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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쓰는 4컷 만화!
[고경태의 유혹하는 에디터2] ⑨ 한겨레 신상품 '뉴스룸 토크' 뒷얘기
2016년 10월 24일 (월) 17:59:06 고경태 humank21@gmail.com
그동안 토요판 이야기만 했습니다. 잠시 쉬어갑니다. 2016년 현재 상황을 글로 옮겼습니다. 이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신문과 방송>(2016년 10월호 게재)으로부터 청탁받아 썼습니다. (고경태)
     
   
▲ 고경태

- 그거 처음에 어떻게 하신 거예요?

“얘기하면 길죠.”

- 엄청나게 긴가요?

“그렇지는 않아요. 넉 달쯤 됐네요. 지난 6월 27일 지면 개편하면서 시작한 거죠.”

- 기획을 어떻게 하게 됐냐는 거죠.

“뭐, 편집국의 풍경과 속살을 보여주자는 취지로….”

   
▲ <한겨레> 편집국 전경. ⓒ <한겨레> 김성광 기자

나는 지금 ‘뉴스룸 토크’ 이야기를 하고 있다. ‘뉴스룸 토크’란 종이신문 <한겨레> 2면에 매일(토요판 제외) 실리는 고정칼럼이다. 칼럼의 꾸밈새는 이름 그대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용 신문 콘텐츠를 생산하는 편집국의 뉴스룸에서 토크를 한다. 기자와 기자가 한다. 그 기자 중의 한 명은, 묻는 자(인터뷰어)인 나다. 또 다른 한 명의 상대, 즉 답하는 자(인터뷰이)는 그날그날 다르다. 나는 지금 ‘뉴스룸 토크’ 형식으로 그 이야기를 한다.

'에디터 아침보고'라는 이상한 발제

- 기획에 얽힌 짧은 역사를 들려주세요.

“올해 4월에 한겨레 편집국에선 지면 개편 TFT를 구성했어요. 신문부문장인 제가 팀장을 맡았고요. 1, 23면을 상당 부분 변화시키려 했어요. 그 시도 가운데 하나로 들어가 있었죠. 첫 보고 문서(4월 28일 작성)를 찾아보니 ‘에디터 아침 보고’라는 이름으로 적혀있더라고요.”

- ‘에디터 아침 보고’요?

“사실 별생각 없이 만든 이름이에요. 각 부서 에디터들이 돌아가며 ‘뉴스 백브리핑’이랄까, 기사에는 나오지 않는 이야기를 해보자고 발제를 했죠. ‘에디터들이 각 부서 속사정을 슬쩍 흘려준다’ 정도로 생각했어요. 200자 원고지 기준 4매 안팎의 분량으로 아주 콤팩트하게. 하지만 기사 형식에 관한 구체적인 그림은 없었어요.”

- 선행 모델이 없잖아요.

“<조선일보> 1면에 ‘팔면봉’이라는 초미니 칼럼 있잖아요. 딱 세 가지 이슈에 관해 각각 한두 문장으로 위트 섞인 코멘트하는. 그런 식으로 현안을 짚어보면 어떻겠냐는 사람도 있었죠. 남 따라가는 거밖에 안 되지 않겠냐 하는 반론이 튀어나왔고. 아침 편집회의의 어느 한 순간을 잡아채서 써보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고요. 이렇게 표류를 하다 보니 각 부서 에디터들 반응이 시큰둥했어요. 정작 글을 써야 할 당사자는 에디터들인데 말이죠. 각자 오피니언 면에 ‘편집국에서’라는 칼럼도 돌아가며 쓰는 판에 이거까지 맡으라니 짐이라고 느꼈을 터인데.”

- 어떻게 물꼬를 트게 됐나요?

“편집국장 주재로 각 부서 에디터들과 지면개편 관련 회의를 할 때마다 이 칼럼 이야기를 꺼냈는데 매번 명쾌한 결론이 안 났어요. 마지막 회의 때도 ‘도대체 이걸 왜 하려고 하느냐’ ‘컨셉이 뭐냐’ 같은 근본적인 질문과 답변이 되풀이됐어요. 이러다 보면 가장 쉬운 길을 선택하게 되거든요. 그냥 안 하고 마는 거. 저는 어떻게든 새로운 물건을 내놓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그래서였는지 마지막 회의시간에 충동적으로 덜컥 말을 내뱉고 말았죠. ‘그럼 제가 어떻게든 써보겠다’고. 그러곤 바로 후회했죠.”

- 그 말 하나로 코가 꿰인 건가요?

“그날 밤에 잠을 못 잤어요. 이거 어쩌나. 매일 감당할 수 있을지 이렇게 저렇게 재보아도 자신감이 안 생기더라고요. 저 역시 칼럼에 대한 정확한 상(像)이 맺혀지지 않은 상황이었거든요. 고심 끝에 ‘아무래도 제가 혼자 쓰는 건 어렵겠다’고 편집국장한테 털어놓자 ‘슈퍼데스크(편집국장과 부국장단, 필자인 신문부문장도 포함됨)에서 돌아가며 쓰는 걸 검토해보자’고 하대요. 아예 없던 일로 하는 것도 하나의 안이었고. 그러던 중에 어느 날 갑자기 뭔가 필이 팍 오더라고요. 지면개편을 3일 남겨놓고.”

- 필?

“아주 단순하게 기자들을 인터뷰해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섬광처럼 머리를 흔들었죠. 바로 정치부 후배 한 명을 붙잡고 당시 논란이 되던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갑질 사건에 관해 궁금한 몇 가지를 물어보았어요. 그리고 후다닥 10분 만에 써봤어요. 이걸 슈퍼데스크 단톡방에 올려놓고 검토를 요청한 뒤 기다렸죠.”

술술 읽히게 하자

▲ 서영교, 당무 감사 실시(정치부 6월 24일 아침 보고 중)

-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기사는 그동안 온라인에만 썼죠?

= 네, 두 번. 20일에 딸 인턴채용 보도했고, 어젯밤 이세영 기자가 당 관계자한테 ‘당무감사원에 회부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확인받아 디지털 기사로 출고했어요.

- 오늘 기사는 뭐가 다르죠?

= 어제는 당무 감사를 ‘할 듯하다’는 거였고, 오늘은 ‘한다’는 거예요. 저희
보도 나가고 당에서 공식 발표했습니다.

- 이런 이야기들이 어떻게 처음 흘러나왔죠?

= 같은 지역구(중랑을)의 시 의원이 총선 공천과정에서 당에 투서했다나 봐요. 보좌진 급여 상납받고, 남편이 후원회장하고 오빠가 회계책임자라는 것까지. 공천 못 받을 뻔했잖아요.

- 당무감사원에 회부되면?

= 윤리심판원(원장 안병욱)으로 넘어갈 수 있어요. 노영민 전 의원(책 강매)이나 신기남 전 의원(로스쿨 딸 청탁 의혹)이 그렇게 됐죠.

- 서 의원 사안이 더 심각한가요?

= 아주 백화점이죠(웃음). <국민일보>에서 보도한 논문표절 건도 있고.
법사위원일 때 부산지검 국정감사 갔다가 저녁 술자리에 변호사인 남편을
동석시킨 적도 있어요.

- 어떻게 될까요?

= 혼을 내더라도 출당조치까지 하겠어요? 담에 공천받긴 힘들겠죠. 새누리당은 국회 윤리위원회에 회부하자고 방방 뜬다네요.

- 서 의원은 어떤 스타일?

= 원내대변인으로 열심히 했다는 평가는 있어요. 목소리 크고 화통하죠. 국회농성 같은 단체행동할 때 꼭 참여하고 끝까지 자리 지킨대요. 총학생회장 출신이잖아요? 근데 공사 구분이 없어요. 좀 심하게 없어요.

(6월 24일에 쓴 ‘뉴스룸 토크’ 최초 시안)

- 반응은 어땠어요?

“‘그냥 술술 읽히긴 한다’고 하더라고요. 다만 너무 직설적이지 않으냐는 지적이 있었죠. 해당 기자한테 보여준 뒤 톤을 다듬으면 된다고 보았고요. 이렇게 매일 기자 아무나 붙잡고 문답으로 구성하면 품도 별로 안 들겠더라고요. 제가 초반에 집필을 전담하되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엔 각 부서 에디터들과 함께 돌아가며 쓰자고 했죠. 국장이 나쁘게 보지 않았는지 한번 해보자 하더군요. 칼럼 이름은 ‘뉴스룸 핑퐁’ 등등 여러 안이 경쟁하다 점잖게(!) ‘뉴스룸 토크’로 확정을 했고요.”

- 첫 회 주제는 뭐였죠?

“한겨레 지면개편을 둘러싸고 ‘찌라시’(증권가 정보지)에 나온 풍문 이야기를 에디터 한 명과 나눴죠. ‘뉴스룸 토크’를 소개하는 다음과 같은 멘트와 함께. ‘편집회의 풍경이랄까, 에디터와 기자들 사이에 오고 가는 말이랄까, 기사출고 단추 누르기 전의 고민이랄까. 이런 걸 아주 작고 날렵하게.’ 두 번째 글은 처음에 시안으로 끄적였던 서영교 의원 이야기를 다듬어서 냈고요. 그렇게 시동을 걸기 시작했죠.”

'잽'의 느낌

- 반응은 어땠어요?

“반반이었던 거 같아요. 신선하다는 평이 있었죠. 일간신문 매체에서 처음 보는 놈이었으니까. 근데 일부 시니어들 사이에선 신문지면 앞부분에 배치하기엔 지나치게 가볍지 않으냐는 말도 흘러나왔죠. 가령 문답 중에 웃음을 표시하기 위해 ‘ㅎㅎ’라는 말을 넣었는데 이게 도대체 신문 문법에 맞느냐는 비판도 있었고요. 이런 식의 글쓰기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분들도 계셨죠. 지면개편 직후, 달마다 신문을 비평하는 ‘열린편집위원회’의 독자편집위원들 사이에선 상반된 두 개의 의견이 오갔어요.”

“이전에는 신문을 뒷면부터 봤는데 개편 이후로 앞면부터 차례대로 읽는다. 앞부분이 굉장히 재밌어졌다. ‘친절해졌다’, ‘기자들이 전면에 나서서 독자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2면에 실리는 ‘뉴스룸 토크’의 경우 기자가 기사에 담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끄집어내서 대화 형식으로 풀어내는 것이 참신하다.”

“개편 뒤로 2면에서 ‘과연 여기에 실릴 정도로 중요한 기사인가’ 생각이 드는 기사들을 몇 개 만났다. ‘뉴스룸 토크’도 촌철살인을 담은 메시지를 기대하고 읽는데, 읽고 나서 별 내용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 등 들쭉날쭉하다.”

(<한겨레> 7월14일치, 열린편집위원회)

- 아무리 짧고 쉬운 구성이라지만 그래도 매일 쓰려면….

“마감 시간 직전까지 끙끙대면서, 속된 말로 똥줄이 타기도 했어요. 그래서 주제와 인터뷰 대상 기자를 미리미리 물색해 두는 편이죠. 무엇에 관해 다룰지 확정을 못 해 잠 못 이루다가 마감 시간에 헤매는 꿈을 강박적으로 반복해 꾸기도 했고. 제가 종일 회의에 치이거든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최소 4개이고, 소규모 회의까지 합하면 6~7개. 용의주도하게 칼럼 쓸 준비를 했다가 번개처럼 취재해 미리 써놓지 않으면 마음이 짓눌려요.”

- 쓰는 데 얼마나 걸려요.

“짧은 편이에요. 정말 잘 풀릴 땐 취재와 집필까지 딱 15분 걸린 적도 있어요. ‘□□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한겨레 미래팀을 소개하는 거였는데 미래팀장 인터뷰에 10분, 쓰는 데 5분 정도. 특별한 경우 아니면 1시간 안팎이면 되죠.”

- 짧은 분량이지만 형식은 여러 가지로 변주되던데.

“문답이 기본이죠. 대면·전화·카톡 등 사정에 따라 편한 방법으로 묻고 답하고, 때로는 특정 기자를 떠나 ‘모둠’으로 구성해요. 가령 ‘브렉시트’를 주제로 사내 관련 기자들에게 한마디씩 받거나, 한겨레 전·현직 워싱턴 특파원들에게 올해 미국 대선 결과를 점치게 한다거나. 인터뷰한 기자를 내세워 1인칭 시점으로 풀어쓰기도 하고.”

- ‘뉴스룸 토크’는 한마디로 어떤 칼럼인가요.

“글로 쓰는 4컷 만화가 됐으면 해요. 지금은 신문에서 4컷 만화 사라졌지요. 초간결하게 사건의 맥락을 훑고 지나가는 만화 같은 텍스트. 아직 완벽히 그 이상에는 못 미치지만. 짧고, 쉽고, 가볍게 접근해 독자들에게 어떤 사안에 관한 콩알만 한 정보와 임펙트라도 주는 거죠. 김언수의 단편소설 <잽>에서 인상적인 대사를 읽은 적이 있어요. 권투관장이 젊은 주인공한테 잽을 날리는 법에 관해 가르치면서 이렇게 말하죠. ‘이게 잽이라는 거다. 어깨와 주먹에 힘을 빼고, 툭툭, 주먹으로 치는 게 아니라 냉장고에서 방울토마토를 재빨리 꺼내온다는 느낌으로 팔을 뻗는 거야.’ 저는 ‘냉장고에서 방울토마토를 재빨리 꺼내오는 느낌’을 상상해요. 이 표현이 좋아서 글쓰기나 제목 강의할 때 수강생들한테 써먹는데, ‘뉴스룸 토크’가 독자들에게 그런 리듬과 감성으로 와 닿았으면 좋겠어요.”

스트레스, 쫓기는 느낌

- 가장 기억나는 글이 뭐예요?

“9월 5일부터 9일까지 일주일간 이어진 검사 시리즈가 기억나요. 김형준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사건을 <한겨레>가 단독 보도하던 첫날 서울중앙지검 출입하는 후배 기자와 ‘검사와 돈’이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글을 썼어요. 검사 월급부터 시작해 검사에게 돈이란 무엇인가에 관해 차근차근 물어봤죠. 다음날엔 후속으로 ‘검사와 친구’를 했고 ‘검사와 술’, ‘검사와 X’, ‘검사와 스트레스’까지 한 명의 기자와 5회 연작을 하게 됐어요. 검사를 까는 거였는데 대검찰청 관계자도 재밌게 읽었다는 말을 법조팀 기자에게 했다고 전해 들었어요. 이런 식으로 뭔가 계속 색다른 글쓰기 방식을 개발하면 생동감 있겠죠.”

   
▲ 종이신문 <한겨레> 2면에 매일(토요판 제외) 실리는 고정칼럼 '뉴스룸 토크'. 왼쪽부터 각각 9월 5일, 22일, 27일 치. 가장 왼쪽 칼럼이 9월 5일부터 9일까지 일주일간 이어진 검사 시리즈 중 첫 번째인 '검사와 돈'이다. ⓒ 한겨레

- 방금 ‘검사와 스트레스’를 언급했는데 칼럼 쓰면서 스트레스 안 받아요?

“스트레스를 받죠.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뭔가에 쫓기는 느낌을 받고. 다만 기자에게 캐물으면서 저도 공부가 되긴 해요. 제가 특정 부서에 소속돼 있지 않다 보니 기사를 데스킹하거나 출고를 하는 입장이 아니잖아요. 뉴스와 좀 거리감이 있죠. 그걸 좁혀준달까. 그게 스트레스를 삭혀 주지요.”

- 지금 혼자 쓰시잖아요.

“제가 여섯 번째로 칼럼을 쓴 날이던가, 노조 게시판에 ‘혼자 (뉴스룸 토크) 쓰는 게 지속 가능하냐’면서 ‘매일 흥미롭게 쓸 수 없다면 없애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냉소적인 글이 떴어요. 사실 한 두 주, 제가 혼자 맡은 뒤 돌아가며 쓰자고 할 계획이었는데 이 글을 보니 오히려 오기가 발동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태클이 쑥 들어갈 때까지 해보자며 더 연장하게 된 거고요. 사실 ‘신상품’은 주변에서 진득하게 기다려줘야 하잖아요.”

- 안착한 것 같나요?

“글쎄요. 고맙게도 여러 선후배가 좋게 봐주시고 격려를 해주셨어요. 하지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죠. 아는 사이에 나쁜 평을 하겠어요? 처음으로 마음을 놓게 된 건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간하는 월간 <신문과 방송>에서 기획배경에 관한 기고를 요청했을 때예요. 비로소 세간의 평이 나쁘지는 않구나! 안심하게 됐죠.”

- 앞으로는 어떻게.

“각 부서 에디터들이 돌아가며 쓸 때가 된 것 같아요. (웃음)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죠. 그래야 지속 가능한 모델 아니겠어요.”


고경태. 한겨레 편집국 신문부문장. <유혹하는 에디터>에서 <1968년 2월 12일>, <한마을 이야기-퐁니·퐁넛>까지 5권의 책을 썼다. 2009년에 낸 <유혹하는 에디터>가 편집자를 다뤘다면, 2016년의 이 연재물은 편집장 이야기다. <한겨레21> 편집장, <씨네21> 편집장, esc 팀장, 오피니언넷 부문 기자, 문화스포츠 에디터, 토요판 에디터 시절의 에피소드로 버무릴 예정이다. 격주 연재. 

편집 : 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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