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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조는 위기를 외면하지 않는다
[상상사전] ‘새’
2018년 02월 22일 (목) 00:37:15 박수지 기자 wbdjffl514@naver.com
   
▲ 박수지 기자

타조는 적이 다가오면 땅에 고개를 처박는다. 사람들은 그런 타조를 멍청하다고 여긴다. 아무리 얼굴을 숨겨도 2m가 넘는 큰 몸을 숨길 수 없는데, 자기 눈에 천적이 안보이면 천적에게도 자신이 안보일 거라 생각한다는 얘기다. 이런 타조의 모습에 비유해 ‘위기가 닥쳐도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태도’를 ‘타조증후군(ostrich syndrome)’이라 한다.  ‘눈 가리고 아웅’과 같은 뜻이다.

통념과 달리 타조가 땅에 고개를 박는 건 위기를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응’하기 위해서다. 타조는 청각과 지각능력이 굉장히 발달한 동물이다. 치타나 표범이 달려오면 타조는 땅속에 머리를 박고 천적의 움직임과 발소리를 듣는다. 진동을 통해 상대 몸무게와 방향을 파악하고 대처하는 것이다. 고개를 숙여 노출을 줄이려는 의도도 있다.

타조의 생태를 잘못 이해해 생긴 말이지만 한국사회에는 ‘타조증후군’이 만연하다. 삼성은 여전히 반도체업계 직업병 피해자들과 관련해 작업 환경과 암 발병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일반 여성보다 반도체 작업장에서 일한 여성의 백혈병 사망률이 1.48배, 비호지킨성 림프종 발병률은 2배 이상 높다는 사실은 ‘외면’한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일으킨 옥시레킷벤키저는 103명이 숨졌는데도 사과는커녕 사건을 숨기려고만 했다. 서울대와 호서대를 매수해 동물실험 결과를 조작했고, 법인 성격을 바꾸며 책임을 ‘회피’했다.

   
▲ 한국 정부와 기업은 타조의 위기 대처 능력을 배워야 한다. ⓒ imagebase

기업뿐 아니라 국민 생명을 지켜야 할 정부도 위기를 외면한다. 살충제 계란 파동 당시 정부는 국회와 소비자단체의 경고를 무시해 사전예방에 실패했다. 사건 발생 후에는 3일 만에 전수조사를 마치고 “지금부터 유통되는 계란은 안전하다”고 하더니 조사 과정이 부실했음이 드러나 121곳을 재조사했다. 생리대 파동 때도 화학물질 전수조사의 방법과 한계, 의미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채 그저 ‘안전하다’고 결론지었다.

타조증후군은 결과적으로 심각한 화를 자초한다. 위기는 외면할수록 더 심각해지고 커질 뿐이다. 특히 생명과 관련한 위기는 피해가 막대하다. 정부와 기업이 위기를 돌파하는 방법은 한 가지다. 진심으로 사과하고, 진상규명을 해 잘못된 점을 고치는 것이다. 이제 눈 가리고 아웅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시민들은 갈수록 많은 정보를 얻고 똑똑해지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위기에 처했을 때 책임을 피하려는 낡은 생각을 버리고, 타조처럼 빠르게 파악하고 대처해야 한다. 타조는 위기를 외면하지 않는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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