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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 지켜주겠다는 말 잊지 말길”
[현장] 안산고교연합회 주최 세월호 1주기 추모제
2015년 04월 11일 (토) 22:38:47 강명연 오소영 이수진 기자 pangkykr@naver.com

“얘들아 잘 지내니? 이제 따뜻한 바람도 불고 꽃들도 피어나니까 너희가 더욱 보고 싶어. 너희가 지구 어디 먼 곳에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난 것만 같아. 그래서 더 잊을 수가 없어.”

10일 저녁 7시 30분쯤 경기도 안산시 고잔동의 문화광장. 안산고교연합회 주최로 열린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제에서 사고 생존자인 박수빈(단원고3)양이 떠나간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가느다란 목소리로 읽었다. 오른쪽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단 박양은 “너희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모두가 노력할게”라고 약속했고, 희생된 교사들에게도 “선생님들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살겠다”고 다짐했다.

   
▲ 안산고교연합회 주최로 열린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제에서 학생들은 추모사를 낭독했다. ⓒ 이수진

따뜻한 바람 불고 꽃 피니 떠난 친구들 더 보고파 

이어서 마이크를 잡은 한예령(성환고3)양은 “작은 나무가 거센 비바람을 맞고 더 크고 강한 나무로 자라듯, 힘든 시간과 고통을 이기고 저 하늘의 별이 된 사람을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며 ”어둠은 빛을 이기지 못한다. 암담한 현실의 어둠을 우리의 빛으로 밝혀야 한다”고 또박또박 말했다. 추모사를 준비한 남학생 3명과 여학생 2명 중 마지막 순서로 등장한 신창영(초지고3)군은 특히 어른들에게 호소했다.

“세월호를 잊으면 안 되는 이유는 바로 (우리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기에 함께 슬퍼하고 잊지 못하며 동참해야 합니다. 사람은 사람의 슬픔을 함께 슬퍼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른들께 부탁합니다. 아이들을 지켜주겠다는 말을 잊지 말아 주세요. 기억하겠다는 말을 제발 잊지 말아 주세요.”

   
▲ 학생들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추모사를 낭독했다. (추모사 내용 중 일부 발췌) ⓒ 이수진

추모사가 낭독되는 동안 문화광장을 메운 2천여명(주최측 추산)의 학생과 시민들은 숙연하게 고개를 숙이거나 눈시울을 붉혔다. 이들 중 학생 5백여명은 이날 오후 5시 무렵 안산시 초지동 화랑유원지 내 정부합동분향소에 모여 희생자들을 애도한 뒤 오후 6시부터 4킬로미터(㎞)를 걸어 이곳까지 왔다. 약 한 시간의 행진 동안 학생들은 ‘기억, 희망을 노래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쳐 들었다. 참가자 대부분이 노란 끈으로 만든 리본, 배지 등을 가방에 달고 있었다.

   
▲ 학생 5백여명은 안산 화랑유원지 내 정부합동분향소에 모여 희생자들을 애도한 뒤 문화광장까지 도보 행진을 했다. ⓒ 강명연

저녁 7시쯤 광장에서 기다리던 학생, 시민과 합류한 뒤 안산고교연합회 김도윤(부곡고3)회장이 개회사를 통해 “(세월호가) 이대로 잊힌다면 저희가 사는 대한민국의 희망이 사라질 것 같다”며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모였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저희는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청소년을 동등하게 바라봐주세요. 저희의 상처를 잊지 말아 주세요. 친구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우리는 이 자리에서 약속하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희망을 바라보며 항상 함께 하겠습니다.”

학생 대표들의 추모사에 이어 오후 8시쯤 안산고교연합합창단이 세월호 추모곡 <네게 하지 못한 말>(고조 요지 작곡)을 불렀다. 합창단은 안산지역 24개 고등학교 학생 55명이 자발적으로 모여 구성했다. 단원고 박수빈 양의 노래에 합창단원들의 화음이 어우러졌다.

“네가 있어 소중했던 시간들, 너는 내게 선물이었어. 사랑해...”

천개의 노란 풍선에 띄운 ‘희망’

행사 막바지에 주최 측이 준비한 1천개의 노란 풍선이 학생들에게 전달됐다. 추모제 내내 숙연한 표정이었던 학생들의 얼굴에 미소가 피었다. 풍선에는 ‘희망을 노래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혀있었다. 한 학생이 풍선을 놓치자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학생들은 풍선을 놓치지 않으려 서둘러 손목에 줄을 감았다.

김도윤 회장이 “풍선에 희망을 담아 하늘로 올려 보내자”고 제안하자 학생들은 한 목소리로 다섯까지 숫자를 센 뒤 풍선을 날려 보냈다. 노란 풍선이 어두운 밤하늘을 화사하게 수놓았다. 학생들은 풍선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먼 하늘을 올려다봤다.
   
▲ 한 학생이 눈물을 흘리는 학생을 껴안고 위로하고 있다.(위) 이날 학생들은 1천개의 노란 풍선을 하늘로 날렸다.(아래) ⓒ 이수진

이어 김진수(부곡고3)군과 박수빈양이 무대에 올라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불렀다. 광장의 학생들도 손을 좌우로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학생들은 끝으로 “잊지 않을게, 꼭 기억할게, 사랑해”라고 큰 소리로 입을 모아 외쳤다. 스크린에는 “여러분들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 세상의 희망입니다”라는 자막이 올라왔다.

오후 8시반 경 행사가 끝난 뒤에도 학생들은 자리를 쉽게 떠나지 못했다. 광장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안산시고교회장단연합의 박근정(상록고 학생회장)군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와줘서 놀라웠고, 잊지 않았구나 싶어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무대 뒤편에서 추모제를 지켜보던 권모(48·여·안산시 사동)씨는 “아이들이 세월호를 기억하는 것 자체가 기특하다”며 “친구 아들도 피해자인데, 피해자 부모들에게는 이런 추모제가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겸(56·안산시 고산동)씨는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이런 추모제가 열렸으면 좋겠다”며 “10년, 20년이 지나도 세월호는 잊히면 안 되고 이번 참사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학생들이 하나 둘 발걸음을 옮기는 동안, 광장에는 윤민석 작사·작곡의 세월호 추모곡 <잊지 않을게>가 흘러나왔다.

“잊지 않을게

꼭 기억할게

아무도 외롭지 않게

일 년이 지나도

십 년이 지나도

아니 더 많은 세월 흘러도

보고픈 얼굴들

그리운 이름들

우리 가슴에 새겨놓을게...“


[오소영 기자]
단비뉴스 청년팀, 시사현안팀 오소영입니다.
남도 나와 같이, 겉도 속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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