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충청북도 추석 연휴 응급실 현장 점검

추석 연휴 이틀째인 지난 15일 오전 11시쯤, 충북 제천시 덕산면 신현리에서 승용차와 1톤 화물차가 충돌했다. 2명은 심정지 상태로, 다른 2명도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들이 후송된 곳은 충주의료원, 제천 명지병원, 괴산 성모병원, 안동병원으로 모두 달랐다. 결국 심정지 상태였던 2명은 끝내 숨졌다.

충북소방본부는 20일 오후 5시 <단비뉴스>와의 통화에서 한 병원에서 4명을 치료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 각기 다른 병원으로 나눠 이송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환자 모두 이송에 최소 1시간 이상 걸렸는데, 특히 안동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데 걸린 시간은 2시간 16분이나 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가 이송 가능한 병원을 찾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구급대는 충주 인근 병원 4곳에 환자 수용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모두 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해당 환자는 안동병원까지 헬기로 이송됐다.

정부와 충청북도는 지난달, 추석 연휴를 대비해 병원 간 신속한 환자 이송과 의료 인력 확충, 지역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등 ‘추석명절 비상응급 대응주간’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정한 ‘비상응급 대응주간’은 지난 11일부터 25일까지 2주다. 이 기간 동안 병원 사이에 신속하게 환자를 이송하는 등 지역 내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각 지자체는 단체장 책임 아래 비상의료관리상황반을 설치해, 현장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10일에는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지역응급의료센터에 추가 인력을 채용할 수 있도록 인건비를 지원한다는 정책도 발표됐다. 의료진 이탈로 어려움을 겪는 현장에는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사를 투입하기로 했다. <단비뉴스>는 이런 대책들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추석 연휴 동안 충북의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 당직의료기관까지 모두 9곳을 직접 취재했다.

“응급의료센터 인건비 지원” 정책, 실효성은 의문

먼저, 정부의 인건비 지원은 실제로 추석 연휴 동안 응급실 의료 인력 보충에 도움이 되었을까? 충북대병원 대외협력팀 관계자는 지난 12일 <단비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전문의를 채용 중이지만, 정부의 인건비 지원은 인력 채용 이후에 지원되는 방식이라 현시점에서 실질적인 재정적 도움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제천명지병원 홍보팀 관계자도 비슷한 상황을 전했다. <단비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는 “이번 인건비 지원이 한시적일 뿐만 아니라, 다음 달부터는 예산 편성에 따라 지원 금액이 결정되므로 장기적인 인력 고용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병원에서 필요한 것은 상시 근무할 인력인데, 정부 예산이 언제까지, 얼마나 지원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번 지원금만으로는 안정적인 인력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애초에 이런 일시적 인건비 지원으로 응급실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거라는 지적 그대로였다.

지난 17일 충주의료원 응급실 입구에 일반 경증 환자의 진료가 지연되거나 제한될 수 있다고 안내하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이지윤 기자
지난 17일 충주의료원 응급실 입구에 일반 경증 환자의 진료가 지연되거나 제한될 수 있다고 안내하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이지윤 기자

응급실 지원한다던 인력, 실제로는 다른 업무 배치

충청북도는 지난 10일 ‘추석 연휴 응급체계 운영강화 방안’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연휴 동안 진료에 불편함이 없도록 총력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내 22개 응급실에 전담 책임관 22명을 지정해 응급실을 모니터링하고, 특이사항이 발생하면 즉시 대처하겠다고 약속했다.

충북도 한찬오 보건정책팀장은 지난 19일 <단비뉴스>와 통화에서 추석 연휴인 지난 14일부터 18일 사이에 도내 응급실 운영에서 특이사항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이사항에 대한 정해진 기준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응급실 인력이 갑자기 부족해지거나, 구급차가 응급실에 도착했지만, 진료가 거부돼 다른 응급실로 환자를 이송하는 상황을 예로 들었다. 지난 15일 제천 덕산면 교통사고 처리 과정에서의 이송 지연 정도는 특이사항이 아닌 ‘일반사항’으로 분류했다. 특정 병원 응급실에서 환자를 수용할 수 없어서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는 경우는 최근의 의사 집단 사직과 상관없이 항상 발생하는 일반적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구급차에서 전화로 문의했다가 수용이 거절되는 경우는 응급실 전담 책임관이 도청에 보고하는 기준에 해당하지 않았다.

지난 10일 충청북도가 발표한 ‘충청북도 추석연휴 응급의료체계 운영 강화’ 보도자료 중 일부. 충북도청 제공
지난 10일 충청북도가 발표한 ‘충청북도 추석연휴 응급의료체계 운영 강화’ 보도자료 중 일부. 충북도청 제공

전국에 있는 409개 응급실 가운데 건국대충주병원은 내부 사정으로 운영하지 않은 용인 명주병원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추석 연휴 동안 응급실을 운영하지 않았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7명 중 5명이 사직하면서, 남은 2명으로는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충북도는 추석 연휴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충북대병원에 군의관 6명과 공보의 6명을 파견하고, 충주 내 유일한 지역 응급의료기관인 충주의료원에는 4명의 공보의를 지원했다. 충주의료원의 응급실과 중환자실 병상은 각각 25병상, 15병상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단비뉴스> 취재 결과, 충북대병원에 파견된 군의관 6명은 응급실 근무를 거부해 중환자실에서 근무했다. 공보의 6명도 외래진료를 보거나 중환자실에서 근무했다. 충북대병원에 지원한 12명 모두 응급실에서 근무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추석 연휴 동안 응급실에는 기존의 전문의 5명만 1일 1교대로 근무하고 있었다. 충주의료원에 파견된 공보의 4명은 응급실에서 일하기는 했지만, 연휴 기간이 아닌 평일에만 근무했다. <단비뉴스>가 지난 16일 밤 11시 충주의료원을 방문했을 때 응급실에는 1명의 의사와 3명의 간호인력만이 근무하고 있었다. 병상도 당초 발표했던 25개가 아닌 18개만 운영 중이었다.

정부 대책과 다른 현장…혼란은 여전

지난 16일 저녁 8시쯤 충북대병원 휴게실에서 만난 패혈증 환자 유상열(53) 씨는 원래 청주 한국병원에 입원해 있었으나 지병이 악화해 지난 13일 충북대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급하게 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국병원은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충남대병원과 부산대병원, 여의도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연세대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전북대병원에 연락해 유 씨의 수술이 가능한지를 문의했다. 하지만 모두 전문의 부족으로 수술실 가동이 어렵다며 거절했다. 그는 “한국병원에서 추석 연휴에는 모든 병원에 수술 가능한 의사가 부족해서 하루빨리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들었는데, 운 좋게 충북대병원에 소화기내과 전문의가 있어 정말 다행”이었다며, 생명이 걸린 큰 수술이 필요한 상황에서 불안정한 의료체계로 인한 공포를 직접 체감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에 비해 전국적으로 추석 연휴 동안 응급실을 찾은 환자가 20% 줄었다며, 의료체계가 추석 연휴 동안 안정적으로 운영됐다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급한 환자들은 먼 거리를 이동해 진료가 가능한 곳을 찾거나, 긴 시간을 응급실 앞에서 기다려야 했다. 실제로 추석 당일인 17일 밤 9시에 만난 제천 명지병원 원무과 관계자는 “평소에는 40~50명 정도의 환자가 방문했는데, 오늘은 130명 이상이 방문했다"고 말했다. 명지병원은 총 8명의 전문의가 2명씩 교대로 근무하며 응급실을 운영했다. 같은 날 밤 11시에 만난 제천서울병원 원무과 관계자도 “평소에는 30~40명의 환자가 방문하지만, 오늘은 96명의 환자가 다녀갔다”고 전했다. 서울병원은 야간에는 응급실에 전문의 1명과 간호인력 3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응급실에서 받아준다고 해도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응급실을 찾은 환자가 급증한 것에 비해 의료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제천 명지병원 응급실 앞에서 만난 55세 남성 A 씨는 “어머니가 충주시노인전문병원에 있다가 배에 복수가 차 수술이 필요해 충주의료원에 연락했으나 수술할 의사가 없어, 제천 명지병원까지 한 시간 넘게 사설 구급차를 타고 달려왔다"고 말했다. 명지병원에 도착하고도 바로 수술을 받지 못하고 5시간째 대기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오후 제천시 덕산면에서 출동한 119구급차가 명지병원 응급실 앞에 도착했다. 송채은 기자
지난 17일 오후 제천시 덕산면에서 출동한 119구급차가 명지병원 응급실 앞에 도착했다. 송채은 기자

지난 17일 제천시 덕산면의 응급환자를 명지병원으로 이송한 제천소방서 화산119안전센터 구급대원 A 씨는 “덕산면에서는 충주가 더 가깝지만, 현재 충주 지역의 환자 수용 능력이 부족해 제천 명지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말했다. 다른 구급대원 B 씨는 “병원에서 현재 사용 가능한 병상이 있다고 표시되어 있어 해당 병원으로 이송해도, 의료진이 부족해 환자를 진료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단비뉴스>가 추석 연휴 동안 실시간으로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 종합상황판을 확인한 결과, 충북 도내 대부분의 병원에서 진료 가능한 과목보다 불가능한 과목이 더 많았다. 그나마 정상 가동한 제천명지병원 같은 곳도 환자가 몰리면서 지난 16일 오후에는 기준병상보다 가용 병상이 2개나 부족한 상황이 됐다.

정부 발표대로 전체 응급환자가 줄면서 추석 연휴 동안 의료 대란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단비뉴스>가 충북 내 응급실 9곳을 직접 확인한 결과 정부와 충북도가 약속한 응급실 인력 보강이나 병상 확대 조치는 의료 현장에서 그대로 집행되고 있지 않았다. 무엇보다 의료 인력 부족과 환자 이송 지연 문제는 심각했다. 취재한 9곳의 병원 모두에서 최소한의 의료 인력만으로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었고, 중증 환자를 담당할 의료진이 부족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다. 당장 의료대란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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