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박주현 기자

▲ 박주현 기자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아니라 ‘에이지 오브 어벤져스’다. <어벤져스2>의 스크린 점유율이 90%에 달한다. 국내 스크린 2,200여 개 중 1,843개에서 <어벤져스2>를 상영하고 있다. 이 정도면 전국 극장 어딘가에서 30분 간격으로 이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는 말이다. 객석이 텅텅 비었는데도 극장이 <어벤져스2>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다. 이 영화의 좌석점유율은 90%에 달한다. 5월 12일 기준으로 950만 명이 이 영화를 봤다. 그야말로 관객을 모두 휩쓰는 핵폭탄이 극장가에 떨어졌다. 몇몇 영화가 전체 수익을 싹쓸이하는 현상은 극장가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튠즈에서는 100여 곡의 음원이 100만 번 이상 팔렸다. 0.00001%밖에 되지 않는 소수의 곡이 전체 수익의 17%를 이끌었다. 20%의 소수가 수익의 80%를 번다는 ‘파레토 법칙’이 적용된다.

극장가의 ‘파레토 법칙’은 관객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극장이 선택한 것이다. 관객층이 동일한 독립영화를 비교해보면, 대기업이 배급한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 간 스크린 점유율이 급격하게 벌어진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이하 님아)와 <안녕, 투이>는 개봉 전부터 관심을 받았다. <님아>는 한국방송(KBS)에서 방영돼 화제가 됐고, <안녕, 투이>는 9개 영화제에서 상을 받아 시선을 끌었다. 개봉 첫날 상영횟수를 비교해보면 <님아>는 360회, <안녕, 투이>는 4회에 그쳤다.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은 <님아>는 <안녕, 투이>의 90배에 달하는 스크린을 독점했다. 같은 독립영화라도 대중의 취향이 아니라 배급사 명함에 따라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이다.

▲ 멀티플렉스 체제가 도입되면서 스크린 수는 많아졌지만 관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영화 폭은 줄어들었다. ⓒ flickr

결국 대안은 규제다. 대기업 배급사가 배급과 상영을 겸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 극장이 배급사 입김에서 자유로워져서 관객의 선호에 따라 스크린 수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영화산업의 메카인 미국도 배급과 상영의 수직통합을 금지했다. 1948년 대법원은 파라마운트 사가 제작-배급-상영 전 부문을 장악하는 것은 독점금지법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파라마운트 판결이다. 우리 영화계도 파라마운트 판례를 적용시켜야 한다. 대기업 영화배급사가 영화관을 가질 수 없게 하자는 것이다.

이런 규제로 영화의 질 하락을 막을 수도 있다. “영화관 아르바이트생이 영화 홍보티를 입는 영화는 죄다 망한다”는 속설이 있다. 아르바이트생에게 홍보티를 입힐 정도로 영화 마케팅에 몰두하는 배급사는 대부분 극장계열 배급사다. 우연의 일치일까.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은 <알투비:리턴투베이스>는 100만명도 넘기지 못했고,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은 <하이힐>은 34만 여명을 넘기지 못했다. 필연의 결과다. 한 대기업이 제작과 배급, 상영을 함께하는 구조에선 이윤을 많이 남기는 배급 부문에 주력할 수밖에 없어서 자연스레 제작에는 돈을 아끼게 된다. 결국 영화의 질 하락으로 이어진다. 대기업의 탐욕이 영화 르네상스의 종지부를 찍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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