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사전] '쓰레기'

▲ 박기완

18세기 중•후반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풍요로운 생활과 함께 물질주의의 만연을 가져왔고, 환경 파괴와 인간 소외, 소득 불균형 등 많은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인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면서도 여전히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본주의가 작동하면 할수록 우리는 많이 소비하고 쓰레기 또한 많이 배출하게 된다. 유행이 지나면 버리는 옷가지와 물 대신 마셔대는 커피의 찌꺼기도 엄청나다. 마구 쓰고 버리는 종이는 또 얼마나 많은가? 

이렇게 쓰레기라고 명명된 것들이 최근 들어 환골탈태하고 있다. 즉, 쓰레기가 아닌 또 다른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말이다. 

▲ 이렇게 쓰레기라고 명명된 것들이 최근 들어 환골탈태하고 있다. 즉, 쓰레기가 아닌 또 다른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말이다. ⓒ flickr

일명 ‘SPA 브랜드’를 예로 들어보자. SPA 브랜드는 제조와 유통을 한 업체가 담당함으로써 유통단계를 줄이고 싼값으로 상품 회전을 빠르게 한다. 문제는 이런 상품의 범람으로 버려지는 옷도 급증해 한 해 서울에서만 1000억 원어치 이상 옷이 버려진다는 사실이다. 2002년 세워진 ‘아름다운 가게’는 이런 옷을 수거하여 새로운 옷으로 탄생시킨다. 2014년 이 가게 보고서에 따르면 2002~2014년에 1,600만개 기증품을 받았고, 2014년에만 기증품 판매 수입이 209억원에 이를 만큼 헌 옷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커피 찌꺼기를 새로 활용한 사례도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 커피 소비 6위 국가로 국민 1인당 연간 228잔을 마신다.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의 양은 무려 27만톤으로 경제적 손실로만 7,624억원의 세금이 쓰인다. 하지만 이러한 커피 찌꺼기를 가지고 버섯을 재배하거나 번개탄을 만들기도 한다. 두 가지 사업을 상용화해 국내에서 발생하는 커피 찌꺼기를 전량 수거하면 연간 배출처리 비용 781억원과 사회적 비용 1385억원의 절감이 가능하다.

나무로 만드는 종이도 일회용으로 버리지 않고 재활용해 그 안에 씨앗을 넣으면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자재로 쓸 수 있다. 폐지 1톤을 재활용하면 대기오염 74%, 수질오염 35%를 줄이는 효과와 공업용수 58%를 절약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30년생 나무 17그루, 석유 1500L 또는 전기 4200kW, 물 28톤 등의 자원 절약 효과가 있다.

이처럼 쓰레기가 더이상 쓰레기로 불리지 않고 다시 가치 있는 제품으로 변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장자는 무용지용(無用之用)이라고 했다. 곧, 쓸모없음의 쓸모다. 헌 옷은 다시 옷이 필요한 사람에게 새 옷으로 불리고, 커피 찌꺼기는 다시금 버섯과 번개탄이란 이름으로 재탄생한다. 쓰이고 버려지는 종이는 새싹을 틔우는 모태로 변신할 수 있다. 이름이 바뀌어 다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로 점점 피폐해지고 있는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지혜가 아닐까?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 이 글을 쓴 이는 제11기 대학언론인 캠프 참가자로 남서울대 광고홍보학과를 졸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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