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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미역이 기장사람 먹여살리는 이유
[지역·농업이슈] 지역 브랜드 1위를 키워온 기장사람들 이야기
2014년 11월 06일 (목) 23:35:20 계희수 김다솜 기자 ellie_0714@naver.com
   
▲ 태풍이 상륙한다는 소식에 관광객이 뜸한데다 어선도 출항하지 않고 묶여있는 대변항에 갈매기 한 마리가 한가로이 맴돌고 있다. ⓒ 이성훈

지난달 11일 오후에 찾아간 부산시 기장군 대변항은 한산했다. 가을 하늘에 여유롭게 날아다니는 갈매기 몇 마리가 항구의 풍경을 더욱 한산하게 그려주고 있었다. 태풍이 상륙한다는 소식에 배들은 부둣가에 묶여 있었고 관광객도 뜸했다. 부둣가 건조대 위에는 갓 잡은 참가자미들이 일광욕을 하듯 가지런히 누워 가을의 잔광에 몸을 말리고 있었다. 

그러나 항구 바로 옆 대로에는 수백 개 천막들이 줄지어 서있어 멸치배가 들어오는 제철 제시간에는 대변항이 얼마나 북적대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상인들은 그래도 명성을 듣고 찾아오는 관광객을 맞기 위해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주로 중년 이상 여자인 상인들은 호객을 하면서도 멸치 내장을 발라내거나 오징어를 굽는 등 바쁜 일손을 멈추지 않았다.

기장 멸치와 미역을 만든 일등공신은 해류

어물 중매인이자 상인인 이명순(68·기장군 대변리)씨는 이곳에서 나고 자라면서 긴 세월을 살아왔다. ‘IMF인 줄도 모르고 지나갔다’는 대변항의 전성기에도 그가 있었다. 그야말로 대변항의 산증인이다. 그녀의 투박하고 거친 손에는 평생 힘들었던 노동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기장 특산물인 멸치와 미역을 신나게 자랑하는 모습에서 남다른 자부심이 느껴졌다.

“여기는 바닷가라도 수심이 깊어예. 파도가 많이 치고 뻘이 없는 동네기 때문에 바다에서 나는 멸치고, 미역이고 맛있지예. 남해나 서해는 수심이 약해 파도가 많이 안 치거든. 근데 여기는 파도도 엄청 치고, 밀물 썰물 왔다 갔다 하니까 물빨이 쎄 미역이 억세고 잎이 많습니더. 기장하면 멸치랑 미역 알아준다 아입니꺼.”

 

   
▲ 참가자미를 말려 팔고 있는 중매인 이명순(왼쪽)씨는 어부와 결혼하고 부둣가에서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억척스레 살아왔다. ⓒ 김다솜

2011년 부산발전연구원에서 내놓은 보고서 ‘부산의 지역 브랜드 활용방안’에 따르면 기장미역과 기장멸치가 수산물 인지도 부문 1, 2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산업화 가능성 부문에서도 높은 점수를 얻으며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가장 큰 수산물로 꼽혔다.

기장미역과 멸치가 유명해진 이유는 뭘까? 우선, 자연환경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기장 인근 해역은 해류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거센 물살 덕분에 유기물이 풍부하다. 멸치가 많이 서식하면서도 통통하게 살쪄있는 이유다.

미역은 ‘쫄쫄이미역’이라 불릴 정도로 탄력이 있어 전국에서 최고의 맛과 영양을 자랑한다. 그 명성은 오랜 기간 키워져 왔다. 고려시대부터 중국으로 수출해왔으며,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임금 수라상에 기장미역이 올랐다고 기록될 만큼 유서 깊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

멸치도 마찬가지다. 자연환경이 좋은 덕에 우리나라 최대 멸치어장을 자랑한다. 남해안이나 서해안에서 난 멸치도 기장에서 팔면 ‘기장멸치’로 오인하고 소비될 정도로 관광객들이 선호한다. 멸치는 세멸, 자멸, 소멸, 중멸, 대멸 등으로 크기가 제각각인데, 기장멸치를 유명하게 만든 건 ‘대멸’이다.

대멸은 국물용으로 우려내는 작은 멸치와 달리 크기가 커서 거의 ‘생선 대접’을 받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멸치가 맛내기용 식재료로 쓰였다면 대멸은 지방질이 풍부하고 살이 연해 주요리 재료로 각광받고 있다. 멸치를 통째로 구워 멸치구이를 해 먹을 수도 있고, 멸치회나 젓갈을 담가 먹을 수도 있다.

   
▲ 대변항 근처 천막상가에 진열돼 있는 멸치는 다른 곳에서 생산된 것도 있지만 기장멸치의 명성에 힘입어 잘 팔려 나간다(왼쪽). ⓒ 계희수 ▲ 기장미역은 백화점이나 택배를 통해 전국적으로 유통된다(오른쪽). ⓒ 부산시 블로그 쿨부산

축제가 손님 끌어들이고 손님은 입소문 내고…

“기장미역이랑 멸치가 원래도 유명했지만 이렇게까지 관광객이 오는 건 아무래도 군청 도움이 크지예. 축제 한번 할 때마다 오는 관광객 수만 해도 꽤 될 겁니더.”

대변항에서 5년 째 횟집을 운영하는 구준겸(62)씨는 기장에서 열리는 지역축제 덕을 톡톡히 봤다. 기장의 특산품을 알리는 지역축제가 열리면서 제철이 아니더라도 멸치회나 미역 요리를 찾는 손님이 늘어서다. 그는 “지금도 멸치 제철이 아니지만 손님들이 찾는 바람에 늘 준비해두고 있다”고 말했다.

기장미역과 멸치가 유명세를 탄 이유는 좋은 자연환경 말고도 군청의 꾸준한 노력이 있었다. 기장군청은 지역축제를 열어 인지도를 높였다. 4월의 기장멸치축제는 대변항맛자랑대회와 대변항가요제를 여는가 하면 멸치털이와 멸치비비기 같은 체험행사 등으로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리는 인기 축제가 됐다. 7월의 기장미역∙다시마 축제는 해조류맛자랑대회, 미역∙다시마비빔밥 등의 무료시식회, 먹거리풍물장터를 열어 관광객의 입맛과 흥을 돋우고 아울러 기장미역을 홍보했다.

   
▲ 대변항에서 열린 기장멸치축제에서 어민들이 멸치를 털고있는 모습을 관광객들이 구경하고 있다. ⓒ 기장군 홈페이지

안전행정부 지역경제과 이상엽 사무관은 “지역이 갈수록 먹고 살기 힘들어지니까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의 사업을 하게 된다”면서 “그 중 품질이 좋은 게 무엇인지 연구한 결과 기장미역과 멸치가 꼽힌 것”이라고 말했다.

1천억원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노려

기장군은 2011년부터 멸치젓갈 명품화 육성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1천억여 원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가져다 주는 기장멸치 산업에 더욱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미역도 기장군이 2007년 미역∙다시마 특구로 지정되면서 홍보와 함께 국비 지원 등의 다양한 혜택을 받고 있다.

   
▲ 기장군 공수마을에서 관광객들이 전통어업 방식인 '후릿그물' 체험을 하고 있다.  공수어촌체험마을 홈페이지

기장 멸치와 미역은 좋은 품질에 지자체의 노력까지 더해져 유명세를 타게 되었지만, 아무래도 소비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정보는 ‘먼저 구입한 소비자들의 평가’다. 기장시장 번영회 박미민 간사는 “드셔보신 분들이 맛있다고 얘기해서 입소문이 난 것”이라고 말했다.


* [지역∙농업이슈]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이 기자·PD 지망생들에게 지역∙농업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개설한 [농업농촌문제세미나]와 [지역농업이슈보도실습] 강좌의 산물입니다. 대산농촌문화재단과 연계된 이 강좌는 농업경제학·농촌사회학 분야 학자, 농사꾼, 지역사회활동가, 데스크 교수 등이 참여해서 이론과 농촌현장실습 또는 탐사여행, 지역취재보도를 하나로 결합하는 신개념의 저널리즘스쿨 강좌입니다. <단비뉴스>는 이 강좌의 과제 중 일부를 중계해 지역∙농업문제에 대한 인식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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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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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써야할 때 쓸 줄 아는 무서운 괴물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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