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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때 ‘폭력배’였던 이유
[상상사전] ‘이름’
2015년 08월 28일 (금) 23:14:33 박장군 기자 pparreck@naver.com
   
▲ 박장군 기자

따스한 5월 어느 날, 나는 무작정 아무 버스나 잡아탔다. 친구들 눈을 피해 서둘러 소풍 장소를 빠져 나온 직후였다. 한시라도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 날은 고3 소풍날이었다. 버스 뒷자리에 앉아 식은땀을 닦았다. 왼쪽 가슴 위 명찰을 찢어져라 잡아 제쳤다. 잘 뜯어지지 않았다. 속으로 외쳤다. “XX, 좀 뜯어지라고!” 차창에 어린 일그러진 내 눈동자를 봤다. 자괴감이 밀려왔다. 

고교시절, 나는 종종 일진들과 어울렸다. 축구가 계기였다. 중학교 때부터 난 친구들 사이에서 ‘공 좀 차는 아이’였다. 축구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대회에 나가 트로피를 수상하기도 했다. 친구들과 함께 공을 차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재미로 하던 축구에 본격적으로 빠져든 건 우연히 내기축구에 끼어들면서부터다. 학교대항전 형식으로 벌어진 내기축구는 일진들의 각축장이었다. 욕설과 폭력이 난무했다. 체격이 왜소한 내가 드리블을 하다 태클을 당하면 우리 팀 누군가가 상대방에게 바로 날라차기로 응징을 했다. 힘의 논리에 따라 승패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판돈으로 딴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손에 쥔 채, 먼발치서 그들이 내뿜는 담배연기를 지켜봤다. 

초등학교 때부터 나는 왜소한 체격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 작달막한 키, 마른 몸집, 내성적인 성격은 친구들의 놀림감이었다. “이름은 장군인데 실제로 보니 졸병이었네.” 아들이 용감한 사내 녀석으로 자라기를 바라며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은 외모콤플렉스를 극대화했다. 키 크고 덩치 큰 친구들이 부러웠다. 정글의 왕처럼 군림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리더십을 발휘할 때 부족한 체격은 늘 열등감을 자아냈다. 

그들을 닮고 싶었던 건 그래서였을까? 어느 순간부터 일진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복도를 지나가다 어깨를 부딪친 친구에게 험한 욕설을 퍼부었다. 눈을 아래로 깔지 않았다는 이유로 멱살을 잡고 뺨을 때리기도 했다. 마침내 가장 친한 친구와 다투면서 내 안에 잠재해있던 폭력성이 폭발하고 말았다. 아주 사소한 말다툼이었는데 장난끼가 가세해 웃으면서 의자를 집어 들었다. 주위 친구들에게 내 강단을 살짝 보여줄 생각이었다. 그 순간 의자는 내 손을 떠났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갑자기 양 손이 아려왔다. 

   
▲ 학창시절, 왜소한 체격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던 나는 어느 순간부터 일진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내 몸에 전이된 폭력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변해야겠다고 다짐했다. ⓒ designerspics

철학자 라캉은 거울단계 이론으로 인간의 욕망을 설명한다. 거울 속 자기 모습에 매혹과 욕망을 느끼는 동시에 좌절하는 생후 12개월 전후 아이의 예를 들면서, 인간은 욕망의 대상이자 목적인 ‘이상화한 나‘에 영원히 도달할 수 없다고 말한다. 나는 이름처럼 크고 강해 보이는 ’이상화한 나‘를 닮기 위해 어린 아이처럼 발버둥 쳤고 그 욕망과 결핍의 끝은 극단적 폭력성의 표출이었다.  

내 몸에 전이된 폭력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본래의 나를 되찾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많은 친구를 잃었다. 변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현재의 나를 가감 없이 인정하고 온전히 받아들였다. ‘나’를 진정한 ‘나’로 이해하게 된 순간, 비로소 내 몸을 옥죄어온 지독한 콤플렉스로부터 해방됐다. 내면이 외모와 외형적인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깨달음은 나를 자유롭게 해주었다. 

외모나 지위처럼 세상이 요구하는 기준이 아닌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은 가장 높은 차원의 용기이자 아버지가 바라던 진짜 ‘장군다움’이었다. 고교시절 내 안의 작은 혁명은 지금의 내가 부자와 유명인의 삶을 좇지 않고 나만의 인생 행로를 만들어 가는 힘이다. 미래의 좋은 기자로서 나,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은 평생 이어질 숙제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 제6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에서 우수작으로 뽑힌 이 글을 쓴 이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1학년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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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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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연정 (220.XXX.XXX.250)
2017-04-07 12:13:20
헉 장군오빠. 멋있어욤 까리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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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alinda (188.XXX.XXX.155)
2016-05-13 07:44:08
It's always a relief when someone with obvious exesitrpe answers. Tha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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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220.XXX.XXX.250)
2015-09-08 19:46:07
사실 나는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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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중현 (220.XXX.XXX.250)
2015-09-08 15:55:58
멋진 장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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