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2024 세명 대학언론상 시상식
“우리 사회가 민주화를 이루고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과정에서 대학 언론은 공론장으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최선을 다해서 가치 있는 보도를 하고 있는 대학 언론인 여러분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지난 23일 충북 제천시 세명대학교 학술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2024 세명 대학언론상’ 시상식에서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장은 수상자들을 맞으며 이들이 이끌어가고 있는 대학 언론의 사회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올해로 3회를 맞는 ‘2024 세명 대학언론상’은 한 해 동안 전국 대학 언론에서 ‘대학’ ‘청년’ ‘지역’ ‘환경’을 주제로 다룬 보도를 공모해 이 중 뛰어난 작품을 시상한다. 올해에는 전국 41개 대학 언론이 공모에 참여했으며 응모작 66건 가운데 4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최우수상에는 연세대학교 <연세> 편집위원회의 ‘‘학교와 돈’ 프로젝트: 연세대학교 기관장 업무추진비‘‘가 선정됐다. 우수상은 이화여자대학교 방송국 <EUBS>의 ‘캠퍼스를 그리다, 그린캠퍼스’가 받았다. 이어 중앙대학교 교육방송국 <UBS>의 ‘그곳엔 고려인이 산다’와 부산대학교 <채널PNU>의 ‘‘우리 안의 벽’ 기획 시리즈‘‘가 장려상을 수상했다. 최우수상에는 200만 원, 우수상 100만 원, 장려상 각 50만 원 등 총 400만 원의 상금이 부상으로 주어졌다. 심사는 심석태, 박정용, 정은령, 이규연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와 황경상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장이 맡았다.
수상작들, 데이터 활용과 시각화 돋보여
시상식에는 최우수상을 받은 <연세>의 금별 기자를 포함한 8명의 수상자와 심석태, 박정용, 안수찬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가 참석했다.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장은 인사말에서 “이번 수상작들은 신선한 기획과 촘촘한 취재가 돋보였다”며 “수상자 여러분은 대학 언론에서 날카롭게 벼린 문제의식을 잘 발전시켜서 한국 언론과 한국 사회에 기여하는 훌륭한 인재로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연세>의 ‘학교와 돈’ 프로젝트는 기관장 업무 추진비를 파헤쳤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연세대학교 전 총장이 임기 동안 업무 추진비를 사용한 장소를 확인했다. 기사 속 QR 코드를 인식하면 전 총장이 업무 추진비를 쓴 식당과 카페의 금액이 지도에 표시된다. 심사를 맡았던 이규연 교수는 “중대하고 은폐된 이슈를 정보공개청구로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 파고들어 탐사 보도의 전형적인 완결성에 마침표를 찍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QR 코드를 활용한 인터렉티브 방식을 두고 “기존 언론에서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나 귀찮아서 잘 시도하지 않는 방식”이라며 높게 평가했다.
<EUBS>의 ‘그린캠퍼스’는 학내 구성원들의 생활공간인 캠퍼스가 환경친화적일 수는 없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해 캠퍼스 내 모든 전력을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그린캠퍼스의 사례를 취재했다. 취재진은 영국의 UCL(University College London) 내 탄소중립 건물인 연구실 등을 방문해 그린캠퍼스의 실제 운영방식을 소개했다. 박정용 교수는 “‘그린캠퍼스’는 주제 의식이 반가운 작품”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영국 대학 현장 취재를 끈질긴 설득으로 가능하게 한 취재진을 보면서 미래의 멋진 다큐멘터리 제작자의 모습을 그려보게 됐다”고 격려했다.
<UBS>의 ‘그곳엔 고려인이 산다’는 경기 안성시 대덕면 내리에 있는 고려인 이주민 마을을 취재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내리에 있지만 동네 주민들은 이곳을 내리와 구분해 ‘외리’라고 부를만큼 이웃의 한국인들과 정서적, 문화적으로 분리되어 있다. 정은령 세명대 교수는 “고려인 청소년들이 어떻게 한국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는가를 고민함으로써 공동체의 문제를 함께 풀어가려고 한 포용적 태도가 대학 언론 보도의 영역을 한층 확장했다”고 평가했다.
<채널PNU>의 ‘우리 안의 벽’ 시리즈는 대학에서 벌어지는 캠퍼스 차별 문제를 다뤘다. 부산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 대학 밀양캠퍼스에 관한 차별 발언이 이어지고 있었다. 취재진은 단순 문제 지적을 넘어 캠퍼스 간 교류 증진 등의 해결책을 모색했고, 보도 후 대학 당국이 개선 과제를 발표하기도 했다. 심석태 교수는 “단순히 어디에나 있는 문제라고 치부하거나 일회적 보도를 한 뒤에 ‘할 만큼 했다’고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반향을 불러내도록 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심석태 교수는 모든 수상작이 데이터를 활용하고 시각화를 위해 고민한 부분을 호평했다. 심 교수는 “멀티미디어 시대의 언론인들은 데이터를 활용해서 그것을 어떻게 시각화해 뉴스 이용자들에게 보여줄 것이냐를 고민하는 것이 기본이 될 것”이라며 “그런 고민을 일상화하면 더욱 좋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은 기뻐도 내일은 다시 펜을
시상 이후 수상자들의 수상 소감이 이어졌다. 연세대 <연세>의 금별(23·문화인류학과) 기자는 함께 취재한 이준상(22·언더우드학부 경제학과) 기자의 소감을 대독했다. 이준상 기자는 “대학 언론 단체와 대화하고 힘을 합쳐 고민을 나누면 쉽게 지치지 않을 것”이라며 대학 언론끼리의 교류를 강조했다. 그는 “오늘은 (수상을) 마음껏 기뻐하되 내일은 또다시 펜을 쥐고 키보드를 두드리고 카메라를 들어 올리자”고 대학 언론 동료 기자들에게 이야기했다.
이화여대 <EUBS>의 김수미(22·정치외교학과) PD는 “‘기후위기가 현실로 도래한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부터 (취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에서 촬영을 하는 와중에도 크고 작은 어려움 때문에 때때로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었지만, 기후위기 속 캠퍼스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렸다면 그것만으로도 노력이 빛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중앙대 <UBS>의 김선범(25·경영학부) PD는 “기성 언론과 미디어에서 보여주지 않는 고려인을 포함한 이민자들이 한국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 더 본질적인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취재의 문제의식을 밝혔다. 같은 취재팀 김예진(24·경영학부) PD는 “좋은 상을 받게 된 만큼 사람들이 우리 영상을 더 접해서 고려인 아이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교류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산대 <채널PNU>의 윤다교(22·정치외교학과) 기자는 학생 사회에서 당연시되고 있는 혐오를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치부하고 순응하는 대신 본질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윤 기자는 “세명 대학언론상 공모전에서도 수상을 한 만큼 앞으로도 꾸준히 학생 사회 내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관련된 보도를 이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부딪치는 걸 즐겨야 기자가 된다
시상식이 끝난 후 수상자들은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들과 차담회를 가졌다. 차담회에서 수상자들은 취재 후일담을 이야기했다. 해외취재를 다녀온 이화여대 방송국팀은 해외 취재원 섭외가 어려웠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이들은 영국으로 출국할 때까지만 해도 취재원을 다 섭외하지 못했다. <EUBS> 한정인 PD는 “장시간 비행하는 동안 저희가 (메일을) 확인할 수 없으니 조마조마했는데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취재원의 회신을) 확인했을 때 정말 안도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수상자들은 예비 언론인으로서 지닌 고민과 진로 계획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UBS> 김예진 PD는 “경영학부이지만 기자들이 너무 멋있어 보였고, 어쩌면 내가 현장에서 부딪치는 일을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언론인이라는 꿈을 가지게 된 계기를 말했다. 제정임 원장은 “부딪치는 게 즐겁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기자로서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현장에서 부딪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예비 언론인을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이 기다리고 있다.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은 오는 31일까지 2025년 봄학기 신입생과 편입생을 모집한다. 모집 인원과 전형 방법 등 입학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여기 홈페이지에서는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의 교수진, 교과목 등을 살펴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