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DOC의 ‘수취인분명’이란 노래는 온라인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유튜브 조회수가 150만을 넘었다. 하지만, 이 곡은 11월 26일 광화문 광장 촛불집회 무대에 오르기 전날 전격 취소됐다. ‘여혐 가사’ 때문이다. 주최 측인 ‘박근혜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미스 박’과 ‘세뇨리땅’, ‘하도 찔러 대서 얼굴이 빵빵’ 등의 가사를 문제 삼았다. ‘수취인 분명’을 빼고 부르겠다는 수정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서울광장 무대 선 DJ DOC탄핵안이 가결되고 12월 10일. 장소를 바꾼 서울 광장 무대에 DJ DOC가 나타났다.
“아기를 갖고 싶다니/그 무슨 말이 그러니/너 요즘 추세 모르니...계산을 쫌 해봐/너랑 나 지금도/먹고 살기 힘들어...맞벌이 부부되면/집에서 누가 애를 봐/우리는 언제 얼굴 봐/주말에 만나거나/달 말에 만나거나...니 개도 못 키우면서/주제에 우리가 무슨 누굴 키우냐...”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방영된 엠넷(M.net)의 신인가수 경연프로그램 <슈퍼스타케이세븐(K7)>에서 중식이밴드가 ‘아기를 낳고 싶다니’를 부르며 등장했을 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의 애환을 적
“남자가 무슨 선원이 되겠다는 거야?”선원이 되겠다는 오빠의 말에 여동생이 비웃듯 말한다. 오빠는 억울한 마음에 엄마에게 달려가 보지만 조금도 역성들어주지 않는다. 배를 타는 일은 힘세고 용감한 여자들이나 하는 일이 맞으니까. 게르드 브란튼베르그의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은 남자와 여자의 성 역할이 바뀐 가상의 나라 이갈리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이런 식으로 보여준다. 남자들은 작은 성기, 작은 몸을 가져야 예쁘다고 인정받는다. 키 크고 어깨가 넓으며 힘까지 세다면? 여자들에게 외면당한다.남자인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불편함을 느꼈다
‘헬조선’과 ‘이생망’. '지옥 같은 한국'에서 '이번 생은 망했다'고 자조하는 청년이 적지 않다. 국내총생산(GDP), 대학 진학률, 기대수명 따위로 본 나라의 위상은 역사상 그 어떤 시기보다 눈부신 게 오늘의 한국인데, 청년들은 왜 절망하면서 떠나고 싶어 하는 것일까. ‘약해 빠진 요즘 젊은 애들’이란 질책에 앞서, ‘더 노력하라’는 충고에 앞서 청년의 현실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노력이 있어야 기성세대도 ‘꼰대’라는 비아냥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청년 세대는 왜 특별히 더 불안한 것인지, 어떻게 해야 갑갑한 현실이 조
10시간 04분. 오늘 기록한 공부시간이다. 공부시간을 정리하며 하루를 마치게 된 지 어느덧 2년째다. 항상 같은 시간에 산책을 나섰던 철학자 칸트만큼은 아니지만, 공부한 시간을 기록하고, 쌓인 자료들을 모아 하루를 반성하는 일을 하지 않으면 왠지 찝찝하다. 어제, 지난달, 작년과 비교하면서 오늘의 ‘성실’함을 위로하거나 자책해야 잠이 온다.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난 성실해야 한다.성실은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미덕이다. 성실하게 살라는 말은 ‘아프니까 청춘이다’처럼 달콤한 위로로 포장된다. ‘미쳐야
지난 5일 오후 서울 태평로 서울광장에서 열린 2차 민중총궐기대회에는 주최기구인 범국민대책위원회 추산 5만여명의 시민이 저마다의 구호가 담긴 손 팻말과 깃발을 들고 모였다. 정부의 일방적인 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해서, ‘개혁’을 빙자한 노동 ‘개악’에 반발해서, 시장개방에 피폐해지는 농어촌 현실에 분노해서 이들은 광장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개인의 힘은 약하지만, 모여서 외치는 함성으로 민주주의를 되찾겠다는 시민들의 결의는 찬바람 속에도 후끈한 열기를 뿜어냈다.히틀러에 대해 설명하면 히틀러 따르자는 건가넥타이를 단정하게 맨 교복차림
서가 잔디밭에 누워있다. ‘가을 느끼기 야외수업’ 중인 그는 취업 준비생이다. 엄밀히 말해 대학원생이지만 언제든 대학원을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기자만 되면 석사가 아니어도 좋다. 내년 가을에는 반드시 이곳을 떠날 것이다. 이번 가을 기자가 되어 고별사로 이별했던 선배 봉처럼.누운 그의 머리 위로 햇볕이 쏟아진다. 얼굴을 때리는 강렬한 햇살에 눈을 감는다. 언론인이 되는 길은 저 해만큼 멀리 있다. 소설과 시를 쓰며 대학생활을 보냈던 그에게 ‘사실’ 중심의 글쓰기는 힘에 부치다. 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하는 강의 ‘글’, 최의 ‘스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