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인문산책] 개헌

▲ 김민주 기자

현재 우리 정치는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상태다.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한 선택은 서로를 믿고 협조했을 때의 결과보다 모두에게 나쁜 결과를 맞게 된다는 역설적인 결론. 자신만의 권력과 이권 챙기기에 눈먼 정치권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정치 행위는 그 정당 소속의원과 지지자에게만 미치는 게 아니다. 국민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올바른 답은 자명하다. 여당과 제1야당, 소수정당들이 ‘협치’하는 것이 국민에게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대한민국 국회는 협치와 거리가 멀다. 대통령을 배출한 당이 여당으로 분류되고 나머지 당은 야당으로 이분화된다. 여당은 입법부로서 행정부를 견제하고 끌고 가는 기능은 접어둔 채 대통령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이러한 관행은 결국 부패하고 무능한 대통령하에서 국정농단을 키웠다. 조기 대선이 다가오자 촛불민심의 사회개혁 요구에 해법을 제시하기보다 정당 내 지지도 높은 대선주자를 띄우기 급급한 야당은 이러한 폐해를 답습할 따름이다.

대선후보에 혈안이 되는 이유는, 임기 5년 동안 사실상 국정 전 분야를 망라해 모든 실권을 대통령과 연을 맺은 인사들이 장악하기 때문이다. 정치판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탄핵 심판을 맡은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명 중 7명이 대통령을 포함한 여권 성향이다. 공영방송 KBS와 MBC 이사회는 여야 추천 인사가 각각 7:3, 6:3의 비율로 균형이 깨진 채 여권에 유리하다. 권력 감시 기능을 마비시킨다.

▲ 독일 연방 하원에서 대연정으로 한 팀을 이루고 있는 기민당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사민당의 지그마어 가브리엘 부총리가 이야기하고 있다. ⓒ 미국 환경보도청(EPA)

조선 시대 르네상스로 불리는 영·정조 시대는 ‘탕평책’으로 당파를 따지지 않고 인재를 고루 뽑았다. 영조는 노론의 홍치중을 영의정에, 소론의 조문명을 우의정에 임명하며 자신의 즉위를 반대한 소론과도 권력을 나누는 포용정책을 폈다. “보복은 다시 보복을 불러들인다”며 당쟁의 병폐를 없애고자 애썼다. 노론과 소론 중 어느 쪽의 충성 여부에 관계없이 고르게 등용하는 ‘쌍거호대’ 방식은 이후 정조의 규장각을 통한 인재 중심 인사 정책으로 발전해 나갔다.

지금의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영조의 탕평책을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권력을 독점하기 쉬운 구조에서 권력을 나눠주는 깨끗한 정치를 바라는 것은 우리 정치사에서 항상 실망과 실패를 가져왔다. 의원내각제는 이를 보완해준다. 독일 메르켈 총리는 2005년 이래 세 번 연임하는 동안 집권당인 보수성향의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과 중도좌파인 사회민주당과 대연정을 이끌고 있다. 1949년 이후 독일의 모든 정부는 정당 간 연립 정부였다. 독일식 비례대표제는 1당이 50%를 넘지 못해 다른 정당과 연립이 필수다. 연정이 깨지지 않기 위해 정당 간 협치와 견제 구조가 탄탄하다. 공존과 협치의 시대, 독일이 주목받는 이유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는 권력이 분산될수록 실현 가능성이 커진다.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은 1학기에 [서양문명과 미디어 리터러시], 2학기에 [문명교류와 한국문화]의 인문교양 수업을 개설합니다. 매시간 하나의 역사주제에 대해 김문환 교수가 문명사 강의를 펼칩니다. 수강생은 수업을 듣고 한편의 에세이를 써냅니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에다 다양한 생각을 곁들여 풀어내는 글입니다. 이 가운데 한편을 골라 지도교수 첨삭 과정을 거쳐 단비뉴스에 <역사인문산책>이란 기획으로 싣습니다. 이 코너에는 매주 금요일 오후 진행되는 [김문환 교수 튜토리얼] 튜티 학생들의 인문 소재 글 한 편도 첨삭 과정을 포함해 실립니다. (편집자)

편집 : 김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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