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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륵’ 돼 버린 해외스포츠 중계
[단비스포츠] 중계권료 둘러싼 머니게임 내막
2018년 11월 15일 (목) 12:15:27 황진우 기자 gugu9213@naver.com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우리나라에 축구 붐이 일었다. 대회 기간 중 박지성, 이영표, 안정환 등 축구 스타가 탄생했고, 선수들은 유럽을 위시한 해외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한국 선수들이 유럽에 진출하면서 우리나라 방송도 해외 축구를 생중계하기 시작했다. MBC SPORTS의 전신이었던 MBC ESPN과 KBS N SPORTS를 비롯한 케이블TV가 네덜란드 에레디비시 리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 해외 프로축구 경기를 나눠 중계했다.

지금은 스포티비(SPOTV)가 독점 중계한다. 지난해 12월에는 스포티비가 스페인의 최대 축구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가 맞붙은 엘 클라시코를 중계했다. 세계에서 약 4억 명이 시청하는 경기다. 문제는 스포티비가 이 경기를 보는 시청자에게 ‘채널 가입비(Subscription Fee)’에다 별도로 ‘개별 프로그램 시청료(Pay per View)’를 내게 했다는 점이다. 무료로 즐기던 해외 축구 중계를 왜 가입비와 프로그램 건당 시청료를 이중으로 내고 즐기게 된 것일까?

   
▲ 스포티비 가입비 안내 게시판. ⓒ 스포티비 홈페이지

2005년 7월 11일, 박지성 선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와 계약을 맺었다. 8월 28일에는 이영표 선수가 토트넘 홋스퍼 FC로 이적했다. 한국 선수 둘이 세계 4대 리그 중 하나로 꼽히던 프리미어리그로 이적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프리미어리그는 세계적인 축구선수들이 많이 뛰고 있는 리그다. 우리나라 시청자는 유명 외국 축구 스타와 어깨를 나란히 겨루는 한국 선수를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두 선수가 뛰는 날이면 시청자들은 밤을 새우면서도 실시간 중계 방송을 ‘사수’했다.

해외 축구 인기를 실감한 방송사들은 중계권을 획득하기 위해 서로 겨뤘다. 처음에 MBC SPORTS의 전신인 MBC ESPN이 프리미어리그와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를, KBS N SPORTS가 세리에 A(이탈리아 프로축구 1부 리그)와 리게 1(프랑스 프로축구 1부 리그)을 중계했다. 방송사들은 한국 선수가 뛰고 있는 리그를 중심으로 중계권을 획득해 많은 시청자를 모았다. 시차 때문에 해외 축구경기는 한국에서는 밤과 새벽에 주로 중계됐지만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등 한국 선수 경기가 있는 날에는 시청률이 2.5%에서 최대 7%까지 나왔다. 리서치 전문기관 TMI 조사에 따르면 국내 K리그 슈퍼매치라 불리는 2018년 4월 8일 FC서울과 수원삼성블루윙즈 경기 시청률은 0.09%에 불과했다.

중계권이 비싸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시청률과 광고 수입으로 해외 축구 중계를 포기하기는 어려웠다. 특히 2007년부터 2010년까지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중계 전성기였는데, 박지성이라는 시청률 보증수표 덕분이었다. 하지만 박지성이 은퇴한 후 그의 파급력을 대체할 선수가 나오지 않았다. 시청자들은 ‘빅클럽’이라 불리는 팀들의 대결에만 관심 있을 뿐 중소 규모 클럽의 경기에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2017년 SBS SPORTS가 중계한 프리미어리그 경기 평균 시청률은 0.516%로 저조했다.

   
▲ 2017년 경기별 시청률 조사에서 프리미어리그 중계 시청률은 한국 프로야구 중계 절반 수치다. ⓒ 닐슨코리아

이 시점에 프리미어리그 중계권을 소유하고 있던 영국 스카이스포츠와 BT 스포츠는 중계권료를 올리기 시작했다. 중계권료 협상은 3년마다 갱신된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중계권은 17억 7,300만 파운드였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는 51억 3,600만 파운드로 약 3배나 올랐다.

   
▲ 프리미어리그 TV 중계권료 증가 추이. ⓒ 네이버 나무위키

한국 선수가 진출한 해외 스포츠 경기 중계가 방송사들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잡으면서 방송사간 중계권 확보를 위한 경쟁이 시작됐다. 방송사들은 출혈경쟁을 막기 위해 ‘코리아풀’을 구성했다. KBS∙MBC∙SBS 지상파 3사로 구성한, 중계권 공동계약 협의체다. 그러나 2010년 SBS가 단독으로 남아공월드컵 중계권을 계약하면서 이 계약을 파기했다. SBS는 월드컵을 독점 중계할 수 있었지만, 중계권료 증액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SBS는 이 일로 다른 방송사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다시 SBS SPORTS는 해외 축구 중계권으로 눈을 돌렸다. 2009년부터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등을 독점 중계하기로 계약했는데 중계권료가 1,400만 달러였다. 먼저 중계권을 가졌던 MBC ESPN은 재정 압박으로 계약을 포기했다.

뉴미디어가 진화하면서 방송 생태계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인터넷과 통신기술 발달로 시청행태도 크게 바뀌었다. 과거에는 선수들의 경기를 지상파를 통해 무료로 시청하거나 채널 가입비만 내고 케이블TV 등을 통해 시청했다. 이제는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발달로 굳이 지상파나 케이블TV를 통해 새벽에 실시간 생중계를 ‘사수’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조성됐다.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을 통해 경기 하이라이트 등 요약된 영상만 보는 시청자들이 점점 증가했다. 방송사로서는 시청률과 수익성 감소, 치솟는 중계권료로 수익이 줄어들다가 마침내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으로 역전됐다. SBS SPORTS는 중계권 연장계약을 고민하다 2018/2019시즌 개막전 경기부터 중계권 독점계약를 포기했다.

지상파 방송사가 중계권을 놓고 고민하는 사이 중계권 대행 구매 회사들이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대표적인 회사가 스포티비다. 스포티비는 케이블 채널이 아닌 중계권 대행 구매 회사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가 시청률과 수익성 때문에 중계를 고민하자 자회사를 설립해 스포츠 중계 전문 채널을 만들었다. 2016년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중계를 시작한 스포티비는 2018/2019 시즌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스리그, UEFA 네이션스리그 등을 중계하고 있다.

스포티비도 중계에 참여하긴 했지만, 시청행태 변화에 따른 시청률 추락과 수익 감소에 직면했다. 지상파 방송사보다 적은 예산으로 지상파 방송 수준의 중계를 서비스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스포티비는 시청자에게 한 달 8천 원에서 1만2천 원의 ‘가입비’를 받고, 거기에 더해 프로그램 건당 ‘시청료’도 받는 과금 체계를 도입했다. 인기가 많은 팀 경기에는 이중의 유료 과금 체계를, 상대적으로 비인기 경기에는 가입비만으로 볼 수 있게 했다. 시청자들은 ‘돈을 이중으로 받으면 중계를 재미있게 하라’고 항의했다.

   
▲ 네이버를 통해 스포티비가 중계하는 경기를 볼 수 있다. ⓒ 스포티비 중계 화면 캡처

외국에서는 ‘Pay per View’ 형식의 과금 체계가 일반화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시청자들이 이런 체계에 익숙하지 않아 시청자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상파 방송을 통해 무료로 서비스되던 스포츠 중계를 시청자들은 이중으로 요금을 지불해야 시청할 수 있게 되었다. 유료서비스가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너무 급하게 유료전환이 이루어졌고, 과거 지상파를 통해 시청할 때보다 질적인 부분도 부족하다. 간단한 대안은 과거 중계처럼 질적인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다.

시청자가 뽑은 대표적인 불편사항이 해설진 역량 부족이다. 현재 해설진은 일반인보다 전문가인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과거 SBS SPORTS나 MBC SPORTS 해설진만큼 경험이나 전문지식이 부족해 보인다고 시청자는 느끼고 있다. 이에 대응해 스포티비는 지난 13년간 프리미어리그를 중계해온 장지현 해설위원을 영입했다. 시청자 반응을 보고 해설진을 추가 영입하기로 했지만 현재로서는 아직 부족하다.

이익 창출과 보편적 시청 권리를 조화하려면 스포티비가 시청자와 소통해야 한다. 스포티비는 독점 중계를 하는 만큼 타 방송사와 경쟁도 하지 않는다. 네이버와 다음 등 우리나라에서 널리 쓰이는 포털과 SPOTV NOW, SPOTV ON 등 자사의 여러 채널을 통해 클립 형식의 무료 VOD(Video on Demand) 서비스를 확대하는 한편, 실시간 유료 채널은 수준 높은 중계 서비스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편집 : 오수진 기자

[황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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