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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 칼럼 > 초심, 문재인 대통령 취임 두 달
     
세 청년의 ‘운’에 관한 이야기
[제언의 편지] 박진홍 기자
2017년 07월 12일 (수) 01:51:22 박진홍 기자 fallingmee@naver.com
   
▲ 박진홍 기자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께.

저는 서른 살 취업준비생 박진홍입니다. 언론사 입사 시험을 준비하다 올해 대학원에 입학했습니다. 그 전에는 대학교 계약직 행정직원으로 2년간 일했습니다. 월급은 170만원, 세금 떼면 156만원을 받았습니다. 계약직이라는 단어와 급여를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애처로운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연애와 술자리 친목 도모, 새 옷 사기와 맛있는 음식 먹기를 포기하니 생활비를 다 쓰고도 한 달에 50만 원 정도는 저금할 수 있었으니까요. 덕분에 부모님이나 은행에 손 안 벌리고 일 년 치 대학원 학비까지 마련했으니, 시한부 비정규직 직장이라도 일을 할 수 있었던 저는 그래도 운이 좋았습니다.

제 동갑내기 대학 동기 혁진이는 운이 나빴습니다. 그는 법학과 생활 내내 성실했습니다. 저와는 달리 술집 대신 도서관에서 밤을 새웠고, 성적우수 장학금도 2번 빼고 매 학기 받았습니다. 그랬던 혁진이가 요즘 일주일에 두세 번씩 술에 취해 전화를 걸어옵니다. 그는 법무사가 되겠다며 졸업 후에도 4년이나 더 법을 공부했지만, 시험에서 계속 떨어졌습니다. 학원비, 책값, 생활비에 쓴 빚을 갚기 위해 중소기업 사무직부터 공익재단 인턴, 법률사무소 사무보조까지 고용노동부에서 운영하는 ‘워크넷’을 통해 지원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는 요즘 최저시급도 안 되는 시급 6,000원을 받으며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 학부 내내 성실했고 성적도 좋았지만, 한 번 경쟁에서 낙오한 청년 혁진을 받아준 곳은 편의점밖에 없었다. ⓒ flickr

역시 동갑인 제 고등학교 친구 희승이는 요즘 같은 취업난에 억세게 운이 좋았습니다. 대학 4학년 때 지원한 대기업 건설사 인턴에 합격, 그대로 취업해 4년 차 대리로 일하고 있습니다. 연봉은 이미 6천만 원을 넘었다는군요. 비록 동생과 힘을 합쳐 대출로 마련한 전세지만 광명시에 아파트도 얻어 살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그도 제게 술 취해 전화를 걸어옵니다. 9월 결혼을 앞두고 예식장과 신혼여행 예약,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예물 등 견적을 내어 보니 1천만 원이 넘는다는 이유입니다. 가장 큰 고민은 신혼집 문제랍니다. 예비 처가 쪽에서 희승이의 직장이 있는 서울 시내 아파트에 살기를 원하는데, 대기업 대리인 그도 당장 2~3억대인 전세금을 구하기는 불가능하다는군요. 학자금 대출과 부모님 빚 갚느라 모아둔 돈도 거의 없는 그는, 1억원대에 전세 아파트를 구할 수 있는 경기도에 집 얻는 것을 설득해보겠다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제가 운이라 표현했지만, 저와 제 친구들이 겪는 일들이 단순히 ‘운’ 탓만은 아닙니다. 청년들이 꿈을 위해 노력했어도 한 번 실패하면 다시 일어서는 게 불가능한 구조, 독수공방 무소유의 삶을 살아야 버틸 수 있는 현실, 바늘구멍을 뚫고 경쟁에서 이겼어도 결혼하고 아이 낳는 평범한 삶이 불가능한 사회입니다. 무한경쟁 사회 구조와 경제적 압박은 청년들을 3포(연애‧결혼‧출산 포기), 5포(3포+내 집 마련, 인간관계 포기), 7포(5포+꿈, 희망 포기)를 넘어 모든 걸 포기했다는 ‘n포세대’로 만들었습니다. 이 땅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며 ‘탈조선’을 꿈꾸는 청년 비율이 70%를 넘었고, 미래가 없으니 몇천원짜리 인형뽑기로 순간의 쾌락에 집중하는 ‘탕진잼’이 인기라는 기사가 넘쳐흐릅니다.

   
▲ 문 대통령님, 꿈도 희망도 잃은 청년들이 '탕진잼'을 그만 둘 날은 올까요? ⓒ SBS 뉴스 갈무리

대통령님은 취준생을 위한 한국형 사회안전망 구축, 1인 가구‧결혼‧육아를 책임지는 나라를 약속하셨습니다. 저와 제 친구들이 꿈꾸는 공약들입니다. 탄핵당한 전 대통령도 비슷한 이야기를 저희에게 건넸더랬습니다. 전 대통령의 공약집 제목은 ‘세상을 바꾸는 공약’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바뀌지 않았고, 공약이 바뀌었습니다. 대통령님은 아닐 거라고 믿습니다. 대통령님이 약속하신 공약 한 줄 실천으로 저희 청년들의 삶이 바뀝니다. 청년의 미래는 이 나라의 미래입니다. 부디 청년들의 고민이 운이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닌, 국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회 문제임을 기억하시고, 청년이 마음껏 꿈꾸고 도전하는 세상을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2017. 7. 11. 
박진홍 기자 올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지 어느덧 두 달이 되었다. 촛불 염원은 적폐청산과 사회개혁이었다. 5.18행사장에서 흘린 눈물과 유가족을 포옹하던 일, 의전없이 버스를 타거나 기능직과 식사하고 기자들에게 먼저 질문을 요구하던 초반의 감동은 연이은 인사 실패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여소야대라는 정치상황도 개혁드라이브에 걸림돌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취임 두 달, 문재인 대통령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단비뉴스 젊은 저널리스트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쓴 제언의 편지를 연재한다. (편집자)

편집 : 박진홍 기자

[박진홍 기자]
단비뉴스 편집부, 환경부, TV뉴스부, 시사현안부 박진홍입니다.
진실 앞에서 부러질지언정 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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