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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보다 값진 게 평화다”
[저널리즘특강] 박인규 <프레시안> 이사장
주제 ② 북한 핵과 미국 핵, 무엇이 더 문제인가
2018년 06월 12일 (화) 01:07:48 유선희 이자영 장현석 기자 kintakunte87@hanmail.net

박인규 <프레시안> 이사장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저널리즘특강]에서 ‘북한 핵과 미국 핵, 무엇이 더 문제인가’라는 두 번째 주제로 강연을 이어갔다. 박 이사장은 “미국의 핵 위협은 북한에게 핵무기를 개발할, 보유할 구실을 주고 있다”며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나 핵 폐기와 국교 정상화 등을 둘러싼 막바지 협상을 벌였다.

군사주의, 핵무기 개발로 치닫다

   
▲ 미국의 핵무기 개발은 군사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 pixabay

자본주의에서는 자본이, 군사주의에서는 군사력이 권력이다. 세계 최강국 미국은 군사주의가 본질이다. 세계평화를 교란한 역사에는 늘 미국의 군사주의가 있었다. 군사력이 미국의 ‘세계적 리더십’의 근본이라고 생각하는 역사적 경험이 2차 세계대전을 통해 형성됐고, 한국전쟁을 계기로 고착됐다. 군사력은 세계적 리더십의 기본이었다. 베트남 전쟁, 아프간 전쟁, 이라크 전쟁, 걸프전 등의 배경에는 늘 미국이었다. 미국은 세계정세를 군사력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현재 인류의 가장 큰 위협은 핵무기다. 독일의 과학자들이 핵 연구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미국의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저명한 과학자들이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히틀러보다 먼저 핵 개발을 해야 한다’는 편지를 보냈다. 그렇게 미국의 핵무기 개발이 시작되었다.

   
▲ 박인규 이사장이 ‘미국 핵과 북한 핵’의 성격을 비교해가며 미국과 북한의 군사주의를 설명하고 있다. ⓒ 이자영

“북한은 1950년부터 지금까지 미국의 핵 위협을 받고 있어요. 1945년에 두 번 실전 핵무기를 쓴 후에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 한 달 뒤부터 미국은 북한에 대해 핵무기 공격 계획을 세웠어요.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하였으나 10월 말 중국군이 참전하면서 후퇴를 하게 되었고 미국에게는 치욕적인 철수였어요. 1950년 11월 30일 트루먼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모든 군사적 수단을 고려했죠.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의미예요.”

당시 맥아더 장군은 ‘중공군의 참전을 막기 위해 만주지역에 원자탄을 떨어뜨려 그 지역을 완전히 무인지대로 만들어 놓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핵무기를 쓴 것도 군사적으로는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일본의 패배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핵무기를 쓴 이유는 핵무기 위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경쟁상대인 소련을 겁주기 위해서였다고 박 이사장은 해석했다.

2009년 북한이 2번째 핵실험을 했을 때도 <AP통신>은 ‘1950년대부터 미국은 반복적으로 북한에 핵무기를 사용할 것을 고려해왔고, 계획해왔고, 위협해왔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박 이사장은 “미국의 핵 위협은 북한에 핵무기를 개발할, 보유할 구실을 주고 있다”며 “이러한 기본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이번에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김정은∙트럼프가 ‘평화 공모’를 했다”

이번 북·미회담 또는 후속 회담에서 평화협정이 타결된다면 적어도 한반도에서는 미국의 군사주의를 종식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박 이사장은 올 초부터 나타나고 있는 남북, 북미 화해 분위기를 가능하게 한 요인으로 다음 세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로 ‘북한의 핵미사일 완성’이다. 지난해 11월 29일 최초 시험발사에 성공한 ICBM(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5호로 북한은 미국에 대한 타격 가능성을 과시했다. 박 이사장은 북한의 ICBM 완성으로 “지난 70년간 북한이 느껴왔던 공포를 미국 사람들이 처음 느낀 것”이라며 “’이제는 당할 수도 있구나’라는 위협을 미국이 의식함으로써 북미 대화가 가능해졌다”고 진단했다.

두 번째 요인은 남한의 촛불 정부 탄생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은 북한의 선 비핵화를 요구하는 ‘입구론’이 대세였다. 김 이사장은 그 바탕에 ‘북한붕괴론’이 크게 작용했다고 봤다. 또 북한을 무릎 꿇려야 할 대상으로 보는 관점이 깔려 있었기에 남북 대화가 불가능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촛불 정권이 들어선 이후 분위기가 반전됐다. 남과 북의 대화가 시작된 것은 북한에 대한 의심과 불신을 버리고 대화 상대로 인정하려는 ‘촛불 혁명’의 자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박 이사장은 분석했다.

“잘 관찰하면 북한은 16년 10월부터 17년 3월까지 촛불시위가 한창이었을 때 (미사일을) 단 한 번도 쏘지 않았어요. 왜 그런지 아세요? 남한에 민주 정부가 들어서길 바랐기 때문입니다. ‘북한을 이해해주는 정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지금 (핵을) 쏘면 반북 정서가 일어날 것을 알았기 때문에 조심한 거죠.”

   
▲ 박 이사장은 “북한의 경제 규모는 남한의 40분의 1 정도밖에 안 되고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고립되어 있다”며 “남북관계에서 두려움은 북한이 더 많다”고 말했다. ⓒ 이자영

마지막 요인은 ‘트럼프의 정치적 성공’이다. 박 이사장은 “트럼프는 정통파 관료, 전략가와 같은 주류의 전략적 사고와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지난 70여 년간 전략가들이 설계한 것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오바마가 국력을 되살리기 위해 추진한 여러 정책을 깨뜨리고 있다.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파리기후협정, 이란핵협정 등의 탈퇴가 대표적인 예다. 게다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에게 미국인들이 느끼는 ‘북핵 위협’의 해결은 그에게 큰 정치적 이득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박 이사장은 “더 중요한 건 북한이 남한의 비핵화 언급에 ‘북미 간 문제’라 선을 그었던 것은 북핵이 대남용이 아닌 ‘미국의 체제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남한과 북한이 공조해 트럼프를 끌어들이면서 남북, 북미 관계 개선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각국의 지도자가 각자의 목적에 부합했기 때문에 대화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김정은, 트럼프가 말하자면 ‘평화 공모’를 한 것입니다. 각 지도자마다 다른 이유에서입니다. 문재인은 북한으로부터 체제 위협과 남북 화해를 위해서, 트럼프는 자기의 정치적 성공을 위해서, 김정은은 체제 유지를 위해서죠. 그래서 어느 한쪽이라도 틀어지면 안 됩니다.”

북핵 비핵화, CVID 원칙대로는 어려울 수 있어

“북한 핵폐기 문제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양자 간에 시간을 갖고 신뢰를 쌓아가는 거예요. 긴 호흡을 갖고 가야 해요. 전쟁이라는 건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결국 신뢰의 문제거든요. 미국이 북한을 믿는다면 뭘 걱정하겠어요?”

박 이사장은 북한이 과연 미국이 요구하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확답을 유보했다. 이유는 미국과 북한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상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북한으로서는 핵무기가 미국의 공격 위협으로부터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마지막 보루다. 북한에게 리비아는 뼈아픈 교훈이다. 북한 핵폐기 문제와 관련해 자주 등장하는 ‘리비아식 모델’은 CVID 원칙이 적용된 선례다.

   
▲ 카다피 정권은 핵을 포기한 이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민중에 대한 지배력이 약해지며 결국 몰락의 길을 걷는다. ⓒ MBN

2005년 10월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은 미국 방식에 따라 핵 프로그램이 완전히 폐기되었음을 선언하지만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핵을 포기하자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민중에 대한 지배력이 약해진 것이다. 이후 시민혁명이 촉발되면서 리비아의 지도자 카다피는 죽음을 맞는다. 박 이사장은 “북한에게 CVID나 리비아식 모델은 곧 지도자의 죽음”이라며 북한이 미국의 CVID 원칙을 선뜻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 상황은 더 복잡하다. 박 이사장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일종의 정치적 퍼포먼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일종의 아웃사이더로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선 이후에도 수많은 언행과 스캔들로 비난이 끊이질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핵 폐기는 올해 중간선거와 2년 후 재선거에서 정치적 입지를 다질 중요한 기회다.

많은 전문가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타결을 위해 북한의 조건을 대거 수용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폭스뉴스> 단독인터뷰에서 북한의 단계적 핵폐기 방식도 받아들일 수 있음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나 박 이사장은 “미국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본토를 가격할 수 있는 북한의 ICBM과 핵탄두”라며 “북한의 단계적 방식을 과연 미국 언론이나 전문가,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지는 알 수 없다”며 북·미 협상 국면의 복잡한 상황을 지적했다.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소식이 전해질 무렵 <폭스뉴스> 단독인터뷰에서 “(비핵화) 단계적 조처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 ⓒ MBC

북한의 희망은 ‘잘 먹고 잘사는 것’

그럼에도 박 이사장은 북·미 간 화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이 북한과 화해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북한도 핵무기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는 게 박 이사장의 주장이다. 북한이 가장 원하는 건 국제사회의 인정 속에서 경제 성장을 이루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아시아개발은행이나 세계은행, IMF 같은 국제사회의 투자가 필요하다. IMF의 최대주주인 미국이 북한을 인정한다면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자본과 기술을 지원받아 경제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박 이사장은 “국제사회에 들어와서 잘 먹고 잘사는데 북한이 왜 전쟁을 하려고 하겠냐”며 북한을 인정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핵 폐기는 단기적으로 끝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미국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남아공 핵폐기도 10년이 걸렸고요. 협조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된 우크라이나와 카자흐스탄도 16년이나 걸렸어요. 북한 핵폐기 문제는 기술적으로, 시기적으로 가능하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심리적으로, 인간적으로 서로 통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한반도, 전쟁의 진원지이자 평화의 발원지

박 이사장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가 갖는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한반도를 둘러싼 화해 분위기와 세계정세를 보며 무엇이 진정 중요한 것인지를 읽어 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역동적 지역인 동북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남북 간 싸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동북아 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가 끝나게 되는 것이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는 전부 전 세계 GDP 규모 15위 안에 드는 나라이다. 그런 초강대국들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다. 그는 "이런 이유로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면 전 세계가 전쟁하고, 한반도가 평화로우면 전 세계가 평화로운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건 한반도를 둘러싼 세계정세를 보며 중요한 게 뭐냐는 것입니다. 승리보다 중요한 것이 평화라는 생각을 가져야 해요. 동아시아가 세계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역동적인 지역이지만 북한이 중간에 들어앉아 ‘알박기’를 하고 있어요. 북한이 중국-러시아와 남한을 이어주면 남한 경제도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 세계에도 평화가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018년 1학기 [저널리즘특강]은 한승동 김영미 오연호 강정수 이정환 최경영 박인규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편집 : 김태형 기자

[장현석 기자]
단비뉴스 편집팀 장현석입니다.
삶에 '만약'이란 없다...
디스토피아에서 공부하고 유토피아를 지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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