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언론인 캠프’ 열기 후끈

“같이 공부하던 친구가 좀비처럼 학교 다니는 내 모습을 보고 도움이 될 거라고 추천해줬어요. 지금처럼 무기력하게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 것을 반성하고 각성하는 캠프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왔어요.” 조예라(24‧동국대 신문방송학)

“기자 준비를 하고 있는데 과연 내가 할 수 있을지, 고민할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하면 좋은 기자가 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기대돼요.” 최규찬(26‧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휴일에 연이어 치른 YTN과 <한국일보> 필기시험의 열기와 아쉬움을 달래기라도 하려는 듯 월요일인 6일 충북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서는 ‘언론인을 꿈꾸는 대학언론인 캠프’가 열렸다. 이번 11기 캠프에는 전국 각지에서 기자와 피디(PD) 지망생 49명이 참가했는데, 시험의 여파 때문인지 통보 없이 불참한 자가 여럿 있어 주최측을 안타깝게 했다.

‘가디언은 되는데 한겨레는 왜 안되나’ 국내외 언론 비교

이 캠프는 대학신문이나 방송에 종사하면서도 막상 저널리즘을 공부할 기회가 많지 않은 대학언론인과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저널리즘을 이해할 기회를 주고 예비언론인으로서 각오를 다지게 하려고 마련된 것이다. 1박2일간 전·현직 언론인으로 구성된 교수강사진이 11개 강의와 튜토리얼(Tutorial)을 진행했는데 논작∙칼럼∙기획안 쓰기는 추후 첨삭지도와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 등으로 이어진다.

6일 오후 1시 이용걸 세명대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캠프 입소식에서 이봉수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은 “성공하는 사람의 가장 큰 특징은 제일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두 번째, 세 번째 하고 싶은 일을 참는 것”이라며 “1박 2일은 집중하기 딱 좋은 기간이니 신나게 공부하자”고 학생들을 독려했다.

▲ 1박2일간 11개 강의와 튜토리얼이 숨가쁘게 진행됐다. ⓒ 이정화

이어서 이봉수 원장은 ‘무엇이 우리 가슴을 뛰게 만드나’를 주제로 세계 일류언론과 한국언론을 비교하는 첫 강의를 시작했다. <조선일보> 기자와 <한겨레> 창간 멤버이기도 한 이 원장은 현직과 유학 시절, 그리고 신문매니아로서 수집해온 각국 신문과 방송 스크립들을 소개하며 한국 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박원순의 ‘재난리더십’ 또는 ‘정치쇼’ 

이른 저녁을 먹은 뒤 오후 5시부터는 제정임 교수의 ‘메르스 사태와 한국 보건의료의 과제’를 주제로 한 시사현안 백분토론 수업이 진행됐다. 제 교수는 “좋은 기자, 좋은 피디가 되기 위해서는 시사현안에 대해 여러분 나름대로 의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자기 생각을 드러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토론의 과정이 지식을 확장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제 교수가 강조한 토론의 중요성에 공감한 참가자들은 ‘박원순 시장의 메르스 대응기자회견이 적절했는가’라는 질문에 적극적으로 토론을 이어갔다. 토론에서는 ‘박원순 시장이 재난리더십을 보여준 것’이라는 시각과 ‘과도한 정치쇼’라는 견해가 팽팽히 맞섰다. 이춘희(26‧고려대 정치외교)씨는 “박 시장의 기자회견으로 지자체 협력이 강화되고 컨트롤 타워를 다시 세우는 역할을 했지만 심야에 한 기자회견으로 시민들을 공포감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시현(24‧서울대 국어국문)씨는 “발표시기를 심야가 아닌 다음 날 아침으로 조정하는 게 오히려 정치쇼”라고 반박했다.

아랑 카페지기 ‘술값’은 무슨 팁을 줬나

이현택 <중앙일보> 기자는 ‘언론고시 원포인트 레슨’을 통해 빠른 합격을 위한 조언들을 들려주었다. 언론사 입사준비 카페 ‘아랑’의 운영자(아이디: 술값)이기도 한 이 기자는 자기소개서 팁, 좋은 논술 쓰는 방법, 면접 질문에 대답하는 방식 등 언론고시 요령들을 설명했다. <언론고시 하우 투 패스> 등 언론사 입사 준비생들을 위한 수험서를 쓴 이 기자에게 예비언론인들은 “서론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 “스터디에서 논술을 평가할 때 어떤 기준으로 봐야 하는가” 등 여러 질문을 던졌다. 한 학생이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을 추천할 만한가”라고 질문하자, 이 기자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은 현존하는 가장 훌륭한 시스템”이라며 “훌륭한 언론인을 키우겠다는 사명감으로 가르치는 곳”이라고 답했다.

▲ 언론사 입사준비 카페 운영자이기도 한 이현택 <중앙일보> 기자가 강연하고 있다. ⓒ 이정화

<뉴스타파> 대표이기도 한 김용진 교수는 ‘세상을 바꾸는 힘, 탐사보도’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뉴스타파>에서 제작한 ‘세월호 골든 타임 국가는 없었다’라는 영상을 통해 언론이 실패할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가를 설명하며 “단순히 오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천 명의 생명과 재산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탐사보도야 말로 진실 추구”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저널리스트가 된 이후를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 '사귐의 시간'에 참가자들이 교수진·재학생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이정화

오후 10시 반, 모든 수업이 끝나고 서로 인사를 나누는 ‘사귐의 시간’이 시작됐다. 사귐의 시간은 팀별 게임, 시사상식 퀴즈 등 준비된 코너를 즐기며 새벽 3시까지 이어졌다. ‘봉샘’을 외치며 열렬하게 응원하면서 게임에서 1등을 한 기자1팀 전원에게는 1인당 1만원씩 특별상이 수여됐다.

“세상을 망친 것은 어설픈 아마추어들”

캠프 둘째 날 강의는 KBS PD 출신인 장해랑 교수의 ‘PD는 기획으로 말한다’로 시작됐다. 전날 밤늦게까지 ‘사귐의 시간’을 가진 참가자들은 수업이 시작되자마자 피곤함도 잊은 채 열정적으로 강의에 빠져들었다. 장 교수가 생각하는 PD는 ‘발상과 표현의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것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1968년 멕시코올림픽 높이뛰기 종목에서 처음으로 ‘배면 뛰기’(Fosbury flop)를 시도해 우승한 딕 포스버리를 예로 들면서 “PD에게도 통념을 깨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데 내 프로그램이 다른 사람 프로그램과 무엇이 다르고 새로운지를 끊임없이 자문하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프로그램 기획에 대해 설명하며 ‘사람’이라는 단어에 주목했다. 그는 프로듀서의 존재 이유도 ‘사람’에서 찾았다.

“세월호 참사를 보고 눈물 흘릴 줄 알아야 합니다. 고통받는 약자의 편에 서세요. 시대정신도 중요합니다. ‘종북’을 역사의 맥락에서 이해하면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해석이 가능합니다. 근대사와 현대사를 공부하십시오. 지금의 대한민국을 알게 됩니다. 작가정신도 필요합니다. 끊임없이 실험해야 합니다. 창조정신, 도전정신, 실험정신이 중요합니다. 세상을 망친 것은 어설픈 아마추어들입니다. 진정한 프로듀서가 되십시오.” 

‘기레기’가 되지 않으려면

이봉수 원장은 이어진 ‘개인 DB만들기와 칼럼 쓰기’ 강의에서 좋은 언론인이 되는 원동력을 두 가지로 설명했다. 그는 “비판적 지식인이 된다는 건 태도의 문제”라며 “기레기가 되지 않고 괜찮은 언론인이 되는 핵심은 꾸준한 매체 모니터링과 DB 만들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원장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국내외 주요 언론매체를 모니터링하고 이를 개인 DB로 만들어 칼럼과 강의에 활용한다. 그는 “칼럼을 쓸 때 DB만 있으면 자신만만하다”며 “재미있고 의미있고 빠르게 칼럼을 쓰려면 인터넷에 널려있는 범용자료가 아니라 자기만의 DB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BS에 있을 때 다큐멘터리 ‘차마고도’를 제작한 이상요 교수는 ‘PD는 영상으로 말한다’를 주제로 강의했다. 이 교수는 “글 기사만으로는 감정적 격발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며 글이 갖지 못한 영상의 힘을 강조했다. 그는 2013년 퓰리처상을 받은 <뉴욕타임스>의 ‘Snow Fall’, <가디언>의 ‘Firestorm’을 웹 기반 플랫폼을 활용해 전통 신문과 영상적 요소를 합친 사례로 꼽았다. 그러나 이 방식은 신문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실험들 중 하나일 뿐, 한계도 있다고 평가했다.

PD 지망생인 정여진(24·고려대 경제학)씨는 “평소 영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는데 마침 관련 내용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며 “최신 언론 동향을 따라가는 선생님 모습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 디지털 멀티맨으로서 언론인 역할이 중요하다”며 “글만 잘 쓰거나 영상만 잘 만들어서는 곤란하고 예비언론인도 이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봉수 원장의 ‘자기소개서 클리닉’에서는 합격하는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한 특별처방전이 내려졌다. 그는 “감성으로 호소하고 이성으로 설득하라”면서 클리닉을 거친 저널리즘스쿨 졸업생들의 탁월한 자소서를 몇 편 공개해 참가자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드라마 PD 지망생 정종성(27중앙대 국어국문)씨는 “그동안 써왔던 습관들이 대부분 고쳐야 할 점들이었다”며 “교수님이 보여주신 좋은 예시를 내 자기소개서에 적용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제정임 교수의 ‘시사현안 가닥잡기’ 강의는 첫날 있었던 ‘시사현안 백분토론’ 강의의 심화버전이었고, 동시에 진행된 장해랑 교수의 ‘PD 기획안 쓰기’는 쓰는 요령만 강의하고 실제 피드백은 추후에 해주기로 약속했다

▲ '대학언론인 캠프' 참가자들이 교수진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박장군

수료식을 마친 뒤 노유정(24‧고려대 경제학)씨는 “교수님들의 치열한 삶의 단면을 보여주는 강의에 나도 이분들처럼 치열하게 고민하고, 공부하고, 노력하겠다는 결심을 했다”면서 “캠프로 단단해진 다짐을 기초로 더 살만한 세상을 만드는 기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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