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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몸에도 삼중수소, 어른은 암 속출
[에너지 대전환, 내일을 위한 선택] ⑪ 월성원전 주민 건강피해
2017년 12월 10일 (일) 22:58:45 나혜인 장현석 기자 nahyein8@gmail.com

경북 경주시 감포읍 대본1리는 100가구 남짓 사는 작은 마을이다. 해변도로를 기준으로 육지 쪽엔 슬레이트 지붕을 인 허름한 집들과 야트막한 콘크리트 건물이 듬성듬성 서 있다. 바다 쪽으로는 인적이 드문 횟집과 어선들이 늘어서 있고, 미역을 말리는 노인들 모습이 보인다. 월성원자력발전소에서 북쪽으로 4킬로미터(km) 정도 떨어진 이 마을에는 수십 년간 바다에서 ‘물질’을 해온 해녀도 20여명 있다. 이들은 이미 상당수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거나, 언제 자기 차례가 올지 모른다는 불안을 안고 산다. 

지난 8월 16일 마을회관 인근의 한 횟집에서 만난 감복순(65)씨는 갑상선 질환으로 수술을 받은 이웃들을 줄줄이 꿰고 있었다. 단숨에 기억해낸 것만 해도 아홉이다. 감씨 자신도 지난 2008년 10월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다. 그는 “(월성)원전이 들어온 지 30년이 지났는데, 암에 걸려보니 이제야 ‘시한폭탄을 안고 살았구나’ 싶더라”며 “마을 사람 중 갑상선 때문에 병원에 가보지 않은 이가 아마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핵발전소 옆에서 30여년 ‘물질’, 암 걸린 후 위험 깨달아 

   
▲ 경주시 감포읍 대본1리의 한 식당에서 <단비뉴스> 취재진에게 월성1호기 건설 당시 상황과 해녀 생활 등을 설명하는 감복순(왼쪽), 김추자씨 ⓒ 박희영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감씨가 ‘물질’이라 부르는 해녀 일을 시작한 건 스물한 살 때부터다. 함께 인터뷰에 응한 김추자(73), 신정숙(63)씨도 스무 살 무렵부터 물질을 했다. 두 사람 역시 각각 2012년과 2008년에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다. 

이곳 해녀들은 보통 1년에 60일 정도 물질을 한다. 대개 본업은 농사라, 논밭 작업이 없고 날이 좋을 때 물에 들어간다. 여름엔 하루 6~7시간, 겨울에는 4~5시간 동안 수심 10미터(m)까지 드나들며 미역, 전복, 해삼 등을 캔다. 잠수를 하다보면 숙련된 해녀라도 바닷물을 조금씩은 먹게 된다. 주민들은 핵연료봉을 식히고 바다로 흘려보낸 온배수에 방사성물질이 섞이는 등 원전으로 인한 수질과 토양, 공기 오염이 각종 암과 관련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1983년 월성원전이 가동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깨끗하고 평화로운 바다였다. 원전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알려진 건 1975년 6월의 일이었다. 바로 아랫동네인 양남면 나아리(당시 경북 월성군)가 월성1호기 부지로 확정됐다. 감씨에 따르면 서슬 퍼렇던 박정희 군사정권 아래서도 주민들은 반대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2년 후인 1977년 5월, 월성 1호기 공사는 시작됐다. 시민이 계속 저항하기 어려운 시절이기도 했지만 ‘약’을 받아먹은 탓도 있다고 감씨는 말했다. 

“(월성 1호기가) 처음 들어온다고 할 때 동네 사람들이 들고 일어났지. 위험하다고. 데모도 하고 그랬어. 물론 정부에서는 안전하다고 했지. 그래도 그때가 1970년댄데, 정부를 이길 수 있나? (우리가) 바다 보상 타먹고 그냥 지어라 한 거야. 일단 ‘약’을 먹었으니까 나쁘다 하면서도 (원전을) 받은 거지. 그 이후로 30년을 그냥 산거야.”

당시 보상을 얼마나 받았는지에 대해 이들은 구체적인 얘기를 꺼리거나 기억이 명확치 않았다. 60대인 감씨와 신씨가 생계를 위해 지금도 가끔씩 물질을 하는 바다 3km 남쪽에는 이제 원자로가 6기나 가동되고 있다. 월성 1호기 가동 후 14년 만인 1997년부터 매 3년간 2~4호기가 들어섰고, 2012년에 신월성 1호기, 2015년 신월성 2호기가 운전을 시작했다.

   
▲ 신정숙씨(맨오른쪽)가 갑상선암 수술 당시를 회고하며 고통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 나혜인


80킬로 미역 포대 번쩍 들던 해녀, 몸져누워 

대본1리 해녀들 중 가장 먼저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사람은 신정숙씨다. 2008년 6월 극심한 피로감에 병원을 찾았다가 암 판정을 받았다.

“나는 다른 해녀들보다 힘이 좋은 편이었어. 미역 한 포대(생미역으로 약 80kg)를 혼자 날라도 힘든 걸 몰랐으니까. 그런데 한 10년 전부터는 일을 하는데 너무 피곤한 거야. 세상만사가 귀찮고 가만히 누워있지 않으면 안 되고. 일을 많이 해서 그런가보다, 나이 탓인가 보다 했는데 갑자기 암이라니까 죽는 줄 알았지. 너무 겁이 나서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그랬어. 갑상선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이제 다 살았다 싶더라. (다른 데로 암이 전이 될까봐) 부갑상선까지 다 들어냈어.”

감복순씨가 암 진단을 받은 것도 그해 10월이다. 신씨 수술 소식을 듣고 비슷한 증상에 겁이 나 병원을 찾았다가 암을 발견하게 됐다. 감씨는 “(수술 이후에도) 하루라도 약을 먹지 않으면 못 버틴다”며 “의사가 그러더라. 죽을라고 작정하면 일주일만 약 안 먹어도 죽는다고”라고 말했다. 감씨는 하루 한 번 먹는 호르몬보충제를 사는 데 한달 7~8만원을 쓴다. 기타 영양제와 관절강화제 등 건강을 위해 챙겨먹는 약값까지 합치면 1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암이 재발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1년에 한두 번 하는 초음파 검사에도 수십만 원이 든다. 2012년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김추자씨 역시 “(수술 이후) 약을 먹어도 항상 피곤하다”며 “면역력이 약해져 온 몸이 안 아픈 데가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인터뷰 당일에도 허리와 팔다리 관절이 아파 읍내에서 물리치료를 받고 돌아오는 길이라고 말했다. 

세 사람은 모두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한 원전지역주민 건강피해 공동소송에 참여하고 있다. 신씨는 “우리가 암에 걸렸는데도 나라에서 녹을 먹는 사람들은 한 마디 말이 없다”며 “누구한테 원망할 곳도 없고 그냥 여기 사는 죄”라고 말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감씨는 “우리가 똑똑하지 못해 당한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원전 옆에 사는 죄, 똑똑하지 못해 당한 일’ 탄식  

“잘 생각해 봐요. ‘안전’이라는 말이 있는 곳은 전부 위험한 곳이에요.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의심해보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지난 5월 4일 대본1리 집실마을에서 만난 김승욱 전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46)은 국가가 현재진행형인 (건강)피해를 외면하면서 ‘(원전) 안전을 의심하지 말라’고 강요해 온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역설했다. 마을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 전 국장은 김추자씨의 아들이다. 그는 “우리 마을 해녀 20여 명 중 절반 이상이 갑상선 질환으로 수술을 받았다”며 “월성1호기 가동이 1983년부터인데, 60대가 훌쩍 넘을 때까지 오랜 세월 삼중수소가 녹아 있는 바다에서 물질을 해온 해녀들이 병에 안 걸리는 게 이상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 경주시 감포읍 대본1리에 있는 자신의 식당에서 <단비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는 김승욱 전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 박희영

월성원전 인근에서 삼중수소는 오랫동안 논란이 돼왔다. 월성원전 1~4호기는 국내 다른 원자로들과 달리 경수로가 아닌 중수로다. 중수(D2O)란 수소(1H)보다 무거운 중수소(2H=D)와 산소(O)가 화합해 만들어진 물인데, 이를 냉각재로 사용하는 중수로는 보통 물(경수)을 쓰는 원자로에 비해 많은 삼중수소를 생성한다. 방사성물질의 하나인 삼중수소가 위험한 이유는 인간세포의 디엔에이(DNA) 염기서열을 끊거나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염기서열이 끊어지거나 훼손되면 우리 몸이 이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암세포 등 비정상적인 세포가 생길 수 있다.

김 전 국장은 “(원전에) 초미세 입자인 삼중수소를 제어할 수 있는 설비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원전을 멈추지 않는 한 주민들의 삼중수소 피폭은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삼중수소는 원전에서 배출되는 100여 종 이상의 방사성물질 중 입자가 가장 작은 축에 속한다. 

지난해 12월 경주시월성원전·방폐장민간환경감시기구(위원장 최양식 경주시장)가 월성원전에서 2km 떨어진 양남면 나아리 주민 13명의 체내 삼중수소 농도를 자체 측정한 결과 13명 모두 소변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적게는 3.07리터당베크렐(Bq/L), 많게는 20.6Bq/L이었다. 민간환경감시기구는 ‘발전소 주변지역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원전 주변 방사성물질을 감시하도록 설치한 기구다. 월성원전 감시기구는 2007년 출범했다. 

   
▲ 한국수력원자력이 세워준 경주시 감포읍 대본1리 마을 어귀의 안내판(왼쪽). 한수원은 원전 인접 마을들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 ⓒ 나혜인

5살 손주, 17살 딸 몸에 방사성물질이 쌓일 때  

당시 검사받은 주민 중엔 만 5세의 어린이도 있었는데, 역시 9.8Bq/L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이 어린이의 할머니인 황분희(69) 나아리이주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지금 당장 어디 아픈 데는 없어도, 손주 몸속에 보이지 않는 방사능이 계속 뿜어져 나오고 있다고 생각하면 걱정이 태산”이라며 “어쩌다 (손자가) 코피만 한 번 나도 불안해서 어쩔 줄을 모른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수원에 지역주민 이주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나아리이주대책위의 신용화(46) 사무국장도 ‘엄마의 불안’을 호소했다. 신 국장은 지난해 딸(17)을 기숙사가 있는 경주 시내 고등학교로 진학시켰다. 마을에서 멀리 나가 살면 조금은 더 안전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신 국장의 딸은 지난 2015년 11월 민간환경감시기구 조사 결과 4Bq/L의 삼중수소가 몸속에서 검출됐다. 지난 6월 1일 나아리의 한 카페에서 <단비뉴스> 취재팀과 만난 신 국장은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고 회고했다. 

   
▲ 지난 6월 1일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의 한 카페에서 <단비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는 신용화 나아리이주대책위원회 사무국장. ⓒ 장현석

하지만 한수원은 이 정도의 삼중수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고 주장한다. 월성원전 앞 원자력홍보관의 자료는 인근 주민의 몸에서 검출된 삼중수소 최대농도(28.8Bq/L)는 1년간 지속될 경우 바나나 6개를 먹었을 때의 방사선량과 같고, 83년간 지속된다 하더라도 흉부 엑스레이(X-ray)를 1회 촬영하는 것과 비슷한 정도라고 설명하고 있다. 바나나에는 자연방사성물질 칼륨40(K-40) 성분이 있는데, 한수원은 “바나나의 칼륨이 방출하는 베타선이 삼중수소가 방출하는 베타선보다 약 100배 강하다”며 삼중수소의 무해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전문가의 의견은 다르다. 백도명(61)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지난 9월 3일 <단비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삼중수소는 일반인에게서는 거의 측정되지 않는 물질”이라며 주민들 몸속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됐다는 것은 갑상선암을 유발하는 방사성요오드(I131) 등 다른 방사성물질에도 노출된다고 볼 충분한 근거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월성원전 주민들의 경우 원전으로부터의 거리, 원전가동 여부에 따라 체내 삼중수소 농도가 확연하게 달라진다는 점을 중시했다. 삼중수소가 갑상선암과 직접 연관된다는 의학적 근거는 아직 없지만, 원전 방출 물질이 완벽하게 모니터 되지 않는 상황에서 원전 가동과 삼중수소 농도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전반적인 방사성물질 피해 가능성을 시사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민간환경감시기구의 조사가 이뤄진 지난해 12월은 그해 9월 발생한 경주 지진 때문에 월성 1~4호기 가동이 3개월간 중단됐던 시점이다. 이에 앞서 모든 원자로가 가동되고 있던 2015년 11월에도 마을 주민 42명을 대상으로 같은 검사가 실시됐다. 두 차례 검사에 모두 참여한 주민 13명은 하나같이 2015년 11월의 체내 삼중수도 농도가 지난해 12월보다 높게 나왔다(5.82~28.1Bq/L). 월성 1호기가 설계수명 만료로 3년간 가동을 멈췄었던 2015년 3월에도 주민 4명이 같은 검사에 참여했는데, 역시 같은 해 11월보다 체내 삼중수소 농도가 낮게 나왔다(5.64~17.1Bq/L). 원전이 가동될 때 체내 삼중수소 농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 월성원전·방폐장민간환경감시기구가 2015년 8월 발표한 '원전 주변주민 삼중수소 영향평가' 결과. 동국대 예방의학과,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한국원자력의학원 등 3개 기관이 2014년 6월부터 1년 2개월간 월성원전, 울진원전 주변지역 주민과 경주시내 주민 등 500명을 대상으로 체내 삼중수소 농도를 측정했다. 평균 농도와 검출률 모두 월성원전 주변지역 주민들이 확연히 높게 나왔다. ⓒ 나혜인

20년 역학조사 ‘원전 무관’ 결론, 전문가 재분석으로 뒤집혀 

진상을 밝혀줘야 할 정부의 의지는 약했다. 1991년부터 2011년까지 20년간 서울대 의학연구원 안윤옥 교수팀이 정부 용역을 받아 ‘원전 종사자 및 주변지역 주민 역학조사 연구’를 진행한 일이 있다. 당시 원전 반경 5㎞ 이내에 사는 여성의 갑상선암 발병률이 30㎞ 밖에서 거주하는 여성보다 2.5배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지만, 정작 결론부에서는 “원전과 암 발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고 서술했다. 여성 갑상선암 외 다른 암의 증가 추세는 나타나지 않았고, 원전 인근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률이 높은 데는 과도한 초음파 검진도 한몫 했다는 게 이유였다. 정부는 이를 끝으로 대규모 코호트 연구(특정 집단에 대한 장기적 추적조사)를 중단했다.

하지만 2015년 9월 이 연구결과를 반박하는 주장이 나왔다. 백도명 교수 등 15명의 연구진이 안 교수팀의 데이터를 2년간 다시 분석한 결과, 원전주변 거주 여부와 갑상선암 발병 사이에 의미 있는 연관성이 드러난다고 평가한 것이다. 백 교수팀은 2011년 연구에서 데이터 해석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분석 결과 원전 반경 5km 이내에 사는 남녀 모두 갑상선암 발병 위험도가 30km 밖에서 거주하는 사람보다 3배 이상 높았다고 밝혔다. 원전 주민들이 초음파 검진을 과도하게 받았다는 이전 분석에 대해서도 ‘초음파 검진은 원전 5km 밖에서 많이 이뤄졌고, 5km 이내 주민의 검진은 건강보험 통계상 특별히 많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백 교수팀의 후속연구 발표 후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광범위한 역학조사를 다시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정부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말로는 원전 지역 주민의 건강피해 조사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실제로 움직이지 않는 정부, 주민 이주대책도 세워주지 않은 정부에 대해 신용화 국장은 원망스런 심정을 털어놓았다. 

“우리는 생명의 기준치를 말하고 싶어요. 그 작은 (암에 걸릴) 확률이 나와 내 가족에게 해당될 수 있다는 게 겁나는 현실인 거예요. 이곳 주민들은 매일 불안에 떨며 살고 있어요. 우리의 행복권이 많은 사람의 외면 속에 핵발전소에 저당 잡히며 살고 있는 겁니다. 그저 방사능 걱정 없는 곳에서 맘 놓고 아이들을 키울 수 있길 바랄 뿐이에요.”

“건강보험 암 진단 자료만 분석해도 규명 가능” 

원전의 방사성물질이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는 사실 80년대 후반부터 있었다. 양이원영(45)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처장은 지난 5월 18일 서울 종로구 누하동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단비뉴스>와 만나 “과거 80년대부터 원전 주변에서 무뇌아, 대두아 등 기형아들이 태어나고 했지만 과학적으로 원전에 의한 피해인지 입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1989년 7월 사회적으로 충격을 던졌던 ‘영광원전 무뇌아 사건’은 당시 전남 영광군 영광원전(현 한빛원전)에서 일하던 경비원의 아내가 무뇌아를 두 번이나 유산한 일이었다. 이후 대두아 등 기형아를 출산했다는 원전노동자들의 증언이 잇따라 국회에서도 원전이 주민건강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정부는 사태 수습을 위해 원전 주변지역 주민들에 대해 역학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원전과 기형아 출산 간 관련성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2015년 백도명 교수팀의 일원으로 원전 주변주민 역학조사 관련 후속연구에 참여했던 주영수(52) 한림대 의대 교수는 지난 2일 <단비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당시 영광지역 외에 다른 원전지역에서 (무뇌아 유산 등) 유사사례가 많지 않아 역학적 방법론을 동원해 증명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원전 탓이라고도, 아니라고도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 1989년 ‘영광원전 무뇌아 사건’을 보도한 당시 한겨레신문(왼쪽·8월1일자)과 동아일보(7월31일자) 사회면.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양이원영 처장은 이제라도 정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원전지역 주민 건강피해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공동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갑상선암 피해에 대해 “왜 민간단체에서 주민들 상대로 값비싼 돈을 들여 소변검사를 해야 하느냐”며 “국가에서 암 통계를 기반으로 원전 주변지역 암 환자 데이터 분석만 해도 금방 인과관계가 나올 텐데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영수 교수도 “국가적 차원에서 구축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주기적으로 관찰하면 원전 건강피해 문제를 잘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국립암센터 홍보팀 직원은 “시군구 단위 국가 암 통계는 통계청을 통해 공개하고 있지만 원전 주변지역만 따로 묶어 연구한 자료는 없고, 그런 계획도 아직까지는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암이라는 질병이 워낙 요인이 다양한데다, 이런 문제는 코호트 연구를 해야 하는데 오랫동안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추진해야 하는 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 오염, 그리고 후쿠시마 참사가 보여 준 원전재난의 가능성은 ‘더 이상 위험한 에너지에 기댈 수 없다’는 깨달음을 확산시키고 있다.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중단으로 본격화한 탈핵 논쟁은 우리 사회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에너지체제를 전환할 수 있을 것인지 가늠할 시험대가 되고 있다. <단비뉴스>는 기후변화와 원전사고의 재앙을 막고 ‘안전하며 지속가능한 에너지구조’를 만들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모색하는 심층기획을 연재한다. (편집자)

① “아이들 미래 위해 원전 말고 안전!”

② '블랙스완' 부인하다 일본도 당했다.

③ 생존배낭 챙겨 두고 ‘쿵’ 소리에도 깜짝

④ 동해안 원전에 쓰나미 덮칠 수도

⑤ 100만 명 ‘7시간 내 대피’ 가능할까

⑥ 사고 은폐, 불량부품에 근무 중 마약도

 사용후핵연료 저장건물 테러 무방비

⑧ ‘핵쓰레기통’ 10만년 묻을 땅 찾아야

⑨ “핵재처리는 원전 수백년 더 짓자는 것”

⑩ “내 손으로 원전 짓고 암 환자 됐소”

편집 : 조승진 기자

[나혜인 기자]
단비뉴스 환경부장, 영상부, TV뉴스부 나혜인입니다.
적당히 벌고 아주 잘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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