향가 ‘처용가’를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 흥미로웠다. 그때만 해도 얼마나 무서운 의미가 담겼는지 몰랐다. ‘하용가’는 ‘하이 용돈만남 가능?’을 줄인 말이다. 작가에 따르면 온라인상에서 성매수를 목적으로 여성에게 접근할 때 남성들이 쓰는 인사말이라고 한다. 지난해 8월 출간된 이 작품은 온‧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성범죄의 실상을 그렸다. 2015년에 일어난 소라넷 폐지 운동을 소설의 배경으로 삼았다. 주인공들은 디지털 성범죄의 온상인 소라넷을 없애기 위해 싸운다. 

그저 호기심이었을지도 모른다, ‘야동’ 사이트에 접속한 동기는. 그러나 단순한 사유를 노린 복잡한 욕망이 얽혀 ‘웹하드 카르텔’이 만들어졌다. 비정상적인 성적 호기심은 ‘몰래카메라’로 표출됐다. 이 불법 촬영물은 인터넷 공간에서 유포와 삭제를 반복하면서 돈줄로 진화했다. 생산자도, 유통자도, 소비자도 불온한 욕망으로 연결된 하나의 범죄 집단이다. 인터넷상에서는 클릭 한 번으로 누구나 공범이 될 수 있다. 당신은 얼마나 신중했는가? 재생과 공유 버튼을 누르기 전, 당신이 살인을 저지르려 한다는 걸 잊지 않기를 바란다.

▲ 디지털 성범죄가 스마트 기기로 손쉽게 자행되는 탓에 피해자의 고통은 끊이지 않는다. ⓒ pixabay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은 세상과 단절됐다. <프레시안> 보도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높은 확률로 자살 충동을 느꼈고 사회적 교류를 줄였다. 시간이 지나 긍정적인 대응 기제를 보인 이들도 있었다. 상담과 치료를 받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믿을 만한 동아줄을 잡고 그들은 다시 세상으로 나왔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피해자들을 돕는 데 동참하기도 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처용’은 역신을 물리치는 존재다. <하용가>를 읽고 나는 처용에 빙의하고 싶었다. 디지털 성범죄자들은 마치 역신이 들린 존재들 같다. 자취를 감춘 채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사람들을 괴롭힌다. 역신은 일반적으로 열병신(熱病神)을 나타내는데, 이밖에 타락한 화랑의 후예, 패륜아의 상징, 악의 화신 등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신라인들은 처용을 그려 문에 걸어놓았다. 역신이 집으로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지금도 처용의 역할이 절실하다. 디지털 세상에서 성범죄를 전염시키는 자들을 물리치기 위해. 아직도 제2의, 제3의 소라넷이 있다. 그곳과 연결을 끊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피해자들과 연대할 수 있다. 현대판 ‘처용’이 한번 되어보라.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 제13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에서 우수작으로 뽑힌 이 글을 쓴 이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재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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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신수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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