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불패] 대산농촌재단 장학생 연수 탐방기

통계청 ‘5월 고용동향’을 보면 청년(15∼29세) 실업률은 10.5%로 1년 전보다 1.3%포인트나 상승해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농촌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어 아우성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청년농업인 1만명 육성’ 계획을 내놨다. 농촌이 청년 취업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대산농촌재단(이사장 오교철)이 지원하는 농업전문언론인양성과정 장학생 4명(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생)이 농업리더장학생 7명과 함께 각 지역의 다양한 청년농업인을 만나 농업의 가능성을 엿보고, 미래 농업∙농촌의 방향을 살폈다. 7월 3일부터 3박 4일간 현장을 둘러보고, 추가 취재한 뒤 하계연수 참가기를 썼다. (편집자)

 

▲ '우리가 농촌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를 주제로 한 대산농촌재단 하계연수단이 보향다원 차밭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 대산농촌재단

지역에서 순환하는 농업

“일본의 지산지소 운동 아세요? 지역에서 생산하고 지역에서 소비하는 운동이죠. 더 친숙한 용어로는 ‘로컬푸드’, 우리말로는 ‘제터먹이’라는 좋은 표현이 있습니다. 아산의 지역농업은 지역 내에서 물질이 순환되는 농업을 추구합니다. 생산, 가공, 유통, 소비 모든 과정이 지역에서 순환하도록 한다는 것이죠.”

첫날 만난 충남 아산시 푸른들영농조합법인 김봉수(40) 부장은 교육을 받으러 온 대산농촌재단 연수생들에게 “푸른들은 조합원이 출자한 이득금을 바탕으로, 지역조합원이 생산하는 친환경 농산물과 축산물의 가공과 유통을 전담해 수익을 낸다”고 말했다.

“일반 농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산출량’입니다. 산출량이 소득과 결부되니까요. 산출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농약과 비료를 과다 투입합니다. 그런데 여러분들도 각자 능력의 한계치가 있지 않나요? 땅도 마찬가지예요. 땅의 한계치가 있는데 인위적으로 계속 산출량을 늘려나가는 거죠. 박정희 정부가 ‘최대 산출량’만이 목표 달성이라고 하던 시절부터 우리나라 관행농법은 더 많은 생산을 위한 토지의 한계치 극복이 우선 과제가 되었어요. 경제개발이 농업의 태도, 땅을 대하는 방식 전체를 망가뜨린 것이죠.”

▲ 푸른들영농조합법인이 걸어온 길을 설명하고 있는 김봉수 부장. 푸른들은 350여명 조합원이 가입했고, 연 매출 500억원을 달성하는 영농조합이 됐다. ⓒ 대산농촌재단

“그렇다면 친환경 농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토지의 힘을 어떻게 지속시키는 가’입니다. 관행농법에 쓰이는 농약과 비료는 생화학 물질입니다. 하지만 친환경 농법에 쓰이는 것은 ‘생물학적 자재’예요. 옛날 농업을 생각해보면 분명 화학비료가 없었을 때도 선조들은 농사를 잘 지었단 말이죠. 농가마다 소 한 마리씩 키우며 작물을 키우다 남은 부산물, 볏짚, 쌀겨 등을 먹였고, 그 사료를 먹은 소가 분뇨를 만들면 그것을 퇴비로 다시 땅에게 돌려보냈죠. 그래서 푸른들이 생각하게 된 것이 ‘친환경 부산물을 이용한 축산’을 해보면 어떨까라는 것이었어요.”

푸른들은 땅의 부산물을 이용하는 농업과 축산을 시작했다. 유기농 벼를 재배하고 남은 껍질(왕겨)과 볏짚, 콩나물과 두부를 생산하고 남은 콩깍지, 콩비지 등을 유기 축산 사료로 제공했다. 지역 유기 축산 농가는 이런 유기 부산물을 사료로 키운 유기 축산물을 생협(생활협동조합)인 ‘한살림’에 공급했다. 유기 축산에서 나오는 분뇨는 퇴비가 되어 친환경 농업에 정말 필요한 영양소가 됐다. 그렇게 푸른들이 친환경농산물 생산∙가공∙유통을 담당하고 한살림천안아산소비자생협이 판매를 책임지는 지역순환경제체제가 형성됐다. 땅의 부산물이 유기 축산을 거쳐 다시 땅 본연의 거름이 되는 ‘자원순환’이 실현된 것이다.

김 부장은 아울러 생산만 잘해서는 살아남기 어려운 농업 구조의 현실을 얘기했다. 농민이 유통, 판로 개척, 저장시설 확보, 마케팅 등을 도맡아야 하기 때문에 생산자인 농민보다는 그 옆에 저장창고를 지닌 대규모 유통업자가 돈을 많이 벌게 되는 구조라고 그는 설명했다.

▲ 푸른들 김봉수 부장과 대산농촌재단 연수생들은 농작물이 보관된 시설을 둘러봤다. ⓒ 고하늘

“소로 예를 들어볼게요. 6개월 된 송아지가 시세 400만원 합니다. 이것을 2년 키워서 출하하면 사료 값이 200만원 들어요. 그런데 이 원가 600만원 소가 얼마에 팔릴까요? 700만원입니다. 농민은 2년 일해도 100만원을 벌어요. 혹여라도 국제유가 상승으로 사료 값이 올라가면, 남는 게 없거나 밑지는 장사가 됩니다. 하지만 이 소가 육가공으로 가면, 순식간에 마리당 1500만원 선이 됩니다. 가공되면서 소의 가격이 배가 되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들에게 도달하는 각종 정육식당에 가면 소는 대략 1마리당 3000만원 선이 됩니다. 안심, 등심, 내장, 사골 등 모든 걸 합쳐서요.”

김 부장은 1차, 2차, 3차산업으로 올라가면서 배가 되는 소의 가격에 관해 얘기하며 지역영농조합이 필요한 이유를 역설했다. 결국 농민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이 모든 행위의 주체가 되는 것”에 있다는 것이다. 개인이 아닌 ‘공동체’ 단위의 힘이 필요하다. 실제 푸른들은 조합으로서 소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사료 값을 통제하기 위해 사료공장을 인수해 80% 지분을 가졌고, 사료 값을 올리려는 움직임이 있을 때 힘을 행사하였다. 또한 농사 피해를 입은 농민에게 소득을 80%까지 보전해주며, 콩 등 생산단가가 비싼 작물에 생산 장려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푸른들에도 문제는 있다. 조합에서 이익이 생겨 배당할 때도 출자금액에 따라 분배하다 보면, 많이 갖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나뉜다. 또 가공이나 모든 생산시설이 푸른들에 귀속되어 있어서 각 조합원의 소득 증대보다 푸른들 조직 자체의 이익이 커지기도 한다. 이득금을 조합원에게 잘 분배하고, 조합원의 소득 증대와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을 이루는 것이 과제다.

유기농 토마토를 고집하는 청년 농부

▲ 이재휘 씨가 자신이 기른 유기농 토마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고하늘

“농사하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땅’이라고 생각해요. 아버지는 땅을 사서 더 늘리라고 하지만 사실 지금 있는 땅도 관리하기 어려워요. 여기가 청년농부 육성사업으로 선정돼 지원받은 하우스예요. 하우스를 지을 때 시설비만 3200만원 들었고, 물 대는 관정을 파는 데 600만원, 기타 제반작업 200만원 해서 총 4000만원을 썼죠.”

유기농장푸른들을 운영하는 아산시 청년농부 이재휘(31) 씨는 직접 지은 하우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하우스 안에는 붉은빛을 띤 토마토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그는 올해 온도조절을 잘 못해 토마토가 많이 썩었다며 아쉬워했다.

“돈이 부족해서 그늘작업 해주는 내부 커튼을 아직 못 달았어요. 올해처럼 기후가 들쑥날쑥 할 때, 여기가 산이라서 밤에는 엄청 춥거든요. 그래서 작물들이 생리장애를 많이 겪었죠. 저기 보이는 붉은 것들은 썩은 게 많아요. 날이 뜨거워지면 토마토는 물이나, 칼슘 성분을 잘 받아먹지 못해 썩게 됩니다. 올해 농사는 그렇게 잘 되진 않은 편이에요.”

30년 가까이 부모님 밑에서 농사를 간접적으로 배운 그는, 유기농사를 짓던 아버지를 따라 토마토 유기농사를 짓게 되었다. 토마토는 매일 해야 하는 일이 정해져 있고 수확기에 들어갔을 때 정리만 한번 잘 해놓으면 되기에 오이 같은 다른 작물보다 수월한 편이다. 하지만 완전한 ‘유기농’으로 토마토를 키워내는 게 결코 쉬운 노동은 아니다.

“무농약과 유기농은 엄청난 차이가 있거든요. 무농약은 화학 비료를 줘도 돼죠. 화학 비료가 얼마나 좋은 것이냐 하면, 이렇게 온도가 안 맞는 하우스에서도 그걸 주면 썩은 과실이 안 생겨요. 그 정도로 치명적인 것이죠. 그런데 저는 완전한 유기농이고, 그것보다 훨씬 어렵게 더 비싼 자재를 써서 토마토를 키웠어요. 그런데 마트나 슈퍼에서는 그냥 ‘무농약 이상’을 같은 등급으로 쳐서 한 단가에 팔라고 하더라고요. 속상했어요. 농작물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팔아 넘기는 느낌이랄까요.”

▲ 연수단은 이재휘 씨의 설명을 들으며 토마토 농장 주위를 둘러봤다. ⓒ 고하늘

그는 롯데슈퍼와 토마토 발주 계약을 맺었다가 취소했다. 자신이 어렵게 키운 유기농 농산물은 진짜 원하는 사람에게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애초 발주량이 전체 수확량보다 턱없이 작기도 했다. 그는 직거래를 시작했고 발로 뛰며 유통의 활로를 넓혔다.

“올해 직거래를 하면서 진짜 많은 걸 느꼈어요. 처음 로컬 매장에 갖다 냈는데 거기서 제 것을 먹어본 분들이 진짜 맛있다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전화로 10kg을 더 주문하시더라고요. 저는 그런 경우가 처음이라 너무 감사한 마음에 직접 갖다 드리겠다고 했어요. 근처까지 갔는데 도무지 어느 장소를 말씀하는 건지 모른 거예요. 근처를 1시간 뱅뱅 돌았죠. 겨우 만나 거래를 했는데, 그게 10kg이니까 3만원이거든요. ‘아 진짜, 내가 쉽게 썼던 3만원이 이렇게나 벌기 힘든 거였구나’라고 느꼈죠.”

그는 ‘한살림’ 등 생협과 약정하지 않았더라면 농사 물량을 다 팔기는 어려웠을 거라고 말했다. 설령 직거래 등으로 판다고 해도 작물을 따고 포장하는 데 많은 시간이 들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할 시간이 없어진다. 그는 농민은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되기까지는 농사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산 푸른들영농조합 같은 조직이 필요한 이유다.

“어떤 일을 할 때 처음부터 너무 거창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목적이나 의미를 미리 생각하기보다, 일단 진입해 일하면서 자기 생각을 정립하면 됩니다. 저는 올해 쉽지 않은 농사를 지으며, 농사에 관한 생각을 다 정립했어요.”

CNN 선정 ‘세계에서 12번째 아름다운 풍경’

▲ 보향다원은 CNN이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31선' 중 12번째에 선정됐다. ⓒ 김미나

이튿날 연수단은 전남 보성군 보성읍의 '보향다원'을 찾았다. 보향다원은 1937년 한학자 최채형 선생이 차 재배를 시작해 80년간 차를 생산해오고 있다. 보향다원은 5대째 이어지는 가족농으로 억척스럽게 전통을 지키며 국내 유기농 차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지금 4대 최영기(61) 대표가 다원을 경영하고 있으며 두 아들도 곁에서 일을 배우고 있다.

"이익을 우선하지 않아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 전통이 있는 삶을 살고 있어요. 농사도 마찬가지고, 먹고 사는 것까지 옛날부터 해오던 것을 고수하고 있어요. 밭에서 기른 것을 먹고 간장이나 된장 같은 것도 담가 먹어요. 우리가 먹어서는 안 될 것들은 밭에 들이지 않아요. 농약이나 제초제, 화학비료 전혀 없어요. 그렇게 전통 속에 녹아 드는 삶을 살고 있어요. 이 차 문화를 통해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이 건강하게 살면 좋겠다는 게 저희 생각이에요.“

▲ 보향다원 최승선 이사는 차를 잘 만들기 위해서 찻잎을 잘 관리하고, 잘 따고, 잘 만들며, 보관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 대산농촌재단

연수단을 반겨준 최승선(59) 이사는 4대 종손 며느리로서 최 대표와 함께 보향다원을 이끌고 있다. 그는 "시골에서 차를 따고 차를 만들며 사는 이 삶이 너무 행복하고 좋다"며 "다원을 찾은 여러분과 자연에서 주는 것들을 나눠 여러분들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게 제 마음"이라고 말했다.

"시골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살 수 있어요. 우리가 공부를 못해서 시골에 사는 게 아니에요. 우리는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여기 사는 거예요. 시골에 살며 새소리를 듣고 바람을 느끼고 땅을 밟고 서서 땅의 기운을 느끼고. 제가 하나의 생명을 가지고 소중하게 살고 있듯이 모든 식물과 곤충도 하나의 생명을 가지고 있기에 우리는 그것을 지켜줄 의무가 있어요.“

보향다원은 유기농 차 재배뿐 아니라 다양한 가공품을 생산하고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직접 유기농 찻잎을 따고 차를 만들어보는 찻잎 따기와 차 만들기 체험은 외국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김아윤(22∙경희대 조리서비스경영학) 연수생은 "차를 재배하고 생산하는 과정을 직접 보고 체험하며 우리가 마시는 차에 관해 많이 배우고 자연으로부터 좋은 기운을 받았다"고 느낀 점을 이야기했다.

▲ 연수생들은 직접 딴 찻잎을 덖고 식히는 작업을 체험했다. ⓒ 대산농촌재단

풀무원 연수 갔다가 맺어진 사랑과 결심

“보통 결혼식에서 주례사가 신랑신부한테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행복하게 살아라’고 하잖아요? 근데 제 결혼식 주례를 맡았던 풀무원농장 원경선 원장님은 대뜸 서약서를 가지고 와서 남편과 저에게 싸인 하라고 하는 거예요. 서약서 내용이 뭔가 들여다보니 ‘죽을 때까지 유기농을 하면서 살아라’고 적혀 있는 거죠. 남편은 2010년에 작고했지만 저희 부부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살았어요.”

▲ 연평균 5000여명 교육생이 찾는 우리원교육관에서 전양순 씨 발표를 듣고 있는 연수생들. ⓒ 대산농촌재단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에 위치한 우리원 농장은 평생 자연과 상생하며 바른 농사를 지어 온 강대인∙전양순(59) 부부가 운영하는 곳으로, 유기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선도농가다. 풀무원농장의 연수생으로 만난 이 부부는 1984년 1월, 3박4일 연수를 마치고 ‘서로 죽을 때까지 유기농사를 짓겠다’고 다짐하며, 350여명 연수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백년가약을 맺었다.

“스승님이나 선배들한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유기농 하면 굶어 죽을 각오해야 한다’, ‘애 낳으면 아이들 무식쟁이 만들 각오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유기농으로 돈을 잘 못 벌던 시절이었으니깐. 정부가 ‘식량 증산’에 목적을 두고 농사를 짓도록 권장할 때였거든요. 유기농은 시대를 역행하는 농법이었죠.”

전 씨는 남편 고향인 보성에 터를 잡았다. 물을 대면 빨갛게 염기가 올라오는 척박한 간척지에서 벼농사를 시작했다. 4천5백평이었던 농지가 세월이 흘러 어느새 3만4천평으로 늘었다. 그는 “처음에는 논에서 김매다 쓰러지기도, 매일 자라나는 풀 때문에 수확량이 제대로 안 나와 울기도 많이 울고 몸 고생 마음고생도 많이 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전 씨는 자신에게 농업의 가치와 철학을 일깨워준 선도 농업인의 말을 잊지 않았다.

▲ 우리원 농장의 쌀은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유전자 조작을 하지 않은 전통 재래 종자로 재배한 것이다. 1995년도 국내 최초 벼 부문 유기인증을 획득했다. ⓒ 홍해송

“스승님과 선배들은 환경이나 먹거리 문제를 청년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앞장서야 한다고 했어요. 지구온난화가 당시에는 무슨 뜻인지도 몰랐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농사, 앞으로 먹거리 때문에 한집 걸러 한 명의 환자가 생길 거라고 했죠. 남편이 항상 하는 말이 있었는데 우리가 쌀농사를 짓고 생산하는 것은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기 위해서라고 했어요.”

안전한 먹을거리와 지속가능한 농업 발전을 위해 헌신해온 전 씨는 남편과 함께 품질이 균일하고 병해충에 강한 벼 품종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육종하고 개량했다. 또한 쌀겨농법과 침수농법 등 친환경 벼 재배 기술을 연구해 생산비용을 3분의 1 이상 절감하면서 수확률은 높이는 방법을 개발해 지역 농가에 보급했다. 유기 농업인의 역량을 높일뿐 아니라 지역에서 생산한 쌀을 전량 수매함으로써 지역 농가의 안정적 소득 증대에 이바지한 것이다.

우리원 농장은 농민을 위한 연구와 1차 생산부터 2차 가공, 3차 서비스(체험)를 모두 담당하는 6차산업을 포함해 교육 프로그램까지 운영한다. 전 씨는 “스스로도 그랬지만 교육만큼 사람을 변화시키는 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농민들이 우리원의 시행착오를 보고 실패를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며 노하우를 공유해서 있는 사람 없는 사람 모두 다 유기농을 먹고 건강하게 이 나라의 미래를 이끌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내 이야기 들어줄 친구 필요해 만든 청년농업인단체”

▲ 2017년 8월 25일 우리원교육관에 청년농업인연합회 발대식이 진행돼 전국의 청년농업인이 한 자리에 모였다. ⓒ 청년농업인연합회

우리원 농장의 주인의 맏딸인 강선아(35) 씨는 11년 전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 보성으로 내려왔다. 부모님으로부터 유기농업에 대한 철학을 접하고, 그들이 소중히 일궈온 땅을 누군가는 계속 지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촌의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강 씨는 농촌 생활의 고충을 함께 나눌 친구가 필요했다.

“처음 제가 귀농했을 때 저 말고 다른 청년 농부가 어디에 사는지 몰랐어요. 근데 요즘은 온라인에서 충분히 알 수 가 있죠.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청년 농부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청년농업인 단체인 청년농업인연합회를 작년에 만들었어요. 그때는 재미있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패기로 사람들한테 제안을 했는데 돌아오는 답은 ‘정치하려고 해’, ‘국회의원 되고 싶어’라는 오해와 의심이었죠.”

▲ 지난 6월 강선아(왼쪽) 씨와 연합회 회원은 주한호주대사 주최로 한국을 방문한 호주 청년농업인과 함께 국내 농장을 둘러보고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 ⓒ 청년농업인연합회

강 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농부였으나 올해부터는 농업인이 됐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청년농업인연합회(이하 청연) 활동을 시작하면서 농사일에 전념하지 못해서다. 그러나 그는 “농업의 발전을 위해서 일하기 때문에 농업인이고, 언젠가 다시 농부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우리원교육관에서 청연 회원들과 발대식을 가지고, 지난 11월에는 창립총회를 열었다. 현재 연합회에는 250여명 청년농업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청연에는 18~43세 농산어촌 종사자와 예비농업인이라면 누구든 가입할 수 있으며, 농업인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청년농업인을 대변하는 농업정책을 제안해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의 발전을 이끄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 전남 무안에서 착한고구마 농장을 운영하는 박명주∙조은지(왼쪽부터) 부부와 전남 장성에서 블루팜을 운영하는 심보란 씨가 청년농업인으로서 겪은 농촌 현실을 연수단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 대산농촌재단

“제가 청연에 들어온 이유가 농사짓다 보니깐 시골에 어르신들만 있고 청년들이 없는 거예요. 일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는데 어디 풀 때가 없어요. 제 나이또래 친구들은 대부분 도시 살거든요. 그래서 제 고민을 풀어놓고 싶고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사나 궁금하기도 해서 모임에 들었어요.”

남편 박명주(39) 씨와 착한고구마 농장을 운영하는 조은지(33) 씨는 “어느 날 창고해서 일하다 밥 먹으러 갔는데 사람들이 집에서 놀다 온 줄 알고 남편 잘 만나 농사 안 짓고 호의호식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면서 농촌의 시선이 불편할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청연 회원이자 전라남도 장성에서 유기농업을 하는 블루팜 심보란(36) 씨는 “귀농하면 제일 먼저 가야 할 곳이 기술센터나 군청인데 처음에는 실패할 확률이 높아 제대로 된 지원사업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다”며 농촌의 현실을 꼬집었다. 청연에 가입한 뒤 차별 없는 정보를 공유 받을 수 있었고, 지원사업 서류 작성 시 서툰 부분을 회원에게 조언받기도 했다.

우리원 농장 강선아 씨는 “청년농업인 정책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며 “농촌에서 청년들이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려면 기회 균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 다음이 청년농업인단체가 힘을 모아 ‘현장성’이 반영된 농업정책을 제시하고 농업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강 씨의 설명이다.

놀기 위해 태어난 아이들을 위한 ‘신나는 놀이터’

▲ 신나는 놀이터 고은미 원장이 어린이집 운영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 대산농촌재단

셋째 날 방문한 ‘신나는 놀이터’는 전라남도 장흥군에 위치한 전국 최초 군 지역 부모협동어린이집이다. 신나는 놀이터 어린이집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마루에 옹기종기 모인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이 연수단을 반겼다.

도시와 달리 농촌은 교육 인프라가 부족하다. 젊은이들이 떠나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 만들어진 농촌육아공동체가 바로 ‘신나는 놀이터 어린이집’이다. 신나는 놀이터 원생의 부모들은 아이들 장난감을 직접 만들고, 놀이터를 설치하고, 어린이집 보수공사에 동원된다. 선생님이 휴가를 가면 일일교사로 봉사하기도 한다. 신나는 놀이터 고은미(51) 원장은 “육아에 유치원 선생님뿐 아니라 부모까지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참여해야 한다”며 “도시의 비싼 교육은 아니지만, 신나는 놀이터는 아이, 교사, 부모가 같이 교류하며 품앗이 육아가 이뤄지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신나는 놀이터는 유치원은 도시 유치원처럼 정돈된 공간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처음 방문한 부모들은 허름한 외관과 아이들이 어지른 대로 유지되는 내부 모습에 놀라기도 한다. 고 원장은 신나는 놀이터 아이들은 자신들이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배운다고 말했다. 이는 신나는 놀이터의 가치를 아는 부모들의 바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 자연을 마당으로 둔 신나는 놀이터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은 자연과 어우러져 놀 수 있다. ⓒ 대산농촌재단

“저희 유치원은 공간이 다 터져 있어요. 보안 장치도 없어요. 대문만 닫아 놓을 뿐이죠. 아이들이 놀 때 나는 시끄러운 소리가 담 너머로 흘러나가기도 해요.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며 자연을 접할 수 있는 열린 환경인 거예요. 안전도 중요하지만, 안전을 최우선으로 중시하다 보면 아이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해요. 뛰어다니다 넘어져도 돼요. 다시 일어나 놀면서 자기주도적인 아이가 되는 거예요.”

빡빡한 스케줄이 없는 신나는 놀이터에서 4~7세 아이들은 자연이 유일한 교과서다. 그렇게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은 선행학습한 친구처럼 한글과 영어를 완벽하게 배우지는 않았지만, 문제없이 수업을 따라간다. 대신 이곳에는 절기 활동이 있다.

“여름에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천을 염색하는데, 7살 졸업을 앞둔 아이가 ‘1년이 갔네요, 마지막 여름이네요’라고 아쉬워하더라고요. 그렇게 사계절을 자연스럽게 배우는 거예요.”

이런 가치를 함께하기 위해 입학 전부터 졸업 때까지 부모도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일이 있을 때 잠깐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부모들끼리 소모임을 만들어 인형을 만들기도 하고, 책모임을 만들어 토론을 하기도 한다. 조합원끼리 공동육아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회의도 한다. 고 원장은 공동육아의 조합원이 되기까지 시험도 보고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 면담도 하지만 부모들도 공동육아의 조합원으로 역할과 책임이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아이뿐 아니라 부모도 함께 성장하고 변화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 '신나는 놀이터' 선생님들과 원생들이 어린이집을 방문한 연수단을 반겼다. ⓒ 대산농촌재단

신나는 놀이터는 농촌을 떠나는 젊은이를 위한 대안으로 만들어졌지만, 농촌이기에 가능한 특별한 교육이 됐다. 10분만 걸으면 바다가 나오고, 아이들이 발을 딛는 곳마다 자연이다. 빌딩숲인 도시에서는 일 년에 몇 번밖에 할 수 없는 특별 활동이다. 놀이가 최우선이 되는 환경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표정은 확실히 달랐다. ‘아이들은 원래 이렇게 해맑게 웃는 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표정들이었다.

어려워도 바른 길로 가는 ‘길목장 크리머리’

▲ 길목장 크리머리 정찬섭 대표와 아내 김유진 씨가 연수생들에게 길목장의 가치와 농촌의 삶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 고하늘

전라남도 장흥군에 위치한 길목장 정찬섭(42) 대표는 1992년부터 낙농업을 하던 아버지의 목장을 물려받았다. 그의 아버지는 전통 한국 방식대로 사료를 먹이지 않고 풀을 먹여 소를 키웠다. 아버지가 지켜온 낙농의 가치를 전하고 싶어 수익산업이 아닌 목초유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의 아내이자 동업자인 김유진(38) 씨는 “우리가 전통을 지키면, 전통이 우리를 지켜준다는 말을 평생 지니고 살려 한다”며 “아버님이 지켜오신 한국 낙농의 전통을 저희가 지키면서 우리도 환경과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알프스 지방에서 생산된 30가지 유기농 풀로 만들어진 사료를 수입해서 국내산 건초와 함께 소에게 먹인다. 이런 좋은 풀을 먹고 자란 소가 생산해낸 목초유는 길목장 카페에서 판매중인 ‘도깨비풀우유’다. 김유진 씨는 “등산가면 도깨비풀이 사람 몸에 잘 붙잖아요. 그것처럼 저희의 가치를 도깨비풀 바늘에 실어서 널리 전하고 싶은 마음에 이름을 정하게 됐다”며 특이한 상표명을 설명했다.

▲ 도깨비풀에 자신들의 낙농에 대한 가치를 실어 보내고 싶다는 의미를 담은 ‘도깨비풀우유’. ⓒ 대산농촌재단

길목장에서는 목초유를 생산하며 우유병 재활용 캠페인도 준비하고 있다. 멤버십에 가입하면 한 병 7천원에 판매되는 목초유를 3~4천원의 싼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유리병과 세척 비용을 절감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질 좋은 목초유를 제공하는 캠페인이다.

“3명의 아이를 키우면서 제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은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저희 사업이 일회용을 안 쓸 수 없지만, 생분해 제품을 사용하고 우유병 리사이클링 캠페인을 시작해 줄여보자고 계획했죠.”

농촌의 길목에서 도시와 농촌을 잇는 장이 되고 싶다는 길목장 카페에는 소규모로 농사짓는 농민들의 생산품을 대신 팔아줄 공간도 마련돼 있다. 김 씨는 “소농 하시는 분들은 판매가 어려워 카페를 장터로 활용하길 바라는 마음에 카페에 공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억새에서 바이오 연료가 쏟아져 나온다

전라남도 무안군 청계면에 있는 국립식량과학원 바이오에너지작물연구소는 바이오에너지를 연구한다. 바이오에너지란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사용하여 얻어지는 에너지이며, 이때 사용되는 바이오매스는 광합성을 통해 얻어지는 유기성 생물체를 말한다. 바이오에너지작물연구소 차영록(52) 농업연구사는 “연구소는 서남부 농업소득 증대와 바이오에너지 생산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바이오에너지 작물의 품종을 육성하고 재배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작물을 이용해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는 연구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 바이오에너지작물연구소 소개 자료. ⓒ 바이오에너지작물연구소

“오늘날 전체 에너지원의 85%를 화석연료, 15%를 신재생 에너지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 세대가 지나면 이 비율은 반대가 될 거예요. 이제 신재생에너지가 주목받기 시작했고, 바이오에너지 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규제 정책이 새로운 정부 들어 도입되고 있는 만큼 신재생에너지 연구를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차 연구사는 “저희 기관에서는 유채 품종 육성을 20년 넘게 해왔고, 이를 바탕으로 바이오 디젤 생산용 유채 개발도 진행하게 되었다”며 “유채에 관해서는 저희 기관이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연구한다”고 밝혔다. 바이오 디젤은 식물성 기름을 원료로 해서 만든 바이오 연로를 말한다. 바이오 디젤을 만들기 위해선 유채종자로 기름을 착유하는데 이때 올레인산을 고함유한 품종이 유리하다. 연구소는 올레인산을 고함유한 신품종 유채를 개발하고 있다. 우수한 유채 품종을 실제 에너지로 이용할 수 있도록 바이오 디젤로 생산하는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식량문제가 에너지자원보다 우선시 된다. 그렇기에 식량자원에서 나오는 바이오 매스는 사료로 이용되는 게 우선이며 에너지원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비식량 자원을 써야 한다.

▲ 대산 연수생들이 바이오 연료 생산공정이 이뤄지는 시설을 견학하고 있다. ⓒ 대산농촌재단

“비식량자원으로 무엇을 쓸까요? 볏짚이 좋은 바이오매스가 돼요. 연간 무려 60만 톤이 생산돼요. 에너지자원으로 다 이용할 수 있다면 우리가 필요한 많은 양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실제로는 사료로도 쓰이고 토양에 비료로도 쓰이죠.”

연구소 분석 결과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자원으로 억새가 가장 우수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차 연구사는 전국을 돌며 억새 유전자원 천오백 점을 수집했는데 그때 발견한 게 거대억새 1호다. 그는 억새를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차별화한 억새를 만들기 위해 연구를 진행중이다.

억새와 함께 단수수도 연구하고 있다. 사탕수수처럼 당을 착즙해 에너지로 이용할 수 있다. 사탕수수는 아열대작물로서 국내 재바가 안 되는 반면, 단수수는 국내 재배가 가능한 당질계 작물이다. 이처럼 연구소에서는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작물을 발굴하고 실용단계까지 개발하고 있으며, 바이오연료 주유소를 통해 트랙터와 같은 농업 기계에 바이오디젤을 넣어 시험 주행하고 있다.

돼지도 사람도 행복한 곳, 정은농원

연수단이 넷째 날 방문한 전남 무안군 몽탄면에는 정영호(44) 대표가 운영하는 '정은농원'이 있다. 정 대표는 1997년 귀농해 20년째 농촌을 지키며 배합사료 사용과 공장식 축산을 거부하고 직접 만든 친환경 사료로 돼지를 키우는 자급축산을 지향한다. 정 대표는 "공장식 축산의 가장 큰 문제는 GMO곡물을 사료로 쓰는 것"이라며 "그 사료를 먹은 고기를 우리가 먹게 되면 GMO 곡물에 있는 제초제나 살충제, 성장촉진제 성분이 다 몸에 들어오게 된다"고 주장했다.

"원래는 소를 키웠는데 십여 년 전 소에게 먹이던 사료에서 닭 뼈가 나왔어요. 어떻게 소가 먹는 사료에 닭 뼈가 나올 수 있는지 의문을 갖게 된 것이 자급축산을 하게 된 시작점이었죠. 자급축산으로 바꾸면서 판로를 확보하기 어려워 소보다 크기가 작은 돼지로 바꿨어요. 배합사료를 공급받던 돼지들이 풀이나 곡물 같은 거친 먹이를 먹으려니 초창기에는 많이 살리지 못했어요. 10년간 400에서 500마리 정도 돼지가 죽은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적정 사료 배합비를 찾아서 돼지들이 직접 만든 사료를 먹고 잘 자랍니다."

▲ 정영호 대표가 직접 만든 사료를 연수단에게 보여주며 사료 만드는 방법과 사료 성분을 설명하고 있다. ⓒ 대산농촌재단

정 대표는 사료에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 3가지가 적절하게 들어가야 돼지가 안 죽는다는 것을 8년 만에 터득했다. 수많은 실패에서 얻은 큰 깨달음이었다. 직접 만든 사료를 먹고 자란 돼지의 고기는 배합사료를 먹고 자란 돼지의 고기보다 맛도 좋고 육질도 부드러워 소비자에게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고기를 굽고 난 기름은 포화지방이 아닌 불포화지방으로 하얗게 굳지 않고 투명하다.

"요즘 공장식 돼지를 키우는 곳은 제가 3~4마리 키우는 공간에 15~20마리를 넣어요. 그렇게 자란 돼지들은 햇빛도 한번 못 보고 딱 하루, 죽으러 가는 날 햇빛을 처음 봐요. 공장식 축산에서 먹이는 배합사료에는 성장촉진제가 들어가는데 이게 돼지들 몸집을 크게 하지만 사람한테 들어오면 암과 치매를 유발해요. 제가 키우는 돼지는 배합사료 안 먹어도 잘 자라고 스트레스도 거의 안 받아요. 꼬리도 자르지 않고 이빨도 그대로 놔둡니다."

정은농원은 2019년에 무안군의 지원을 받아 한우를 키우는 농가와 보리재배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진행해 혼자 하던 자급축산을 마을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자급축산이 보편적인 축산이 되는 날이 올 것"이라며 "공장식 축산처럼 많이 키우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적게 키워도 정직하게 해야 소비자가 가격을 좀 더 주더라도 자급축산으로 나온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강조했다.

▲ 배합사료를 먹지 않고 자급축산을 통해 키우는 정은농원의 돼지는 일반 돼지와 달리 털에 윤기가 나고 귀가 쫑긋하며 냄새가 많이 나지 않는다. ⓒ 김미나

행복은 사는 곳이 아닌 마음 먹기에 달린 것

대산농촌재단 장학생들은 3박4일 연수를 통해 농촌에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이인안(22∙충북대 산림학) 연수생은 "연수를 다니며 만난 분들이 신념과 가치관을 가지고 농촌에서 삶을 꾸려가는 것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며 "그들이 농촌의 가치를 지키며 행복하게 사는 것처럼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한다. 그러나 도시라고 누구에게나 행복을 주는 것은 아니다. 행복은 농촌에도 있고 도시에도 있다. 일찌감치 농촌에 뛰어든 청년들은 저마다 특색 있는 농장을 일궈 자신과 농촌지역은 물론이고 도시소비자의 행복에 기여하고 있다. 이들의 노력으로부터 교훈을 얻으려면 우리 사회 청년들은 가치관, 특히 자신의 직업관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행복한 삶의 조건은 도시냐 농촌이냐라는 장소에 있지 않고 어떤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편집 : 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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