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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북티크에 다녀요”
[단비인터뷰] 서점을 소통의 공간으로 만드는 박종원 대표
2016년 07월 01일 (금) 19:01:58 황금빛 기자 hgb1987@nate.com

지난 5월 29일 서울 강남구 논현역 부근의 한 건물 지하에 있는 북티크(booktique)에 들어섰을 때, 일요일 오전인데도 별실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토론을 하고 네댓 명은 홀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북티크는 독서모임과 영화상영, 파티 등이 이뤄지는 복합공간으로, 서점과 카페가 함께 있는 ‘콜라보서점’이기도 하다. 서가와 홀, 2개의 별실로 구성된 공간에 최대 수용 인원은 80명 정도라는데, 홀은 공연장처럼 계단식으로 돼 있었다. 사회적기업인 북티크를 운영하는 박종원(34) 대표는 “서점이 중심이 되고 서점 안에 콘텐츠를 녹이는 공간”이라고 이곳을 소개했다.

   
▲ ‘북티크’ 박종원 대표. ⓒ 황금빛

“여기서 독서모임을 하는 사람들은 마치 학원에 다니듯 ‘북티크에 다닌다’고 말해요. 이 표현이 참 인상적입니다. 다닌다는 것은 어디에 속해있다는 것인데, 북티크에 다니면서 소속감을 느낀다고 하니 ‘우리가 무언가 제공하고 있구나’하는 뿌듯함이 들죠.”

책을 읽지 않는 사회에 도전하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동양북스, 웅진씽크빅 등에서 출판·영업·마케팅 담당으로 7년을 일했던 박 대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을 안 읽어 출판업이 사양화한다’는 생각에 반기를 들고 싶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201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성인 100명 중 지난해 1년간 교과서·참고서·수험서·잡지·만화를 제외한 종이책 1권 이상을 읽은 사람은 65.3명으로 2년 전 조사에 비해 6.2명이 줄었다. 조사를 시작한 1994년 이후 최저 수준이라,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을 점점 더 안 읽는다는 분석은 부인하기 어렵다. 2016년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1996년 5378개였던 전국 서점이 20년 동안 70% 이상 감소하기도 했다. 경북 봉화군과 전남 신안군 등 6곳은 ‘서점 멸종지역’이고 전남 나주시, 경북 문경시 등 43곳은 서점이 한 곳밖에 없는 ‘서점 멸종예정지역’이기도 하다. 그러나 박 대표는 출판과 문화 사업을 접목하면 돌파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차에 영국의 런던도서전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는데, 영국의 서점에서 독자들이 교류하는 것을 보고 ‘책을 즐기게 만드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희망이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

박 대표는 일단 우리나라에서 독서 인구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기존 독자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예비 독자를 끌어오는 사업을 구상했다. 사회적기업을 통해 이 구상을 실현하기로 하고, 2014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창업했다. 다양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어느 정도 수익도 낸 것을 인정받아 1년 만에 우수창업팀으로 뽑혔다. 올해는 서울시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돼, 앞으로 3년간 시설·운영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사람을 불러들이는 예쁜 공간

박 대표는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예쁜 서점, 사람들이 찾고 싶어 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공간이나 콘텐츠가 중요한 이유는 일단 사람이 모여야 책 읽는 즐거움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점에 나왔을 때, 커피 맛도 좋고 음악도 좋고 인테리어도 느낌 있으면 고객 만족도는 더욱 높아진다. 북티크는 이전에 화장품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이 스튜디오 겸 행사장으로 이용하던 공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서점이지만 답답하지 않고 자유분방한 느낌을 준다. 계단식 공연장 느낌의 홀은 책을 보며 사람들과 자유롭게 소통하기에 알맞고 강연장으로 이용하기에도 적합하다.

   
▲ 계단식 홀 맨 꼭대기에 있는 별실에서 독서모임을 하고 있는 사람들. ⓒ 황금빛

박 대표는 또 놀이공원에 다양한 놀이기구가 있듯이 책이라는 상품으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서점에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기존 독자들을 위한 독서모임, 작가와의 만남, 출판사 연계행사 등을 마련하고, 책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맥주파티, 커플파티 등을 통해 사람과의 만남이 책에 대한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이끈다.

이런 전략은 주효했다. 현재 북티크에서 운영하는 독서모임이 12개나 될 정도다. ‘챌린지 모임’ 같은 경우 책을 지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각자 읽고 와서 부담 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책을 읽고 싶은데 딱히 길을 못 찾은 비독자층을 위한 위한 독서모임을 열어 비독자가 독자가 되고, 다시 독서모임 리더가 되어 비독자를 이끄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박 대표의 희망이기도 하다. 현재 북티크에서 일하는 직원 4명은 독서모임 리더로서 여러 유형의 모임을 운영하고 관리, 기획한다. 7명 정도로 시작한 독서모임 회원 수는 현재 150여명으로 늘었다.

“저도 원래 책을 안 좋아했습니다. 제가 많이 좋아했으면 이 사업을 안 했을 수도 있었을 거예요. 나 혼자 책만 읽었을 테니까. 출판사에 오래 다녔지만 책과는 멀었습니다. 책하고 친해지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는데 방법을 몰랐어요. 이러한 고민이 있었기에 비독자의 마음을 더 이해하고 필요한 것이 뭔지 많이 파악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금요일은 밤새 책에 취하는 날

북티크에서는 다양한 이벤트가 이어진다. 각자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토요묵독타임’, 책이 있는 공간에서 놀아보는 ‘치맥북파티’, 무료로 영화를 상영하는 ‘화요시네마’, 저자와의 만남이 있는 ‘북콘서트’, 책의 날에 여는 '심야백일장'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한 ‘심야서점’은 매주 금요일 밤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밤새 책을 읽는 행사인데 인기가 높아 요즘은 자리가 꽉 찬다. 새벽 2시에는 커피 한 잔이 서비스로 나가고 북토크도 진행된다.

   
▲ 북티크 내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 ⓒ 황금빛

이런 행사에서 책을 읽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평소 책과 친하지 않은 사람들도 책을 더 많이 읽고 싶은 마음이 된다고 한다. 좋은 책을 추천 받을 수도 있고 친구를 사귈 수도 있다. 북티크의 주 고객층은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의 직장인이고, 대학생이 10% 정도다. 하루에 적게는 50명, 많게는 100명 정도의 고객이 다녀간다고 한다. 박 대표는 “앞으로 청소년과 대학생, 은퇴자 등으로 고객층이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자주 오는 단골들은 직원들이랑 친해져 따로 밥을 먹기도 한단다.

박 대표는 ‘북티크 버스’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점이 없는 지역에 찾아가는 이동식 서점이다. 책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이런 서점이 있구나’하며 책 한 권 살 수 있지 않느냐는 생각이다. 차는 있는데 인력이 부족해서 아직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북 엔터테이너’ 과정도 진행하고 있다. 독서모임의 리더를 양성하는 과정인데, 현재 1기 수료자가 10명이고 2기와 3기를 모집 중이다.

“독서모임 리더의 역할이 중요해요.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화를 잘 이끌어내야 하거든요. 서로 대화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래서 독서모임 리더는 자질 있는 사람이 해야 합니다. 앞으로 북 엔터테이너가 하나의 중요한 사회적 일자리로 정착되었으면 해요.”

북티크의 독서모임은 대개 한 번 모일 때마다 참가비로 1만 원 가량을 받는다. 음료값이 포함된다. 어려운 책을 한권 읽고 집중 토론하는 모임의 경우 가격이 좀 더 높다. 리더의 발제 준비가 좀 더 수고롭기 때문이다. 독서모임 리더는 이러한 모임의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데, 은퇴자나 주부도 보람을 느끼며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북티크는 리더에게 최소한의 수수료만 받고 통로를 마련하는 역할을 한다. 북티크는 책과 음료 판매 외에 강연 등의 이벤트 입장료, 대관료 등으로 수입을 얻는다.

   
▲ 서점 내부 책 진열대와 다양한 유형의 독서모임 안내를 적은 칠판. ⓒ 황금빛

“책을 읽고 싶으면 (무작정) 서점에 가지 말고 먼저 모임에 나가서 사람들하고 얘기를 하고 추천 받아서 책을 읽는 게 더 좋다고 봅니다. 이미 서점에 깔려 있는 책들은 광고가 많아 나에게 맞는 책을 선정하기 어렵거든요.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독서모임을 찾아다니는 게 먼저라고 권유합니다.”

좋은 책 추천으로 작은 서점 강점 살려

북티크의 한 쪽 벽을 차지한 서가에는 다양한 책들이 진열돼 있다. 박 대표는 독서모임에서 추천을 받거나 필독서로 꼽은 책들을 위주로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대형서점의 경우 그 시점에 출판된 거의 모든 책들이 깔려 있고 광고로 도배돼 있는데 반해 작은 서점은 고객들의 성격을 파악해 거기 맞는 책을 선별해주는 게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책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은 소설책을 먼저 읽고, 쉽게 읽히면서도 가볍지 않은, 삶에 대한 묵직한 이야기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책들을 찾아 읽으면 좋겠다고 박 대표는 말했다.

“제가 개인적으로 재밌게 읽었던 책은 군대에서 본 소설가 얀 마텔의 <파이이야기>예요. 읽기 쉬운 책이지만 심오한 내용이 많고 삶의 이야기와 접목돼 이야기를 나누기 좋죠. 백희성 작가의 <보이지 않는 집>, 한스 라트의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도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유명한 작가의 어려운 책을 사서 책장에만 꽂아두는 대신 쉽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시작하는 게 좋아요.”

   

▲ 인터뷰 중인 박 대표 모습. ⓒ 황금빛

책을 통해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책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 이뤄지면 세상을 좀 더 크게 볼 수 있고 공동체를 위한 행동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박 대표. 그는 이달 중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북티크 2호점을 연다.


편집 : 박경배 기자

[황금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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