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브리핑] 트럼프 방한이 남긴 과제

<앵커>

트럼프 대통령의 1박2일 국빈방문. 체류기간은 짧았지만, 역대 어느 미국 대통령 방한보다 관심은 높았습니다. 북한 김정은 체제의 모험주의 군사노선과 미국 트럼프 정부의 선제 공격설이 맞불을 놓으며 전쟁위기가 고조됐기 때문인데요. 다행히 방한 기간 중 북한의 추가 모험이나 우발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껏 부풀려진 전쟁 위기 속에 ‘아메리카 퍼스트,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이 손에 들고 떠난 손익계산서는 무엇인지, 박진홍 TV 뉴스부장이 ‘앵커 브리핑’에서 짚어 봅니다.

 

<리포트>

# “한국에 가겠습니다”

‘아이크(Ike)’ 제2차 세계대전의 변곡점이었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지휘한 전쟁영웅이자, 미국 제 34대 대통령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의 별칭입니다.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대선을 10여일 앞두고 디트로이트 시민 앞에 선 그가 외친 말. “I shall go to Korea”, 한국에 가겠습니다. 지난한 전쟁에 지친 유권자들은 이 말에 박수를 보냈고, ‘go to Korea’는 ‘난제를 해결하다’라는 뜻으로 쓰이며 유행을 탔습니다. 전쟁을 멈춘 그가 4‧19 혁명 직후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국빈 방문했을 때, 200만 서울 시민의 절반인 100만명이 모여들어 ‘웰컴 아이크’를 외쳤고, 아이젠하워는 눈물을 글썽이며 ‘땡큐’로 화답했습니다.

# 또 다른 ‘땡큐’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무기를 구입하기로 한 데 감사드린다” 아이크의 ‘땡큐’로부터 57년이 지난 지금. 미국 대통령으로는 7번째 우리나라에 국빈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 입에서 나온 감사 표현의 의미는 사뭇 다릅니다. 기자회견에서 전략자산 획득을 ‘협의하기로 했다’며 에둘러 말하는 문 대통령에게 그는 ‘한국이 수십억달러치 장비를 주문하기로 했다’며 못을 박았습니다. 사업가 출신 트럼프의 ‘청구서’에 일부 언론은 또 다시 새나가야 할 국민세금 앞에 ‘첨단무기 선물보따리’, ‘통상 문제 해결의 실마리’라며 ‘땡큐’를 외칩니다.

# 미국산 무기 수입국 1위, 대한민국

36조360억원. 우리나라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사는데 쓴 혈세입니다. 아랍에미리트‧호주‧사우디‧일본을 제치고 미국산 무기 수입국 중 1위입니다. 여기에는 2014년 사기로 한 록히드마틴사의 F-35A 전투기 40대 7조3천여억원, 노스럽그루먼사의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 4대 8800억원도 포함돼있습니다. F-35A 계약 체결 당시 정부는 전투기 구입 대가로 AESA(에이사)레이더 등 4개 핵심 기술과 군사 통신위성 1기를 받는 ‘절충교역’을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핵심 기술 이전은 구두상 계약이라는 이유로 뒤집혔습니다. 통신위성 제작도 록히드마틴이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재개하는 바람에 우리 정부는 300여억원의 피해를 입기도 했습니다. 영상정보와 신호정보를 수집하는 글로벌호크는 미국의 신호장비 수출 거부로 영상만 찍을 수 있는 ‘반쪽짜리 정찰기’에 불과합니다.

# 누구에게 ‘땡큐’를 던질 것인가?

북한의 6차 핵실험, 화염과 분노, 사드 배치까지. 동북아 긴장 국면이 정점에 오른 지금. 누군가는 ‘혈맹’이라 부르는 미국 대통령이 ‘1등 반쪽짜리 무기 구입국’인 우리에게 다시 한 번 내민 청구서. 트럼프가 과제를 내고 떠나자마자 마크 내퍼 주한미국대사 대리는 아파치 헬기 등 무기 이름까지 거명하며 무기판매에 공을 들입니다. 4천억짜리 새로운 정찰기 ‘조인트 스타스’, F-35A 추가구매 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우리 국방부장관은 국내 기술로 개발해 2년 뒤 배치가 가능한 중거리요격미사일 ‘천궁’은 깎아내리고, 값이 더 비싸고 배치도 늦어지는 미국산 요격미사일 SM-3 도입을 주장합니다. 이 모든 무기 판매와 구입의 뒤에는 미국 군수산업체, 그리고 이와 결탁한 군부가 있습니다. 이를 아이크는 ‘군산복합체’라고 불렀습니다. “군산복합체가 원했건 원치 않았건, 그들이 부당한 영향력을 획득하지 못하게 감시해야 한다. 잘못 주어진 권력의 재앙적 번성은 이미 시작됐고, 또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참상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전쟁을 멈춘 ‘전쟁영웅’ 아이크가 1961년 퇴임하면서 던진 예언과 경고입니다. 아이크와 트럼프. 우리는 둘 중 누구에게 ‘땡큐’를 던져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입니다.

(영상취재 : 나혜인, 안윤석 / 편집 : 박진홍)


편집 : 곽호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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