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사전] ‘청년’

▲ 황금빛

언제부터인지 인적사항을 써넣을 때 직업란에 ‘취업준비생’이라는 항목이 생긴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다. 전에는 ‘무직’에 체크를 한 적이 많았는데….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러한 변화를 느꼈고 ‘취업준비생’이라는 타이틀이 그럴싸해 보이기도 했다. 

취업준비생은 대개 ‘청년무직자’를 뜻한다. 그래도 ‘무직자’보다는 어감이 좋다. 그러나 그럴듯한 어감 뒤에 은폐되는 현실이 있다. 직업란에 기입될 정도로 청년들의 취업준비기간이 길어지고 취업이 어렵다는 반증도 되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취업준비기간이 길어지고 과정이 복잡해진 것은 기성세대가 정해놓은 틀 안에서 청년들에게 주문하는 것이 점점 많아진 탓이다. 그 틀은 천편일률적인 삶의 성공 경로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대기업에 들어가야 하고, 안정적인 삶을 위해서는 공무원이 돼야 한다. 이렇게 한정된 성공 경로 안에서 수많은, 아니 거의 모든 청년이 경쟁한다. 

피나게 경쟁하지만 기성세대들은 여기서 청년들을 솎아낼 수밖에 없다. 한정된 인원만이 성공 경로 안에 들어갈 수 있으니 변별력을 확보해야 한다. 청년들에게 주문하는 것이 많아지는 이유다. 토익, 봉사활동, 어학연수, 자격증, 학점 등 취업 스펙 5종 세트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는 글이 온라인 취업 사이트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청년에게나 국가에게나 엄청난 자원 낭비다. 우선 개인의 잠재력이 삶의 성공 경로에 들어가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꺾이기 십상이다. 삶의 성공을 이끌 수 있는 좋은 곳에 취업하기 위해 좋은 대학과 고등학교에 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 어릴 때부터 사교육을 받으며 대부분 사람과 똑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기 때문이다.

국가의 미래 또한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에 달려있다. 미래세대가 얼마나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미래 국가산업의 다변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 수 있느냐에 따라 국가 경쟁력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다수 미래 인재들이 대기업에 가고 공무원이 되는 것에 집착하는 사회에서는 개인이나 국가의 미래가 밝을 수 없다.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틀을 부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양한 삶의 성공 경로를 청년들에게 제시해줘야 한다. 그런데 기성세대는 요즘 청년들이 도전정신이 없다며 창업이나 창조∙융합 등의 가치를 창출하라고 다그친다. 하지만 기존 성공 경로가 아니면 모두 나락으로 떨어질 만큼 삶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는데 감히 도전에 나설 청년이 있을까? 

결국 일할 의지가 없는 니트족,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간간히 이어가는 프리터족, 기본적인 인간의 삶조차 포기하는 5포세대, 7포세대 등이 등장하는 것이다. 삶의 성공 경로를 다양화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에 가지 않아도 노동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하고 공무원이 되지 않아도 일과 삶의 균형과 안정성이 보장돼야 한다.

▲ 틀을 만든 사람이 틀을 깨는 일은 드물기에 청년들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프랑스 68혁명이 그렇듯 거의 모든 혁명의 주동자는 청년이었다. ⓒ <지식채널e> 갈무리

이를 알면서도 기성세대는 기존 시스템을 변화시킬 의지가 없고, 청년에게는 기존 틀을 바꿀 힘이 없다. 그저 기성세대가 만들어준 틀 안에 들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해도 모자랄 정도로 삶의 여유가 없다. 청년들의 취업난과 무력감 등을 해결하기 위해 강한 의지를 가져야 할 주체는 기성세대다. 그들이 그 틀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틀을 만든 사람이 틀을 깨는 일은 드물기에 결국 청년들 자신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프랑스 68혁명이 그렇듯이 거의 모든 혁명의 주동자는 청년이었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 제7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에서 우수작으로 뽑힌 이 글을 쓴 이는 숙명여대를 졸업하고 올해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 입학할 예정인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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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박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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