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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허락하는 나의 '치타델레'
[상상사전] 자유
2017년 12월 01일 (금) 18:02:10 윤연정 기자 coolpooh0727@naver.com
   
▲ 윤연정 기자

38살의 중년, 철학자 몽테뉴는 중대한 결단을 내린다. 그의 목표는 '관계밀도의 제로화'였다. 다시 말해 이때까지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에 충실하게 살아온 그가 공직, 궁정, 아버지, 남편으로 요구되는 일을 중단하고 자기에게 기쁨이 되는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자신의 질문에만 몰두할 수 있는 거처를 마련하고 그 공간을 '치타델레(zitadelle)'라 불렀다. 몽테뉴는 세상과 물리적으로 멀어진 그 공간 속에서 '내가 무엇을 아는가'란 질문과 함께 정신적으로는 세상과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지금 대다수 한국인에게 치타델레는 언감생심이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금전적 이유로 원룸촌 아니고서야 자신만의 공간을 구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제는 무엇을 하든 24시간 연결되어 있는 스마트폰으로 'SNS 피로 증후군'도 적지 않게 경험한다. 현대인들에게 치타델레는 그만두고라도 일상 공간에서 몽테뉴의 사유를 하기에는 외부 자극이 너무 많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밤이 중요한 이유다. 밤은 자연스레 세상과 개인의 단절을 가져온다. 모두가 잠든 밤은 개인의 독립된 공간이 없는 우리에게 '치타델레(zitadelle)'를 선사한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사회를 떠나지 못하는 우리에게 밤은 타인의 개입 없이 절대적인 자신만의 공간에서 자신의 질문에만 몰두 할 수 있는 거처를 마련해준다.

   
▲ 밤은 우리에게 잃어버렸던 자유를 돌려준다. 괴테도 <파우스트>에서 “낮에 잃은 것을, 밤이여 돌려다오”라고 표현했다. ⓒ pixabay

고독한 밤은 혼자 있는 개인에게 정신적인 향유(jouissance)가 가능한 세계다. 리투아니아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는 향유란 하나의 개체가 개체로서 '나의 나 됨', 즉 자기성을 확보하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사회적 가면(persona)를 벗어 던지고 창의적인 자신을 찾게 해준다.

사람들은 SNS와 사회 속에서 멀어져 혼자 있을 때 내면 가장 깊은 곳의 느낌과 접촉한다. 상실을 받아들이고 생각을 정리해 태도를 바꾼다. 이런 과정은 '자기관계성'을 지닌 객체들을 만들어낸다. 건강한 객체는 건강한 타인과 상호작용을 하고, 이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낸다. 앤서니 스토가 <고독의 위로>에서 '혼자 있는 능력은 귀중한 자원'이라고 한 이유다. 자유를 빼앗긴 나약한 현대인에게 밤은 고독의 자유를 허락하는 매우 소중한 시공간이다. 밤이 길어지고 깊어지는 계절이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박수지 기자

[윤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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