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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과 상놈의 고장’에서 한국을 배우다
[현장] 세명대 외국인유학생 하회마을 체험
2017년 11월 04일 (토) 20:34:20 곽호룡 기자 avoidapuddle@daum.net

조선시대 양반들이 현대 외국인을 보면 '상놈'이라고 부를까? 안동은 양반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서민의 민속문화 역시 가장 잘 보존해온 곳이 안동이다. 하회탈춤은 '상놈'이 양반을 풍자하는 놀이인데 5백년간 전승됐다. 안동은 상류 문화와 하류 문화를 함께 이어온 고장이다.

중국·베트남·러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 외국인 110여명과 한국어 교사 10명이 3일 안동 하회마을을 찾았다. 이들은 충북 제천 세명대학교 '한국어연수과정'에 참여한 학생들이다. 하회 세계탈박물관, 하회별신굿마당, 하회마을 등을 돌며 '가장 한국적인'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여행에 <단비뉴스> 기자가 동행했다.

   
▲ 세명대 외국인 유학생 110여명이 안동 하회 세계탈문화박물관에서 문화 체험학습을 했다. © 곽호룡

외국유학생의 한국 문화 맛보기

하회 세계탈박물관에는 한국·중국·일본뿐 아니라 유럽·아프리카 등 세계 여러 나라 탈이 5개 전시실에 비치돼 있다. 박물관 안에서도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곳곳에 포토존이 있다. 탈 만들기, 스탬프 투어 등 관광객의 발길을 잡는 즐길 거리도 많다. 베트남에서 온 켄 씨는 "(탈 만들기 체험이) 제일 재밌어요"라며 직접 만든 탈을 보여줬다. 그는 탈에 베트남 국기를 상징하는 노란 별을 그려 넣었다.

   
▲ 낙동강이 휘감아 도는 곳에 터를 잡은 하회마을은 2010년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 (사)안동하회마을보존회

박물관 체험을 마치고 이어진 점심 메뉴는 안동찜닭이었다. 안동찜닭의 유래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가 안동의 부유한 마을인 안(內)동네에서 먹던 닭찜이 안동찜닭이 됐다는 설이다. 다른 하나는 1980년대 안동구시장 음식점 주인들이 개발했다는 설이다. 서양식 치킨에 대응하기 위한 상인들의 자구책이었다는 것이다.

110여명의 많은 인원 때문인지 방으로 된 식당에서 식사하게 됐는데 '양반다리'가 익숙하지 않은 몇몇 학생들은 먹는 내내 자세를 고쳐 앉아야 했다. 종교를 이유로 닭을 먹지 않는 학생들은 고등어구이나 비빔밥을 시켜 먹었다.

이매탈의 턱이 없는 이유

하회마을에서는 중요무형문화재 제69호 '하회별신굿탈놀이'가 열린다. '선유줄불놀이'가 선비들의 축제인 반면 탈놀이는 서민들의 축제다. 백정, 할미, 파계승, 각시, 양반 등의 탈을 쓴 등장인물이 나와 세상을 풍자하고 구경꾼들과 어울려 논다.

   
▲ 하회별신굿탈놀이의 백정마당 장면. 백정이 구경꾼들에게 우랑(소의 생식기)을 팔려고 실랑이를 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 곽호룡
   
▲ 우리 음악은 처음 접한 외국인도 금방 따라 할 정도로 단순한 가락과 춤사위가 특징이다. © 곽호룡

이날 가장 인기가 많았던 탈은 우스꽝스러운 행동과 친근한 표정을 가진 이매탈이었다. 전설에 따르면 하회마을에 우환이 끊이질 않은 적이 있었다. 마을에 사는 허 도령의 꿈에 신령이 나타나 100일 동안 탈 12개를 만들면 우환이 그칠 것이라 말했다. 신령은 탈을 만드는 모습을 누구에게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금기도 덧붙였다. 99일째 되던 날 허 도령을 사모하던 마을 처녀가 금기를 깨고 몰래 엿봤다가 허도령은 그 자리에서 죽는다. 마지막 12번째 탈의 턱 부분이 완성되지 못한 채였다. 이것이 턱 없는 탈, '이매'라는 이야기다.

   
▲ 이매탈의 턱이 없는 이유는 미완성이기 때문이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 곽호룡

선조의 지혜가 곳곳에 배어있는 하회마을

   
▲ 보물 제306호 입암고택(양진당)의 모습이다. 풍산 류씨 대종가이기도 하다. © 곽호룡
   
▲ 담벼락에 난 구멍은 외출이 자유롭지 못했던 여자들이 바깥세상을 보는 데 쓰였다. © 곽호룡
   
▲ 일정한 간격으로 나 있는 위아래 금은 태풍 등 재해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벽이 한 번에 전부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고 무너진 부분만 수리하면 된다. © 곽호룡
   
▲ 돌계단에 작은 구멍이 나 있고 그 위가 검게 그을렸다. 작은 굴뚝인데 흉년이 들었을 때 밥 짓는 연기를 다른 집에서 보지 못하게 하는 용도로 쓰였다. © 곽호룡

방글라데시에서 왔다는 한 학생은 "고향에도 여기 있는 집(초가집)이 많다"며 반가워했다. 이번 행사 인솔을 맡은 세명대 국제교육원 김교원(30) 씨는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 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 돕는 프로그램"이라며 "유학생들이 한국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이런저런 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집 : 박진홍 기자

[곽호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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