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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시위’ vs ‘불법진압’으로 맞선 프레임전쟁
[미디어비평] ‘민중총궐기대회’ 보도 프레임 비교
2016년 08월 10일 (수) 23:06:22 황금빛 기자 hgb1987@nate.com

보수적 이념을 가진 독자가 보수신문을 보면 보수적 이념은 강화된다. 진보적 이념을 가진 독자가 진보신문을 볼 경우도 마찬가지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에서 조지 레이코프는 ‘낱말의 덫’이 바로 프레임 형성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프레임을 짜는 것은 자신의 세계관에 부합하는 언어를 취합하는 것이다. 그런데 언어의 본질은 그 안에 있는 생각이고 언어는 그러한 생각을 실어 나르고 불러일으킨다. 이런 방식을 이용해 특정 생각을 불러일으키도록 낱말에 덫을 두고 특정 프레임을 만들어 주입시키는 것이 미디어다. 특히 정파성이 강하고 전통이 오래된 미디어인 신문은 그간 프레임 전쟁을 해왔다.  특정한 언어를 사용해 특정한 생각을 하도록 ‘덫’을 놓는 것이다.

2015년 11월 14일 역대 최대 규모의 ‘민중총궐기대회’가 있었다. 노동문제, 농업, 인권, 평화, 대학구조조정, 세월호, 위안부, 공공의료 등의 여러 사회적 의제들을 내세운 대회였다. 조선일보와 경향신문 그리고 한국일보는 이를 어떤 프레임으로 보도했을까. 관련보도는 집회 시작 일부터 1차 집회가 수그러든 같은 해 12월 3일까지 계속됐다. 신문들이 같은 기간 지면에 실은 기사의 수는 조선, 경향이 각각 총 22개씩, 한국일보 총 19개였다.

다양한 프레임이 등장했지만 눈에 띄게 대립되는 프레임이 있는 부분만 살펴보자.

먼저 조선일보의 ‘폭력시위’ 프레임과 경향신문의 ‘과잉대응’ 프레임이다. 해당 신문에서 각각 가장 많이 등장한 프레임이다. 조선일보의 ‘폭력시위’ 프레임은 대회를 시위대의 폭력이라는 틀로 제시했고, 경향신문의 ‘과잉대응’은 대회를 공권력의 지나친 진압이라는 틀로 제시했다. 또 다른 대립된 프레임은 조선일보의 ‘불법시위’ 프레임과 경향신문의 ‘불법대응’ 프레임이다. 조선일보의 ‘불법시위’ 프레임은 시위대의 집회 및 시위 활동이 불법이었다는 것이고 경향신문의 ‘불법대응’ 프레임은 공권력의 대응이 법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이 외에 조선일보는 시위대로 인한 ‘시민불편’ 프레임과 ‘사회적 손실’ 프레임, ‘갈등’ 프레임 등을 강조했지만 경향신문은 ‘평화집회’ 프레임을 통해 집회가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았고 평화롭게 진행됐으며 평화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반정부시위’ ‘엄벌대응’ 프레임 등을 통해 정부의 편을 들었지만 경향신문은 ‘공안몰이’ 프레임을 통해 정부의 엄벌대응 방침 등이 신공안정국을 조성하고 있다며 정부를 비판하는 연재기사를 내보냈다.

한국일보는 경향신문과 같은 ‘과잉대응’ 프레임이 가장 많긴 했지만, 조선일보가 제시한  ‘시민불편’ ‘엄벌대응’ 프레임과 경향신문이 제시한 ‘평화집회’ ‘불법대응’ 프레임을 혼용했다. 한국일보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프레임은 ‘갈등’ 프레임인데 ‘민중총궐기대회’를 둘러싼 다양한 갈등 주체의 입장을 전달한 기사가 많았다. 갈등 주체는 조계사 내, 시민단체 간, 여야, 야당과 경찰, 경찰과 시위대 등이었다. 이는 중도지인 한국일보가 기계적 균형을 추구한 결과 갈등하는 주체들의 입장을 동등하게 다루려 했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 [그래프1] 신문사 이념 성향별 대립되는 대표적인 프레임 사례. ⓒ 황금빛

제목 프레임과 본문 프레임의 일치 여부는 다음과 같다.

   
▲ [그래프2] 제목 프레임과 본문 프레임 일치 여부. ⓒ 황금빛

기사의 제목은 본문 내용보다 중요하다. 긴 텍스트를 읽을 시간이 없는 바쁜 현대사회에서 그리고 긴 호흡을 요하는 글에 익숙하지 않은 현대인들에게 신문 기사는 잠시 스쳐지나갈 뿐이다. 제목만 보고 지나가는 일이 많다는 뜻이다. 이럴 경우 제목이 본문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면 독자들은 사실이나 진실을 잘못 받아들일 수 있다. 기사 제목만 보고 추측하고 단정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신문사가 그걸 의도했다면 왜곡 혹은 선동보도가 된다.

[그래프2]를 보면 ‘민중총궐기대회’ 관련 보도의 제목 프레임과 본문 프레임 일치여부를 알 수 있다. 불일치가 있다는 자체는 독자를 호도할 수 있는 위험성을 보여준다. 먼저 조선일보와 경향신문의 경우 제목 프레임과 본문 프레임의 불일치가 있더라도 결국 각 신문이 추구하는 논조로 모아졌다. 예컨대 조선일보가 제목 프레임에서 민노총을 비판하는 ‘배후비판’ 프레임, 본문 프레임에서 ‘폭력시위’ ‘반정부시위’ 프레임을 취했지만 두 프레임 다 시위대를 비판하는 것이다. 경향신문도 제목 프레임에서 ‘과잉대응’ 프레임, 본문 프레임에서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배후비판’ 프레임을 보였지만 결국 정부의 과잉대응을 비판하는 것이다.

반면 한국일보의 경우 제목과 본문 프레임의 불일치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대표적으로 <조계사로 숨은 도망자(2015년 11월 18일자)> 기사의 경우 제목 프레임은 ‘배후비판’ 프레임으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판하는 프레임이지만 본문 프레임은 ‘갈등’ 프레임으로 은신처로 제공되는 종교시설을 두고 경찰과 조계사 내 여러 주체들의 입장을 다뤘다. <“민중총궐기서 중태 빠진 농민, 물대포 아닌 시위대 폭행 탓”(2015년 11월 20일자)> 기사도 제목만 봐서는 시위대의 폭력성을 강조하는 ‘폭력시위’ 프레임을 보여주고 있지만 내용은 이러한 발언을 한 여당 의원의 말을 옮기며 여야의 ‘갈등’ 프레임을 제시하고 있다. 제목만 보고 지나친 독자라면 충분히 오해할 만하다.

‘민중총궐기대회’와 관련한 보도에서 신문사의 이념 성향별로 이렇게 프레임 차이가 나는 것은 집회·시위와 관련된 시각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보수는 집회·시위와 관련해 사회질서 유지와 법치의 확립을 중시하고, 진보는 시민의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집회·시위자의 안전과 인권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의미 있는 프레임이 등장한 것은 눈여겨볼만 하다. 그동안 보수신문의 ‘폭력시위’ 프레임에 대항할 프레임이 없었던 진보신문이 ‘민중총궐기대회’에 ‘과잉대응’ 프레임을, 보수신문의 ‘불법시위’ 프레임에 ‘불법대응’ 프레임을 대립시켰기 때문이다. 집회·시위와 관련한 프레임에서 보수신문은 항상 프레임 선점에 우위를 지켜왔다. 진보신문은 그럴 때마다 해명 기사를 쓰기 바빴다.

신문들이 프레임 전쟁에 치우친 나머지 정작 ‘민중총궐기대회’가 내세운 이슈들은 묻혀버리는 결과를 빚었다. 신문들은 시위대와 경찰, 정치권, 종교계, 일반시민 등의 말과 행동을 기사로 옮겼다. 하지만 ‘최대집회’라고 말하면서 시위대가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는 열거하는 수준에 그쳤다. 시위대는 민주노총뿐만이 아니었다. 제시한 의제도 노동 의제뿐 아니라 농업, 인권, 평화, 대학구조조정, 세월호, 위안부, 공공의료 등 다양했다. 각각의 요구사항이 나온 배경과 내용은 무엇인지 제시하는 기사는 없었다.


편집 : 문중현 기자

[황금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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