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세월호 ‘기억’ 전시회

<앵커>

1,089일. 세월호가 바다에 가라앉았던 시간인데요. 그 긴 시간 동안 진상 역시 어두운 바닷속에 묻혔습니다. 이제 밝은 뭍에 오른 세월호에서 건져내야 할 우리 사회 빚입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는 3주기 추모전을 장현석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유족, 그리움을 꽃으로 수놓은 작품전
모락모락 김이 나는 따스한 밥 대신 꾹꾹 눌러 담은 꽃밥을 액자에 한 상 가득 차렸습니다. 다 해진 신발을 신고도 불평 없던 착한 딸을 위해 엄마는 꽃신을 눈물로 삼았습니다. 그리운 살결을 어루만지듯 유족들은 한 땀 한 땀 꽃누르미 작품을 수놓았습니다.

인터뷰> 김연실/ 세월호 유가족(2학년 4반 故정차웅 어머니)
“우리 예쁜 아이들을 예쁜 꽃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주고 싶어서 만들게 됐거든요. 혹시 보러오시게 되면 겉모습만 보고 예쁘다고 하지 마시고 저희 아이들 안에는 글이 많이 있습니다. 사연이 많이 있거든요. 그 글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봐주시면 좋겠어요. 작품으로 보지 마시고 우리 아이들이다 생각하고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시민, 애절한 꽃 사연에 눈시울 적셔
간절히 보고팠던 시간 속에서 학생들은 꽃으로 다시 피어났습니다. 살아남은 가족들의 슬픔을 위로하듯 250마리의 꽃나비로 날아올라 군무를 선보입니다. 끝끝내 닿지 않을 꽃 편지의 애절한 답장을 보는 듯, 관람객들의 눈가에 이슬이 맺힙니다.

인터뷰(시민)> 유선미/ 경기 안산시
“버스 타고 다니다 봤던 아이들도 있더라고요. TV에서 보면. 그래서 사실 더 오기 싫었던 것도 사실 있어요. 오면 마음이 너무 안 좋으니깐....”

#세월호 3주기 추모작품 전시회 <너희를 담은 시간>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전시회 <너희를 담은 시간> 전. 희생자 가족이 2014년 10월부터 아이들의 모습과 편지를 꽃누르미로 표현한 전시횝니다. 꽃누르미 압화 작품 150여 점이 시민들을 만납니다. 416 유족들은 꽃누르미 명함과 책갈피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활동도 마련했습니다.

인터뷰> 김선식 상임팀장 / 안산 온마음 센터
“사실 세월호 가족분들은 제일 두려운 것이 내가 우리 아이를 잊을까 봐 하는 것들이 가장 큰 두려움이거든요. 오히려 반대로 나는 당연히 기억하지마는 좀 더 많은 시민들이 우리 아이 한 명, 한 명을 기억해 준다는 것은 그분들에게 커다란 치유이자 힘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이 전시회를 기획하게 됐고요.”

보고파도, 궁금해도, 목소리조차 제대로 낼 수 없었던 어둠의 시간들.
사무치는 그리움이 차곡차곡 쌓여 꽃으로 피어올랐습니다. 3년이 지나서야 뭍으로 올라온 세월호 사고 원인과 늑장구조의 진상이 밝혀져 진실과 화해를 보듬는 꽃으로 승화되길 기대해 봅니다. 단비뉴스 장현석입니다.

(영상취재 : 손준수 / 편집 : 장현석, 손준수)


편집 :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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