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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도에서 배우는 새해 남북관계
[역사인문산책] 외교
2017년 01월 02일 (월) 18:50:23 손준수 기자 andrewson88@naver.com
   
▲ 손준수 기자

신라와 발해는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 발해를 건국한 고구려의 유민들은 신라를 적국으로 여겼다. 신라가 고구려를 멸망시켰다는 생각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신라도 발해에 경계심을 키웠다. 신라는 점점 커지는 발해의 국력을 보면서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다. 발해의 장문휴가 당나라를 공격했을 때 신라는 당의 요청을 받고 출병시켰다. 두 나라는 칼날의 끝을 서로를 겨누었다. 하지만, 두 나라 사이 교류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양국의 교통로 ‘신라도’는 이를 반증해준다. 살얼음판 같은 관계 속에서도 교류를 동시에 이어나갔다.

1300여 년 전 남북국시대 신라와 발해의 관계는 현재 남북 관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냉전 종식 후 남한과 북한은 군사적 긴장감과 동시에 대화의 창구는 유지됐다. ‘화전양면전술’이라는 북한의 전략에 빠져드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의 주장도 있었으나, 필요시에 연락은 오갔다. 2000년대에 들어와 대화를 통해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조성과 경의선 철도 복원을 이끌며, 군사적 대치 완화와 남북경협이라는 성과도 이뤄냈다. 이를 바탕으로 보면 대화의 끈을 다시 살리자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는다.

   
▲ 북으로 가는 관문인 통일대교의 모습. ⓒ 손준수

하지만 현재 한반도 상황은 모든 게 물거품, 원점으로 돌아갔다. 통일 대박이라는 대통령의 호소는 대화의 마지막 끈이었던 개성공단 폐쇄로 철학 없는 외교 수사가 돼버렸다. 남북 간의 교류 수단은 더 많아졌지만, 1300년 전 남북국시대만큼도 오가는 게 없다. 주변국과의 관계는 더 깊은 수령으로 빠졌다. 세계 패권을 놓고 다투는 미국과 중국 양대 강국의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형세로 전락했다. 사드 배치 강행에 따른 중국의 반한류 기류로 인해 우리 경제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웠다. 12월 26일부터 30일까지 한국을 방문한 중국 외교부 관리는 사드 배치로 한국 기업이 중국서 사업할 생각 접어야 한다는 식의 발언을 국내 정치인과 기업 관계자에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때일수록 한 민족끼리 힘을 모으자는 요구가 많다. 역사를 돌아보면 한반도에 외세가 들어왔을 때보다 민족끼리 힘을 합쳤을 때 국력이 왕성했다. 신라는 외세의 힘을 빌려와 삼국통일을 이뤘지만, 계림 도독부와 안동도호부 등 당나라 세력이 우리 강역에 거주하게 만드는 빌미를 줬다. 반면에 왕건은 신라의 경순왕과 후백제의 견훤을 귀순시키며 통일을 이뤄 강력한 국력을 뽐냈다. 영국의 역사학자 E. H. Carr의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지적이 교훈으로 다가온다. 지금은 과거를 거울삼아 현재의 문제를 풀어나갈 시점이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백은 “국가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사회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남북 간의 대화와 경제교류는 안보위기를 극복하는 안전장치의 역할 수행이 가능하다. 신라와 발해가 ‘신라도’를 통해 적대 관계 속에서도 교류를 이어갔듯이 말이다. 남북 관계도 신라도처럼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필요성이 커진다. 남북 관계에서 원칙 없이 위기를 자초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안 가결을 맞아 직무정지 상태다. 민족 화해와 교류 정책을 국회 중심으로 펼쳐나갈 좋은 기회를 맞았다. 정유년(丁酉年) 원단(元旦)에 가져보는 희망이다.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은 1학기에 [서양문명과 미디어 리터러시], 2학기에 [문명교류와 한국문화]의 인문교양 수업을 개설합니다. 매시간 하나의 역사주제에 대해 김문환 교수가 문명사 강의를 펼칩니다. 수강생은 수업을 듣고 한편의 에세이를 써냅니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에다 다양한 생각을 곁들여 풀어내는 글입니다. 이 가운데 한편을 골라 지도교수 첨삭 과정을 거쳐 단비뉴스에 <역사인문산책>이란 기획으로 싣습니다. 이 코너에는 매주 금요일 오후 진행되는 [김문환 교수 튜토리얼] 튜티 학생들의 인문 소재 글 한 편도 첨삭 과정을 포함해 실립니다. (편집자)

편집 : 고륜형 기자

[손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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