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뉴스] 서울역고가 시민개방 행사

서울시는 10일 ‘고가에서 머물다: 봄소풍’이라는 주제로 서울역고가도로 상부 개방 행사를 열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4시간 열린 행사에는 디자이너, 청년사업가, 비영리단체 등이 참여했고, 커피, 아이스크림, 도시락, 헌책 등을 파는 이동식상점을 설치했다. 400m 되는 구간 곳곳에 인조잔디를 깔았고, 작은 공연장도 마련했다. 지난해 10월 첫 고가 개방행사 ‘꽃길, 거닐다’가 걸어보는 체험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행사는 시민들이 먹고 즐기며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데 힘을 썼다.

올 1월 서울시는 서울역고가 공원화, ‘서울역 7017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서울역 7017프로젝트’는 1970년에 준공된 서울역고가를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공원으로 조성해 2017년까지 서울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행사는 오는 10월 공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고가도로 공원화를 시민에게 알리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열렸다. 실제 행사장에서는 고가도로가 어떤 모습으로 변하면 좋을지 설문조사가 이루어졌고 서울시에 다양한 의견을 내놓는 ‘할 말 부스’가 설치되기도 했다.

고가 상부에 벽화를 그리는 도시 환경개선 프로젝트 ‘화(花)려한 손길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이택상(31•현대자동차 대리)씨는 “고가도로가 공원으로 바뀌면 충분히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역할을 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친구와 나들이 겸 서울역고가를 찾았다는 김지광(32•서울 강동구)씨는 “하루 빨리 고가도로가 시민에게 개방되기를 바란다”며 “인근 남대문 상인들이 반대하고 있지만 서울시민으로서 오래된 고가가 공원으로 쓰이는 데 적극 찬성한다”고 말했다. 

한편 행사가 진행중인 고가 상부 아래에서는 ‘서울역 7017프로젝트’를 반대하는 남대문 시장 상인과 지역 주민들의 시위가 한창이었다. 상인들은 “고가도로가 사라지면 남대문 시장의 접근성이 떨어져 상권이 죽는다”고 주장한다. 시위에 참여한 남대문시장상인회 신철원(83) 상무는 “박원순 시장이 말하는 ‘소통’은 공무원들끼리 소통”이라며 “대체도로 신설 자체에 대한 반대보다 박 시장의 대화 방식에 화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상무는 “서울시는 겉으로 서민들 목소리를 듣는다고 말하지만, 고가도로 공원화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고가도로를 가리키며 “저기 위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번 사업에 관련된 공무원들이거나 박시장과 우호적인 시민단체들”이라고 주장했다. 

▲ 서울역 위를 가로질러 퇴계로와 서울역서부교차로를 연결하는 서울역고가도로는 오는 10월 공원화 공사가 시작될 예정인데, 10일 개방행사가 열려 시민들이 고가도로 위를 걷고 있다. ⓒ 이정희
▲ 이날 서울역고가도로는 가족이나 연인 또는 친구들과 나들이 겸 방문한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개방 행사에 참여한 시민은 서울시 추산 4만8천여명에 이르렀다. ⓒ 이정희
▲ 비영리단체 ‘비움과 채움’에서 운영하는 ‘한 평 시민 책 시장’. 30년 이상 된 헌책방 15군데에서 헌책을 가져다 위탁판매했다. ⓒ 이정희
▲ 서울시는 곳곳에 인조잔디를 깔고 파라솔을 설치했다. 2016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고가 공원의 모습을 미리 엿볼 수 있다. ⓒ 이정희
▲ 상인들이 서울역고가도로에서 커피,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간식거리를 팔고 있다. 이들 중에는 서울시가 구로시장 청년상인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청년 영프라자’ 소속 상인들도 있다. ⓒ 이정희
▲ 서울역고가도로 개방 행사에는 핸드메이드 소품, 향초, 그림 등을 만들어 파는 예술가들이 참여해 시민들을 즐겁게 했다. ⓒ 이정희
▲ 서울시-현대차-한국대학생홍보대사연합은 도시 환경개선 프로젝트, ‘화(花)려한 손길 캠페인'을 서울역고가도로에서 진행했다. 자원봉사자들이 고가도로의 낡고 삭막한 이미지를 벗겨내기 위해 벽화를 그려 넣고 있다. ⓒ 이정희
▲ '서울역고가 활용방안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도보환승센터'팀은 서울역 주변 골목을 함께 걷는 골목투어 프로그램 '산책버스'를 운영한다. 매시간 남산·청파동 두 곳에서 출발하는 산책버스는 시 공공예약시스템(http://yeyak.seoul.go.kr)에서 이날 12시부터 사전신청을 받았다. ⓒ 이정희
▲ 서울시는 고가 곳곳에서 공원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시민들은 고가도로에서 인상 깊었던 점, 기억에 남는 체험 등을 적어 의견을 냈다. ⓒ 이정희
▲ 서울시는 ‘할 말 부스’를 설치해 서울역고가도로 공원화에 대한 시민 의견 수렴 공간을 마련했다. ⓒ 이정희
▲ 서울역고가도로 공원화 사업에 반대하는 남대문시장 상인들과 주민 200여명이 고가도로 입구 옆 SK남산빌딩 앞에서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 ⓒ 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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