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누가 끄나요?] ② 헬기로 대형 산불을 진화하기 위한 조건

전편: ① 더 위험하고 치명적인 산불이 온다

기후위기로 산불 위험성이 커지면서 산불 진화의 주력 장비인 헬기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헬기는 산불 면적과 방향을 결정하는 ‘불 머리’에 물을 뿌려 불을 끈다. 강한 화력 때문에 접근이 어려운 경우에는 불 머리 주변에 물을 투하해 방화선을 구축하기도 한다. 산불의 연료가 되는 낙엽과 나무에 불이 붙기 전에 미리 물을 적시는 것이다. 

산불 초동 진화하는 임차 헬기, ‘골든타임’보다 늦는 경우 상당수

산불 진화에는 크게 두 기관의 헬기가 동원된다. 광역 지방자치단체가 매년 민간 업체에서 대여하는 ‘임차 헬기’와 산림청이 보유한 ‘산림 헬기’다. 광역시와 도 등 광역 지자체는 산불 발생 위험이 큰 봄철과 가을철에 임차 헬기를 운용한다. 1년 365일 가운데 180일 안팎의 기간 동안 헬기를 빌리는데, 지자체마다 헬기 대여 업체가 서로 다르다. 이에 비해 산림 헬기는 산림청이 항상 보유하고 있어 사시사철 운용할 수 있다. 소방과 군도 헬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주로 인명 구조와 구급 활동을 위해 활용하므로 산불 진화에 투입되는 경우는 적다.

이 가운데 지자체의 임차 헬기가 산불 현장에 가장 먼저 투입된다. 우선, 산불이 나면 산불 진화를 담당하는 기초 지자체의 공무원과 진화 인력이 현장으로 간다. 이때 산불 규모가 커지면 공무원은 소속된 광역 지자체에 임차 헬기를 요청한다. 광역 지자체에서 진화 헬기를 관리하는 공무원은 민간 업체의 헬기 조종사에게 출동을 지시한다. 지자체의 헬기 계류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조종사는 헬기를 타고 산불 현장으로 향한다. 산림청이 산불상황실에서 산불감시카메라로 산불의 위험성을 판단해 임차 헬기를 담당하는 지자체 공무원에게 헬기 투입을 지시하기도 한다. 다만, 경북과 경기는 예외적으로 광역 지자체가 아닌 기초 지자체에서 헬기를 임차해 운용하며, 강원도는 도 산하의 ‘산불방지센터’에서 헬기를 운용한다.

산불 발생 시 지자체 임차 헬기의 출동 과정. 그래픽 김다연
산불 발생 시 지자체 임차 헬기의 출동 과정. 그래픽 김다연

그런데 헬기가 산불을 제대로 끄려면 때맞춰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 이를 산불 진화의 ‘골든타임’이라고 부른다. 산림청 누리집 국가산불위험예보시스템의 ‘산불 제대로 알기’에서는 산불 진화의 골든타임을 헬기 운용 주체별로 구분했다. “산림 헬기는 신고 접수 후 50분 내, 지방자치단체의 임차 헬기는 30분 이내에 산불 현장에 도착하여 진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임차 헬기의 상당수가 ‘신고 접수 이후 30분 이내 도착’이라는 골든타임을 지키지 못한다는 데 있다. <단비뉴스>가 17개 시도에 정보공개청구해 입수한 2022~2023년 전국 임차 헬기 대여 현황과 출동 내역을 분석한 결과, 전국의 임차 헬기가 출동한 718건 가운데 287건(39.9%)에서 헬기가 30분을 넘겨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산불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헬기를 기준으로 잡고, 헬기 운용이 어려운 야간에 산불이 발생해 부득이하게 다음날 헬기가 출동한 경우를 제외하고 분석한 결과다. 헬기가 산불 현장에 출동한 내역은 있으나 도착한 시간을 파악할 수 없는 경우도 제외했다.

2022~2023년에 임차 헬기가 출동한 산불은 모두 718건이다. 이 가운데 287건에서 임차 헬기가 골든타임을 초과해 현장에 도착했다. 그래픽 김다연
2022~2023년에 임차 헬기가 출동한 산불은 모두 718건이다. 이 가운데 287건에서 임차 헬기가 골든타임을 초과해 현장에 도착했다. 그래픽 김다연

위 자료를 보면, 2022~2023년에 걸쳐 임차 헬기를 운용한 광역 지자체는 전국 17개 가운데 11개였는데, 이들 가운데서도 충남의 임차 헬기가 골든타임을 가장 많이 넘겼다. 충남이 운용하는 임차 헬기가 산불 현장에 출동한 83건 가운데 72건(86%)이 신고 접수 시각으로부터 30분을 넘겨 현장에 도착했다. 경남과 경북은 각각 22%, 21%로 골든타임을 초과한 비율이 낮은 편에 속했다.

2022~2023년에 임차 헬기가 골든타임을 초과해 현장에 도착한 비율은 각 지자체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그래픽 김다연
2022~2023년에 임차 헬기가 골든타임을 초과해 현장에 도착한 비율은 각 지자체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그래픽 김다연

골든타임 초과 비율 낮은 지자체, 담수량 작은 헬기 다수 운용

산불 진화의 골든타임을 지키는 요인은 무엇일까. 분석 결과, 다수의 임차 헬기를 운용하는 지자체일수록 골든타임 초과 비율이 비교적 낮았다. 단비뉴스가 확보한 자료를 보면, 11개 광역 지자체에서 2년간 운용한 임차 헬기는 모두 157대였다. 골든타임을 초과한 비율이 가장 높은 충남(86%)은 2년간 6대를 빌렸고, 초과 비율이 두 번째로 높았던 전북(68%)도 6대를 빌렸다. 반면, 골든타임 초과 비율이 낮은 경북은 2년간 40대를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38%)은 2년간 총 18대를 빌렸고, 경기(35%)는 40대, 전남(31%)은 16대를 빌렸다. 임차한 헬기 수가 많을수록 30분 안에 산불 현장에 도달할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것이다.

2022~2024년에 각 지자체가 민간 업체에서 임차한 헬기 수. 그래픽 김다연
2022~2024년에 각 지자체가 민간 업체에서 임차한 헬기 수. 그래픽 김다연

임차 헬기의 유형도 골든타임 준수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골든타임을 지키는 비중이 높은 지자체일수록 소수의 중·대형 헬기보다 다수의 소형 헬기를 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각 지자체에서 빌린 헬기를 산림청의 담수 기준에 따라 소형(1000L 이하), 중형(1000~5000L), 대형(5000L 이상)으로 분류해 보니, 골든타임 초과 비율이 가장 낮은 경북은 중형 헬기 14대와 소형 헬기 5대를 운용했는데, 중형 헬기 14대 가운데 7대는 담수량이 1200L(리터)로 소형헬기에 가까웠다.

또한, 골든타임 초과 비율이 30%대였던 강원과 경기는 각각 9대 가운데 4대, 20대 가운데 16대가 소형 헬기였다. 반면, 골든타임 초과 비율이 높은 충남은 4800L를 담을 수 있는 헬기 두 대와 3400L를 담을 수 있는 한 대를 빌렸다.

김진석 봉화군청 산림보호팀 주무관은 지난 7월 단비뉴스와 통화에서 “소형헬기의 이륙 준비 시간은 짧다. (임차 헬기는) 초동 진화를 하는 게 우선적이어서 (봉화군은) 소형헬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체가 작아 예열 시간이 적은 소형헬기는 신속하게 이륙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각 지자체가 임차한 헬기를 담수 규모별로 분류해 보면, 골든타임 초과 비율이 높은 충남과 전북은 중형 헬기를 각각 3대씩 빌렸고, 골든타임 초과 비율이 낮은 경북과 경기는 다수의 소형 헬기를 운용했다. 그래픽 김다연
지난해 각 지자체가 임차한 헬기를 담수 규모별로 분류해 보면, 골든타임 초과 비율이 높은 충남과 전북은 중형 헬기를 각각 3대씩 빌렸고, 골든타임 초과 비율이 낮은 경북과 경기는 다수의 소형 헬기를 운용했다. 그래픽 김다연

산림 헬기도 골든타임 지키지 못해

산림청이 운용하는 산림 헬기의 골든타임은 50분으로 지자체의 임차 헬기보다 길다. 임차 헬기만으로 불길이 잡히지 않을 때 산림 헬기가 출동하기 때문이다. 산림청 산하 산림항공본부의 누리집 ‘산불 예방 및 진화’ 자료를 보면, 산림 헬기는 신고 접수 50분 이내에 물을 투하해야 한다.

헬기 유형도 지자체의 임차 헬기와 다르다. 산림청은 담수량이 큰 대형 헬기를 여러 대 보유하고 있어 대형 산불 진화에 특화돼 있다. 그래서 산림 헬기의 출동은 지자체의 요청으로 이뤄진다. 임차 헬기만으로 산불 진화가 어려울 때 지자체가 산림청에 헬기를 요청하면, 산림청은 해당 지역에 헬기를 투입할 필요가 있는지 판단한 후 ‘산림항공본부’에 헬기를 요청한다. 산림항공본부는 산불 발생 지역 인근에 있는 지역항공관리소에 헬기 출동 명령을 내린다. 지난해 기준으로 지역항공관리소는 총 12개 설치돼 있다. 각 지역항공관리소마다 관할 지역이 있지만, 산불이 크게 번지면 다른 지역까지도 출동한다.

산불 발생 시 산림 헬기의 출동 과정. 그래픽 김다연
산불 발생 시 산림 헬기의 출동 과정. 그래픽 김다연

지역을 넘나들면서 대형 산불을 끄는 막중한 역할을 맡았지만, 산림 헬기도 상당수의 산불에서 50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하지 못했다. 단비뉴스가 산림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2022~2023년의 산림 헬기 출동 내역을 분석한 결과, 산림 헬기가 출동한 372건의 산불 가운데 265건(71%)에서 골든타임을 지키지 못했다. 임차 헬기를 집계할 때와 마찬가지로 산불 현장에 가장 처음으로 온 헬기의 도착 시간만 추산했고, 야간으로 추정되는 18시부터 다음날 6시 동안 발생한 2022년 33건과 2023년 7건의 산불은 제외했다. 2023년의 경우, 산불이 발생한 다음 날에 헬기가 현장으로 출동한 3건의 산불도 뺐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2년간 산림 헬기가 산불 현장에 출동한 372건 가운데 265건에서 골든타임인 50분을 지나 현장에 도착했다. 그래픽 김다연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2년간 산림 헬기가 산불 현장에 출동한 372건 가운데 265건에서 골든타임인 50분을 지나 현장에 도착했다. 그래픽 김다연

산림청이 보유한 산림 헬기는 모두 48대다. 담수량이 8000L에 달하는 미국산 대형 헬기 S-64 7대와 3000L를 담을 수 있는 러시아산 중형 헬기 KA-32 29대가 주력 진화 헬기다. 2000L급 국산 중형 헬기 KUH-1FS 1대, 소형 헬기인 BELL206(600L) 7대와 AS350(800L) 4대도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이 가운데 상당수의 중·대형 헬기는 경상도와 강원도에 배치돼 있다. 경상도와 강원도에 대형 헬기 S-64 5대와 중형 헬기 KA-32 17대가 배치됐지만, 충청도와 전라도에는 각각 2대와 11대만 배치돼 있다.

지난해 산림청에서 운용한 산림 헬기의 대수와 분포 현황. 그래픽 김다연
지난해 산림청에서 운용한 산림 헬기의 대수와 분포 현황. 그래픽 김다연

그런데 실제 가동할 수 있는 산림 헬기는 이보다 적다. 지난달 단비뉴스가 산림청에 정보공개청구하여 입수한 자료를 보면 2022년에는 KA-32 4대가, 2023년에는 같은 기종의 헬기 2대가 운용되지 않았다. 나머지 헬기가 연중 내내 쓰인 것도 아니다. 단비뉴스가 추산한 결과, 전체 기간 대비 헬기를 가동할 수 있는 기간의 비율을 의미하는 헬기 가동률이 2022년에는 73.8%였고, 2023년에는 74.1%였다.

올해는 이보다 심각하다. 1월부터 5월까지 29대의 KA-32 중 7대가 운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KA-32는 협소한 지형에도 접근할 수 있어 산불 진화에 유리한 헬기로 꼽힌다. 민경수 산림청 산불방지과 주무관은 지난달 단비뉴스와 인터뷰에서 KA-32의 운용이 어려운 이유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부품 조달 등 여러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각지 산불 키운 ‘헬기 공백’

운용할 중·대형 헬기가 부족하여 산불 현장에 늦게 투입되면, 동시다발적으로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 진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산림청에서 올해 발간한 ‘KA-32동시다발산불백서’를 보면, 지난해 4월 2일부터 4일까지 총 3일간 전국 곳곳에서 53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단비뉴스가 산림청 누리집에 있는 ‘산불피해대장’의 산불 내역을 집계한 결과, 3일간 충남에서만 15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강원 원주에 있는 산림항공본부에서 촬영한 러시아산 헬기 KA-32. 산림청은 3000L의 물을 담을 수 있는 KA-32 헬기를 29대 보유하고 있다. 꼬리 날개인 ‘테일 로터’(Tail rotor)가 없어 협소한 지형에도 접근할 수 있는 KA-32는 산불 진화에 유리한 헬기로 꼽힌다. 김다연 기자
강원 원주에 있는 산림항공본부에서 촬영한 러시아산 헬기 KA-32. 산림청은 3000L의 물을 담을 수 있는 KA-32 헬기를 29대 보유하고 있다. 꼬리 날개인 ‘테일 로터’(Tail rotor)가 없어 협소한 지형에도 접근할 수 있는 KA-32는 산불 진화에 유리한 헬기로 꼽힌다. 김다연 기자
강원 원주에 있는 산림항공본부에서 촬영한 미국산 헬기 S-64. 산림청은 담수량 8000L의 S-64 7대를 보유하고 있다. 김다연 기자
강원 원주에 있는 산림항공본부에서 촬영한 미국산 헬기 S-64. 산림청은 담수량 8000L의 S-64 7대를 보유하고 있다. 김다연 기자

산림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입수한 산림 헬기의 현장 도착 내역을 보면, 지난해 4월 2일 보령 산불이 발생한 지 1시간 19분 뒤에야 산림 헬기가 처음으로 현장에 도착했다. 4분 뒤 두 번째 헬기가 지원을 왔지만, 세 번째 헬기는 산불 발생 1시간 54분 뒤에야 도착했다. 이들 3대 헬기 가운데 2대는 앞서 홍성에서 발생한 산불을 끄다가 보령으로 이동했다. 하나의 헬기가 여러 곳의 대형 산불에 투입된 것이다. 지난해 4월 2일 당진에서 발생한 산불 현장의 경우, 발생 다음 날인 3일 아침 7시 38분이 돼서야 산림 헬기가 도착했다. 이후 아침 9시 무렵까지 3대의 산림 헬기가 진화를 돕기 위해 당진에 도착했는데, 이들 가운데 2대는 각각 강릉과 서울 항공관리소에서 출발했다. 근처의 헬기가 부족해, 먼 곳에 배치된 헬기를 투입한 것이다.

산불 신고가 접수된 시각부터 따져보면 헬기가 실제 현장에 도착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비뉴스가 분석한 시간보다 더 오래 걸렸다고 볼 수 있다. 산림청이 규정한 산불 발생 시각은 산불 신고가 접수된 시각보다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몇십 분 늦기 때문이다. 산림청은 산불 신고를 받고 나서 불이 실제 산림에서 났는지 확인한다. 산에서 불이 났다고 확인되면, 산림청은 이 시점을 산불 발생 시각으로 확정한다.

당시 상황실에서 산불 상황을 감독하던 박진수 충남 당진시청 산림녹지과 주무관(29)은 지난 4월 단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까지 커질 산불이 아니었다”며 “그때 바람이 많이 불긴 했지만 헬기가 늦게 와서 커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보령 산불 현장에 출동했던 김상혁 충남 보령시청 산림공원과 주무관(31)도 “헬기가 (일찍부터) 있었으면 초기 진압이 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여 산불을 담당한 최장석 충남 부여 시청 산림녹지과 주무관(44)도 지난해 9월 단비뉴스와 인터뷰에서 “그날은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나서 헬기를 요청했지만 지원받을 수 없었다”며 “초기에 막을 수 있었던 것을 헬기가 없어서 난감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2일 오후 3시 무렵에 충남 부여에서도 산불이 나 23ha(헥타르)의 면적을 태웠다.

지난해 4월 2일과 3일, 연이어 중대형 산불이 발생했으나, 대부분의 임차 헬기와 산림 헬기는 골든타임을 넘겨 현장에 도착했다. 그래픽 김다연
지난해 4월 2일과 3일, 연이어 중대형 산불이 발생했으나, 대부분의 임차 헬기와 산림 헬기는 골든타임을 넘겨 현장에 도착했다. 그래픽 김다연

산림 헬기가 현장에 늦게 도착한 곳은 충남만이 아니었다. 지난해 4월 3일 오후 1시 2분 전남 순천에 188ha의 면적을 태운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 산림 헬기는 다음 날인 4일 오전에야 현장에 투입됐다. 전남 함평에서도 4월 3일 오후 12시 19분에 산불이 발생했지만, 다음날인 4일 오전 6시 18분에야 산림 헬기가 현장에 도착했다. 최영민 전남 순천시청 산림자원과 주무관은 단비뉴스와 지난 5월 전화 인터뷰에서 “충남 홍성하고 금산에 동시다발로 발생한 산불 때문에 산림 헬기를 지원하기 어렵다는 (도청의) 안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피해 면적이 컸는데도 산림 헬기가 출동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4월 3일 오후 2시 15분에 발생한 경북 영주 산불은 244ha의 면적을 태웠다. 이날 산림 헬기는 영주에 투입되지 않았다. 대신 지자체의 임차 헬기를 중심으로 군과 소방의 헬기가 투입됐다. 최경선 경북 영주시 산림보호팀 팀장은 지난 4월 단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산림 헬기는 담수량이 커 (진화에) 도움이 더 되는데 (대형 산불이 발생한) 홍성 등으로 가서 (영주에) 지원이 없었다”고 말했다.

더 심각해지는 산불 막으려면 헬기 확충 필요

전문가들은 헬기를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문현철 한국산불학회 회장은 지난 7월 단비뉴스와 통화에서 “헬기에 의한 공중 진화가 산불의 불길을 잡고 산불 방향을 차단한다”며 “전국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나는 추세이기 때문에 진화 성능이 우수한 산림 헬기를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춘근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원도 지난해 10월 단비뉴스와 인터뷰에서 과거보다 산불의 강도가 강해졌기 때문에 산림 헬기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산불 한 건에 헬기가 세 대 투입된다고 치면, 산림청이 보유하고 있는 헬기 48대로 하루 최대 15~16건 정도를 진화할 수 있다”며 “이 정도 규모로는 2023년에 발생한 전국 동시다발 산불을 진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배택훈 산불협회 부회장은 산림 헬기는 물론 임차 헬기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 부회장은 지난 4월 단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불의 면적이 작을 때 빨리 잡아야 한다”며 “임차 헬기가 더 많이 운용돼야 초동진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배 부회장은 “돈이 있는 지자체는 헬기를 더 많이 운영할 수 있고 (산불) 초동 조치도 쉽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예산 부족이다. 지난해 11개의 지자체가 헬기를 임차하는 데 쓴 비용을 단비뉴스가 조사한 결과, 광역단체마다 평균 56억 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지자체별 편차가 컸다. 경북과 경기의 경우, 도는 물론 시·군 차원에서도 헬기를 운용하고 있는데, 여기에 투입한 비용이 각각 163억 원과 103억 원이었다. 이에 비해 충남과 전북은 각각 35억 원과 23억 원을 지출하는 데 그쳤다. 이돈선 충남도청 녹지조경팀장은 지난 4월 단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시·군의 재정이 많으면 (시군마다 임차 헬기 배치가) 가능하지만, 충남에 있는 시군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헬기를 임차하기 위해 지불한 비용을 보면, 광역 지자체 간의 차이가 크다. 그래픽 김다연
지난해 헬기를 임차하기 위해 지불한 비용을 보면, 광역 지자체 간의 차이가 크다. 그래픽 김다연

헬기 임차에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국비 지원은 전무한 상태다.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 지자체들은 자체 예산으로 헬기를 빌리고 있다. 이상효 강원산불방지센터 상황대응실 주무관은 지난 7월, 단비뉴스와 통화에서 “헬기 임차 비용을 지자체 예산으로 충당해야 해 헬기 수를 늘리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같은 달, 민경수 산림청 산불방지과 주무관도 단비뉴스와 통화에서 “임차 헬기에 대한 국비 지원을 기재부에 요청했으나 협의가 쉽지 않다”며 “(산림청이 보유한) 산림 헬기 확충 계획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충북 음성군 가섭산 일대에서 실시한 ‘2023년 산불합동진화 시범훈련’ 현장. 산림 헬기가 물을 투하하고 있다. 최은주 기자
지난해 충북 음성군 가섭산 일대에서 실시한 ‘2023년 산불합동진화 시범훈련’ 현장. 산림 헬기가 물을 투하하고 있다. 최은주 기자

물론 헬기만으로 산불을 끄는 것은 아니다. 야간이나 강풍이 불 때는 헬기가 비행할 수 없다. 아무리 성능 좋은 헬기라도 낙엽이나 나뭇가지 아래 숨어있는 잔불까지 끄지는 못한다. 산불을 완전히 진화하는 것은 지상의 진화 인력이다. 3편에서는 산에서 직접 산불을 끄는 진화 인력의 체계와 현황을 살펴본다.

시도 때도 없이 산불 재난 문자가 울린다. 특정 지역에서 특정 시기에만 발생하던 산불이 전국화, 동시화, 연중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의 영향으로 산불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그 양상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이에 대처할 능력은 갖추고 있을까? 지금까지 산불의 피해 면적이나 빈도 변화를 보도한 기사는 간간이 나왔지만, 산불 양상의 변화와 한국의 산불 진화 대응력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보도는 없었다. 지난해 7월 이후, 방대한 관련 자료를 수집·분석하고 전국 곳곳에서 당사자와 전문가를 직접 만난 <단비뉴스>가 이 문제를 처음으로 보도한다.

산불 변화 양상을 살펴보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 5668건의 발생·진화 시각, 피해 면적 등을 전수 분석했다. 산불 진화에 필수적인 헬기 운용 현황과 문제를 분석하기 위해 산림청과 전국 17개 시도로부터 관련 정보를 받아 분석했다. 진화에 투입되는 인력과 진화 소요 시간 등을 알아보기 위해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32개 국유림관리소, 소방청, 17개 시도 소방본부, 100여 개 기초자치단체에 일일이 정보 공개를 요청하여 그 자료를 분석했다. (단비뉴스가 수집한 원데이터(Raw Data)와 분석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밖에도 산림청 공식 문서와 학계 연구 보고서, 논문 등 A4 용지 1000쪽 이상의 자료도 참고했다. 또한, 산림청과 소방청의 담당자, 학계 전문가, 산불 피해 주민 등 적어도 130명을 대면 또는 전화로 인터뷰했다. 이렇게 취재한 내용을 4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주)

<기사 차례>

①  더 위험하고 치명적인 산불이 온다

② 산불 났는데 늦게 오는 진화 헬기

넓디넓은 관할 지역에 출동할 진화대원이 없다

커지는 산불 앞에 흩어진 진화 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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