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 대신 구금’하는 출입국관리법, 나아갈 방향은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지방자치단체별 외국인 주민 현황을 보면 국내의 외국인 주민 수는 2023년 11월 기준 245만 954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민 250만 명 시대’에 돌입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국내 인구 중 외국인의 비율이 5%가 넘는 국가를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분류한다. 경기도 안산시, 시흥시, 서울시 구로구, 영등포구, 금천구, 충청남도 아산시는 외국인 주민의 비중이 전체 인구의 10%를 넘겼다. 경기도 화성시, 부천시, 수원시는 외국인 주민 비중이 인구의 5%를 넘고, 청주시, 경기도 성남시, 용인시도 외국인 주민이 인구의 3%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주민 집중 거주지역인 청주시와 경기도 화성시를 비롯해 여수시, 울산광역시 등 4개 지역에는 ‘외국인보호소’가 있다. 외국인보호소는 ‘출입국관리법’ 제2조에 따라 체류자격 연장 기간을 놓쳤거나, 범죄 등으로 강제퇴거 대상이 된 외국인들을 보호하는 시설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보호’란 ‘위험이나 곤란이 미치지 않도록 잘 보살펴 돌보는 행위’를 일컫는다. 그러나 출입국관리법이 규정하는 ‘보호’의 의미는 사뭇 다르다. 출입국관리법 제2조 제11항은 ‘보호’를 ‘강제퇴거 대상에 해당한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을 출국시키기 위하여 외국인보호소 등의 장소에 인치하고 수용하는 집행활동’으로 정의한다. 사실상 구금과 같은 의미다. 실제로 외국인보호소는 구금 시설 역할을 한다. 내부는 구치소나 교도소와 유사하게 철창과 아크릴판 등으로 막혀 있고, 생활에도 제한이 가해진다.
외국인보호소는 ‘보호’ 시설일까
공익법단체 두루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보호시설에 수용되는 사람은 지난 2020년 38만 7439명, 2021년 42만 1422명, 2022년 46만 8865명, 2023년 44만 2465명, 2024년 47만 8461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간 잘 눈에 띄지 않았던 외국인보호소 내부의 인권 침해 사례들도 드러나고 있다. 지난 2021년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발생한 일명 ‘새우꺾기 고문’ 사태가 대표적이다.
모로코에서 온 나스리 무라드 씨는 4년 전인 2021년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입소했다. 난민 신청을 위해 한국에 왔다가 체류 기간을 연장하지 못해 강제퇴거 명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보호소 생활 중 직원들과 마찰을 겪은 무라드 씨는 독방인 ‘특별계호실’에 격리됐다. 그 과정에서 뒤로 수갑을 채우고 양발을 묶어 사지를 연결하는 일명 ‘새우꺾기’ 자세로 여러 시간 동안 격리된 사실이 밝혀져 큰 논란이 됐다.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가혹행위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논란이 계속되자 법무부는 제도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며 설명자료를 발표했지만, 해당 자료에 무라드 씨가 알몸 상태로 있는 사진, 사건과 무관한 무라드 씨의 형사처벌 전력 등을 포함해 ‘2차 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무라드 씨는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속칭 ‘새우꺾기’ 방식으로 보호장비를 사용하는 것은 피보호자의 신체에 상당한 고통을 줄 뿐 아니라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비인도적인 조치”라며 “그 자체로 헌법에서 보호하는 신체의 자유와 인격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법무부의 영상, 사진 배포에 대한 무라드 씨의 피해도 인정하며, 대한민국은 무라드 씨에게 11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무라드 씨 사건 이후에도 외국인보호소의 피보호자 학대 논란은 계속됐다. 최근에는 ‘아동 구금’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8월 국내 외국인보호소에 보호명령을 받고 구금된 14세~18세 미성년자가 97명에 달했다. 외국인보호규칙 제4조에 따라 14세 미만 아동은 보호명령 대상이 아니지만, 부모가 구금될 경우 동행하기 때문에 실제 구금된 어린이·청소년의 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출입국관리법 개정안, 이주민 권리 담고 있나
지난 6월 1일,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2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번 개정안은 외국인보호소 수용 기간의 상한을 9개월로 정하고, 난민 신청 중이거나 소송 중인 경우 최대 20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게 했다. 또한 법무부에 ‘외국인보호위원회’를 설치해 외국인에 대한 보호 기간 연장 등을 심사하고 인권침해 사례에 대한 실태조사 등을 담당하게 했다. 이는 2023년 3월, 헌법재판소가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에 대해 6대 3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2020헌가1, 2021헌가10 병합)을 내린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기존 출입국관리법은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을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 외국인보호소에 둘 수 있다고 규정했다. 수용 기한의 상한을 두지 않아, 사실상의 무기한 구금이 가능했던 것이다. 피보호자가 난민법에 따라 난민인정신청을 하거나, 난민불인정결정 등에 이의신청을 해 관련 절차가 끝날 때까지 강제퇴거명령을 집행할 수 없는 경우(출입국관리법 제62조 제4항), 피보호자가 강제퇴거명령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했거나, 민형사 분쟁의 계류로 사실상 강제퇴거명령의 집행이 곤란한 경우 등에는 보호 기간이 무한정으로 늘어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이 과잉금지원칙과 적법절차원칙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보호기간의 상한을 법에 명시해 보호기간의 비합리적인 장기화나 불확실성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호가 적절한지에 대한 객관적인 제삼자의 판단 절차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있었다. 기존 출입국관리법은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이 심사를 거쳐 강제퇴거 결정을 내리면 곧바로 강제퇴거명령서와 보호명령서를 발급하고, 담당 공무원이 이를 집행하도록 되어 있었다. 실질적으로 같은 집행기관 안에서 기관장이 심사를 해서 결정을 내리면 실무 직원이 집행하는 것이다. 보호결정기관과 집행기관이 분리되어 있다고 볼 수 없고, 이런 상황에서는 보호의 필요성 등에 대한 심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어 적법절차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다.
그러나 개정된 법률 또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거스르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시민사회는 구금기한을 100일 이내로 제한하고, 구금 결정과 연장은 법원의 통제를 받도록 법을 개정할 것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이런 심사 기능을 갖는 위원회를 법무부 안에 설치하도록 법률이 개정된 것이다. 법안 개정 과정에서 국내 체류 외국인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행정부와 독립된 사법적 성격의 기관이 구금 심사를 맡고, 미국·캐나다·영국은 구금 집행 기관과 분리된 독립적 준사법기관을 두고 있다.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지난 5월 한국의 인종차별 상황을 판단한 ‘최종견해(Concluding Observations)’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구금의 적법성을 독립적인 사법기관이 심사해야 하며, 외국인을 보호시설에 사실상 구금하는 이른바 ‘이주 구금’은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난민 신청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장기 구금이 가능하도록 한 조항을 개정하라고도 권고했지만, 이런 내용은 모두 법률 개정 과정에 반영되지 않았다.
아동구금 금지 원칙에 대한 규정도 없다. 지난해 5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법무부에 “이주 구금이 아동에게 미치는 인권 침해의 중대성을 감안해 출입국관리법에 ‘아동에 대한 보호(구금) 조치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규정을 신설할 것”을 권고했다. 출입국관리법 제56조의3은 ‘피보호자가 19세 미만인 경우 특별히 보호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구금을 막는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제22대 국회에 아동구금 금지 원칙을 담은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조정훈 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되어 있지만 상임위원회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주민과 공존하는 사회로 나아가려면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이주민을 대리하는 활동을 이어 온 공익법단체 두루의 이한재 변호사는 지난달 진행된 <단비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개정안에 따른 현장의 혼란과 법무부의 무관심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법률 개정으로 외국인보호위원회가 만들어졌지만 어디서, 누가, 언제, 어떻게 외국인 보호에 대한 판단을 하고 있는지 정보가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당사자들은 해당 내용을 공유받지 못한 채 ‘절차를 안내받았습니다’라는 서류에 서명하도록 강요받고 있다는 것이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 변호사는 앞으로 출입국관리법을 다시 개정할 때 아동 구금 금지, 중립·독립적 심사 절차 마련 등의 내용이 보완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번 법률 개정안을 통해 최소한의 형식적 절차가 마련된 만큼, 이를 기반으로 이주민 인권 보장의 토대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최근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대해 수많은 권고를 쏟아냈으나 대부분 보도조차 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현재 우리 사회에 이주민 차별이 존재한다는 문제의식을 확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