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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보다 어려운 회장님 퇴진
[단비발언대] 재벌개혁
2018년 06월 05일 (화) 22:26:47 안형기 기자 indiepublic@naver.com
   
▲ 안형기 기자

촛불을 든 그들의 얼굴은 ‘가이 포크스(저항의 상징 인물)’ 가면과 모자, 마스크 등으로 가려져 있었다. 지난 5월 서울 광화문 등에서 네 차례 열린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촛불집회’ 참여자들의 모습이다. 2016년 겨울, 광장에서 ‘대통령 퇴진’을 외친 촛불 시민들은 당당히 얼굴을 내놓았지만 ‘회장 일가 퇴진’을 외치는 대한항공 직원들은 그럴 수 없었다. 임기도, 탄핵절차도 없는 ‘회장님’의 보복이 너무 무서웠기 때문이다. 

   
▲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촛불집회' 참여자들의 얼굴이 가면과 모자, 마스크 등으로 가려져 있다. Ⓒ MBC 뉴스데스크

가면 쓴 대한항공 직원들, ‘MJ'가 된 삼성 노동자들  

대한항공 사주 일가가 직원들에게 가면을 씌웠다면 삼성은 기막힌 별명을 붙여주었다. 노조와해공작에 나선 삼성 계열사들이 직원들을 ‘NJ(노조)’, ‘MJ(문제 직원)’ 등으로 분류해 탄압했다는 사실이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과정에서 수천 건의 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선대의 유훈이라는 삼성의 무노조 경영 방침 아래 많은 노동자들이 고통 받았다는 사실은 몇 가지 사건들을 통해 이미 알려져 있었다. 예를 들면 2013년과 2014년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의 최종범씨와 양산센터의 염호석씨는 사측이 노조가입자의 일감을 뺏는 등 무자비하게 압박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했다가 암, 백혈병 등으로 목숨을 잃고도 산재인정 조차 못 받은 노동자들까지 생각하면, 이 회사가 직원을 다루는 방식에 으스스한 공포감마저 느끼게 된다.    

선진국의 ‘존경받는 기업들’은 직원을 그렇게 대하지 않는다. 경영학 교과서에서도 다루고 있는 미국의 시어스 백화점은 ‘종업원을 행복하게 만들면 기업의 이윤과 성장잠재력도 커진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증명했다. 이 회사는 1992년 경영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ECP(Employee-Customer-Profit), 즉 ‘종업원-고객-이윤 모델’을 실험했는데, 5년간 누적된 데이터는 사원만족도가 5단위 증가할 때 고객만족도는 1.3단위 증가함을 보여주었다. 또 고객만족도가 1.3단위 증가하면 매출액이 0.5% 늘어 이익증대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원 만족이 고객 만족과 주주 만족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직원 행복이 고객 만족과 회사 성장 낳아 

미국 경제잡지 <포춘>이 선정하는 ‘일하고 싶은 직장’, ‘존경받는 기업’ 순위에서 항상 10위 안에 드는 사우스웨스트 항공도 마찬가지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세계적으로 비행기여행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면서 승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항공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냈다. 1973년부터 2017년까지 45년 연속 흑자를 낸 신기록도 갖고 있다. 창업자인 허브 캘러허는 “직원을 잘 대우해야 그들이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하고, 그러면 고객은 다시 사우스웨스트를 이용할 것이고 우리는 다시 행복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창사 이래 단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았고 종업원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사용자제작콘텐츠(UCC)가 유통되는 유튜브에는 늘 즐겁게 일하는 사우스웨스트항공 승무원들이 재기 넘치는 기내방송 등으로 승객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는 영상이 종종 올라온다. 

   
▲ '직원 행복'을 실천하는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미국 경제잡지 <포춘>이 선정하는 '존경받는 기업' 순위에서 항상 10위 안에 든다. Ⓒ Southwest Airlines website

언제 어디서 고함과 악담이 터질지 알 수 없고, 유리컵이나 가위나 화분 따위가 날아올지 몰라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 대한항공과는 비교할 수 없는 분위기다. 직원들이 헌법상의 단결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일터에서 건강과 생명을 잃어도 산재 인정조차 받지 못하는 삼성과는 너무나 큰 거리가 있다. 

노동자가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지 않고 당당히 말 할 수 있는 사회, 노동3권과 일터에서의 안전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려면 무엇보다 ‘회장 일가의 불법행위’를 엄벌하고, 중대 범법자는 경영일선으로 돌아올 수 없도록 ‘법치’를 확립해야 한다. 동시에 기업은 ‘행복한 종업원이 고객 만족과 주주 만족을 낳는다’는 원리를 적극 구현해 나가야 한다. 대한민국의 ‘갑질(Gapjil)’이 ‘봉건시대의 영주처럼 경영진이 부하 직원을 괴롭히는 행위’라는 뜻의 신조어로 외신에 소개되는 망신은 과거형으로 끝나야 한다.


편집 : 이창우 기자

[안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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