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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천막극장, 위안부를 외치다
[공연] 광화문 블랙텐트에서 만난 연극 <빨간 시>
2017년 01월 19일 (목) 17:45:23 박기완 기자 wanitrue@gmail.com

2015년 12월 28일, 한국과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를 결말짓기 위해 불가역적 협상을 체결했다.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10억 엔을 지원받고 위안부 문제를 덮기로 한다는 내용이다.

불가역적 협상이 체결된 뒤, 나는 매서운 추위에도 수요시위를 나갔다. 위안부 할머니를 위해서라기보다 말도 안 되는 협상을 한 정부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다. 수많은 시민이 모였고, 한목소리로 불가역적 협상의 철회를 외쳤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협상에는 위안부 소녀상 처리도 담겨있었다. 소녀상은 지난 2011년 12월 서울 종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이래 현재까지 전국에 55개가 세워졌다. 2015년 한 해 동안 24곳의 소녀상이 건립됐고, 지난해엔 20개가 세워졌다. 지난달 28일엔 부산 동구청에 세우려 했던 소녀상을 강제철거하자 국민적 비판을 받고 같은 달 30일 소녀상 재설치를 승인했다. 시민들이 소녀상 지키기에 적극적인 가운데, 일본 정부의 통화 스와프 보복에 대해 협상을 성사시킨 한국 정부는 뾰족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 서울 광화문 세월호 분향소에 예술인들이 정부의 예술인 블랙리스트에 반대하는 블랙텐트를 세웠다. ⓒ 박기완

광화문 광장에 세워진 블랙텐트

2017년 1월 16일, 가슴 쓰라린 위안부 할머니들의 마음과는 달리 쾌청한 날씨였다. 광화문 세월호 분향소 옆 블랙텐트에서 연극을 한단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갔다. 블랙텐트는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맞서 문화예술계가 만든 극장이다. 박근혜 정부가 퇴진할 때까지 운영하는 임시 공공극장이다.

저녁 8시. 블랙텐트 안을 80여 명이 넘는 관객들이 가득 메운다. 자리가 없는 관객은 빈 곳에 의자를 가져와 채웠다. 취재진의 열기도 뜨겁다.

   
▲ 입김이 나오는 날씨에도 80여 명이 넘는 관람객들이 블랙텐트를 찾았다. ⓒ 박기완

극단 고래의 연극 <빨간 시>의 막이 올랐다. 연극 <빨간 시>는 자신이 위안부라는 사실을 평생 감추고 살아온 할머니 금자(강애심)와 권력자들에게 농락당한 것을 폭로하고 자살한 여배우의 유서가 진실임을 알면서도 침묵하는 신문기자인 손자 동주(김동완)의 이야기다.

증언을 토대로 만들어진 연극 <빨간 시>

저승사자의 실수로 손자와 할머니의 목숨이 뒤바뀌면서 연극은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저승에 간 손자는 성 상납으로 자살한 여배우의 삶과 위안부로 끌려간 할머니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연극은 저승과 이승,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진행된다. 경상도 출신 위안부 역의 강애심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과거를 회상하는 부분은 많은 관객의 가슴을 울렸다. 15분 동안 진행되는 독백에서 강애심은 그 날의 과거를 담담한 어조로 풀어낸다. 실제 위안부 할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한 이 대사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을 직설적으로 전한다.

“어느 날 복순이가 임신을 했뿌따 아입니꺼. 임신만 했다 하모는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 뿌니까 복순이가 도망을 갔지예. 바로 잡히왔습니더. 발가 벗기가꼬 하룻밤을 나무에 거꾸로 매달아 놓더마는 다음날 우리 보는 앞에서 일본도로 배를 가르고 얼라를 꺼낸다 아입니꺼. 탯줄을 자르더마는 우리 목에 두르는 기라예. 그라고는 칼로 복순이 목을 치삐는 기라. 복순이 머리를 솥에 넣고 삶더마는 그 삶은 물을 우리한테 마시라 안캅니꺼. 고마 정신줄을 놓아뿟징. 일본말만 들리믄 어요요요요 개 개 개새끼 지나간다. 칼로 찔러 죽인다. 총으로 쏴 죽인다. 이래 해샀다 카데예. 제 정신이니마 그래 몬하지예. 아무리 억울하고 분해도, 일본 군인한테는 화도 못내예. 맞아 죽구로예. 덕녀는 젖꼭지를 물어뜯기가 죽고 춘심이는 아래를 걷어 채이가 자궁이 빠지가꼬 죽었거든예. 그렇게 개만도 몬하게 살아내고 있는데 패전했다는 소문이 들드마는 하루는 정신대 여자들 백 오십 명을 줄 세워 놓고는 일본도로 목을 치기 시작하는 기라.“ 

   
▲ 위안부로 끌려갔던 고통으로 치매를 앓고 있는 '금자'는 극 내내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 극단 <고래> 페이스북

하얀 입김의 추위에도 아랑곳없는 배우들의 열정

연극 <빨간 시>는 2013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김학순 상을 받고, 2014년엔 제7회 대한민국 연극대상 희곡상, 작품상, 여자연기상 3관왕을 타 연극의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블랙텐트 안은 하얀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추웠지만, 배우들은 열연을 펼쳤다. 관객들은 하나 되어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에 울고 웃고, 박수쳤다.

광화문 세월호 분향소에 위치한 블랙텐트의 연극은 계속된다. 오는 20일(금)까지 극단 고래의 <빨간 시>, 이어서 23일, 24일에는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그와 그녀의 옷장>이, 25일~27일에는 <마임>, 31일~2월 3일에는 극단 드림플레이 테제21의 <검열언어의 정치학 : 두 개의 국민>이 각각 공연된다. 매일 밤 8시 상연. 입장료는 감동후불제다.

   
▲ 연극이 끝나고 난 뒤에 많은 관객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 박기완

편집 : 민수아 기자

[박기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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