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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은 민심입니다
[제언의 편지] 박수지 기자
2017년 07월 17일 (월) 10:02:38 박수지 기자 wbdjffl514@naver.com
   
▲ 박수지 기자

문재인 대통령님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학생입니다. 대통령님께서 힘을 쏟으며 걱정하고 계신 일자리 만들기의 대상인 취업준비생이기도 합니다. 저는 요즘 대통령님의 행보와 사이다 같은 인사 발표, 시원시원한 정책 추진에 ‘살 맛 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제 주위 청년들도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말합니다. 대통령님이 저희의 인생을 확 바꿔 주고 단박에 취업까지 시켜 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지만, 대통령님이 노력하는 모습에서 희미하나마 빛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님 희망으로만 끝나서는 안 될, 꼭 지키셔야만 하는 공약이 있습니다. 문재인 1번가에서 가장 ‘좋아요’를 많이 받았던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정책’입니다.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것은 그만큼 국민들이 간절하게 핵발전소 없는 대한민국을 원한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저는 학생이자 취업준비생이면서, 동시에 ‘방사능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입니다. 저는 방사능 없고 원전 사고 위험이 없는 안전하고 건강한 대한민국을 원합니다.

   
▲ 지난 6월 부산 기장군 장안읍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은 전면 백지화하며, 원전의 설계수명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 KTV 화면 갈무리

대통령님. 원전 인근 주민들은 지금도 매일 삼중수소가 들어있는 공기와 물을 마시며 방사능에 피폭당하고 삽니다. 바다로 흘러들어간 방사능에 피폭된 해녀들은 갑상선 암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수술 후에 평생 약을 먹으며 자신에게 암을 안겨준 바다로 물질을 하러 다시 들어갑니다. 경주 월성 원자력 발전소 이웃 마을에는 삼중수소에 피폭당한 5살 아이가 있습니다. 방사능이 뭔지도 모른 채 마시고 있는 손자를 위해 아이의 할머니는 칠순 나이에 탈핵 운동가가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곧 죽을 자신이 아니라, 앞으로도 원자력을 끼고 살아야 하는 손자를 위해 3년째 농성장에 나옵니다. 주민들은 원전 주변을 떠나고 싶어도 못합니다. 자신의 집이 ‘값’이라는 게 없어져 ‘0원’이 돼서 집을 팔지도 못해 계속 그곳에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원전 감옥에 갇혀 삼중수소를 마시며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 5살 손자를 보는 할머니의 마음은 오죽할까요.

이런 상황에도 전문가들은 피폭량이 ‘기준치 이하’라 괜찮다는 상식 밖의 이야기를 합니다. 주민들은 매일 엑스레이에 찍히는 수준의 방사능에 노출되어 있는데도 말입니다. 대통령님이 ‘탈원전’ 에너지 정책을 내걸자 에너지 공학 교수들은 바로 반대성명을 냈습니다. 대통령님이 일방통행적, 제왕적 에너지 정책을 편다며 비난했습니다. 대통령님, 중요한 건 각자의 이익만을 외쳐대는 전문가와 관료들이 아니라 ‘시민들’의 목소리입니다. 원전의 위험성과 신재생 에너지의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확장되면 탈원전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국민들이 힘을 실어 줄 겁니다. 누가 제왕적이라고 비난한다면 민심이 흐르는 대로 가고 있을 뿐이라고 반박하십시오.

지난 5·18 행사에서 대통령님이 5.18둥이를 뒤에서 안아주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5.18은 불의한 국가권력이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유린한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라는 말에 공감했습니다. 원전 주변의 주민들은 지금 원전이란 국가 폭력에 희생당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자본과 국가의 주도 하에 ‘나라와 국민을 위해 참으라.’는 말로 주민들을 억누르고 있습니다. 이는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원전은 소수의 권력에 의한 다수의 희생입니다. 자신의 집 앞에 짓기 싫으면 남의 집에도 강요하지 않는 것이 민주주의입니다. 사고가 나면 원전 주변 주민 문제를 넘어서 전 국민의 재난이 됩니다. 소수 권력의 아집이 전 국민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지요. 대통령님 부디 수명이 다한 원전의 가동을 즉각 중단해 주세요. 고리1호기를 중단한 것에 박수를 보냅니다.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와 제2의 수도인 부산에 진행되고 있던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중단한 일도 정말 잘한 일이십니다. 하지만 이 조치들은 그저 시작일 뿐이라 믿겠습니다. 처리할 방법이 없는 고준위 폐기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중수로 원전이라도 당장 멈춰야 합니다. 더 이상 위험한 에너지가 한반도에 존재할 수 없게 해야 합니다. 깨끗하고 착한 에너지, 신재생 에너지들로 채워주세요. 촛불이 만든 대통령님께서 ‘탈원전 원년’을 열어주세요.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대통령님의 탈핵 정책은 꼭 성공해야만 합니다. 대통령님의 성공에 이 나라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2017. 7. 17.
박수지 기자 올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지 어느덧 두 달이 되었다. 촛불 염원은 적폐청산과 사회개혁이었다. 5.18행사장에서 흘린 눈물과 유가족을 포옹하던 일, 의전없이 버스를 타거나 기능직과 식사하고 기자들에게 먼저 질문을 요구하던 초반의 감동은 연이은 인사 실패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여소야대라는 정치상황도 개혁드라이브에 걸림돌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취임 두 달, 문재인 대통령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단비뉴스 젊은 저널리스트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쓴 제언의 편지를 연재한다. (편집자)

편집 : 민수아 기자

[박수지 기자]
단비뉴스 편집부, 환경부, 미디어부, TV뉴스부, 시사현안부 박수지입니다.
말과 언어는 세상을 바꿔 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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