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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가 전봇대 282개를 뽑은 이유
[지역농촌이슈] 순천국가정원과 순천만 습지
2016년 05월 12일 (목) 14:18:52 김효진 조민웅 기자 mantung@hanmail.net

순천의 바닥과 천장은 넓다. 너른 들에는 갈대숲과 정원이 펼쳐지고, 공활한 하늘에는 철새가 날아든다. 2010년 UN이 공인하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에 우리나라 최초로 선정된 바 있는 순천의 풍경이다. 땅과 하늘의 생명이 약동하는 곳, 순천을 지난달 2일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농업농촌문제세미나' 참가자들이 찾았다.

   
▲ 세계적인 정원 디자이너인 영국의 찰스 젱스가 순천에 머무르며 디자인한 ‘순천호수정원’. 6개의 언덕과 호수, 데크로 꾸며진 이 정원은 순천 지형을 축소했다고 한다. ⓒ 조민웅

'분수에 맞게 살라'는 바오밥나무의 교훈

순천만 정원에 들어서자마자 만나는 건 생태체험관이다. 사전에 예약하면 국가정원 해설사가 설명을 해준다. 생태체험관에서 맨 먼저 눈길을 끄는 식물은 바오밥나무다. 아프리카 전설에 따르면 바오밥나무는 꽃을 피울 수 없음에 좌절해 응가이신에게 예뻐지게 해달라고 빌었다. 자기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고 투덜대는 바오밥나무에게 신은 뿌리가 머리에서 돋는 벌을 내린다. 순천의 바오밥나무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풍채까지 홀쭉해졌다. 기후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자 자연생태해설사는 "분수에 만족해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바오밥나무에서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아담과 이브를 상징하는 식물 코코드메르는 남녀의 성기를 닮아 주목을 받는다고 이미자 해설사는 설명했다. ⓒ 김효진

생태체험관에서는 단순히 식물들 앞에 팻말만 꽂아 놓은 것이 아니다. 식물들이 가진 사연과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이곳 생태체험관은 한국의 식생에서 보기 힘든 더운 지역 식물들이 모여 있어 온도가 높게 조절된다. 세인트공화국 특산품인 '아담과 이브' 코코드 메르도 볼 수 있고,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서 비둘기가 전해준 희망의 상징인 올리브 나무도 만나볼 수 있다.

온실 구석에서는 바나나도 볼 수 있었는데, 이곳 바나나는 아직 익지 않아 옅은 녹색을 머금고 있었다. 이미자 해설사는 "보통 두 달이면 바나나가 되는데 세 달째 멈춰 있다"며 "바나나가 멸종 위기 식물 중 하나이기 때문에 미리 먹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이 종자 교배를 통해 바나나를 생산하고 종자를 보존하지 않은 탓이라며 인간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온실의 과거와 현재를 거닐다

생태체험관은 단순히 관상용으로만 온실을 운영하고 있지 않았다. 우리 전통 온실에 대한 소개로 자부심을 돋우고 한 중소기업에서 개발한 대안 온실로 온실의 역사를 훑는다. 온실 한편에는 한국 온실의 역사를 설명하는 미니어처가 있다. 우리나라는 1459년에 온실을 만들었다고 전해지는데 세계적으로 공인된 기록은 없다.

우리 선조들은 유리 대신 빛이 투과할 수 있는 한지에 들기름을 먹여 반투명 온실을 만들었는데, 결로 방지 효과와 방수성, 보온성이 뛰어났다. 바닥의 온돌과 조화를 이루어 온도를 높여 겨울에도 작물을 생산할 수 있었다. 더운 온실 투어를 마치면 기후변동에 대비해 개발한 수직형의 재배 트레이를 만날 수 있다. LED 조명이 햇빛을 대신하는 이곳은 식물 공장이나 다름없다. 양 쪽으로 늘어선 선반 위에 상추, 양배추 등이 자라고 있다.

   
▲ 전통 온실을 재현한 미니어처. 무 등이 주요 온실재배 식물이었다. ⓒ 김효진
   
▲ 실내형 온실 '식물 공장'은 기후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아, 남극기지에서도 이 시스템을 이용해 채소를 재배한다. ⓒ 조민웅

한참 동안의 온실 투어를 한 뒤 밖으로 나오자 시원한 바람을 쐴 수 있었다.

"여러분, 자연이 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겠죠? 제가 생태체험 온실에서 해설을 길게 하는 이유는 여러분이 자연의 소중함을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였어요. 기후 온난화가 식물 생존의 변화 속도를 초월하고 있어요. 흔히 보는 소나무도 멸종 위기에 처해 있지요. 지구 온난화에 대해 젊은 친구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자연과 더불어 살았던 선조들의 지혜를 본받았으면 좋겠어요."

세계 정원에는 각국의 문화가 꽃핀다. 각국의 문화 차이에 따라 정원의 구성이 다른 점은 순천국가정원을 여행하는 큰 재미다. 순천국가정원은 2013년 순천국제정원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매년 정원박람회를 이어오고 있다. 세계정원에는 네덜란드, 독일, 미국, 스페인, 영국, 일본, 중국, 태국, 프랑스, 터키 정원이 있다. 네덜란드 정원에는 가지각색 튤립이 펼쳐져 있고 네덜란드의 상직인 풍차가 세워져 있어 포토타임을 갖는 이가 많다.  프랑스 정원은 작은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을 옮겨왔고, 중국 정원은 중국의 전통 조경 기법을 표현해 놓아 각국의 정원 양식을 엿볼 수 있다.

   
 
   
 
   
▲ 정원 곳곳에 심어진 각양각색의 꽃들이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 조민웅
   
▲ ‘꿈의 다리’는 동천(東川)을 가운데 두고 둘로 나뉘어져 있는 순천만 국가정원을 연결한다. 다리 안쪽에는 세계 어린이들이 희망을 담아 정성껏 그린 145,000여점의 그림이 전시돼있다. ⓒ 조민웅

한국정원은 각국 정원들 중에서도 가장 정교하게 꾸며져 있다. 돌다리를 건너 주출입문으로 들어서면 부용지와 부용정의 단아하고 절제된 아름다움이 관광객을 맞는다. 한국의 정원 문화를 망라한 건축물과 식물을 만나볼 수 있는데 선비들이 자연을 벗하며 학문을 연구한 정자와 그 앞의 못, 늘어진 느티나무는 한국적 정취를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 유려한 맞배지붕의 곡선과 단청의 빛깔 또한 한층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우리 선조들이 자연과 가까이하며 도를 얻고 풍류를 읊은 한국정원의 멋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 순천국가정원의 한국정원은 천원지방(天圓地方), 곧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는 동양사상에 맞게 둥근 섬과 네모난 연못으로 설계돼 있다. ⓒ 조민웅

갈대군락은 왜 원반형으로 확대될까

순천국가정원이 온실과 정원을 통해 식물과 인간의 공존을 드러내는 곳이라면, 순천만습지는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지는 '대한민국 생태수도' 순천시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곳이다. 5.4㎢(160만평)의 빽빽한 갈대밭과 22.6㎢(690만평)의 광활한 갯벌로 이루어진  순천만습지는 전 세계 연안습지 중에서도 갯벌과 염습지가 발달한 곳으로 꼽힌다.

주변에 공업단지가 없는 데다 갈대와 갯벌을 통한 하천수의 정화가 이루어지면서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생물의 보고'로 불린다. 정부는 2003년 12월부터 순천만습지를 '습지보존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으며 갈대밭과 S자형 수로 등이 어우러진 해안 생태경관의 가치를 인정해 2008년 6월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41호로 지정했다.

   
▲ 순천만 용산전망대에서 바라본 습지 전경. 국내 사진작가들이 선정한 10대 낙조 중 하나인 S자형 수로를 따라 갯벌과 갈대군락이 넓게 형성돼 있다. 뿌리에서 싹이 나오는 갈대는 원형으로 군락을 이루며 점차 영역을 넓혀 나간다. ⓒ 조민웅

넓은 갈대 군락과 풍부한 먹이를 보유한 순천만습지는 철새들의 안식처로 유명하다. 순천만에서 발견되는 조류는 230여종으로 우리나라 전체 조류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며, 여름과 겨울에는 국제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희귀조류 25종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천연기념물 228호로 지정된 흑두루미와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된 검은머리갈매기는 세계 전 개체의 약 1% 이상이 이곳에 서식하고 있을 만큼 전 세계 습지 가운데서도 희귀종 조류가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2006년 1월 순천만습지는 국내 연안습지로는 최초로 '람사르 협약', 곧 '물새 서식처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의 보전에 관한 국제협약'에 등록됐다.

   
▲ 순천만 습지 입구에 자리한 순천만 자연생태관과 천문대. ⓒ 조민웅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농업농촌문제세미나' 참가자들은 순천만을 방문하자마자 한 편에 자리잡은 자연생태전시관에 들렀다. 생태관 위층에는 천문대가 있어 낮에는 새들을 관찰하고 밤에는 별을 관측할 수 있다.

부상당한 가족이 있으면 떠나지 못하는 철새

30년 이상의 수명을 가진 흑두루미는 십장생 중 하나인 학에 속하며 우리 전통문화 속에서 장수와 부부애, 고귀한 이미지를 나타내는 행운의 상징으로 인식되어 왔다. 노영미 순천만 자연생태해설사는 "올해 순천만에는 흑두루미가 1472마리가 온 것으로 확인됐다"며 “매년 그 숫자가 늘고 있지만, 순천만보다 더 큰 흑두루미 월동지로 유명한 일본의 이즈미시에는 매년 거의 만 마리가 넘는 흑두루미가 찾아 온다"고 말했다. 흑두루미는 천연기념물 제228호이자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된 희귀조류로 순천만에는 10월 말쯤 도래해 이듬해 3월 말까지 6개월 가량 머문다.

"흑두루미는 번식지인 시베리아에서 알을 낳고 부화해서 새끼를 낳는 가을이 되면 순천만으로 돌아오는데, 이곳에 와서 짝을 맺어 가는 경우가 많아요. 흑두루미는 한번 짝을 맺으면 평생 가고 짝을 잃으면 혼자 삽니다."

노 해설사는 로비 중심에 있는 커다란 흑두루미 조형물 앞에서 흑두루미의 진한 부부애를 설명했다. 그는 "얼마 전에 다 떠났지만, 며칠 동안 부부로 보이는 흑두루미 두 마리가 머문 적이 있다"며 "우리가 주의 깊게 관찰했더니 한 마리가 부상을 당해서 나머지 한 마리가 계속 기다려준 것이었다"고 말했다.

   
▲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학생들과 교수가 생태전시관에서 흑두루미의 습성에 관한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 조민웅

부부애가 두터운 흑두루미는 새끼 두루미가 홀로 설 수 있을 때까지 성심껏 보살펴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새끼가 부모를 잃을 경우 다른 흑두루미가 그 새끼를 거두기도 한다. 보통 부부 두루미와 새끼 두 마리가 모여 한 가족을 이루지만, 가끔 다섯 마리의 흑두루미가 몰려 다니는 것이 그 예다. 노 해설사는 일본 사례도 소개했다.

"일본 이즈미시에서 네 마리 가족 중 한 마리가 부상당해서 번식지로 떠나지 못한 적이 있었어요. 나머지 세 마리는 치료 중인 두루미가 있는 병원의 지붕을 빙빙 돌다가 날씨가 따뜻해지고 나서야 떠났다고 해요."

새들에게 은신처와 먹이를 제공하는 갈대군락

강물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퇴적물이 쌓여 염습지가 생기면 갈대나 함초 같은 습지생물이 군락을 이룬다. 갈대는 바닷물과 민물이 섞여 염분이 적은 지역에서 생육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순천만은 이사천(伊沙川)과 동천(東川)이 순천만으로 유입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갈대밭을 따라 갯벌이 생기고 갯벌은 다시 모래밭으로 바뀐다. 세계 5대 연안습지로 유명한 순천만 갈대밭은 갯벌의 발달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순천만을 찾는 새들에게 갈대밭과 갯벌은 잠자리이자 은신처예요. 얘네들은 물이 살짝 잠긴 상태에서 자는데, 갯벌에서 짱뚱어나 게 같은 먹이를 섭취합니다. 그리고 갯벌에서 자고 일어나면 저기 보이는 ‘무진루’라는 농경지로 건너가 주로 낙곡을 먹죠."

   
▲ 순천만을 찾은 철새들이 갈대밭과 갯벌 사이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조민웅

노 해설사는 순천만의 진경인 갈대군락으로 이동하며 순천만을 찾는 철새들에게 먹이와 은신처를 제공하는 갈대밭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갈대군락이 풍성하게 형성돼야 철새들이 안심하고 다시 순천만을 찾는다는 것이다. 그는 갈대가 베어진 곳을 손으로 가리키며 "갈대가 잘 자라려면 잘 베어줘야 한다"며 "지역주민들이 일일이 갈대를 베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갈대를 활용해 지붕을 엮기도 하는데 갈대지붕은 오래간다"며 "근처에 있는 순천문학관도 갈대지붕"이라고 덧붙였다.

   
▲ 대대포구에서 출발해 S자형 수로를 따라 이동한 뒤 다시 포구로 돌아오는 선상투어는 관광객에게 순천만의 드넓은 갯벌과 갈대군락을 가까이서 체험하는 기회를 준다. ⓒ 조민웅

생태계 보전에 힘쓰는 순천의 노력

생태학적 가치가 뛰어난 세계연안습지와 국제보호조류의 월동지로 각광받는 순천만의 오늘은 순천시와 지역민들의 값진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2008년 순천만 습지보호지역 인근이 생태보전지구로 지정됨에 따라 시에서 순천만 인근 농경지와 나대지를 매입해 습지를 복원했다. 순천만 인근 음식점과 매점 등 14개 환경 저해시설을 이전했고 흑두루미가 낙곡을 먹기 위해 찾는 농경지 인근의 전봇대 282개를 모두 뽑아버리는 적극성을 보이기도 했다. 흑두루미의 뼈는 속이 비어 있어 잘못하다 전깃줄에 걸리기라도 하면 날개와 다리가 쉽게 부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노영미 해설사가 순천만습지를 보호하기 위한 순천시와 주민들의 노력을 이야기하고 있다. ⓒ 조민웅

노 해설사는 "시에서 농민에게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짓게 하고 보상을 해줌으로써 흑두루미가 혹시 농약으로 해를 입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철새보호에 앞장서는 순천의 노력을 강조했다. 그는 또 "흑두루미가 오는 겨울에는 기간을 정해 순천만 인근 농경지를 통제한다"고 말했다. 이런 순천시민들의 정성을 아는지 20년 전 고작 70여 마리에 불과했던 흑두루미가 지금은 1,500여 마리로 불어나 순천의 겨울 들판을 수놓는다.


[지역농업이슈]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이 대산농촌재단과 함께 기자PD 지망생들에게 지역∙농업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개설한 [농업농촌문제세미나]와 [지역농업이슈보도실습] 강좌의 산물입니다. 이는 농업경제학농촌사회학 분야 학자, 농사꾼, 지역사회활동가 등이 참여해서 강의와 농촌현장실습 또는 탐사여행을 하고 이를 취재보도로 연결하는 신개념의 저널리즘스쿨 강좌입니다. 동행하는 지도교수는 기사의 틀을 함께 짜고 취재기법을 가르치고 데스크 구실을 합니다. <단비뉴스>는 이 기사들을 실어 지역∙농업문제에 대한 인식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편집 : 문중현 기자

[조민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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