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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農)은 연대하는 ‘삶의 방식’이다
[농촌불패] 대산농촌재단 장학생 연수 탐방기
2019년 03월 02일 (토) 20:13:42 박선영 조현아 정소희 최유진 기자 sunnyolo1021@gmail.com

도농(都農) 연대는 농촌뿐 아니라 도시에도 이로운 상생의 길이다. 대산농촌재단(이사장 오교철)이 지원하는 농업전문언론인양성과정 장학생 4명(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생)과 농업리더장학생 12명이 ‘연대와 협력으로 상생하는 농(農)’을 주제로 도시와 농촌의 상생 현장을 견학했다. 2월 19일부터 3일간 현장을 둘러보고 추가 취재한 뒤 동계연수 참가기를 썼다. (편집자)

1948년 UN은 세계인권선언에서 인간 기본권 중 하나로 ‘음식주권’(right to food)을 언급했다. 음식주권은 곧 식량권으로, 누구나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어야 하며 무엇이 좋은 음식인지 알아야 함을 뜻한다. 과연 우리는 ‘좋은 음식’이 무엇인지 알고, 제대로 먹고 있을까?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대산농촌재단 연수단은 첫날 서울시 안국동에 있는 ‘상생상회’를 방문했다. 상생상회는 음식이 주는 진정한 ‘즐거움’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슬로푸드 운동을 벌이며, 지역의 좋고 깨끗한 농축산물과 음식을 도시 소비자와 매개하는 ‘플랫폼’ 기능을 하는 곳이다.

   
▲ 상생상회에서 연수단에게 ‘좋은 음식 경험의 즐거움과 가치’를 주제로 강의하는 김원일 슬로푸드 문화원 원장. ⓒ 대산농촌재단

“좋은 음식이란 무엇일까요? 먼저 맛있어야 합니다. 또 좋은 사람이랑 먹어야 하겠죠. 좋은 음식이란 누군가와 함께 먹었던 기억, 장면을 품고 있는 것이니까요. 저는 구체적으로 세 가지를 꼽습니다. Good, Clean, Fair. 이것이 좋은 음식이 갖춰야 할 세 가지입니다.”

김원일 슬로푸드문화원 원장은 ‘좋은 음식’에 관한 정의로 말문을 열었다. 먼저 ‘Good’(좋음)은 맛있고 풍미 있으며 신선하고 감각을 충족하는 음식이다. 다음으로 ‘Clean’(깨끗함)은 지구에 해가 되지 않는 음식을 말한다. 지금은 음식 소비를 하면 할수록 지구 ‘부화’()가 높아지는 상태라고 김 원장은 말했다. 마지막으로 Fair(공정함)는 생산, 상품화, 소비의 모든 단계에서 정의를 지키는 음식이다. 생산 공정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에게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주고 있는지, 또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는지에 관련된다. 아무리 몸에 좋다고 해도 지나치게 희소하거나 비싸다면, 공정한 음식이라 할 수 없다.

가장 빠른 속도의 ‘품종 멸종’

“좋은 음식을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생물 다양성 파괴’입니다. 지금은 소수 거대기업이 시장의 ‘더 많은 생산’ 욕구에 맞춰 식품을 생산, 제공하는 구조이죠. 미국인의 식탁을 10개 식품 제조기업이 거의 장악했다는 뉴스가 있어요. 한국 역시 마찬가지죠. 한국 간장을 한번 얘기해 볼까요? 간장만 해도 샘표, Cj, 청정원 등 5개 기업이 전체 95%를 생산합니다.”

김 원장은 ‘생물 다양성 파괴’를 좋은 음식의 가장 큰 위협으로 꼽았다. 전 세계에서 1년에 27,000종 작물이 소멸하고 있으며, 이는 과거보다 1000배 이상 증가한 소멸 속도다. 오로지 대량생산과 이윤에 초점이 맞춰진 산업형 농업과 단작화, 세계화는 전체 식용 식물의 75%를 소멸하게 만들었다. 한국 역시 1985년에 견주어 2000년에 86%의 토종이 멸종된 것으로 보고됐다. 식품의 산업화, 맥도날드화가 진행되며 모든 가정의 밥상이 ‘계절 무시, 지역 무시, 대기업 상품 중심’의 속성을 띤다. 김 원장은 이를 ‘전 세계 식탁의 획일화’라고 표현했다. 산업형 농업과 다국적 기업의 점령은 재료의 신선함과 고유한 풍미(Good), 지구 자원과 생태계(Clean), 제조 공정 전반의 사회적 정의(Fair), 모두를 해쳤다.

맛’을 수집하고 보존하다

그 대안으로 진행되는 것이 ‘맛의 방주(Ark of Taste)’ 프로젝트다. 성경에 노아가 모든 동물을 암수 한 쌍씩 방주에 태워 홍수 이후 생태계를 복원하고 종을 보존했듯이 사라지는 식품종을 수집하고 보존함으로써 고유한 ‘맛’을 기억하자는 뜻이다. 맛의 방주 프로젝트에는 전 세계 5000종이 등재돼 있다. 한국에서는 2013년 ‘제주푸른콩장’을 1호로 8종의 전통음식이 맛의 방주에 등재됐고 최근에는 갯방풍(울진 해방풍)이 100번째 한국 맛의 방주 품목으로 등재된 바 있다.

“저희는 생물다양성 파괴 해결을 위해 지역의 사라져가는 식재료를 찾아서 알리고 토론의 장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종 다양성이 없으면, 어떤 음식도 식문화도 생겨날 수 없어요. 지금 여러분 옆에서 진행되는 전시도 ‘가평 토종씨앗’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기록된 콘텐츠예요. 각종 토종씨앗 샘플과 사진, 그것을 키우고 길러내는 어머니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죠. 사라져가는 종의 문제를 통해서, 지역경제 문제, 고유한 문화 소멸, 공동체 해체 등 지역 소멸과 관련한 이야기까지 들여다보게끔 하고 싶었습니다.”

   
▲ 상생상회 지하 1층에서는 가평 토종 꾸러미 씨앗 수집∙보존 과정을 기록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직접 채취한 토종 씨앗들을 살펴보는 학생들. ⓒ 대산농촌재단

상생상회는 도시 사람들에게 ‘좋은 음식’이란 무엇인지 직접 알고 맛보게 하기 위한 플랫폼이다. 제철음식과 로컬푸드를 직접 만들고 체험하는 ‘가나다 밥상’, 음식과 인문학을 강연하는 ‘맛동 아카데미’, 찾아가는 유기농 식탁인 ‘풀밭 위의 식사’ 등 다양한 식(食)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지금 우리에게 ‘먹거리 안전’을 비롯 수많은 음식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좋은 음식이 어떤 건지 알지 못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음식은 식탁 위에 놓인 접시에 지나지 않겠지만, 원래부터 접시에 놓인 ‘음식’은 없다. 모든 음식은 땅에서 출발해 특정한 과정과 여정을 거쳐 식탁에 오른다. 음식을 알지 못하던 이들이, 음식 교육을 받고 진정 음식을 즐길 줄 아는 ‘음식 시민’으로 거듭나도록 하는 게 상생상회의 목표다.

“음식은 결국 땅에서 나오는 거잖아요. 땅이 건강하면 음식이 건강하고 농부가 행복하면 음식이 행복하죠. 음식은 식탁과 식당에서만 발견되는 게 아니에요. 그건 굉장히 부족한 ‘소비’고 섭취죠. 저는 개인이 음식을 충분히 즐기고 무엇이 좋은 음식인지만 알게 되면 사실은 거창하게 ‘기아∙환경 문제’를 언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봐요. 좋은 음식이 뭔지 알고 내 감각이 그것을 받아들이고 충분히 즐길 수 있게 된다면, ‘허튼’ 선택을 할 리가 없잖아요? 음식 하나로도 삶이 행복한 사람이 되면, 그렇게 살면 좋겠어요.”

새로운 농민’이 함께하는 ‘오래된 농촌’

이튿날 연수단은 충남 홍성군 장곡면 오누이 마을에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정섭(49) 연구위원을 만났다. 이곳에서 안식년을 보낸 그는 “원래 협동은 어려운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며 “객관적으로 농민들이 힘들지만, 그런데도 수십 년간 줄기차게 이웃과 더불어 사는 노력을 해온 곳”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농민은 농업에 필요한 자원을 스스로 힘으로 만들어내고 관리하며, 시장을 피할 수 없지만 예속되지는 않으며, 농촌 환경과 지역사회를 돌보면서 보람과 긍지를 갖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중요한 행동 양식은 협동입니다.”

오누이 마을에는 사회적 농업을 실천하는 농장이 있다. 먹거리를 생산하는 동시에,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농사를 짓는다. 김 위원은 농촌에 있는 장애인들이나 귀농한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한다.

“이 동네에서 농민들이 돈을 거뒀습니다. 우리 마을에 젊은 사람이 필요하다. 청년들을 오라고 해서 농민으로 키워내자. 그러려면 농장 겸 학교가 있어야 한다. 이장님이 빌려주신 땅에, 동네 사람들이 모은 3400만 원으로 비닐하우스를 지어 젊은협업농장이 만들어졌어요.”

   
▲ 김정섭 연구위원이 마을 주민의 협동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설명하고 있다. ⓒ 대산농촌재단

김 위원은 농촌의 중요한 출구전략으로 ‘다기능 농업’을 꼽는다. 사회적 농업 역시 이 개념에 기초한다. 그는 “이 젊은협업농장은 농사와 교육을, 행복농장은 농사와 돌봄의 기능이 있다”며 “유기농업도 근본은 농작물을 키우는 동시에 환경을 돌보는 두 가지 기능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 농가소득은 전년보다 3.6% 증가한 3천961만 원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농산물 판매가격 하락과 자연재해, 부채 등으로 농민의 삶은 위협받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에 따르면 올해 농업부문 생산액은 지난해보다 1.5%, 부가가치는 2.3%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 위원은 “농민 소득이 도시근로자 60%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실질적인 농가 경제의 빈곤화를 지적했다.

일부 학자들은 농민 수를 줄이고, 농업을 전업화, 규모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농업의 부가가치가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위원은 “내가 땅을 많이 갖게 되면 다른 농민은 땅이 줄어드는 것”이라며 “누군가는 농사에서 퇴출당하고,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구가 줄면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 서비스조차 받기 어려워지고, 지역은 점점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는 “농(農)의 가치를 산업적으로만 따져서는 안 되고 농민을 일종의 생활양식으로 봐야 한다. 농사만 크게 지어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삶의 방식을 유지하는 농민들 덕분에 농촌이 유지되고 지속 가능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협업농장에서 만나는 상생의 농촌

“오후 네 시까지 농사일을 마치고 이후 시간에는 소모임에서 공부를 해요. 지역 내 관계망을 넓히고 마을을 이해하기 위해서죠. 이런 일들을 어느 개인만으로는 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농장들이나 단체들이 결합해서 돕고 있습니다."

협동조합 젊은협업농장에서는 귀농한 청년들이 농사를 배우면서 쌈 채소를 생산한다. 마을학회 일소공도 신소희(39) 사무국장은 “상추만 잘 딴다고 해서 훌륭한 농민이 되진 않는다”며 “마을살이나 지역의 특성을 배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곳의 목표는 농촌에서 유기농업을 하고, 지역사회와 교류하는 젊은 농업인을 키워내는 것이다.

젊은협업농장은 풀무학교 교사였던 정민철 선생과 졸업생 2명이 2011년에 비닐하우스 한 동에서 시작했다. ‘토지와 자본, 기술이 없는 젊은 사람들이 농업을 실천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 때문이었다. 지금은 조합원 43명, 출자금 4500만 원으로, 시설하우스 8동과 논 3천 평을 운영한다. 신 국장은 “조합원을 늘리려고 노력하지 않고, 토지를 빌리고 시설하우스를 마련하는 데 필요한 돈만 모은다”며 “출자자에게는 수익을 배당하지 않고, 실제 생산 활동에 1년 이상 참여한 청년에게만 수익을 배당한다”고 설명했다.

   
▲ 신소희 사무국장이 행복농장에서 키우는 작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 최유진

젊은협업농장 건너편에는 사회적 협동조합 행복농장이 있다. 2014년 개설된 이곳은 농사를 지으며 치유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자연구시 프로그램으로 만성정신질환자들이 4박5일간 농업을 배울 수 있도록 한다. 충남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와 협력해 매년 운영한다. 신 국장은 “농촌 지역에 있는 만성정신질환자들은 어느 정도 돌봄만 있으면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데 일할 만한 곳이 없다”며 “이런 분들이 행복농장에서 농사일을 해볼 수 있고, 또 심화 과정을 거쳐 실제 이곳에 고용된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시설하우스 네 동에서 허브와 꽃모종을 주로 키운다.

농’의 가치를 구현한 문당환경농업마을

연수생들은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홍동면 문당리로 이동했다. 홍동면 문당리에는 문당환경농업마을이라는 이름을 가진 마을공동체가 자리잡고 있다. 지역주민이 주도적으로 수십개 소모임을 결성하고, ‘21세기 문당리 발전 백년 계획’을 세우며 미래가 있는 농촌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우리나라 최초로 오리농법을 도입하고 유기농법을 적극 시행해 환경부로부터 생태우수마을로 지정됐다. 친환경농업의 우수함을 홍보하기 위해 홍성환경농업교육관을 만들고 친환경 농업과 생태 교육에 관심있는 이들을 위한 체험활동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 홍성환경농업교육관. ⓒ 정소희

오리농법을 처음 도입한 주형로 ‘희망농부’

문당리 토박이인 주형로 환경농업단체연합회 회장이 농업의 가치를 주제로 강의했다. 오리농법을 우리나라에 최초로 도입한 주 회장은 스스로를 ‘희망농부’라 부른다. 그는 농업에서 희망을 보았고, 농업과 농촌의 혁신을 통해 희망을 만드는 농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 홍동면이 마을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었던 조건을 설명하는 주형로 회장. ⓒ 정소희 

"우리 마을은 초등학생이 120명 정도예요. 도시 사람들이 홍동으로 학교를 보내요. 생태와 환경 속에서 올바른 정신을 가진 아이들을 기르고 싶은 사람들이 모입니다. 홍동의 논 가운데 48%가 유기농법을 하고 있어요. 대략 100만 평 규모입니다. 규모가 더 확장되기를 바라는데, 우리 홍동면 전체가 농약을 쓰지 않는다면 세계적으로 대단한 사례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그는 풀무학교(현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를 졸업한 지역 토박이다. 1958년 개교한 이 학교는 ‘더불어 사는 평민’이라는 교훈 아래, 이웃과 나누고 협동하는 보통사람과 지역일꾼을 길러낸다. 고등학교 과정과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2년제 생태농업과정이 있다. 홍동면은 주 회장 말마따나 ‘교육, 협동조합, 유기농업’ 세 가지가 잘 조화된 곳이다. 주 회장은 현대사회의 문제가 논과 같은 자연이 주는 교훈을 모르고 자라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논은 많은 가치를 지니고 있어요. 첫 번째는 환경적 가치입니다. 벼는 쌀을 만들지만 공기정화 효과가 큽니다. 벼를 키우는 농부는 자기 일을 통해 공익적 가치를 실현합니다. 두 번째는 교육적 가치입니다. 자연은 정직하고, 농업 속에는 노동의 가치가 담겨 있습니다. 아이들은 농사 일을 통해 정직한 태도를 배우게 됩니다. 논은 문화 예술적 가치도 담고 있습니다. 저는 예술가의 마음으로 한 해 농사를 계획합니다. 농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먹거리 문화를 책임집니다.”

상향식 지역개발을 이뤄낸 갓골마을

문당리 옆 운월리에는 갓골마을이라고 불리는 작은 마을이 있다.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마을 입구에 서있고 길 옆으로 밝맑도서관, 갓골작은가게, 느티나무헌책방 등 마을 주민들이 이용하는 시설들이 자리잡고 있다.

   
   
▲ 밝맑도서관(위)과 풀무학교생협에서 운영하는 갓골작은가게(아래). ⓒ 정소희

밝맑도서관은 풀무학교 설립자인 밝맑 이찬갑 선생의 이름을 따 지어진 마을도서관이다. 2011년 풀무학교 개교 50주년을 기념해 주민이 낸 성금과 독지가들이 기증한 책 등 장서 3만권으로 문을 열었다. 운영도 마을주민이 하는데 농사일을 마친 주민, 학생, 어린이, 방문객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40여개 홍동면 소모임이 아고라방에서 모임을 갖는다.

도서관 맞은 편에는 풀무학교생협이 운영하는 갓골작은가게가 있는데, 로컬푸드 매장이 생기기 이전에는 주민들이 재배하던 농산물을 직접 팔기도 했다. 지금은 지역에서 재배한 통밀로 빵을 굽거나 생활용품, 유기가공식품 등을 판매한다.

   
▲ 갓골마을 초입에서 연수단이 단체 사진을 찍었다. ⓒ 대산농촌재단

역할 분배가 중요한 가족농, 알알이거둠터

“우리가 거둔 농산물로 우리 가족이 건강하고 소비자가 건강해지는 게 꿈이에요.”

충북 청주 흥덕구 정봉동에 있는 알알이거둠터는 유기농 채소 재배에서 주스 가공, 카페 등으로 농업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농장이다. 가족농으로 운영되는 알알이거둠터에서는 역할 분배가 철저하다. 송재혁, 박순님 부부는 유기농법으로 신선초, 케일, 당근, 비트 등 유기농 채소와 과일을 재배하는 1차 생산자다. 송예슬 씨와 동생 새결 씨가 함께 블로그 운영과 착즙 주스 제조 등을 맡고, 예슬 씨는 온라인 판매를 담당한다. 예슬 씨는 “가족이 함께 일하는 가족농은 장점이 많지만 단점도 있다”고 말했다.

“가족농에도 갈등이 많아요, 우리 가족은 무던하게 조화가 되는 편인데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면 되거든요. 본인 의견만 밀어붙이면 문제가 될 수밖에요. 부모님이 부족한 부분은 나와 동생이 채워주고 내가 부족한 면은 동생이 채워주니 팀워크가 좋아요.”

   
▲ 송예슬 씨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연구소에 취업했다가 부모의 농장으로 ‘귀농’했다. © 대산농촌재단
   
▲ 알알이거둠터 농장에서 재배된 유기농 당근은 당근이 귀한 겨울에 수요가 많다. © 대산농촌재단

3년 전 할리우드 여배우 기네스 펠트로가 케일 스무디 다이어트를 한다는 뉴스를 계기로 한국에서 디톡스 열풍이 불었다. 이것이 알알이거둠터 사업이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대기업에서 원가를 감당할 수 없는 유기농 녹즙 생산을 목표로 했다.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당일 재배한 채소로 착즙 주스를 만들기로 했다. 유기농 채소와 과일을 재배하는 농부의 특권을 이용해 남들이 할 수 없는 것을 하고 싶어 선택한 아이템이었다.

예슬 씨는 동아사회교육원에서 ‘채소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한국로컬푸드협회 ‘주스 마스터’ 과정을 이수했다. 농장에 ‘착즙 주스 바’(juice bar)를 지어 재배 후 바로 착즙과 판매까지 가능하게 했다. 고객의 입소문과 언론을 통해 특별한 광고 없이도 생산이 판매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호응이 좋다.

   
▲ 알알이거둠터가 유기농 주스 바를 운영하는 ‘청촌공간’은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탑연리에 있다. © 대산농촌재단

예슬 씨에게는 작년부터 많은 일들이 있었다. 2018년 8월 NH투자증권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해 착즙 주스를 판매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자금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가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229% 목표 달성과 228만 원 펀딩을 기록했다. 이후 올해 1월 농식품부와 농협이 청년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청촌공간’에 다섯 청년농부와 함께 입점했다. ‘청촌공간’은 농촌의 인구감소와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청년인구 유입이 필요하다고 보고 농촌 유휴시설을 활용해 만든 창업 지원 공간이다. 소비자를 직접 만나고, 다른 청년 농부의 일도 보며 상생할 수 있는 공간이다. 예슬 씨는 “우리 가족이 운영하는 유기농장의 가치와 이야기에 많은 분이 공감해주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예슬 씨는 청년 농부를 꿈꾸는 이들을 지원하는 사업이 많다며 자기 상황에 맞는 사업을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농부가 되는 것도 창업”이라며 “농사도 잘 지어야 하고 판매도 잘해야 하고, 사진도 찍어 올리고, 소비자와 소통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독특한 이야기가 있는 장안농장 투어

충북 충주시 신니면에 있는 장안농장은 전통적인 '생태순환 농법'을 추구한다. 갖가지 건강한 채소가 자라고 조금 떨어진 퇴비장에서 퇴비가 숙성된다. 퇴비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와 돼지들은 재배하고 남은 채소를 먹으며 퇴비 재료를 제공한다. 장안농장의 생태순환농업의 핵심은 선순환이다.

   
▲ ‘상추 CEO’ 류근모 씨 아들 류병찬 씨가 장안농장 투어 안내를 하고 있다. © 대산농촌재단

장안농장 안에 있는 ‘류근모와 열명의 농부'는 쌈 채소로 100억원 매출 신화를 이룬 ’상추 CEO’ 류근모 씨가 운영하는 채식 뷔페다. 식사를 마친 대산농촌재단 장학생들의 투어는 농장 운영을 맡은 그의 아들 류병찬(32) 팀장이 안내했다. 그는 “장안농장 체험을 위한 테마파크를 준비하고 있다”며 “농장 안 자연과 시설을 소재 삼아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 전통 방법으로 만든 된장과 간장은 달지 않으면서 맛과 영양이 풍부하다. © 박선영

유기농 농장이기에 뱀이나 고라니가 출몰할 수 있다는 경고 푯말을 지나면 장독대가 도열해 있는 광경이 펼쳐진다. 류 팀장은 “항아리 안에는 (전통적 방법인) 된장을 만들지 않는 간장, 간장을 만들지 않는 된장이 담겨있다”며 “주기적으로 장의 장인들이 와서 담근다”고 설명했다. 간장과 된장은 병에 담아 채식 뷔페에서 판다.

   
▲ 유기농 퇴비를 만드는 한우와 젖소들이 널찍한 터에서 자유롭게 노닐고 있다. © 박선영
   
▲ 여러 번 발효되는 퇴비를 만드는 생태순환농업 퇴비사. © 박선영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생태순환농업 퇴비사와 유기농 축사였다. 이곳에서 생태순환농법의 핵심이 되는 한우와 젖소를 키우고 퇴비를 만든다. 한우와 젖소가 유기농 채소를 먹고 만들어낸 분뇨를 발효시켜 퇴비를 만든다. 그는 “퇴비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농장은 한국에 5%도 채 되지 않는다”며 “장안농장만의 이야기여서 방문객에게 보여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안농장을 방문하면 유기농업연구소와 쌈 채소 박물관, 천지인 전망대 등도 둘러볼 수 있다. 류 팀장은 장안농장에 펜션도 지어 하루 이틀 묵어가는 프로그램도 구상하고 있다.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 장안농장 테마파크의 최종 목표는 최고의 유기농 농장을 운영하는 것과 사회적 약자들을 장안농장에 주기적으로 초대해 재배된 생산물을 나눠주고 농사를 짓고 함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수단은 도시와 농촌이, 사람과 사람이, 마을과 협동조합이 연대하는 모습을 보았다. 농민 수가 계속 줄고, 농촌 지역 43%가 소멸 위기라고 하지만 협력과 연대가 있는 곳에는 활력이 있었다. 지역 농산물을 사러 온 도시 소비자의 얼굴은 밝았고, 도서관, 헌책방, 빵집이 어우러진 작은 마을의 정취는 아름다웠다. 협동조합 울타리에서 일하는 청년 농부는 가난하지 않았고, 1, 2, 3차산업을 융합하는 6차산업 가족에게는 에너지가 넘쳤다.

비록 몸은 지칠 수 있겠지만 그들의 마음과 삶은 행복해 보였다. 넉넉하지는 못해도 먹고 사는 게 힘들지 않았고, 인간관계에서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듯했다. 본디 농(農)의 기본 정신은 상생이다. 인간과 땅과 물과 공기가 함께해야 이뤄질 수 있는 게 농이기 때문이다. 땅과 사람이, 협동조합과 조합원이, 마을이 협력해야 농촌이 행복할 수 있다. 농은 함께 사는 것이다.


편집 : 홍석희 기자

[박선영 기자]
단비뉴스 지역농촌부 박선영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시민이 원하는 것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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