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입국 청소년 정착 보고서] 프롤로그 - 낯선 집, 낯선 말, 낯선 땅

* 이 기사는 단비뉴스에서 우수 콘텐츠로 선정돼 2025년 4월 단비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중도입국 청소년은 외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 한국에 들어온 미성년자다. 대개는 한국인과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이민을 온다. ‘불시착’하듯 한국에 들어온 이들은 낯선 언어, 낯선 땅, 그리고 차별을 만난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24년 '교육통계조사'를 보면, 중도입국 청소년은 2012년 4288명에서 지난해 1만 1987명으로 3배가량 늘었다. 지난 12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8.9%였다. 국내 전체 초중고생 가운데 중도입국자의 비중도 같은 기간 0.06%에서 0.23%로 늘었다.

이들을 체계적으로 조명한 언론 보도는 드물다. 취재팀은 이 문제를 다룬 논문과 보고서 48편을 한 달여 동안 함께 읽으며, 기초 취재를 준비했다.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이 2022년 발행한 ‘이주배경청소년 상담매뉴얼’도 공부했다.

그들의 실상을 깊이 들여다보고 싶었던 취재팀은 충북 제천의 한국폴리텍 다솜고등학교에 주목했다. 다솜고는 국내 유일 다문화 기술고등학교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아, 134명의 전교생 가운데 중도입국 청소년이 약 70%를 차지했다. 취재팀은 지난해 3월부터 11개월 동안 다솜고 재학생과 졸업생을 만났다.

먼저 재학생과 졸업생을 설문 조사했다. 문항 24개의 재학생 설문지와 문항 42개의 졸업생 설문지를 직접 설계하여, 재학생 111명과 졸업생 125명을 설문했다. 이 가운데 재학생 74명과 졸업생 71명은 중도입국 청소년이었다. 이들의 특성을 한국 출생 다문화 청소년 집단과 비교하여 분석했다.

데이터로 드러나지 않은 사실은 관찰과 심층 인터뷰로 보완했다. 다솜고를 30여 차례 방문해 재학생들의 학교생활을 관찰하고 기록했다. 또한, 졸업생 25명을 43차례, 재학생 12명을 22차례 인터뷰했다. 특히, 출신 국가, 학력, 직업을 기준으로 서로 다른 유형의 재학생 4명과 졸업생 4명 등 모두 8명을 집중적으로 인터뷰하면서 그들의 집과 일터를 찾아 동행 취재했다. 교사 6명도 1차례씩 인터뷰했다. 인터뷰를 위해 서울, 광주, 울산, 경기, 강원, 충북, 충남, 전남, 경남 등 전국을 다녔다. 녹취록은 A4 기준 600쪽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영상 취재도 병행했다. 재학생과 교사 인터뷰, 학교·가정에서 일상 등을 촬영해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다.

취재를 통해, 중도입국 청소년의 전형적 궤적을 알게 됐다. 그들 대부분은 결혼이민자 어머니를 따라 한국에 왔다. 낯선 가정환경에서 이부형제와 달리 차별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주배경 가정의 부모의 관심이 부족한 탓에 한국어 학습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성인이 되면, 노동강도가 높은 일자리를 얻는 경우가 많지만, 그마저도 이직을 반복했다. 용기를 내어 열심히 살아도 불안정한 체류 자격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그들 가운데 일부는 한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살겠다는 꿈을 꾼다.

이들의 이야기를 연재 기사에 담았다. 연재 기사에 등장하는 다솜고 졸업생·재학생·교사 15명 가운데 익명을 요청한 1명을 제외한 모든 이는 실명이다.

<기사 순서>
① 불시착한 나라에서 만난 장벽
② 불시착했어도 정착할 수 있을까요
③ 낯선 땅에서 만난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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