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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 구렁텅이에서 헤어날 자유
[역사인문산책] 소득주도성장
2017년 10월 27일 (금) 22:08:54 유선희 기자 choms335@gmail.com
   
▲ 유선희 기자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 한국 사회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법한 의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각종 재테크 서적, 강연, 방송 등에 귀 기울인다. 10년 만에 목돈을 만들어 집을 산다든지,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든지 그 이유는 나름 다양하다. ‘재화를 왜 쌓아야 하는지, 그렇게 만든 부로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근원적 성찰의 시간은 없다. 한국 사회에서는 남들보다 더 많이, 더 빨리, 더 많은 정보를 가져 돈 버는 것만 중요하다. 천민자본주의가 이 땅의 중심에 뿌리내린 결과다. 부의 절대적 총량을 늘리기만 하면 무엇이든지 다 된다는 인식에 사람도, 사회도 병들어간다.

   
▲ 한국 사회에서 돈은 성공의 척도다. 정의, 행복, 인권과 같은 사회적 가치는 돈 앞에서 스러진다. ⓒ Flickr

성장 만능주의 경제체제는 식민지에 이어 전쟁으로 초토화된 한국에 번영을 가져왔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954년 첫 기록을 시작한 이래 평균 7%대를 유지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주춤해졌지만,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8%였다. 같은 해 미국 1.6%, 일본 1%에 비하면 아직도 높은 수치다. 이 숫자는 우리나라가 채택한 노동집약적 산업구조와 이윤주도성장 노선이 국가의 전반적 경제 발전에 최근까지도 크게 기여했다는 증거다. 성장을 위해 국가는 법과 제도의 근간도 기업 친화에 뒀다. 기업의 이윤을 국가의 성장으로 여겼다. 기업은 자신에게 우호적인 법과 제도, 인적 자원을 이용해 성장 신화를 부풀렸다.

성장의 중심에 ‘국민’이란 말 대신 들어앉은 ‘기업과 권력’은 사회, 경제, 정치적 자유를 축소했다.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비인간적인 노동환경에서 인권을 부르짖으면 자본가와 권력가들은 억압과 폭력을 일삼았다. 87년 체제를 통해 민주주의의 기본 골격은 갖췄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경제적 불평등과 보이지 않는 사회 계급에 몸살을 앓는다. 사회 안전망의 상실로 극단적 선택을 했던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 위험의 외주화로 안타까운 목숨이 희생됐던 ‘구의역 비정규직 청년 사망사고’, 유행처럼 번진 ‘수저계급론’까지. 국민은 ‘헬조선’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댄다. 이 구렁텅이는 기업의 효율성만 내세운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가 만들었다.

   
▲ 지난 22일 충남 금산군에 위치한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끊어진 고무를 집어 올리던 노동자의 신체 일부가 기계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그 기계는 위험요소가 있어 노조가 사측에 안전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수차례 말했던 설비였다. ⓒ JTBC 뉴스 갈무리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부란 명백히 우리가 추구하는 선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단지 유용한 것일 뿐이며, 다른 것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다”라고 부가 목적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긋는다. 후생경제학자 아마티어 센이 <자유로서의 발전>에서 지적한 “발전 그 자체가 자유의 확장 과정”이라는 통찰 역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과 맥이 닿는다. 센은 “국가와 사회는 개인에게 인간 역량이라는 기성품을 배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보조적 역할을 한다”고 사람 주체 경제에 방점을 찍는다.

경제는 사회 안정과 평화의 요람을 만들기 위한 도구다. 경제의 발전 목적은 거대 기업과 일부 권력자들의 이익 증진이 아니라 ‘국민’에 있다. 수치적 성장에 목멜 시기는 이미 지났다. 부와 사람이 등가교환 된 사회에서 정의는 항상 죽어있을 수밖에 없다. 저임금과 가난으로 정의가 상실된 사회에서 구렁텅이를 벗어날 동아줄은 ‘임금’이다. 국민 소득의 90%가 노동소득인 현실에서 임금이 상승하지 않는다면 빈부격차와 사회 양극화를 타개할 수 없다. 소득주도성장은 그래서 우리 사회 희망이요 지향점이다.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은 1학기에 [서양문명과 미디어 리터러시], 2학기에 [문명교류와 한국문화]의 인문교양 수업을 개설합니다. 매시간 하나의 역사주제에 대해 김문환 교수가 문명사 강의를 펼칩니다. 수강생은 수업을 듣고 한편의 에세이를 써냅니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에다 다양한 생각을 곁들여 풀어내는 글입니다. 이 가운데 한편을 골라 지도교수 첨삭 과정을 거쳐 단비뉴스에 <역사인문산책>이란 기획으로 싣습니다. 이 코너에는 매주 금요일 오후 진행되는 [김문환 교수 튜토리얼] 튜티 학생들의 인문 소재 글 한 편도 첨삭 과정을 포함해 실립니다. (편집자)

편집 : 이창우 기자

[유선희 기자]
단비뉴스 청년부장, 편집부, 전략부, 시사현안부 유선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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