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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이 순례 길이다”
[미디어비평] KBS ‘순례’가 획득한 세계 보편성의 비결
2018년 06월 28일 (목) 18:31:28 김태형 기자 akdlf7369@naver.com

<순례>는 KBS에서 2017년 9월 7일부터 15일까지 4부작으로 방송한 다큐멘터리다. 2018 방송대상 대상, 2018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예술상 같은 국내 주요 방송상뿐 아니라, 2018 AIBD월드 TV상, 2018 뉴욕페스티벌 TV&필름 다큐 부문 금상, 2018 휴스턴 국제영화제 다큐 부문 심사위원 특별상 등 국제상까지 무수한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국제적 수상은 이 다큐멘터리가 세계적 보편성과 소구력을 보여주었다는 증거다. 한국 콘텐츠는 ‘문화적 할인(Cultural Discount) 효과’로 헐리우드 콘텐츠처럼 ‘세계화’가 힘들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콘텐츠는 ‘한류’를 넘어 세계화의 벽을 넘어서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한계 속에서 <순례>는 어떻게 세계적 보편성을 구현할 수 있었을까?

이 프로그램은 모진 현실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린 주인공들이 스스로 정체성을 찾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대사회를 규정하는 가장 강력한 틀은 자본주의이고, 자본주의 사회는 상품 생산과 소비를 통해 이익 실현을 관철하는 사회다. 현대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로 고착되면서 인간은 상품 생산을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 마르크스가 말한 ‘인간소외’다. 프로그램에서는 인간소외와 직결될 수 있는 의문인 ‘나는 누구인가’와 같은 삶의 의미를 찾는 여정을 순례라고 표현한다.

   
▲ <순례>는 자본주의 사회의 인간 소외 문제를 깊게 다룬다. ⓒ KBS <순례>

<순례> 1편 ‘안녕 나의 소녀시절이여’에서는 어린 주인공이 자신을 둘러싼 냉엄한 환경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고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동시에 주인공이 선택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도 드러낸다. 주인공은 인도 라다크에서 살고 있는 사춘기 소녀다. 그의 꿈은 과학자다. 그러나 주인공의 가정 형편은 그런 꿈을 지원할 수 없다. 가족의 입을 하나라도 덜어야 할 만큼 빈곤하다.

소녀의 오빠는 승려의 길로 출가하는 길을 선택했다. 주인공도 자기 가족을 위해 출가하는 편이 낫다고 여긴다. 집에 계속 있다고 해서 원하는 꿈을 이룰 수도 없다. 오히려 그런 현실에 매여서 아무것도 못하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소녀는 결국 여성 승려가 되는 길인 출가니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는 삶의 주체성을 찾기 위해 극도의 육체적 고통을 동반하는 순례의 삶을 선택한다.

   
▲ <순례> 1부작인 '안녕 나의 소녀시절이여'에서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 주인공이 어떤 삶을 택하느냐에 주목하며 쫓아간다. ⓒ KBS <순례>

<순례> 2편 ‘신의 눈물’에서는 개인 정체성을 넘어 집단 정체성을 놓치지 않으려는 의식을 순례라고 묘사한다. 작품에서는 자본가들이 페루 안데스에서 무분별하게 광산을 개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페루 잉카인들은 산신을 섬기는데, 자신들에게 살아갈 힘을 준다고 믿는 존재다. 그런 산이 과거 스페인 제국주의 시대 이래 군인과 거대기업에게는 생산요소로 인식돼 개발되는 모습을 포착한다. 그들은 거기에 거주하는 사람들마저 저임금 노동자로 동원한다. 페루 주민들을 ‘아시엔다’라는 대농장에 가둬 일만 시킨다. 신과 인간 모두가 집단적으로 상품화하면서 결국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페루 문명이나 잉카 문명을 페루 주민들은 주기적인 의식을 통해 되살려내려 한다. 2편은 삶의 뿌리인 집단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으려는 이들의 노력을 쫓아간다. 이들의 여정을 이 작품은 ‘순례’라고 부른다. .

<순례> 3, 4편인 ‘집으로 가는 길’과 ‘한 걸음 나에게로’도 마찬가지로 인간 소외를 극복하려는 사람들을 쫓는다. 3편에서는 소금 노동자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소금을 캐는 노동을 하며 자본주의 체제 내로 편입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한다. 그러나 아무리 하루 종일 뼈 빠지게 소금 노동을 해도 버는 돈은 고작 우리 돈 15,000원 정도다. 돈은 뜻대로 벌리지 않고 몸은 소금에 의해 벗겨진 주인공은 의미 없는 도시 생활을 버리고 아버지의 땅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딸과 함께 걸어가는 그 여정도 이 작품은 ‘순례’라고 부른다.

4편에서는 로키산맥을 따라 멕시코 국경부터 캐나다 국경까지 4,285km에 이르는 미국 PCT(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로 여정을 떠난 사람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이들은 모두 ‘21세기 도시의 조난자’다. 도시의 길을 걷는, 삶을 잃어버린 이들이 ‘도시의 조난자’다. 그들은 대장정의 도보여행을 통해 물신적 삶을 걷어내고 진정한 삶을 찾으면서 한 걸음 자신에게 다가가려 한다.

   
▲ <순례> 4부작인 '한 걸음 나에게로'는 도시에서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살아온 사람들이 도보여행을 떠나 인간 본래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투쟁을 그린다. ⓒ KBS <순례>

4부작으로 이루어진 이 다큐멘터리의 주인공들은 모두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자신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쉼 없이 기계적으로 일하면서 자신이 이 사회의 부속품이 됐다고 느끼며 살아간다. ‘워커홀릭’ ‘쉼포족’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규정하는 용어다. 그 속에서 인간은 상품처럼 본질가치보다 교환가치로 치환된다.

이 다큐멘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순례의 길이고, 우리 모두는 그 길을 걷는 순례자이다’라는 문장을 구호로 내세운다. 물신화와 인간소외가 전세계를 뒤덮은 현대사회에서 개인과 집단이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려는 몸부림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이야기 하기’는 세계적 보편성을 얻는다. <순례>가 조명하는 이들은 우리 모두라고 할 수 있고, 이들이 처한 현실을 작품에 함축하기 때문에 이 작품은 세계적 보편성을 얻을 수 있었다.

<순례>는 세간의 평가대로 압도적인 영상미를 내세운다. 영상은 세계언어다. ‘문화적 할인’의 장벽을 구축하는 핵심적 요소가 언어다. <순례>는 언어보다 영상에 의존한다. <순례>는 인간소외 극복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영상이라는 세계언어를 통해 사람들에게 강요하지 않고 담담하게 보여준다.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논리적 의사전달이 아니라 감성적 전염과 공감을 통해 전달력과 소구력을 높인다. 영상이 보편성을 획득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순례>는 ‘문화적 할인’을 극복한 성공 사례라 할 수 있다.

   
▲ <순례> 는 보편 언어라고 할 수 있는 영상을 활용하여 인간소외의 극복이라는 대중이 폭넓게 수용할 수 있는 주제를 다룬다. ⓒ 게티이미지뱅크

콘텐츠의 세계화는 한국이 실현해야 할 시대적 과제다. 걸림돌은 항상 ‘문화적 할인’이다. <순례>는 세계언어인 영상을 바탕으로 보편적 스토리텔링을 담은 콘텐츠는 문화적 경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드라마는 언어로 전달해야 하고, 대사 속에는 문화적 배경이 녹아있어서 문화적 경계를 넘어서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다큐멘터리를 문화적 경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전략적 장르로 육성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편집 : 안형기 기자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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