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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시즌에서 김연아가 노리는 것
[단비스포츠] 6일 자그레브 대회에서 새 프로그램 공개
2013년 12월 05일 (목) 09:36:10 정혜정 기자 smse7728@naver.com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 오묘한 승부의 세계를 온전히 들여다볼 수는 없다.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심리 상태야말로 승부를 결정짓는 관건이다. 그러나 선수에 따라서는 승리만이 목표가 아닐 수도 있다. 한번 오른 최고봉에 재도전하는 등산가라면 다시 정상에 오르는 것만이 목표일 수는 없다. 다른 코스로도 오르고 싶고 팀워크를 중시할 수도 있으리라.

   
▲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김연아가 자신의 두번째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 플리커

두 번째 올림픽에 도전하는 김연아(23ㆍ 올댓스포츠) 선수의 심정은 현역 복귀 선언 이래 어떤 변화를 겪어온 걸까? 마음의 궤적을 따라가기 위해 2012년 7월의 기자회견으로 돌아가보자.

“저를 계속 짓눌러왔던 저의 선수생활 목표에 대해서 생각해봤습니다. ‘선수생활을 지속하기 힘겨웠던 것이 나 스스로, 또 국민과 팬들의 높은 기대치와 그에 따른 부담감 때문은 아닐까? 스스로 기대치를 조금 낮추고 오직 나 자신만을 위한 피겨 연기를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삼으면 되지 않을까?’ 만일 최고의 목표에 대한 부담으로 선수생활을 지속하지 못하고 포기한다면 나중에 그 결정에 대해 후회하고 이것이 인생에서 큰 아쉬움으로 남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당시 김연아는 선수생활을 지속하고 싶다는 마음 한 켠에, 올림픽 금메달을 딴 이상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었다. 이 부담감 때문에 자기가 가장 잘 하고 자신있는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해야 했다. 밴쿠버올림픽 이후 1년 남짓 고민의 시간을 보낸 그는 다시 얼음 위에 서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1년 6개월이 흘렀다. 소치올림픽 시즌이 시작됐고, 김연아는 선수로서 마지막 시즌을 맞게 됐다.

지난 3일, 김연아가 2013-14시즌 첫 대회 출전을 위해 출국하는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마지막 시즌에 임하는 각오를 묻자 ‘마음이 가볍다’는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가벼운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해서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꿈은 이뤘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욕심이나 부담은 전혀 없는 것 같고, 한 대회 한 대회 나갈 때마다 예전보다는 부담을 덜고 편한 마음으로 경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 3일 출국 기자회견에서 김연아는 "부담없이 경기를 치르고 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 정혜정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국내외 언론과 팬들은 김연아의 ‘올림픽 2연패’를 언급하고 예측했다. 하지만 선수 본인은 ‘올림픽 2연패’라는 단어를 단 한 차례도 말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가 현역 복귀를 결정한 이유가 올림픽 2연패라는 대업을 달성하기 위해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현역 복귀 당시 그의 말을 되새겨보자.

“지난 시즌을 스킵한 이후 1년은 저에게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1년 동안 태릉선수촌에서 피겨스케이팅 후배들과 함께 훈련을 해왔습니다. 제가 후배 선수들에게 피겨스케이팅과 관련된 조언도 해주고 선배로서, 언니로서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했고, 반대로 후배들의 훈련 모습에 자극받기도 하고 때로는 피겨스케이팅을 계속해야 하는 동기부여를 받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피겨스케이팅을 위해서 제가 현역 선수로서 해야 할 일들이 아직 남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역 선수로서 김연아가 해야 할 일은 후배 선수들을 소치올림픽에 데려가는 것이었다. 올림픽 티켓을 따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을 강하게 느꼈다. 목표가 생기자 바빠졌다. 본격적으로 몸을 만들었고 체력을 끌어올렸다. B급 대회에 출전해 국제대회 점수를 챙겼다. 단번에 기준점을 통과했고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자격을 얻었다. 지난 3월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김연아는 우승을 차지해 올림픽 티켓 3장을 따냈다. 후배 선수 둘을 소치올림픽에 데리고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 김연아와 함께 소치올림픽에 출전하는 박소연(왼), 김해진 선수. ⓒ 정혜정

약속을 지킨 김연아는 이후 후련한 마음으로 자신의 마지막 시즌을 준비해왔다. 부담감을 떨쳐내고 오직 나 자신을 위해 연기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태릉선수촌에서 하루 6시간씩 지상과 빙상을 오가며 훈련을 소화했다. 체력 강화와 함께 새 프로그램을 몸에 익혔다. 여름의 끝자락에 올림픽시즌 프로그램을 공개한 김연아는 10월에 열리는 그랑프리 출전을 앞두고 마지막 훈련에 매진했다.

무리한 훈련 탓일까? 대회를 한 달여 앞두고 부상을 당했다. 중족골 미세 손상으로 강도 높은 훈련을 지속하지 못한 김연아는 그랑프리시리즈 불참을 결정했다. 이후 가벼운 훈련과 치료를 병행하며 감각을 유지했고 10월 말, 부상을 완전히 떨쳐냈다. 내년 2월 열리는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김연아는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 B급 대회 출전을 결정했다.

5일부터 나흘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리는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 대회에서 김연아는 올림픽 시즌 프로그램을 처음 공개한다. 시니어 데뷔 이후 쇼트 프로그램에서 강렬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곡을, 프리 스케이팅에서 서정적이고 우아한 분위기 곡을 연기해온 김연아는 자신의 마지막 시즌에서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쇼트 프로그램은 ’어릿광대를 보내주오(Send in the Clowns)’, 프리스케이팅은 ‘아디오스 노니노(Adios Nonino)’에 맞춰 연기할 예정이다. 안무는 7년간 함께 해온 데이비드 윌슨이 맡았다. 특히 아디오스 노니노는 윌슨이 안무가 일을 시작할 때부터 아껴왔던 곡이다. 윌슨은 “강하고 극적인 느낌에서 섬세하고 그리운 느낌으로 갑작스레 변화하는 이 곡을 연기로 표현해낼 피겨 선수는 오직 김연아 뿐”이라며 제자의 마지막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김연아는 “현역선수로서 마지막 대회 프로그램인 만큼, 그동안 스케이팅하고 싶었던 음악을 선곡하게 되어 기쁘고, 그만큼 멋진 경기 내용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이외 안무나 의상에 관한 정보는 “경기 날 공개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 시니어 데뷔 이후 7년간 함께 해온 김연아와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 이들은 마지막 시즌 프로그램까지 호흡을 맞췄다. ⓒ 정혜정

김연아의 마지막 올림픽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3일 오전, 대회 출전을 위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김연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백 여명이 넘는 취재진과 팬들을 앞에 두고도 연신 미소를 띠었다. 긴장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올림픽 시즌에 임하는 각오를 묻자 “부담 없이, 결과에 대한 욕심 없이 준비하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올림픽 시즌이 늦게 시작됐는데 늦어진 만큼 준비를 철저히 하려고 노력했고요. 이번 골든 스핀이 프로그램을 처음 공개하는 자리인 만큼 욕심 내지 않고 침착하고 차분하게 경기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첫 프로그램을 보여드리게 되는 자리인데 많은 분들이 좋아하셨으면 좋겠고요. 아직 올림픽까지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이번 시합이 끝난 이후에도 훈련 열심히 해서 더 완벽하게 프로그램을 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4년 전 밴쿠버올림픽에 출전할 당시 김연아는, 챔피언의 자리에 서겠다는 목표를 가졌고 그 꿈을 이뤘다. 내년 2월 열리는 소치올림픽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그 자리에 후배들과 함께 가는 것이다. 이미 절반의 목표를 달성한 김연아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출전하는 이번 대회에서 김연아는 점프와 스텝 등 기술적인 부분을 체크하고 자신의 컨디션을 점검할 계획이다. 김연아가 출전하는 쇼트 프로그램은 6일 저녁 9시(한국시각), 프리스케이팅은 7일 밤 11시에 시작된다. 경기는 MBC를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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