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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없는 국가’의 귀결
[상상사전] ‘국가’
2016년 10월 01일 (토) 15:36:13 황금빛 기자 hgb1987@nate.com
   

▲ 황금빛 기자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위기의 국가>에는 ‘국가 없는 국가주의’라는 개념이 나온다. 이는 국가의 무능을 권력과 정치의 분리 현상에서 찾는다. 세계화는 글로벌 자본으로 권력이 집중되는 현상을 가져왔다. 권력과 정치의 분리 현상은 심화됐고 국가는 정치적 지도력과 통제력을 잃었다.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인 ‘권력’을 잃어버린 국가는 어떤 조처를 취할지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인 ‘정치’만을 갖고서는 위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한국은 세계화 과정의 ‘최고 우등생’이었다. 다국적 자본의 투자를 유치하고 일자리를 창출했다. 단기간에 높은 경제성장을 했다. 그 결과 현재 한국의 경제개방도와 대외의존도는 대단히 높다. 하지만 이는 ‘국가 없는 국가주의’를 만드는 과정이었다. 자본은 이윤을 좇아 끊임없이 이동한다. 개방도가 높은 한국은 외부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세계화는 경제적 불평등과 국내 산업 경쟁력 저하, 일자리 증가 정체 등의 문제를 가져왔다.

최근 한 경제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1990년대 이후 무역 확대와 노동∙자본 등 생산요소 이동의 자유화로 국가간 불평등은 줄었지만 국가 내 불평등은 확대됐다고 한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하지만 자본에게 권력을 내준 국가는 문제 해결 능력이 없다. 각국에서 세계화에 따른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 없는 국가주의’ ‘국가의 무능’이 전 세계적 현상임을 보여준다.

   

▲ 자본에게 권력을 내준 국가는 문제 해결 능력이 없다. ⓒ Pixabay

더 큰 문제는 ‘국가 없는 국가주의’가 ‘전체주의’와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국가주의는 국가의 이익을 절대 우선시한다. 인간의 공포감을 기반으로 다른 모든 가치를 희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체주의는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정치적 광풍을 불러일으키는가 하면 전쟁을 유발하기도 한다. 바우만도 ‘정치와 권력의 분리 현상이 국민들의 반정치 감정을 부추기고 이는 카리스마적 인물에 대한 찬양으로 이어져 독재를 정당화한다’고 썼다.

이는 세계화의 중심지이면서 경제적 불평등이 극심한 미국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주민은 미국인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공포의 대상이다. 국민들의 기존 정치에 대한 반감은 트럼프라는 극우 성향 인물에 대한 찬양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는 무능한 국가를 만든 원죄가 있는 기존 정치세력에게 면죄부가 될 뿐이다. 문제를 덮어두고 책임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미래는 다를까? 트럼프 현상과 같은 정치적 광풍은 없지만 안심할 수 없다.

‘국가 없는 국가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민 있는 국가’를 만들어가야 한다. 자본으로 집중되는 권력을 견제하는 데 국가의 정치적 지도력과 통제력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국가의 진짜 주인인 국민이 주권 행사에 나서야 한다. 세계화로 비롯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국가의 무능을 단죄할 수 있는 최종 권한은 국민에게 있다. 권력을 빼앗겨 약해진 국가의 자리를 국민이 되찾을 기회다.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박희영 기자

[황금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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