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총선기획, 다시 언론이다] ③ 추혜선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장 인터뷰

국가 미래를 결정하는 민의의 장 총선에 언론이 없다. 공천 절차의 비민주성은 숨겨졌고 국가 운영 방향인 정당정책은 가려졌다. 있어야 할 보도는 사라지고 그 빈자리에 북풍몰이식 냉전의 음험함과 특정 권력을 향한 충성 경쟁, ‘카더라’ 언론이 내뱉는 흑색선전만이 가득하다. 하여 다시 언론이다. 언론 없이 정책대결 선거는 없다. 언론 없이 민의 수렴절차인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 2016 총선, 우리의 시선으로 다시 언론을 생각한다. 모두 4회로 진행될 시리즈의 세번째 회는 총선에서 언론 관련 정책을 공약으로 세운 정의당의 추혜선 언론개혁기획단장을 인터뷰했다. (편집자)

정의당 추혜선 대변인 겸 언론개혁기획단장은 20대 총선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3번에 배정받았다. 당원 투표에서 여성후보 중 두 번째로 많은 표를 얻은 결과다. 추 후보가 입당한 건 지난해 9월. 불과 6개월 만에 당내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당선 가능권 순위를 받게 된 것이다. 그 원동력은 뭘까. 추 후보는 “당원들이 언론문제에 진심으로 공감해준 결과”라며 “시대의 가장 중요한 가치와 요소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라고 평했다.

▲ 추혜선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는 20년간 언론관련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한 언론전문가다. ⓒ 김현우

추 후보는 1994년 KBS노조 간사로 언론운동에 입문해 SBS노조 대회협력국장, 언론개혁시민연대를 거쳤다. 정의당에 입당 전까지 언론개혁시민연대에서 사무총장을 맡고 있던 뿌리깊은 언론운동가다. 시민단체 활동을 하며 국회의원들과 방송통신 영역에서 꾸준한 입법활동을 벌였으며 방송통신위원회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언론정책통으로 불린다.

‘정책통’ 언론운동가에서 비례대표 정치인으로

정의당은 총선을 앞두고 미디어정책을 제대로 준비된 한 정당이다. 그 중심에 추 후보가 있다. 추 후보가 정의당에 입당하자 정의당은 아예 ‘언론개혁기획단’을 만들고 추 후보에 단장을 맡겼다. 언론에 ‘을’이 되기 쉬운 정당이 언론개혁을 주요 이슈로 꺼내든 것이다. 지난 2월에는 예비내각을 만들어 추 후보를 언론개혁부 예비장관으로, 김종대 디펜스21 전 편집장을 국방부 예비 장관으로 임명했다. 유럽 정치에서 볼 수 있는, 당이 정권을 잡으면 장관에 임명하겠다는 예비내각제(쉐도우 케비넷)를 실천한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 정당에서 볼 수 없었던 움직임이다. 추 후보는 “현재 한국의 정당은 이익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며 “정의당은 당이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를 밝히고 이 가치를 바탕으로 유권자를 모으려했다”고 말했다.

“언론개혁부라는 명칭은 사실 부처이름으로 적절하지 않아요. 정부가 주체가 돼 자율적으로 운영돼야할 언론에 조치를 취하면 안되거든요. 그럼에도 개혁부라 붙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현재의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영역이 기득권의 영구집권 수단이 되고 있기 때문이죠.”

MBC 기자 출신의 국민의 당 정동영 후보, 더민주 중진 박영선 의원, 최문순 강원도지사. 중앙일보 출신 새누리당 이상일 후보, KBS 앵커 출신 민경욱 전 청와대대변인 등 언론인 출신 정치인은 많다. 그러나 언론문제에 집중하는 정치인은 드물다. 추 후보는 언론을 전문 분야로 다루는 정치인이 적다는 질문에 “더민주 최민희 의원, 과거 진보계열 천영세 전 의원정도가 언론 분야에 집중하신 분들”이라고 말했다.

언론전문가 추 후보는 “5석 뿐인 정당 소속이라 언론분야에만 집중하긴 힘들겠지만” 언론 분야 정책을 발의하는데 “사명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20대 국회에 들어가면 “미디어생태계에 대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페키지 법안과 테러방지법을 사실상 폐기할 수 있는 정보통신인권법을 발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당, 미디어 분야뿐 아니라 전반적인 정책이 실종

당 대표가 옥새를 들고 달린다. 정치거물들의 동향이나 말실수가 부각된다. 시민들에게 절하는 장면은 4년에 한 번 볼 수 있는 ‘윤절’이라며 화제가 된다. 선거에 관한 심도 있는 분석은 대체로 ‘정치공학적’ 구도로 수렴된다. 각 정당 역시 어느 지역구에서 몇 석을 얻느냐에 관심 갖는다. 총선 전 정의당 팟케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의 단골 소재도 ‘1여 다야 구도’다. 이런 총선보도 모습은 시민사회계에서 주장하는 바람직한 선거 보도와 괴리가 있다. ‘2016총선보도감시연대’의 선거보도감시준칙은 후보의 자질과 공약평가, 정책의제 중심의 선거보도를 지향한다고 밝힌다. 시민을 대표할만한 후보가 누구며, 시민의 삶과 직결되는 정책을 알려줘야 한다는 뜻이다.

“시민사회에 있다가 정당에 들어와서 보니깐, 언론이 정책을 꼼꼼하게 보도할 수 있을 정도로 공약이 마련돼 있지 않아요. 특히 이번 총선에 두드러진 상황입니다. 얼마 전 새누리당 경제공약이 냈는데 당 대표와 선대위원장이 내용을 모르는 경우도 있었죠.”

추 후보는 “정치판이 대중과 괴리된 공학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대단히 못마땅하다”며 계속해도 정책보도가 되지 않는 이유를 둘로 나눠 설명했다. 첫 번째는 총선에서 정당들이 정책이 현저하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번 선거는 정권교체가 너무 시급하기 때문에 야권연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새누리당 독주체제로 모든 공공적 분야가 위기를 맞았기 때문에 서민들의 삶이 바닥을 쳤습니다.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어느 때보다 크기에 다음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이번 총선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둬야합니다.”

▲ 추혜선 후보 중심으로 만든 정의당의 언론미디어공약. ⓒ 정의당 홈페이지

종편이 싫다고 종편을 퇴출시키자고만 할 수 없어

언론지형을 쉽게 설명하는 말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조중동 등 주요 일간지, KBS, MBC 등 지상파TV, 종합편성채널이 보수를 지향하고, 일부 일간지와 인터넷 언론이 진보 진영을 대표해 보수 중심으로 구성된 지형을 일컫는다. 정의당의 언론공약발표문에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도 부족한 언론절벽’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추 후보는 “정권의 지상파 장악과 종편의 탄생, 인터넷 언론 재갈물리기는 새누리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에 의해 세밀하게 디자인 됐다”고 말했다.

“19대 총선부터 2012년 대선까지 지상파TV는 정치뉴스 량을 줄였어요. 지상파는 중립을 요구하는 규제가 엄격한 편이라 아예 양을 줄였어요. 대신 종편은 하루 종일 프로그램 정치관련 보도를 ‘찜질방 토크’ 수준으로 방송했습니다. 우연의 일치가 아니예요.”

추 후보가 언론개혁 시민연대 시절 종편 승인 심사자료 12만장 분량을 검토했다. 종편이 개국 후 얼마를 벌어들일지,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지 등을 담은 사업계획서다. 그런데 그 자료에는 종편이 한 개, 두 개, 세 개 승인되는 경우의 시뮬레이션이 있었지만 네 개 모두가 탄생할 거란 시뮬레이션은 없었다. 광고시장이 종편 네 개를 감당할 가능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추 후보에 따르면 종편 4개 승인은 종편을 좌지우지하기 위한 수단인 고도의 전략이다. 종편끼리 생존경쟁이 붙고, 이 생태계 교란을 통해 정권이 종편을 관리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추 후보는 “종편을 시원하게 퇴출시키자”고 할 수 없다며 “종편 재승인이 된 시점에서 무리하게 정권에 따라 없애고 말고가 결정돼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정말 종편을 바르게 잡고 싶기 때문에 제대로 규제기관이 작동할 수 있도록 국회차원에서 권한을 다하고, 입법의 영역에서 책임을 다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지상파 역시 “제도를 촘촘하게 가져가면 언론의 자유에 문제가 생긴다”며 “운영의 맹점을 보완하자”고 말했다.

기술이 진보하면 커뮤니케이션 공간이 열린다

“노유진 정치카페에 두 번 출연했는데 평소에 받지 못하는 많은 피드백을 받았어요. 회당 다운로드가 100만, 많을 때 300만이 듣는다더군요. 뉴미디어는 특히 청년들을 위해서라도 지켜야할 플랫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팟케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는 ‘정의당의 공영방송’으로 불리는 정치비평 프로그램이다. 2014년부터 노회찬 정의당 전 대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진행 중이다. 누적 다운로드 수는 1억 건이 넘었으며 정치카페에서 나온 내용을 정리한 책 ‘생각해봤어?’와 ‘노유진의 할 말은 합시다’가 출간됐다. 추 후보는 “이번 총선이 끝나고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 뉴미디어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팟케스트는 심의를 받지 않는 등 뉴미디어는 규제가 적다. 그러나 최근 광고가 많아지는 만큼 정부가 개입할 조건이 되는 것이다.

▲ 추혜선 후보는 20대 국회에 들어가면“미디어생태계에 대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페키지 법안과 테러방지법을 사실상 폐기할 수 있는 정보통신인권법을 발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 정의당 홈페이지

“주류언론의 영향력이 바닥을 칠 것입니다. 주류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집니다. 미디어가 무한경쟁에 내몰리며 먹고살기가 어려워졌어요. 이 때문에 신뢰도를 또 갉아먹죠. 정부도 뉴미디어가 표심에 영향을 줄 걸 알아요. 그래서 아프리카TV를 청소년 보호 명목으로 규제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럼 유투브는 어떡해야 하나요?”

추 후보는 “진보는 이념적으로만 진보가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진보라 볼 수 있다”며 진보진영이 기술의 진보에 관심을 것을 촉구했다. 팟케스트나 기술의 진보로 등장한 뉴미디어 플랫폼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공간을 열 수 있다. 그 커뮤니케이션 공간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작은 진보진영의 새로운 창구가 된다. 이미 포털에서 모든 뉴스를 볼 수 있고, VOD로 언제든 영상콘텐츠를 볼 수 있다. 예능, 오락도 제휴를맺어 만들고 콘텐츠를 ’편성‘하게 되면 자연스러운 진보종편이 된다는 것이다. 추 후보는 최근 오마이뉴스의 ’진보종편 만들기‘같은 시도에 대해 “제도 안에서 진보종편을 만드는 것보다 기술이 구현하는 새로운 공간에서 진보미디어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미디어와 ICT가 중요한 이윱니다. 누구나 모바일로 초고속인터넷을 누릴 수 있고, 모든 정보를 스마트플랫폼으로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통신사들이 통신비를 과도하게 책정하거나 정부 혜택을 많이 받지 않도록 잘 다뤄야죠. 미디어, 통신 환경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정책에 교감할 수 있는 전문가 의원들이 20대 국회에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편집 : 문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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